바이러스 검사로 '히트'한 뒤
대면접촉 꺼리는 상거래로 확산
주꾸미 볶음. 국밥 등 음식 팔고
도서관 책. 장난감 빌려주고
지난 15일 오후 1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도로에 차량 300여 대가 길게 늘어섰다. 자동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강도다리 회를 맛볼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나온 시민 행렬이다. 차창을 내리고 현금 2만원을 건네자 어민들이 미리 포장해 둥 종이 가방을 창문 안으로 건넸다.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 횟집'이다.
이날 오랜만에 대구에서 나들이를 나왔다가 회 한 접시를 구매했다는 주부 전명선(31)씨는 "어린 자녀가 있어 식당에 가기가 조심스러웠는데 드라이브 스루로 회를 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며 "요즘 같은 상황에 딱 맞는 서비스였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판매된 강도다리 회 포장 500개는 원래 판매 약속 시간인 오후 3시보다 30분 앞선 2시 30분에 모두 완판했다. 포항시 수산진흥과 관계자는 "우한 코로나 사태 때문에 양식 수산물 출하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민을 돕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며 "시민들 호응이 좋아 주말에는 1000인분을 판매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한 코로나 사태에서 국내 의료 기관들이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는 세계적인 '히트 상품'이었다. 각국 외신들이 한국의 뛰어난 검사 역량을 전하며 꼭 소개하는 것이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다. 편의성과 안전성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도 한국을 모방한 드라이브 스루 진료소를 속속 도입했다.
이 같은 '드라이브 스루'가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뿜 아니라 대면 접촉을 꺼리는 각종 상거래로 확산하고 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음식을 즐길 수 있다"고 홍보하는 식당들이 생겨나고, "도서.장난감을 안전하게 빌려준다"고 안내하는 도서관도 있다.
대구 북구에서 고깃집'까치산'을 운영하는 장은정(35) 대표는 지난 8일부터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돼지갈비를 판매하고 있다 숯불갈비 4인분과 상추.쌈장.마늘.된장찌개를 함께 포장한 팩을 판매한다. 손님이 전화로 예약한 뒤 약속시간에 가게 문 앞에 도착하면 마스크를 낀 직원이 차 창문으로 포장한 팩을 건넨다. 지난 15일 매장 손님은 15팀이 전부였지만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한 포장 갈비는 25개(100인분)였다. 장씨는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데운 배즙과 함게 보온팩에 담아 전달하는데 손님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 판매 식당은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식당 '전설의 갈비와 불쭈꾸미'도 주꾸미 볶음을 드라이브 스루로 판매하고 있다. 15일 같은 서비스를 시작한 경주시 '강변굴국밥'사장 이인숙(54)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 80%가 줄어 자구책으로 시작했다"며 "돌솥비빔밥만 빼고 모든 메뉴를 DT서비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호응을 얻자 지자체도 팔을 걷어 붙였다. 우한 코로나 발생 이후 지난달 19일부터 휴관했던 서울 성동구립도서관은 지난 10일부터 '비대면 안신 도서 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대출 신청한 뒤 차를 몰고 와서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대여서에 정차한 뒤 이름과 회원 번호를 댄다. 차에 탄 채로 직원이 미리 소독해 비닐봉투에 담아둔 책을 건네받으면 된다. 초등학교 4.6학년, 중학교 1.3학년 네 자녀를 둔 다둥이 엄마 신경화(39)씨는 지난 14일 이 서비스를 통해 책 다섯권을 빌렸다. 신씨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책 읽고 독후감쓰라는 방학 숙제라 늘어났는데 공립 도서관은 대부분 폐쇄가 되고, 그렇다고 책을 구입하자니 부담이 됐다. 드라이브 스루로 빌려준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찾았다"며 "집콕하는 동안 드라이브 스루 책방을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와 경북 포항시, 제주도 일부 도서관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경남 창원시는 16일부터 전국 최초로 장난감 드라이브 스루 대출을 시작했다. 전화로 필요한 장난감을 예약하고, 다음날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에 장난감도서관을 찾으면 된다. 1인달 2개까지 빌릴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영유아를 집에만 둬야 하는 부모들을 위해 장난감 대출 서비스를 착안했다"며 "도서관이 정식 재개관하기 전까지 계속 DT 대여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 2020년 3월 17일" 이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