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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시인의‘망향가’
끝도 없이 펼쳐진 자작나무 숲 사이로 모진 세파에 뒤틀린 채 서 있는 한 그루 ‘구부정 소나무’처럼 러시아 땅에서 망명자로 40년 넘게 시작에 몰두해온 북한 출신 시인 리진씨(69·본명 리경진).
그의 두번째 시선집 ‘하늘은 나에게 언제나 너그러웠다’(창작과비평사)가 나왔다.
남북한은 물론 러시아 국적도 없이 40년을 살아온 그에게 고향과 조국,
어머니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다.
그래서 시인은
‘우연히/
아내 눈귀의/
주름살에 눈길이 가자/
어머님 생각/
갑자기 더욱/
가슴에 치밀어’(‘어머님에게’) 오른다.
김일성대학 재학중 6·25 참전, 모스크바 유학 등 사회주의 엘리트의 길을 달리던 그가 러시아 볼가강가 시골마을 추프리야노프카에 둥지를 튼 것은 1957년. 1인 독재로 굳어지는 북한체제에 저항운동을 펼치다 버림받고 망명객의 몸이 된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버섯이 자라는 소리를 듣고(‘이 아침은’), ‘길섶에서/ 첫 더위에 졸던 자작나무의/ 은빛 향기’(‘마른풀의 향기’)를 맡으며 분노도 애잔함도 넘어선다.
그러나 무엇보다 빛나는 것들은 옛 한시의 흔적이 엿보이는 ‘깊은 여름밤’ ‘피리새’ ‘사흘째’ 등의 시편들. 서경과 서정이 조화된 언어들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정감이 유려하게 하나가 된 진경이 펼쳐진다.
‘봄은 올 것이다/
처마에서 사나흘/
연잦은 눈물을 떨어뜨리는/
고드름으로 오고/(중략)/
혼례식에 나선 멧닭의 시뻘게진/
볏으로 오고/
나의 삽이 뒤집어엎는 쉰 흙의/
가슴 아프게 귀중한/ 향기로 올 것이다’ (‘또 봄이 보고프다’)
이번 시선집을 위해 시인 이시영씨는 리시인이 49년부터 97년까지 일기처럼 쓴
2,000여편이 넘는 시들을 6개월간 꼼꼼히 읽어 직접 102편을 골랐다.
- 경향/1/3/2000 -
* 미 '노근리' 현금보상 검토
미국은 노근리 학살사건의 희생자 유족에게 현금보상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 미 국방부와 육군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노근리 사건의 조속한 종결이 한미간의 동맹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이를 위해 희생자 유족이 요구하는 주장을 일부 수용, 현금 피해보상 등을 검토중이다.
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그간 한국정부가 자체적으로 진행해온 현장조사와 미 국방부와 육군부 관련문서 조사 등을 중간종합한 결과 언론보도와 희생자 유족의 주장이 상당부분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제 남은 문제는 한미 동맹관계를 저해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을 조기에 근본적으로 수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유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상징적 의미의 현금보상과 위령탑건립 자금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노근리사건 민간인자문그룹의 건의가 대부분 채택될 전망』이라며 『9일 방한할 루이스 칼데라 육군장관 일행이 이같은 입장을 조성태(趙成台) 국방장관에게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거 베트남전 당시 미라이촌 학살사건의 경우 베트남측의 요구가 없어 관련자에 대한 처벌만을 이행하는 등 해외 전장에서 미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해 현금보상을 해준 전례가 없다』며 『그러나 노근리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의 지속적인 요구가 있었던 만큼 이를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위로금 성격의 상징적인 현금보상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은 한국전쟁 발발 50주년이 되는 오는 6월25일 이전까지
이번 사건을 종결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1/9/2000 -
* 한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
그래서 통일이 지상 목표처럼 되어 있는 나라,
누구 말마따나 입만 열면 '툉일툉일' 하는 사람이 무척 많은 나라
그래서 아마도 통일꾼이 가장 많은 나라.
- 그러나 분단 50년 동안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준비를 거의 하지 않은 나라.
50년 동안 갈려 있는 친지들이 서로 만날 수 없었던 나라
만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편지 왕래도 못하는 나라.
서로 TV나 라디오를 조금도 개방치 않는 나라.
그리고 온갖 상호 비방과 서로의 체제 비판만 일삼는 나라.
- 독자들은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금새 알아차렸을 것이다.
한 나라도 아니고 두 나라도 아닌 남한과 북한이 그 주인공이다.
남북한은 전 국민, 인민들이 통일에 대해 갖는 열망이 저렇게 큰데
왜 실질적인 걸음은 한 걸음도 못 내딜까 ?
왜 이렇게 서로를 용납하지 못할까 ?
오죽하면 미국은 남북한을 보고 '보채는 두 갓난 아이들(two crying babies)'이라고
불렀을까 ?
두 나라 모두 서로 외면하고 있다가 세계의 조류에 밀리면 할 수 없이
대화하는 척 하고 그러다 속이 뒤틀리면 팽 하고 돌아서 버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남북, 북남간에는 타협이란 단어 자체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 무엇을 해도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들은 외국인의 눈에
참으로 별종처럼 보일 게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참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지금은 타계했지만 어떤 정치계의 원로는 우리 나라에는 외래 사상이
들오면 무엇이든 극단적이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선 시대 주자학의 수용이 그랬고 지금은 기독교나 공산주의의
수용이 그렇다.
1.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 한국인
- 독자들은 '다른 것을 못 참는다'는 게 무엇일까 하고 다소 생소하게 느낄
테지만 우리 나라 사람들의 극단적인 성격을 꽤나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아 이렇게 표현해 보았다.
한국인이라면 아마도 한 번쯤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왜 이렇게 미친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말도 왜 그렇게 크게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다만 사회가 너무 빨리 변하다 보니까 덩달아 전부 다 바빠진 것 아니냐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 그러던 것이 홉스테드의 책을 보면서 의문이 상당히 풀렸다.
이런 것 특이 우리 나라에만 독특하게 일어나는 문화 현상이 아니라
비슷한 문화적 경향을 가진 나라에서는 공통되게 발견되는 현상이었던
것이다.
또 다시 좋은 이론이 가지는 설명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사실 앞의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 홉스테드가 내세웠던 요인은 '다른
것을 못 참는다'는 것이 아니었다.
권력 거리, 집단주의와 개인주의, 남성성과 여성 성이라는 세 가지
요인에 이어 홉스테드가 네 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내세운 요인은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라는 것이었다.
- 그러나 이 용어가 일반 독자들에게는 다소 어렵고 생소할 것 같아 다른
용어로 대체한 것이다.
우선 '불확실성 회피'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보면.
여러 가지 중에 '사회에서 일어나는 예측 불가능한 일에 대해 참는 정도'로도
정의되고 '한 문화의 구성원들이 불확실한 상황이나 미지의 상황으로
인해 위협을 느끼는 정도'로도 정의된다.
- 너무 일반화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부담을 안고 좀더 쉽게 이야기해 본다면,
'불확실성 회피란'잘 알지 못하는 것 혹은 자기와 다른 것으로부터 느끼는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피하는 정도' 라고 할 수 있다.
- 홉스테드는 여기에서도 예외 없이 지수를 산출해 내서 그 순위에 따라
도표를 만들었다.
이러한 지수가 높은 나라일수록 그 사회는 불안 수준이 높고 지수가
낮으면 그 반대가 된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 53개 국 가운데 대체로 아시아 문화권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밴 모든 나라의
지수가 낮았다.
이 이야기는 우리 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나라들은 사회가
(정신적으로) 넉넉하고 여유롭다는 뜻이다.
- 100점 만점에 일본은 92점, 우리 나라는 85점이 되니 상당히 높은 점수이고
이 두 나라에 산다는 것은 정신적으로 대단히 피곤하다는 말도 된다.
- 일본이 우리보다 더 불안하고 다른 것을 못 참는 사회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재미있는 현상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불안 수준이 높을수록 인종
차별이나 외국인 혐오증이 심한데, 이 두 나라의 인종 차별 경향이 강하다는
것은 정평이 나 있다.
- 그 가운데에서도 일본은 우리보다 조금 더 심하지 않나 싶다.
앞에서도 이미 언급되었지만 일본의 재일 동포 차별 정책이나 백정 계층인
부락쿠민(部落民)에 대한 차별 정책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에서는 이 사람들을 통칭할 때 '히닌(非人) 즉 '사람이 아니다' 라고
했으니 그 차별의 강도를 알 수 있다.- 최준식 -
* 북의 비료간청과 이산가족 상봉문제
- 3년 9개월만에 열린 베이징의 남북당국간 회담이 탐색전으로 끝났다.
그나마 이산가족문제 논의와 당국간 회담의 필요성을 상호확인하고
현실화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우리측 수석대표 정세현 통일부차관은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회담이 열릴 것"
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그러나 북한이 先 비료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에
유보적 태도를 보여 앞으로의 태도가 주목된다.
- 향후 예상되는 남북관계의 시나리오는 다음 몇 가지다.
우선 빠른 시일 안에 회담이 재개되고 북측이 단계적 비료지원 및
이산가족면회소 설치에 동의한다면 남북관계가 순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측이 제안한 특사 교환문제가 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남북 기본합의서 이행을 위한 고위급회담도 생각해볼 수 있다.
- 남북간에 전혀 다른 형태의 '주 고 받기'가 이뤄질 수도 있다.
북측이 이산가족 외에 다른 정치적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놓고 비료 20만t 외에 또 다른 추가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다.
이 경우에도 특사교환과 납북 고위급회담으로의 진전을 예상할 수 있다.
- 또한 북측이 비료 20만t을 5. 6월중 지원 받는 조건으로 이산가족문제를
적십자 회담에서 논의키로 하고 회담시기를 못박는 타협안을 들고나올
수 있다.
북측이 실리를 택할 경우다.
우리측은 지난 베이징 회담에서 이 안을 마지막 양보 선으로 설정했었기
때문에 의견접근을 기대할 수 있다.
- 그러나 누차 파행을 겪어 온 남북관계의 전례에 미뤄 보다 신중한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베이징회담 결렬 이후 북측이 보인 태도도 그렇다.
단시일 내에 타협안이 나올 것 같지 않다.
북한은 지난 19일(98/4) '연북화해'정책으로 전환할 것을 재차 주장한데
이어 20일에는 회담 결렬과 관련, 조국평화 통일위원의 서기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의 "부당한 입장과 그릇된 처사"를 격렬히 비난했다.
- 북한이 '상호주의 원칙'을 계속 거부한다면 지리한 논쟁만 거듭될 것이다.
김대중 정부로서는 95년 김 영심정부가 쌀만 지원하고 여론의 비판에
시달린 악몽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성과 없는 일방적 지원에 나서기 어려운 것이다.
- 하지만 상호주의가 발목을 잡아 회담이 완전 중단에 빠진다면 남북간
통로가 장기간 폐쇄될 위험도 있다. -중앙일보. 98/4/25-
* 북한 동포를 위한 금식운동 1.
-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동포들을 돕는 '국제금식의 날' LA행사가 오늘저녁
아드모어 공원에서 열린다.
배고파 본 사람만이 배고픈 자의 고통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이 행사는
제목부터 뜻이 깊다.
정치와 인종과 종교를 초월해 세계 36개국 96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되는
이 행사에 수많은 한인들과 현지인들이 호응하고 있다는 소식은 과연
'동포에게 사랑을, 인류에게 평화를' 이란 슬로건을 실감케 한다.
부디 행사 취지대로 하루 굶는 체험을 통해 북한 동포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고, 금식한 대신 산출할 수 있는 돈을 성금으로 내놓는 이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또 행사에는 직접 참석하지 못하더라도 추후 성금으로나마 동참하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북한의 기아문제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지기는 1년전부터다.
기아를 알리는 일에도 폐쇄적이던 북한이 작년 4월 처음으로 미국기자에게
비자를 발급함으로써 생생한 현장취재에 의한 비참한 실상이 비로소
공개된 것이다.
- 미주 한인들의 관심도 이때부터 많이 달라졌다.
말로만 듣던 굶주림 얘기를 사진을 통해서나마 눈으로 직접 보니 냉랭하던
가슴이 녹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돕고 보자는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 그러나 아직도 북한에 보내는 식량이 군량미로 둔갑해 정작 굶주리는
일반국민에겐 혜택이 가지 않는다는 우려 때문에 지원 반대 입장에 선
이들이 적지 않다.
배급문제는 국제기구가 감시한다니 믿는 수밖에 없다.
그 동만 많은 한인들이 아프리카 기아가 르완다 난민을 도운 경험이 있다.
하물며 같은 핏줄을 나눈 민족이 굶어 죽어 가는 것을 정치적인 고정관념
때문에 외면한다면 그것은 동포애는 물론 인류애 마저 벗어난 냉혹한 무관심과
다름없다.
- 이번 '금식의 날'행사는 전 세계인들로 하여금 북한 기아 돕기에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전기가 괼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한민족으로서는 모처럼의 국제적 대행사를 감정에 쉽쓸려
한번 반짝하다 마는 일시성 행사로 받아 들여서는 안된다.
지속적인 나눔의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 미주 한국일보-
- 북한 돕기 금식운동 2.
- '동포에게 사랑을, 인류에게 평화를'.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를 위한 국제 금식의 날 행사가 오늘(98/4/24)
본국과 L A등 전세계 36개국 1백개 도시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각국 위원회는 공동메시지를 통해 북한 식량난의
심각성을 호소하면서 북한주민을 돕는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 본국 중앙일보 등이 후원하면서 세계적 행사로 확대된 이 행사는 참가자들이
한끼를 걸러 그 밥값으로 굶주리는 북한 동포를 돕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오후 7시부터 아드모어공원에서 열리는 LA행사는 제 1부 의례에 이어
제 2부에서는 한국과 미국 연예인들이 참가하는 문화공연이 개최된다.
이어 3부에서는 남북통일 및 세계평화를 기원하는 촛불 대행진이 열린다.
- 이외에도 북한의 기아실태에 관한 사진전시와 비디오 상영이 있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는 LA외에 15개 주요도시와 13개 대학에서도 같은
시간에 일제히 행사를 개최, 굶주리는 북한동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 본국에서는 4월 25일 정오(한국시간) 잠실올림픽 제 2체육관에서 국제
금식의 날 한국위원회 주최 -중앙일보 후원으로 6개종단, 94개 시민단체의
1만 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6시간 동안 진행된다.
-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열리는 이번 행사에 대해 국제 금식의 낱 미주본부의
공동의장인 박희민 목사는
"북한동포들이 겪고 있는 식량난과 대량 아사위기 상황은 단순히
사람이 굶어 죽는 차원의 문제가 아닌 한민족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고, 북한의 식량재고가 4윌이면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북한 식량원조는 절실하다"
며 동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김완신-
* 귀순자의 고달픈 삶
- 1996년말 귀순한 김명숙(金明淑·36·주부·서울 송파구 오금동)씨.
남편(41)과 두자녀 등 네 가족이 함께 사선을 넘은 그는 요즘 병마와
생활고로 차가운 벌판에 홀로 내동댕이쳐진 기분이다.
‘자유’는 쟁취했지만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북한에서나
한국에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달초 남편이 간 경화증에 걸려 병상에 누운 데다 지난주엔 아들(12)마저
간염증상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떨어졌다.
- 김씨 가족이 정부로부터 받은 정착금은 2천5백여 만원.
실 평수 9평짜리 영구임대 아파트보증금을 내고 포장마차도 장만했다.
그때만 하더라도‘행복하게 잘 살아보겠다’는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남한물정에 어두운 이들 부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벅찬 일이
계속 닥쳐왔다.
“자릿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들었습니다.
2천만원의 권리금이 없는 자리를 겨우 찾았다 싶으면 주변
포장마차 상인들이 몰려들어 '여기는 우리 구역’이라며 쫓아 내더군요.”
- 결국 두달여를 숨바꼭질하듯 장사하다 본전도 못 찾고 포기해야 했다.
그 뒤 남편이 공사장인부로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IMF로 일감을
구하지 못하는 날이 늘자 이들 부부는 올초 궁리 끝에 다시 포장마차를
하기로 하고 남은 전재산인 5백만원을 털어 중고트럭과 설비를 사들였다.
그러나 실업자들이 앞다퉈 포장마차를 하는 바람에 경쟁업소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기를 쓰고 동분서주하던 남편은 끝내 피곤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 가족은 절대로 삶을 포기할 수 없어요. 우리
때문에 모진 고초를 겪고 있을 북녘의 가족을 다시 만날
그날까지는...”
상기된 표정으로 눈물을 글썽이던 김씨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동아일보.98/4/7-
* 북한 어디로 가나?
- 지난해 북한에서는 식량문제를 포함한 경제난의 심화와 민심의 이반
등으로 인해 체제위기가 증대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북한당국은 이같은 체제위기를 극복할 종합적이고 확실하며 일관된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가운데 임시방편적으로 대처하는 대증(對症)요법적
처방의 모습만을 보여 왔다.
- 그와 같은 상황은 올해에도 지속될 소지가 많으므로 북한당국은
‘체제유지와 정권의 공고화’를 최우선 국가목표로 계속 견지할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올해 안에 김정일(金正日)의 국가주석직 승계를
비롯해 지금까지 미루어 온 인사개편을 통한 김정일 체제기반 구축,
공포정치를 통한 내부단속 강화, 그리고 투자유치 및 농업정책개선
중심의 경제난타개 모색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 그러나 북한당국이 이 정도 조치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지도부는 '자구적 노력’과 ‘외부 지원’이 없이는 현 난국을 타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구적 노력’과 관련해서는 1970년대 후반 중국이 개방 개혁에
대해 취했던‘4대 원칙(공산당 주도, 사회주의 체제 고수, 인민독재,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견지)’과 유사한 새로운 경제원칙을
수립함으로써 통제적 제한적 개방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 이것은 현재의 중국 베트남보다 한두 차원 낮은 형태의 발전모델로
북한식 주체형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자유무역지대를 신의주 남포 원산 등지로 확대하고
관광 특구를 지정하며 투자유치를 위한 대외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아울러 개인영농식 텃밭의 범위 확대를 비롯해 농민시장에서의
사적(私的)거래에 대한 통제완화, 분조계약제 확대, 독립채산제 강화
등의 조치도 취할 공산이 크다.
- 그러나 시장경제원리와 통제완화 등을 배제한 이같은 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외부 지원’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유연한 변화모습과 평화
제스처를 통해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미국 일본에 대한
접근 노력을 강화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와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중국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 복원에 주력할 것이다.
- 그런데 이같은 외부지원을 원활히 얻어내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뒤따라야만 한다.
이 점에서 그 동안 남북대결과 실리추구라는 이중정책을 펴온 북한의
태도변화가 주목된다.
최근의 정황으로 보아 북한은 4자 회담의 틀 안에서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4자회담과 병행하여 남북 당국간 대화에 호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그러나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온다 하더라도 식량 및 경제적 지원을
많이 받아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회담을 진전시킬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 태도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총체적으로 한반도 상황은 남북 모두 위기 국면에 처해 있는 한민족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남한은 국가 부도 위기에, 북한은 체제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으며 특히
통일을 주도해야 할 우리 입장에서는 경제회생의 과업과 함께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에 따른 통일부담을 동시에 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97/12/27. 송영대 (민족통일중앙협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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