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큐트 S라인”, “요술공주”, “얼굴 빼고 책임진다”, “인형몸매”, “환상라인” 스팸메일의 제목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브랜드 교복의 광고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해마다 입학철이 되면 아이들과 학부모 사이에는 신경전이 펼쳐진다. 유명 연예인들이 입은 그 교복을 입으면 다리가 길어지고 몸매가 S라인이 될 것 같은 착각에, 유명 상표값에 아이들은 막무가내로 브랜드 교복을 선호한다. 그
러나 학부모 입장에서는 20만원이 훌쩍 넘는 교복 1SET(상․하의, 자켓, 조끼, 셔츠 및 블라우스 1벌)에 번갈아 입을 셔츠 한 장을 추가하고, 체육복 값을 포함하면 30만원이 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고등학교에 진학할 경우 2,30만원의 수업료까지 내야 하기 때문에 서민들의 부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지나친 교복 가격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자 교육부는 지난 해, 입학식 일정에 맞춰 고가의 교복을 구입해야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고교 신입생에 한해 5월까지 사복 착용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는 학부모들이 공동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것으로, 통상 공동구매 절차가 2-3개월 걸리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충북지역 학교의 교복 공동구매 실시율은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충북의 경우 동복 공동구매율은 전국 평균 15.7%에 훨씬 못미치는 2.6%, 하복은 전국 평균 수준을 약간 웃도는 26.8%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 담당 장학사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지역에서 공동구매를 추진한 학교는 중학교 9곳(청주-청주여중, 세광중, 송절중 / 충주-충주중, 충일중, 충주중앙중, 칠금중, 충주여중 / 영동-영신중), 고등학교 3곳(청주-봉명고 / 청원-현도정보고 / 충주-중산외국어고)이라고 한다. 그나마 도내 11개 교육청 중 청주, 충주교육청 산하 학교가 대부분이고, 동복부터 공동구매를 한 학교는 현도정보고와 봉명고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복 공동구매는 단순히 싼 교복을 사기 위한 노력이 아니다. 대기업이 교복시장에 진출하면서 과도한 광고 공세로 교복값의 거품을 형성하고 전체 물량의 60-70%를 잠식해 왔던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다. 실제로 교복 공동구매는 지역의 중소업체를 참여시킴으로써 미미하나마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또한 공동구매는 학생들이 합리적인 소비에 눈을 뜰 수 있도록 해주고, 학부모들이 학교 교육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
교육부는 지난 해부터 각 시․도교육청에 ‘교복 공동구매 활성화를 위한 협조 공문’을 보내고, 『학생 교복공동구매 매뉴얼』을 제작, 보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교복 공동구매는 해당 교육청의 의지와 개별 학교에 대한 지원이 없으면 시행되기 어려운 과정이다. 따라서 우리는 충북도교육청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신입생의 교복 착용시기를 5월 이후로 늦출 것을 촉구한다 현재 충북도교육청은 “교복공동구매 활성화를 위하여 신입생들의 교복 착용시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은 상징적인 의미일 뿐, 각 학교에서 교복 공동구매에 대한 안내를 받은 바 없기 때문에 많은 신입생들은 이미 교복을 구매한 상태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도교육청은 지금이라도 교복 착용시기를 5월초까지 늦출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2009학년부터는 각 학교별로 신입생 배정시에 학부모들에게 교복 공동구매의 절차와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도록 지도해 줄 것을 촉구한다.
둘, 지역 교육청 단위의 교복 공동구매추진위원회를 구성하라 충북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충북 지역의 경우,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공동구매 추진이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공동구매는 더욱 필요하다. 따라서 도교육청은 학교 단위로 교복 공동구매추진위원회 구성이 어려운 지역은 지역 교육청 단위의 공동구매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교육청 산하 구매정보센터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 교복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학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라 일선 학교의 입장에서 볼 때 교복 공동구매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절차라고 한다. 실제로 청주 모여중에서는 동복 공동구매를 추진하기로 하고 지정업체를 공고했으나 “절차상 오류” 문제로 해지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렇듯 낙찰 과정에서의 크고작은 잡음과 교복업자들의 조직적인 방해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교복 공동구매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충북도교육청은 개별 학교에서 교복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교복 공동구매를 추진하는 학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2008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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