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일 새벽 오랜만에 겨울비가 내리고 있다. 주님 앞에 믿음 없는 자녀를 둔 아비의 답답한 심정을 기도로 아뢰었다. “주님! 어떻게 하면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아비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자녀들이 이 아비의 말을 듣고 순종하므로 주님을 믿고 살아가는 복된 인생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저들이 성령의 음성을 듣고 성령의 인도함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날마다 주의 말씀을 묵상하며 그 말씀을 따라 살아가는 경건한 자녀들이 될 수 있을까요? 태어나기 전부터 자신들을 위해 기도해 왔고 지금까지도 자신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이 아비의 마음을 왜 자녀들은 알아주지 못하는 것일까요? 금식하며 주신 말씀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말씀을 아비가 아닌 주님의 말씀을 받지 못하는 것일까요?” 이런 기도를 하면서 내 마음에 밀려오는 실망감이 있었다. “왜 나는 주님이 주신 말씀을 전해도 능력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일까?” 이런 마음으로 주일 아침을 맞이하는 나에게 주님은 무슨 말씀을 하실까?
변화산에서 내려오시자 큰 무리가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예수님께 나아와 귀신들린 아들을 고쳐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이 아비의 간구가 예수님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귀신이 그를 잡아 갑자기 부르짖게 하고 경련을 일으켜 거품을 흘리게 하며 몹시 상하게 하고야 겨우 떠나 가나이다 당신의 제자들에게 내쫓아 주기를 구하였으나 그들이 능히 못하더이다” 예수님이 변화산에서 내려오실 때 이 사람은 이미 예수님의 제자들에게 가서 아들에게 들린 귀신을 쫓아달라고 간구했었던 것이다. 제자들은 그의 아들에게서 귀신을 쫓아주려고 애를 썼지만 쫓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예수님은 변화산에 오르기전에 제자들에게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하리라”라고 말씀하시고 올라가셨다. 이제 예루살렘에서 십자가를 지시고 별세하실 때가 임박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제자들은 아직도 믿음이 없고, 이 세대는 패역하니 예수님의 마음이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예수님은 그 아비에게 말씀하신다. “믿음이 없고 패역한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너희에게 참으리요 네 아들을 이리로 데리고 오라” 그리고 더러운 귀신을 꾸짖으시고 그 아이를 낫게 하신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다시 말씀하신다.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 인자가 장차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리라” 예수님은 모든 권세와 능력을 가지신 분이신데 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믿음과 능력을 겸비한 제자들로 변화시키지 않는 것일까? 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말씀하실 때 그들에게 다 알고 깨닫게 하지 않으실까?
예수님의 제자훈련의 또 다른 방법은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깨닫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반복해서 말씀하고 계신다. 그들이 성령을 받고 성령의 지혜로 깨달을 때까지 예수님은 오늘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반복해서 말씀을 전하시면서 인내하고 계신다.
예수님은 이후에 더 답답한 상황을 만나게 되신다. 분명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 말을 너희 귀에 담아 두라 인자가 장차 사람들의 손에 넘겨지리라” 라고 말씀하셨지만 제자들은 그 말씀을 귀 담아 두지 않고 예수님 앞에서 “누가 크냐?”하는 변론을 하고 있다. 얼마나 한심한 인간들인가? 그런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교훈하기 위해서 어린 아이 하나를 데려다가 예수님 곁에 세우시고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또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라 너희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작은 그가 큰 자니라”라고 말씀하신다. 나 같았으면 “야! 이 한심한 놈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내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한다고 말하고 그 말을 귀담아 두라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지금 누가 큰 자인지 변론하고 있느냐? 이 한심한 놈들아!”라고 야단을 칠 텐데 예수님은 차분하게 교훈하고 계신다.
주님은 오늘 믿음 없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고 답답한 마음으로 주님 앞에 나아와 아뢴 이 아비에게 제자들을 교훈하시는 예수님을 보게 하신다. 답답하지만 언젠가는 그들도 성령을 받고 깨닫게 될 때가 올 것을 알기에 오늘 반복해서 다시 말씀하신다. 한심해 보이지만 그 변론도 얼마 있으면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아시고 차분한 마음으로 아이를 세워넣고 겸손함으로 섬길 줄 아는 작은 자가 큰 자라고 가르쳐 주신다.
사랑의 주님! 저의 답답한 마음보다 더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주님을 보게 하시고 그 답답함을 인내하면서 반복해서 가르쳐 주시고, 차분한 마음으로 교훈해 주시는 주님의 모습을 보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제가이기 때문에 참으시고 제자이기 때문에 기다려 주시고 제자이기 때문에 차분한 마음으로 하나 하나 교훈해 주시는 주님의 마음을 닮게 하옵소서. 주님의 모습을 닮게 하옵소서. 성령께서 자녀들에게 임하여 주시옵소서. 자녀들에게 깨닫는 마음을 주옵소서. 듣는 마음을 주옵소서. 그리고 저에게도 인내와 차분한 마음으로 훈계할 수 있는 지혜를 허락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