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가하는 아들
만(滿) 29년 동안 먹거리와 빨래를 챙겨주었던 아들이 이제 진짜 독립(獨立)을 한다. 이제 우리 부부(夫婦)도 좀 편해질 것 같다. 자기 집에서 자기 돈으로 먹고사는 독립의 시작이니, 아들도 행복(幸福)에 부풀어 있을 때다. 머지않아 이 집에서 신혼생활(新婚生活)까지 할 생각이라고 하니, 더욱 깨끗하게 다듬어서 들어가고 싶을 것이다.
이사(移徙)에는 남이 살던 집을 사서 가는 이사가 있고, 새 집을 분양(分讓)받아 가는 이사가 있다. 헤아려 보니 새 집 이사로는 전세(專賃) 한 번, 아파트 세 번이었고, 헌 집 이사도 세 번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살면서 도합(都合) 일곱 번을 이사 다닌 셈이다.
어제 이사할 집을 청소(淸掃)하려고 나섰더니 장대비가 쏟아졌다. 시간차(時間差)를 두고 새벽까지 촉촉이 내리는 비는 산업체(産業體)와 농민(農民), 그리고 자연(自然)의 동식물(動植物) 모두에게 축복(祝福) 같은 단비였다. 비가 그칠 즈음 10층 아파트에 도착(到着)해 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했다. 전 주인이 어찌나 더럽게 사용(使用)했는지 곰팡이가 더덕더덕해 있었다. 게다가 지은 지 20년이 지나다 보니, 청소를 해도 도저히 그냥 사용하기는 어려운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우선 욕실(浴室)과 변기(便器) 커버부터 교체(交替)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은 새로 도배(塗排)되어 있어 '괜찮네' 싶었던 것도 잠시, 각종 서랍장과 문고리가 너무 지저분해 닦고 또 닦아냈다.
아들의 주공(柱公)아파트 입주(入住)는 벌써 두 번째라 청소도 두 번째다. 4년을 누나 집에 얹혀살다가 옆 라인으로 이사하는 건데, 이전 집보다 훨씬 더러웠다. 20년 된 아파트는 한마디로 올 수리(修理) 및 교체를 해야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새 집이 생겼다고 좋아하는 아들의 마음을 실망(失望)시키고 싶지 않아, 락스와 세제(洗劑)로 열심히 때를 지워냈다.
'이래서 새 아파트가 좋구나' 싶으면서도, 이런 집조차 구하기 힘든 현실(現實)을 보니 주공을 관리(管理)하는 LH공사(韓國土地住宅公社)에서 오래된 아파트에 대한 획기적(劃期的)인 관리 조치(措置)를 마련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다음 주면 에어컨과 건조(乾燥) 겸용 세탁기(洗濯機)도 설치(設置)할 것이다. 이제는 모든 걸 자기가 다 하겠다니 부모(父母) 입장(立場)에서는 해방(解放)이라 좋기도 하지만, 이사할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깨끗한 집을 안겨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아직 주거 복지(住居福祉)가 갈 길이 멀다는 것을 깊이 느낀 하루였다.
옛날부터 이삿날은 '손없는날' 같은 좋은 날짜를 따져서 간다는데, 요즘은 농협(農協) 달력에도 '손없는날'이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 또 옛 어른들은 이사할 때 소금도 뿌리고 짚도 불사르고 하셨는데, 정확(正確)한 의미(意味)는 몰라도 잡귀(雜鬼)와 액운(厄運)을 없애려는 뜻이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소금과 쑥으로 액운은 쫓을 테니, 부디 건강(健康)하게 잘 살아라,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