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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토르 빙하, K2 bc...「베가님」 스크랩 81.K2여정의 끝을 달리다.빠유에서 졸라로...
베가 추천 0 조회 159 15.03.22 12:2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달빛아래 달춤을 추며 광란의 밤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어 새벽 4시에 깼다.

잠시 뒤척이다가 헤드랜턴이 침침하여 어둠속에서 랜턴 배터리를 교체한다고 하다가 그만 뭘 잡아뜯었는 지,랜턴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

이런....ㅠㅠ

뜻하지 않게 당한 난감함...

이리 저리 랜턴과 씨름하다 결국은 완전히 망가져버렸다고 포기해 버리고, 촉박한 시간에 짐을 꾸리느라 얼마나 허둥댔는 지...

겨우 5시반 아침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갔다.

 

 

 

아침으로 곡물 씨리얼과 끓인 분유, 밥, 미역국과 후르츠 칵테일이 나왔는데, 그만 밥이 설어버린 것이다.

내가 새벽에 치뤄낸 황당함 못지않게 혜마옛도 어찌할 바 몰라 표정이 다 죽어간다.ㅠㅠ

그래도 국이 있으니 미역국에 설은 밥을 대충 말아 먹고, 씨리얼과 가지고 나간 미숫가루를 타서 먹으며 아침 식사를 마쳤다.

 

그런데 우리가 채 물도 마시기 전에 포터들이 식당 철거를 하면서 하산 길을 서둔다.

어제만해도 벌써 내리쬐는 하산길이 무척 힘이 들었었는 지...

오늘은 그보다 훨씬 더 뜨겁고 지칠 하산길의 예견에 한 시라도 그 고난의 길을 단축하려함이다.

그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는 하나 아침 식사를 채 끝내지도 않았는데 식당 텐트 철거라니...조금은 언짢은 기분이 든다.

 

헐~

그러고 보니, 주방팀은 벌써 출발을 했다.

마시던 물컵은 우리와 함께 출발한 천막 포터에게 주고 우리도 서둘러 출발했다.

 

그래~

왜 아니겠어~

내가 올라올때 술도 마시지 못하는 내 눈앞에 타는 듯한 갈증을 풀어줄 온갖 맥주들이 날아다녔던게 떠올랐다.

'타는듯한 갈증으로 죽음의 트래킹이었던 졸라에서 빠유가던 길...'

3리터의 물병중 2리터는 임티아스에게 맡기고 1리터씩만 내 배낭에 넣어 간 그 가볍디 가벼운 배낭 조차 천근 무게감으로 느껴졌던....

그런데 저들의 등에 맨 짐은 무려 25kg....

아!!

 

 

 

 

오늘의 여정도...

고로에서 우르두카스까지....

그리고 우르두카스에서 빠유까지의 험악했던 길과는 사뭇 다른 종류의 험준함의 연속이었다.

자욱을 뗄때 마다 흙먼지가 폴폴 이는 끝없는 고운 모래밭 돌길...

나무 한 그루 없는 황야...

 

 

 

 

 

 

그러나 마음 단단히 먹었던 예상보다는 해를 등지고 걷는 하산 길인데다가 실바람까지 살살 불어주니

이게 마치 비단 길인 양 또 신바람이 나는 거다.

오를땐 그리도 힘이 들었었건만....

워낙에 험준한 K2bc와 G1,2bc를 다녀온 지라 우리 몸이 이제는 적응이 된 모양이다.

아무래도 고도가 2,000m나 낮아졌으니,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폐활량이 얼마나 풍부해졌겠는가~

이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거지! ㅋㅋ

 

 

 

거기다가 간간히 푸른 나무도 보이니, 벌써 눈이 달리 반응하는것 같다.

오로지 하얀 색과 검푸른 빛과 황톳빛 만을 보다가 얼마만에 접하는 초록인 지...

동공의 크기도 달라지지 않았을까....ㅎㅎ

 

 

 

 

 

그뿐만이 아니라 이제까지 우리 발끝에 닿았던 돌덩이 길과는 전혀 다른 세상인듯 고운 모래사장까지 있다.

카라코람과 딱 어울리는 이색 휴양지라고나 할까....ㅋㅋ

여전히 날카로운 암산과 그꼭대기로 살짝 보이는 설산...

그리고 언제 흘러내릴 지 모르는 흙더미 산을 배경으로 거칠게 흘러내리는 강물의 모래사장이라니....

 

 

 

 

 

 

그래도 휴양지 모래사장을 만났으니 한바탕 카라코람식 썬텐을 하고 가야 하지 않겠어??

우린 배낭을 벗어 던지고 모래 사장에서 폼을 잡으며 그 고운 흙의 체취를 느꼈다.

 

 

 

 

 

 

 

 

 

 

 

 

 

 

 

흙과 모래가 섞인 끝임없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길이었고, 반질 반질한 둥그런 돌길과 고운 모랫길을 걷느라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는데, 어쨋든 발바닥에 닿는 면이 돌덩이가 아닌것만으로도 비단길을 걷는 느낌이었으니....

K2bc가는 길의 험준함이 얼마나 대단했는 지 새삼 느껴진다.

하긴,온통 거대한 바위 돌덩이와 날카로운 돌길 그리고 보기에도 위압적인 빙하 크레바스 길이었으니....

 

 

어느새 점심장소에 도착했다.

오를땐 전혀 존재 기억도 없는

거대한 암산 그늘막...

K2여정증 황야-빠유가는 길에 이렇게 황홀한 그늘이 있었다니....

천하의 별장이 따로 없다.

 

카레라이스와 삶은 계란과 감자, 그리고 파인애플 통조림으로 점심을 마치고는 바위 아래 누워서 이 황홀한 별장에서의 휴식을 만끽했다.

시야에 들어오는 파아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그리고 그 아래 가득한 암산과 흙산...그리고 저만치 보이는 설산까지...

아니, 거칠게 흘러가고 있는 잿빛 흙탕물과 떠내려가는 돌덩이의 부딪힘까지 생생한 거친 물소리까지...

아니...온 몸을 감싸고 도는 산들바람의 살랑임까지...

 

아!!

이렇게 좋을수가 .....

천국의 느낌이 이렇듯 황홀할까....

 

맘같아선 한 숨 푸욱 오수를 즐기고 가고싶었지만....

곁에서 짐을 다 꾸리고 애처로운 눈길로 우리를 보고 있는 포터들을 보니, 이제까지 보다 더 힘들 오후시간인 지라 우리도 훌훌 아쉬움을 털어내며 배낭짐을 꾸렸다.

 

 

 

 

 

 

 

 

 

 

 

 

 

 

제법 많은 말과 포터들을 연속 만났다.

빈 몸인걸 보니, 일이 끝나서 하산하는것 같은데, 아직도 이리 캠프지에 트래커들이 있었나?? 문득 생각케 한다.

이제는 날씨가 나빠져 K2bc여정은 거의 끝이다.

암튼  이들을 보면서 남은 자들이 무사히 여정을 좋은 날씨에 마치고 내려오기를 빌어본다.

 

 

 

이들 역시 빈몸인데도 몹시 지쳐보인다.

강렬한 태양빛 아래선 강자가 없어 보인다.

 

 

 

 

 

 

 

쉬고 있는 우리 포터들을 또 만났다.

아무리 뜨거운 열사라도 하산 길이라 쉬울것 같은데도 오를때 보다 훨씬 자주 맞딱뜨리는걸 보니,

기인 일정에 제대로 못먹어서 체력들이 바닥이 난것 같다.

 

가지고 있던 물과 간식을 나누어 주고는 사진 찍기 좋아하는 우리 포터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작은 관심이 조금이나마 이들에게 힘이 되길 바라며...

 

 

 

 

 

체력이 바닥나 가는 우리 스텝과 포터들과는 달리 우린 날로 힘이 넘쳐나 예상 시간보다 훨씬 빠른 시간에 도착을 했다.

이런 우리들을 보고는 임티아스 난리났다.

'굿 워커' '스트롱 우먼' '럭키 팀'

 

우린 여유롭게 그늘에 앉아 담소를 나누었다.

워낙 아침도 점심도 이른 시간에 먹은 지라 4시쯤 간식을 해준다는 거다.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 파키스탄 라이스를 해준다는 거다.

그럼 저녁을 피자로 해달라고 하니, 크림 파스타를 해주겠다고....

우왕~~신나 신나~~

 

저녁으로 내가 준 치즈를 넣어 크림 파스타를 해가지고 왔는데, 맛이 정말 환상이었다.

파스타 샐러드도 해오고, 담백한 브레드도 구워왔다.

이번 여정에선 혜마옛이 쿡이었고 임티아스가 우리의 가이드였지만, 원래 쿡이었던 임티아스의 센스가 아주 만점이다.

갑자기 이 만찬에 와인 한 잔이 그렇게도 간절해졌다.

왜 커피만 챙겼지 와인 한 병을 생각치 못했을까,,,,,안타까움 마저 인다.

내가 술은 못마셔도 아프리카 배낭여행을 떠날때도 면세점에서 위스키 한 병을 챙겨갔고,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 갈때도 작은 와인 한 병과 작은 위스키들을 한 꾸러미 챙겨갔거늘....

그냥 빡쎄다는 K2여정이라는 가위에 눌려 그만 낭만을 잊은거다. ㅠㅠ

 

오랜 시간  담소를 나누었다.

주된 스토리의 주제는 다음 여정....ㅋㅋ

그것도 먹거리를 어떻게 준비해올 지에 대한 것...

 

잠자리에 들을까...식당을 나섰다.

그런데 오늘도 여전히 밤하늘의 하얀 구름이 매혹적이다.

혹시...어제 빠유에서 처럼 어느 순간에 달이 쏘옥 하고 솟아 오를까...

그 극적 순간을 떠올리며 한동안 모두들 하늘을 주시하며 서 있었다.

 

꽤 오랜 시간 그리 달빛속에 서 있었다.

저 높디 높은 암봉에 가려져 보이지 않고 있는 달이 어느 암봉 사이로 순간 고개를 쏘옥 내밀까 점쳐 보면서....

모든게 그저 황홀한 순간이다.

멘델스존 / 무언가, Op.109 ㅣ 협주적 변주곡, op.17
                               Daniel Muller-Schott. cello Jonathan Gilad.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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