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시원한 고원의 도시
태백 라이딩
태백시는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태백산을 중심으로 함백산, 대덕산 금대봉 등 백두대간을 잇는 산과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연못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사계절 내내 볼거리가 풍부한 지역으로 삼수령, 두문동재, 만항재 등 고개가 많아 라이더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이번호에는 여름에도 시원한 고원의 도시 강원도 태백에서 자전거를 타고 둘러볼 수 있는 3개의 코스를 소개한다.
고원의 도시 태백은 삼수령, 두문동재, 만항재 등 높은 고개와 아름다운 자연이 어우러진 자전거 타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무더운 여름에도 에어콘을 거의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다른 지역에 비해 온도가 낮아 로드 뿐만아니라 산악자전거를 타기에도 제격이다. 산악자전거의 경우에는 대부분 만항재에서 시작하는 운탄고도 코스가 유명하다.
이번호에 소개할 로드 코스는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황지 연못에서 시작하여 삼수령을 넘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두문동재를 넘어 다시 출발지인 황지 연못으로 돌아오는 약 58.6km 코스와 황지 연못에서 출발하여 만항재를 오르는 13.5km의 업힐 코스를 소개한다.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 연못
태백시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황지 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있다. 황지 연못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드넓은 영남 평야를 유유히 흘러 강을 이루어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남해로 빠져 나간다. 연못의 둘레가 100m인 상지와 중지, 하지로 구분되며 하루에 약 5천톤의 물이 용출된다.
황지 연못에는 황부자 며느리라는 숨은 전설이 내려오는데 이곳에 살던 황부자가 시주를 필요로 하는 노승에게 시주 대신 두엄을 퍼 주어 천지가 진동하면서 집터가 연못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현재는 숲이 우거진 공원으로 조성되어 태백시민의 휴식처로 자리잡고 있다.
황지 연못에서 출발하여 3대강의 발원지인 삼수령으로 향한다. 황지 연못에서 황지천을 따라 올라가다 화전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하여 35번 도로를 타고 삼척방향으로 올라간다.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 삼수령
삼수령은 태백시 적각동에 자리하고 있는 고개로 한강, 낙동강, 오십천의 분수령으로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분기되어 나오는 분기점이다. 이 고개에서 흘러간 물이 북쪽으로 흘러 한강을 따라 서해로, 동쪽으로 흘러 동해로 빠져 나가는 오십천, 낙동강을 따라 남해로 흐르는 낙동강의 분수령이라 하여 삼수령이라 불린다. 옛날부터 황지지역은 시절이 어수선하면 난리를 피해 이 재를 넘어 피난을 온 고개라는 뜻으로 피재라고도 불린다.
삼수령에서 좌측 길로 올라가면 매봉산 고랭지 배추밭이 유명한 바람의 언덕이 있다. 바람의 언덕에 올라서면 풍력발전기와 고냉지 배추밭, 그리고 멀리 보이는 능선 전망이 파노라마 처럼 펼쳐진다.
황지 연못에서 삼수령으로 가기 위해서는 삼수령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하여 올라가야 한다. 계속직진하면 새로 개통된 삼수령터널을 지나게 된다. 삼수령을 지나 고개을 내려가면 다시 35번 도로를 만나게 되고 로터리 공원을 지나 창죽교에서 좌회전을 하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 가는 길이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태백시 창죽동 금대봉 기슭에 자리한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이다. 한강이 이곳에서 발원하여 양평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서해로 흘러간다. 검룡소는 하루 2천톤의 맑은 지하수가 솟아나오는 냉천으로 사계절 9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한다. 검룡소와 그 주변의 계곡을 하나로 묶어 명승 제73호로 지정되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 바다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최상류인 검룡소에 들어갔다는 설이 전해진다. 실제로 검룡소에는 용트림 한 것 처럼 바위가 깊게 골을 이루어져 있다. 주위의 암반에는 물이끼가 푸르게 자라고 있어 신비한 모습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태백산 일대와 검룡소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자전거를 타고 검룡소까지 갈 수 없으며, 검룡소 주차장까지만 갈 수 있다.
검룡소에서 다시 출발지인 황지 연못으로 돌아 가는 검룡소 코스가 태백 자전거 여행의 2코스이다. 계속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면 창죽교에서 좌회전을 하여 미동초등학교 앞에서 424번 도로를 타고 판문리을 지나 사북을 거쳐 두문동재로 향한다. 판문리부터 사북, 고한읍과 두문동재의 업힐 구간은 정선군에 속한다.
업힐과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두문동재
두문동재를 오르기 위해서는 고한읍 상갈래 교차로에서 38번 도로를 타고 두문동재 터널 방향으로 올라가다 두문동재 삼거리에서 우측 금대봉길로 우회전하여 올라간다. 두문동재의 경사도는 동쪽인 태백에서 오르면 10%, 서쪽이 15% 정도로 고한읍에서 올라가는 고개가 더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업힐이 이어진다.
두문동재는 태백산과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도로 주변에는 전나무와 자작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곱게 피어난 야생화와 청하하게 들려오는 새소리가 라이딩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두문동재의 좌측은 금대봉(1,418m), 우측은 은대봉(1,442m)이 자리하고 있으며 두 봉우리의 끼고 올라간다. 정상에서 가파른 내리막을 연이어 나타나고 다시 38번 도로와 만나 출발지인 황지 연못에 도착하게 된다. 태백시 자전거 여행의 1코스이다.
두문동재는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의 경계에 있는 해발 1,268m의 고개로 싸리재라고도 불린다. ‘두문불출’이라는 말이 이 고개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조선 초기 경기도의 두문도에 살던 고려 망국 유신 가운데 삼척 땅에 유배 온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을 뵈러 왔다가 공양왕이 타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태백의 건의령에서 관모와 관직을 버리고 이 고개를 넘으며 ‘불사이군’ 즉 두명의 왕을 섬길 수 없다는 정신으로 이 고개 밑에 두문동이라는 이름을 짓고 터전을 잡게 되었다. 그래서 두문동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아름다운 풍경 만큼 힘든 업힐, 만항재
황지 연못에서 출발하여 만항재 오르는 길은 경사도가 10%로 매우 가파르고 어려운 코스 중의 하나이다. 만항재를 오르는 초입부터 오르막이 시작되어 O2리조트와 태백선수촌을 지나 만항재까지는 약 13.5km로 해발 1,338m를 올라야 한다. 하지만 정상에 올라서면 백두대간의 능선이 끝없이 펼쳐지고 흘러가는 구름과 어우러진 풍경은 일품이다. 특히 태백선수촌에서 바라보는 일몰 또한 아름다워 오후 늦게 라이딩을 즐기는 경우도 많다.
태백선수촌까지는 행정구역상 태백시에 속하지만 선수촌을 지나 만항재는 정선군에 속한다. 만항재는 함백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으며, 하늘숲 공원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천연 야생화 군락지가 있다.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장엄하게 뻗은 함백산과 태백산으로 흐르는 산줄기의 고갯마루이다. 라이딩을 마치고 휴식 겸 산책을 하듯 한 바퀴 둘러 볼만 하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깊게 심호흡을 하면 솔향기와 함께 신선한 공기를 느낄 수 있다. 더운 여름인데도 불구하고 긴 팔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 감싸고 돈다.
올 여름 더위를 피해 태백에서의 라이딩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