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葆光의 수요 시 산책 89)
麟之趾(인지지)
麟之趾 振振公子 于嗟麟兮(인지지 진진공자 우차린혜)
麟之定 振振公姓 于嗟麟兮(인지정 진진공성 우차린혜)
麟之角 振振公族 于嗟麟兮(인지각 진진공족 우차린혜)
기린
기린의 발이여 어진 공자여 아아 기린이여
기린의 이마여 어진 자손이여 아아 기린이여
기린의 뿔이여 어진 집안이여 아아 기린이여
- 『詩經(시경)』, 편자 미상, 심영환 옮김, 홍익출판사, 개정판 2012
**
두 기린麒麟이 있습니다. 한 기린은 우리가 지금도 눈으로 보고 있는 포유류의 한 종으로서의 기린입니다. “포유류 가운데 키가 가장 큰 기린은 키가 5.5m 이상이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동물로, 몸은 비교적 작고 다리와 목이 매우 길다. 등은 뒷다리와 엉덩이에 이르기까지 아래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꼬리는 술처럼 생겼고, 목에는 짧은 갈기가 있다. 암수 모두 2~4개의 짧고 피부로 덮인 뿔이 있고, 두 눈 사이에는 중앙 융기부가 있는데, 북부에 사는 것들은 중앙융기부의 길이가 뿔의 길이와 거의 같다. 모피는 옅은 담황색이고, 규칙적인 기하학적 무뉘에서부터 불규칙적인 얼룩이나 잎사귀 모양 무늬에 이르는 다양한 형태의 적갈색 반점들이 있다.”
하지만 오늘의 시에서 노래하는 기린은 상상 속의 동물입니다. 이 기린은 “중국 신화에 나오는 외뿔짐승이다. 이 짐승의 출현은 매우 드물며 흔히 현인이나 뛰어난 성군聖君이 곧 태어나거나 죽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의 이름은 ‘기(수컷)’와 ‘린(암컷)’ 두 글자의 결합이다. 앞이마에 외뿔이 있고 배는 황색이며 등은 얼룩덜룩하고 말과 같은 발굽, 사슴과 같은 몸뚱이, 소와 같은 꼬리가 있다. 기질이 온순하고 새로 난 풀로 걸어다니지 않으며 생채소를 먹지 않는다. BC 2697년 전설적인 임금 황제黃帝의 정원에 처음 나타났고, 3세기쯤 뒤에 요堯 임금의 수도에 또 한 쌍의 기린이 나타났다고 전한다. 공자孔子의 어머니가 공자를 가졌을 때도 나타나서 위대한 현인이 세상에 나온다는 것을 알게 했다. 기린은 전차에 치어 다침으로써 공자의 죽음도 예고했다. 1414년에 열대 아프리카산 동물인 기린이 처음으로 중국에 들어왔는데 명明의 영락제永樂帝는 이것을 전설로 전해오는 기린으로 선물받았다. 영락제는 과장된 아첨을 꿰뚫어보고 자신은 현인이 아니며 이 동물도 기린이 아니라고 말했다”(이상 ≪브리태니커 사전≫에서 인용, 한국브리태니커 회사, 1992, 제3권 156쪽).
상상의 기린은 태평성대太平聖代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을 것입니다. 태평성대는 ‘나라에 혼란 따위가 없어 백성들이 편안히 지내는 시대’를 일컫습니다. “기린은 상서로운 동물로 정치가 잘 될 때 나타난다고 한다”(위 옮긴이의 해설 일부). 정치가 잘되지 않아도 태평성대를 누리는 이들이 일부 있겠지만, 우리가 말하고 바라는 태평성대는 일부의 태평성대는 아닐 것입니다. 정치적으로 나라가 혼란한 시기에 온 산천에 번지는 산불로 세상이 더 어수선합니다. 어제는 의성 산불로 가까운 영덕과 포항의 죽장에도 대피 명령이 떨어졌다는 재난 안내 문자가 오더니 오늘 아침에는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번진 청송, 영양, 영덕에서 십수 명의 사망자가 나왔다는 기사가 뜹니다. 잠들기 전 한밤중까지도 바람이 거세더니 아침 들어 바람이 많이 잦아들었습니다. 바람이 잦아들듯 산불도 혼란한 정국도 빨리 잦아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린의 발이여 어진 공자여 아아 기린이여/기린의 이마여 어진 자손이여 아아 기린이여/기린의 뿔이여 어진 집안이여 아아 기린이여” 우리는 지금도 기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린과 함께 올 현군, 현인, 메시아를 기다리는 것이겠지요. 두 기린이 있습니다. 현실의 기린과 상상의 기린. 우리가 기다리는 기린은 어떤 기린일까요. 현실의 기린과 상상의 기린은 다르면서도 어쩌면 같은 기린이 아닐까, 어쩌면 두 기린은 바로 우리 모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는데 이 생각은 너무 나간 것일까요. 어쨌든 우리가 현재 사는 나라는 민주民主ㆍ공화共和의 나라입니다. (20250326)
첫댓글 기린과 함께 현인과 성군이 오셔 평화세상의 중심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의성-안동-청송-영덕-영양의 산불이 잦아든 바람과 같이 속히 지식(止息)되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