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암 울트라 100Km 완주기
달리기를 잘 하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즐기는 수준으로 시작하여,
2002년도에 첫 풀코스를 완주하였으니, 벌써 마라톤을 시작한 지 10년째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풀코스 완주시간을 단축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지고
거리를 늘려서 완주하는 울트라 마라톤에 더욱 더 관심이 간다.
하지만, 평소에 운동량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울트라마라톤을 즐길 만큼
다리 근육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스스로 평가하다 보니, 관심만 있을 뿐이다.
2년 전인 2009년 8월 8일 시청앞에서 분당의 율동공원을 왕복하는 100Km 울트라를
처음으로 참가하여 완주 제한시간인16시간에 8분여를 남겨 놓고 골인한 바 있다.
이번 천진암 울트라를 위해 2번의 연습주가 있었다.
첫번째 연습주는 4월 29일날 코스도 익힐 겸 양평 분원리에서 출발하여 황금산 방면으로
연습하러 갔다가, 비가 너무 쏟아지는 바람에 20Km 지점인 황금삼거리에서 멈춘 바 있다.
두번째 연습주는 5월 6일 금요일 분당구청에서 한강 방면으로 저녁 8시부터
6시간 55분 동안 천진암 울트라를
신청한 분들하고 50Km 달리기를 하였다.
이것이 내가 이번 울트라를 위해 준비한 훈련이었다. 조금 부족한 듯 하기는 하지만,
힘들면 걸으면 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다지 긴장은 되지 않았다.
대회 당일날 분당구청에서 모여 대회장으로 이동한 후에 배번호를 받고,
음식점으로 이동하여 맛나게 식사를 하고 나니, 출발 1시간 전이다.
써비성, 포니, 청봉, 가는세월, 내사리와 같이 한 컷트
바셀린도 듬뿍 바르고, 키네시오 테이프로 장딴지와 무릎 보호를 위한 테이핑을 하였다.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오락가락 하는 비가 출발시간에도 멈추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배냥을 맨 상태에서 우의를 걸치고 출발한다.
보통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출발 이전에 살짝 긴장이되는데,
이번 울트라마라톤에서는 출발하고 나서 과연 내가 완주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조금 긴장하는 마음이 든다.
광수중학교에서 출발한 지 10여분이 지나자 비가 그치는 느낌이다. 우의를 그대로 입고 달리는 것은
조금 불편하기도 하기도 해서 우의를 벗다가 손목에 찼던 후레쉬를 떨어 뜨리고 말았다.
멈추어서서 후레쉬와 건전지를 주워 맞추어서 달리는데,
조립이 잘못 되었는 지 자꾸만 해체가 되는 등 계속해서 신경이 쓰이더니,
다시 한 번 조립한다고 하였는데, 결국에는 후레쉬가 작동이 안된다.
나중에 집에 와서 보니, 밧데리가 2개만 들어있다. 밧데리가 3개인데, 한 개를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배낭에 묶어 놓은 깜박이 등으로 뒤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만 있고,
내가 앞으로 가기 위해 불빛을 비추는 기능은 없어진 것이다.
초반에는 경사가 낮은 오르막이 계속되다가 나중에는 조금 경사도가 높아지는데,
1차 반환점인 천진암성지 8.2Km까지는 거의 걷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형태였다.
이곳까지 소요시간은 1시간 정도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반환점을 돌고 나서는 조금 빠르게 달려 내려가서, 출발지인 광수중학교를 지나
연습주를 위해 왔었던 분원리 3거리를 지나 앞으로 앞으로 향한다.
도중에 하남울트라마라톤클럽에서 한 무리를 지어 달리는데, 그 그룹사이에서 달리다보니
이곳 회장이 하남치타다. 덕분에 한 무리를 지어서
20여키로를 10명 이상의 그룹으로 달리게 된다.
한동안은 추풍령을 만나서 동반주를 하였는데, 35Km를 지나면서 부터는 만나지 못했다.
23키로 지점에서 일출이와 분당검푸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6~7명의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을 받으며
꿀맛같은 수박 한 조각을 맛있게 먹는다. 그동안 우비를 배낭 옆에 걸치고 뛰었는데,
자원봉사자가 배낭에서 '선배님! 이것 주세요~'하면서 우비를 떼어 내어 편하게 해준다.
이곳에서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었는데, 나중에 사진에 찍힌 시간을 보니, 2시간 40분이 흘렀다.
대회조직위에서 거리표시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30Km 표지판이 눈에 보인다.
처음으로 스톱워치에 랩타임으로 기록하여 보니, 3시간 36분 22초가 걸렸다.
1Km당 7분 속도로 하면 3시간 30분인데, 6분이 더 걸린 시간이다.
천진암 성지를 올라갈때를 제외하고는 오르막이 나오면 걷고, 내리막과 평지에서는 달리는 형태이므로,
달리는 속도는 6분 40초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6분 40초 속도로 풀코스를 달리면 완주시간이 대략 4시간 40분~50분 정도가 된다.
첫번째 체크포인트이면서 간식을 주는 35.4Km에 도달하여서는 식사를 한 지
5시간 정도가 지나서 그런 지
상당히 허기를 느껴서 조그만 송편 4개와 과자 1개, 콜라를 3잔이나 마신다.
이곳에서 조금 쉬면서 파스도 다리에 뿌리고, 출발하여
황금산 삼거리 40.4Km에 도착하니 소요시간이 4시간 59분이다.
이곳까지는 오르막을 제외하고는 거의 걷지 않고 달리는 것이 무난하였다.
황금산은 역시나 가파르고 쉽지 않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도로는 한적하고,
빠른 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하여 보지만, 출발한 지 5시간이 경과하였고,
거리상으로도 풀코스를 넘는 거리이기도 하고, 몸에서도 힘들다는 신호를 보낸다.
산속길을 걷거나 내리막에서는 천천히 달리는 상황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아주 한적하다고 표현하는 새소리,
가다가 집이 있으면, 그 곳에서 개가 짖는 소리,
논이 있는 경우에는 개구리들의 합창소리만 있을 뿐이다.
이런 소리가 한편으로는 힘을 내도록 하기도 한다.
내리막길에서 쉬지않고 천천히 달려서 48.5Km 지점에 도착하니 소요시간이 6시간 8분 경과다.
이곳에서 박카스 1병과 물을 지원받고 반환점을 향해 달린다.
이곳부터 5키로는 주로에 차량이 많아서 조금 조심스러운 구간이다.
병삼리3거리라는 53.3Km에 도착하니 분당검푸에서 자봉나온 친구들이 환영해준다.
이곳에서 바셀린을 지원받아 다시 듬뿍 바르고 앞으로, 앞으로...
반환점 58.2Km에 도착하니 소요시간이 7시간 22분이 흘렀다.
이곳에서 국밥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물도 배낭에 더 채우고 곧바로 출발한다.
대신에 5키로는 아주 빠른 걸음으로 걷기로 마음먹고 가는데,
조금 걸으니 춥다는 느낌이 들어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무작정 걷는다.
63Km 지점에 도착하니 소요시간이 8시간 17분이 흘렀다.
63Km까지는 걷기만 하다가, 평지와 내리막은 천천히 달리고, 오르막은 걷는 모드로 전환한다.
병산리 3거리를 지나 황금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계속 오르막이다.
개구리소리를 벗 삼아서 홀로 걸어가는데, 주위가 어둡고
가끔씩 개 짖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무섭지는 않다.
한 참을 걸어서 황금산을 넘어서 황금삼거리 76Km 지점에 도착하니 10시간 32분이 소요되었다.
구간 시간을 정확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13Km 구간에서 갈때 보다 올 때의
소요시간이 1시간 정도 늦었다.
그렇지만 어떠하랴~
남은 거리는 24Km라서 1시간에 6Km씩만 전진하여도 14시간 중반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마음은 여유가 있다.
이곳에서 주최측에서 제공한 오뎅국물 한 컵과 유송화 친구로부터 콜라와 떡을 제공받았다.
마을을 지나면서 반은 걷고 반은 천천히 달리는 형태로 가는데,
새벽 5시가 가까워오니, 날은 밝아 오고 새벽 닭이 꼬꼬댁 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리는데
반갑기도 하고 나름 정겨운 느낌이 든다.
정말로 오랫만에 들어보는 소리다.
체크포인트 81Km 지점에 도착하니 소요시간이 11시간 14분이다.
뛰다, 걷다를 반복하니 그래도 5키로를 오는데 42분이 걸렸다.
이곳에서 오뎅국물을 마시고, 주먹밥은 잘 넘어가지 않는다.
남은 거리가 19Km라서 천천히 걸으면서 간간히 뛰려고 하지만,
발목이 시원치 않아서 그런 지 자꾸만 걷게 된다.
힘은 들지만 남한강변에서 구름에 가려 햇빛이 간간이 비치는 모습과
저멀리 산자락에 구름이 걸린 모습은 정말 보기 좋다.
말로만 듣던 물안개 코스다~
조금 걷다가 84Km 지점 정도에서 황금산에서는 만나고 싶었는데, 보지 못했던 클럽 자원봉사팀이
차를 가지고 와서, 박카스 1병을 제공해준다.
달리는 나보다 자원봉사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것 같다.
마음으로는 달리고 싶은데, 달리는 구간은 아주 일부분이고, 대부분 걷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을 것 같은데, 거리가 별로 좁혀지지 않는다.
한참을 걸어 가다가 87Km 지점에서 살살 달리고 있는데, 굉음을 울리며 차 한대가 지나가더니,
저 앞에서 차를 세우고 누군가 내린다. 갑자기 내 앞으로 달려와 냉커피와 초코렛을 내미는데
심** 부부다. 새벽에 힘든 것을 조금이라도 적게 해주기 위해 나타나는 검푸 사람들 정말 감동이다~
89Km 지점에서는 신** 선배님이 갑자기 나타나셔서 방울토마토와 포도를 건네 주신다.
신** 선배님은 이후에도 3번이나 더 오셔서 포도를 주시니,
한 웅큼 쥐고 걸으면서 먹는 맛은 정말 죽여준다~
내가 달리는 실력은 충분치 못한 상태에서 한계를 느낄겸 천천히 하는 것인데....
주위에서 나에게 베풀어 주시는 자원봉사는 최고급 수준이다.
97Km 지점에서는 토마토를 판매하는 상점에 있던 분이 달려와 2개를 건네 주신다.
너무나 고맙고,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 500미터를 남겨 두고는 신** 선배님이 동반주로 오시고, 100여미터 남겨 놓고는
김** 검푸가 오셔서 셋이 같이 골인 지점을 향해 달린다.
너무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사뿐 사뿐 100Km를
14시간 16분 동안 250리 장거리를 달린 듯 하다.
분당검푸에서 천진암 울트라에 대회 참가한 사람보다 자원봉사한 분들의 숫자가 더 많다.
준비가 덜 되어 있는 내가 완주할 수 있도록 도와 준 많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특히 먹을 것 챙겨 준 아롱이와 하남치타에게 더욱 더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청봉
첫댓글 수고했어....^^ 먼길오느라구 빠른회복하길^^
청봉아 수고 많이 했구나...푹 쉬고 빨리 회복하거라.
상세한 후기 잘 봤네. 울트라 완주 감격의 여운이 울트라 거리만큼 오래 가더만. 봐도봐도 질리지 않고,
그리고 다음 대회 어디 갈까 찾게 되고... 완주 축하해. 오래오래 건강하게 울트라를 즐기자.
수고하셨네
고생했구먼 완주 축하하네.
빨리회복해서 즐런하길......
부럽네^^
청봉아 .. 먼길 수고했다.
새벽닭 울음소리 오래간만에 들어보고.
개구리 맹꽁이 울음 어찌나 시끄럽던지..ㅎㅎ자연을 벗삼아 날밤새운 기분 참 좋지 ?
담엔 어디갈껴 ? 내사리는 한번더 울트라가면 때려 쥑인다는 엄포에 눌려있다 ㅎㅎ
....().....
청봉이 요즘 자주 못봤는데 울트라 준비 했구먼! 완주 축하하고 빠른 회복 바라네~~~~
고생했다 완주 축하하고 빠른회복 바란다
청봉아 축하해!! 그래도 나름 준비를 많이 했구나 다음에 기회 되면 같이 뛰어 보자.....
수고 많으셨네..다음부터는 기록 체크 하지말고 발가는대로 가보자..
밥을 먹을때 미리 방풍복을 입고 먹은 다음 걷다가 벋는게 체온유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
진심으로 완주를 축하해~~!!
청봉아 ~ 멀고먼 울트라 100km 완주를 축하한다~난 6년전에 처음출전했을때 친구들이 무조건 많이먹으면서 중간에 한잠자고 뛰면 완주할수있다고 하여 한배낭짊어지니 어깨 까이고 몸무게까지 늘고 초죽음되어 완주한기억이나는구나~! 순진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