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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서 있던 엄마가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난다며 빨리 집으로 가자고 성화를 부립니다. 6학년이 시작된 지도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한 달 넘게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뛰어 놀고도 싶은데 겁부터 납니다. 수업 중 교실에서 발작 증세가 일어나지 않을까 해서 입니다. 저학년 때에는 학교에서 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업 중에 발작하는 경우가 많아 졌습니다. 의사선생님은 공부하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육체적으로 무리를 해서 생긴 증세라며 신경쓰지 말고 무리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정도 신경도 쓰지 말라하면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건데….
제가 갓난애 때 유독 경기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것도 오른쪽만 뒤틀리며 경기를 했다고 합니다. 엄마가 병원에 데리고 가면 의사선생님께서는 성장통이라고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답니다. 그러나 경기하는 회수가 점점 늘어나고 성장발육이 늦어졌답니다. 엄마는 절 업고 이 병원 저 병원 뛰어다녔답니다. 그러나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큰 병원 가서 정밀검사는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걸음걸이를 배워 걸어다닐 때 오른쪽 다리가 짧고 걸음걸이도 이상해서 빚을 내 정밀검사를 받아보니 머리에 물이 차서 뇌성장을 억제하는 '뇌수종'이라는 병명을 받았습니다. 뇌도 1/2 정도밖에 성장하지 않아 발육이 늦고 경기도 한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성장을 해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하여 일곱살에 수술을 받았습니다. 머리에 차는 물을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수술이라고 하는데 머리에 기계를 주입시켜놓았다고 합니다. 엄마는 수술만 받으면 내가 병이 다 나아 뛰어다니게 될 줄 알았다는데 커갈수록 상태가 악화되어만 가니 속이 상하나 봅니다. 최근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 수술을 받아야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될 수 있다고 빠른 시일 내에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답니다.
아빠는 내가 이렇게 된 게 자기 탓이라며 흐느낍니다, 아빠의 나쁜 병마가 나에게 전해졌다면서요. 아빠는 젊어서부터 신부전증과 당뇨를 앓아오셨습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는 급성심근경색증까지 겹쳐 현재까지 5차례나 수술을 받으셨답니다. 아빠는 지금도 투병 중에 계십니다.
엄마는 오늘도 한숨을 내쉽니다. 우리 가족은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지원금으로 생활하고 있는데 내 수술비가 없어 저렇게 한숨만 내쉽니다. 아빠라도 건강했으면 좋으련만. 내가 수술을 받아 건강해져 우리엄마 얼굴에도 벚꽃처럼 만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광일·서구 동대신3동사무소 사회복지사 051-240-4803.
지난주 아영이 이야기 42명의 후원자 156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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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앗 이광일 선생님.. 문장에 조예가 깊으시더니.... 이런 명문으로 도움을 주시는군요(범전동)
상당히 글이 감동적이네요~바쁜가운데 고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