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28일 _ 출 25장 2-9절_ 더 가까이

[김덕규]

설교본문 : 출 25장 2-9절

설교제목 :  더 가까이

갈등의 골

주님의 은혜와 평화가 우리 모두와 함께 하시길 빕니다. 특별히 집중 호우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주님의 위로하심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한 주간 평안하셨습니까? 날은 덥고 습도는 높고 쉬이 피로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거기에 일본의 수출규제, 러시아 전투기의 영공 침투,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 등 나라 밖에서 불어오는 여러 사건들로 마음에 평화를 담기에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자발적으로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하여 마트를 운영하시는 분들의 대응을 보면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희생을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모습에서 이 나라의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극이 중심을 향하여 새로운 것을 생성하기까지는 고단하고, 힘겨운 갈등과 고통을 견디어낼 때 가능할 것입니다.

EBS 라디오 프로그램 중 시 콘서트가 정한 7월의 시인으로 고정희씨를 선택했습니다. 그분의 대표적인 시는 <상혼 영혼을 위하여>입니다.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 듯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뿌리가 잘려도, 뿌리가 혹 없어도 괜찮습니다. 외롭기로 작정하고, 가기로 목숨걸면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영원한 눈물과 비탄, 아무 것도 전망할 수 없는 밤이라도 마주 잡을 손이 나에게 오고 있음을 기억하고 그것을 붙들면 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저만치 우리 손을 잡아주실 분이 오고 계심을 알고 뚜벅뚜벅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내었으면 좋겠습니다.

성막의 예물 : 기쁜 마음, 지시대로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이 언약을 맺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모든 백성이 자발적으로 언약의 주체로 섰습니다. 그리고 시내산에서 40일 동안 모세가 머무르는 동안 하나님은 성막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제사장에 대한 임직절차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25장-31장). 성막은 하나님과 만나는 움직이는 일종의 성전, 거룩한 텐트를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거주하시는 공간의 상징적 표현을 담아낸 것이 성막입니다. 먼저 하나님은 성막 건설을 위한 물품을 대하여 이르십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에게 말하여, 나에게 예물을 바치게 하여라. 누가 바치든지, 마음에서 우러나와 나에게 바치는 예물이면 받아라.” 성막을 지을 물품에 첫 번째 조건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합니다. 예물이 예물되는 것은 그 안에 기쁨과 감격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개역개정에는 ‘마음에서 우러나와’를 ‘기쁜 마음으로 내는’으로 번역합니다. 여러분 왜 기쁨 마음으로 할 수 있을까요? 거기엔 이스라엘을 구원하신 하나님을 향한 감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의 인생법칙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서 우리의 시간과 물질, 에너지를 드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전혀 다른 삶의 방향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우리 삶이 주님으로 인하여 누리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안다면 우리 인생을 기쁨과 감사, 감격으로 채워갈 수 있습니다.

또한 성막건설의 예물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하셨습니다. 필요한 것이 보석도 있지만 그냥 실도 있고, 나무도 있기 때문입니다. 귀한 것 냈다고 스스로를 높이거나 별볼일 없는 것 드렸다고 위축될 필요가 없습니다. 드림의 경중은 결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됩니다. 교회건물을 지을 때 헌금을 많이하고 기여를 많이 한 사람을 높인다면 그것을 주님의 뜻이 아닙니다. 또한 사찰에 가면 기부를 많이 한 사람은 법당안쪽으로 초도 큰 것을 줍니다. 이런 행태는 이미 종교의 근본 본령을 망각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세속의 가치로 차별을 부추긴다면 이미 거기에는 예수도, 붓다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인 것은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르고 그분을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성막은 철저히 주님이 지시하신 식양, 일종의 설계도를 따라야 합니다. 제 아무리 큰 건물을 짓고, 아름답게 보석으로 지어진다 해도 주님의 설계도면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막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뜻이 거기에 깃들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다면 그것은 성막이나 교회가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 교회들이 건물은 화려해지고, 백화점처럼 모든 것을 구매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님의 뜻이 깃들지 않는다면 교회가 아닙니다. 우리 각자도 우리를 겉으로 아무리 포장한다 해도 우리의 삶의 태도가 그분의 지향점과 상관없다면 주님이 머무실만한 처소가 될 수 없습니다. 주님이 지시한 설계도면을 심리학적으로 이해하자면 무의식은 자아에게 어떤 방향과 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것은 내가 보는 ‘나’가 아니라 무의식이 보는 ‘나’를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보는 나와 주님이 보는 나는 다를 수 있습니다. 주님은 스스로를 부요하고 부족함이 없다고 하는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하여 말씀하십니다.

“너는 풍족하여 부족한 것이 조금도 없다고 하지만, 실상 너는, 네가 비참하고 불쌍하고 가난하고 눈이 멀고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네게 권한다. 네가 부유하게 되려거든 불에 정련한 금을 내게서 사고, 네 벌거벗은 수치를 가려서 드러내지 않으려거든 흰 옷을 사서 입고, 네 눈이 밝아지려거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라.”(계 3:17-18)

값비싼 옷으로 치장했지만 너희들은 벌거벗었고, 커다란 집에서 호위호식 하지만 가난하고 제 잘났다고 떠들지만 너희들은 눈먼 자들이라 책망하십니다. 이것이 우리의 실상이 아닐까요! 지난주에 독서모임때 말씀드렸듯이 제가 구경꾼처럼 뒤에 있고, 아래 내의만 입는 꿈을 꾸고 저의 진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목사로서 너의 정체성과 태도를 가르친 내용입니다. 오래살지 않은 제 일생 동안에 꿈을 통하여 내면의 절대중심이신 주님이 ‘나’를 무어라 말하는지 통찰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인생의 복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인생의 설계도면이 아니라 주님이 지시하신 설계도면을 다시금 들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다시 그 설계도에 주목하고 나를 진상을 알아차리고 설계도대로 우리 내면의 성막을 지어가기를 소망합니다.

더 가까이 만나기 위하여

하나님께서는 왜 이런 성막을 번거롭게 만들라고 하셨을까요? 하나님 스스로를 높이고 높임받기 위해서 일까요? 인간을 귀찮게 하기 위해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 가운데 머물기 위해서입니다.(8) 백성들 한복판으로 내려와 더 가까이, 더 가까이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하나님이 백성들 가운데 머무르는 것은 신성이 인간들에게 의식되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의 삶의 중심, 우리의 내면의 삶의 중심으로 다가와 우리와 더 깊은 만남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그 장막의 가장 핵심은 지성소이고 그 지성소에는 언약궤가 있고, 그 언약궤 뚜껑 부위에 시은소, 시은좌, 혹은 다른 말로 속죄소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약궤가 안치된 지성소는 10X10X10으로 정방형의 입방체를 이룹니다. 거룩함의 의미를 담고 있고, 숫자10은 완전한 것이며, 모든 숫자들의 성질의 총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지성소는 하나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성막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사도바울은 이런 장막이나 성전을 눈에 보이는 가시적 건물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거주하실 인간의 내면의 성전을 강조합니다.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이 놓은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며, 그리스도 예수가 그 모퉁잇돌이 되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건물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서, 주님 안에서 자라서 성전이 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도 함께 세워져서 하나님이 성령으로 거하실 처소가 됩니다. (엡 2:20-22)

성도들이 성전이 되고,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어야 함을 권고합니다. 이것이 인간 안에서 성육, 의식화되길 기다리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융은 이런 장막의 이미지에 대하여 언급합니다.

“하나님은 드높이 타오르는 인간 의식의 불꽃 속에서 태어나기 원하신다. 만약 이것이 땅에 뿌리를 박고 있지 않다면 어떻게 할까? 만약 그것이 하나님의 불이 거하실 수 있는 돌로 지어진 집이 아니고 훨훨 타서 사라지는 쓸모없는 지푸라기로 된 오두막이라면 어떠할까? 그렇다면 하나님은 태어나실 수 있을까? 인간은 하나님을 견디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관념의 담지자들이 지닌 최고의 임무이다. 그는 땅의 옹호자이어야만 한다... 하나님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한계를 필요로 하듯이, 의식을 성취하기 위해서 인간을 필요로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분을 위하여 시간과 공간 속의 한계, 즉 이 땅의 장막이 되자.”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은 더 가까이 우리의 인생 한복판으로 다가오길 기대하십니다. 우리 각자가 이 땅의 장막으로 주님께서 임하실 장막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삶은 그분으로 인하여 새로운 변환과 생명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