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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요즘 괴산에서는 스크랩 딱새와의 은밀한 동거 들통나다
농부의 아내 추천 0 조회 69 13.06.12 11:11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비닐하우스 요강에서 딱새가 낳은 6마리의 새끼들이 엄마의 먹이만을 종일 기다리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딱새는 우리 집 거실을 넘보고 자리를 찾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아무리 나무로 지은 집이라지만 주인 허락도 없이 거실 책꽂이에 벌써 하루 종일 날라놓은 이끼랑 부드러운 지푸라기가 가득하다. 문은 다 닫혔음에도 지붕에 비밀통로가 있나보다.

우리집 거실 넘보다
하우스 한 켠에 지은
조그맣고 아늑한
딱새 가족의 집.
오래오래 같이 살자꾸나.
같은 어미로
내가 너에게 배우는 것이
오히려 더 많으니.


괘씸하기도 하고 똥을 여기저기 싸놓아서 혹시나 애지중지하는 조각보 위에 갈겨 놓을까봐 노심초사 문을 열어놓고 나가라고 해보지만 대들보를 사뿐사뿐 날아다닌다. 주인의 애타는 마음도 모르고 오히려 재주까지 부리며 교태를 부린다.

잘 좀 봐 달라는 건지 창가에 앉았다가 부엌으로 왔다가 주인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같다. 이중창 속에 넣은 꽃잎에 자기 몸을 부딪치며 아파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소리도 예쁘고 자태도 아름다워 웬만하면 같이 살고 싶지만 아무데나 갈기는 똥 때문에 도저히 방법이 없다. 금방 쓸어놓고 나갔다오면 또 검불이 있고 흙이 있고 바닥에 똥도 있고...

딱새 입장에서 보면 야박하다 생각하겠지만 책꽂이 사이 빈틈에 공사중인(?) 집짓기를 통보도 없이 철거해버렸다. 공들여 집을 짓다가 무너졌으니 충격이 크겠지. 딱새는 포기도 빠른가보다. 며칠 뒤 우연히 비닐하우스 짐 속에 낀 요강 안에서 딱새 둥지와 알을 발견했다. 어머니 돌아가시고, 시골집에서 어머니 쓰시던 요강과 살림살이를 가져와 아직 정리가 안 된 채 하우스 안에 넣어 두었다. 작은 사과상자를 리폼해서 쓰려고 가져왔는데 요강은 그 사과상자 안에 옆으로 누워있었다. 그 작은 틈 사이에 딱새가 지푸라기를 깔고 아늑한 집을 지었다. 딱 제 몸 들어가서 돌아누울 만큼만 지었다. 욕심도 없다. 오직 새끼를 낳을 장소로만 쓸 모양이다.

며칠 동안 남의 집을 내다버리고 맘이 편치 않았는데 오늘 여섯 개의 알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걸 보니 안심이다. 하우스 한 켠에 집을 지어 예쁜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이웃이 어디 있을까? 열심히 들락날락하고 있는 딱새의 마음이 예뻐서 가까이 있던 빨래대도 멀찌감치 옮겨놓고 출입문도 반대편을 이용하고 최대한 미안한 마음을 덜어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며칠 전 바람이 몹시 불고 비가 내리던 날은 또 안절부절이다. 비가 얌전히 내리면 괜찮지만 바람이 심한 날에는 비닐하우스가 들썩들썩 한다. 심하면 전체가 날아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문을 닫아 놓아야 한다. 새벽부터 비바람에 통째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우선 양쪽 문을 닫고 개폐기를 돌려서 옆쪽 문을 닫아야하는데 고민이다. 언제쯤 집으로 돌아오려는지 어미딱새의 행방을 모르겠고 하루 종일 하우스 안에 있으라 할 수도 없고 고민 끝에 한 뼘쯤 공간을 두고 닫아두었다. 어디서 날아왔는지 장독대에서 비를 맞으며 짹짹거린다. 집안에서 창문으로 지켜보다가 더 열어주려고 나가는데 딱새가 하우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 그렇지 제 새끼들이 있는데....

비바람이 그치고 하우스는 다행히 날아가지 않았다. 그새 딱새도 새끼들을 잘 돌보아서 이제는 여섯 마리 모두 알을 깨고 나왔다. 꼬무락거리며 엄마의 먹이만을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다. 어미는 더 바쁘다. 솜털로 가득한 새끼들을 자주는 볼 수 없어 아쉽지만 허락한다면 우리와 친해져서 오래도록 같이 살면 좋겠는데...... 딱새와 은밀한 동거, 같은 어미 처지로 내가 그에게 배우는 것이 오히려 더 많다

                                                                            

                                                                             - 몇년전 농어민 신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 

 

 

 

 

올해도 딱새는 집을 지었다. 현관 바로앞에 새로 이어낸 처마속에...

새끼들의 합창이 들릴때면 어김없이 어미가 모이를 물고 엉거주춤 날아다닌다.

고양이들의 눈을 피해서 새끼에게 먹이를 전달하는 일은 아주 민첩하고 사랑스럽다.

빨래대에 앉아서 눈치를 보며 타이밍을 맞추는 딱새때문에 빨래를 새로 행구어서 널어놓는 일도 자주 있지만 집안에 책꽂이 틈새에 집을 짓는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에 즐겁게 살아가던 차였다.

문제는 다시 발생했다.

이번에는 고양이다. 두마리 고양이가 다섯마리씩 새끼를 낳았다. 그래 고양이 합이 12마리다. 고양이 밥해대기도 힘들다. 우리집양반 나만 없으면 밥을 가져다 주는통에 밥이 남아나질 않는다. 어미고양이 한마리가 딱새를 낚아챘다. 순식간의 일이다. 빨래를 널려다말고 우리 대한이의 야생성을 발견하고는 내가 나자빠질뻔했다. 순식간에 내키만큼 뛰어올라 딱새를 잡아챘다. 아~~평소에는 부벼대고 치대고 애교쟁이였던 대한이가 호랑이처럼 느긋하게 걷는다. 갑자기 사자같은 그 포스는 어디에서 나오는거지??? 옆에 앉아있던 민국이가 약이올라 안달이 났다. 어떻게 해보려고 대들어보지만 어림없다. 갑자기 아프리카의 밀림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새한마리를 입에 물고 세상을 통치하는양 거들먹거리며 걷는 대한이의 걸음걸이에 이 재밌는 광경을 혼자보기 아까워 카메라를 찾으러 뛰어갔다.

게임 끝. 둘사이에 으르릉거리던 광경이 사라졌다. 새끼를 낳아 날마다 젖을 물리고 있는 어미 고양이가 안타까워 밥도 퍼다주고 치킨도 시켜먹고 했는데 몹시 구진했나보다. 평소에 대한이를 몹시하고 먹을것도 양보안하던 민국이가 이번에는 보기좋게 을이 된것이다.  거드름을 피우던 대한이는 어디로 사라지고 패배자 민국이는 다시 누워서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된다 했지.....

고양이를 지켜보다가 옛날에 농어민신문에 기고했던 글을 찾아보았다. 어머니 자궁처럼 생긴 박달산 밑이 새끼를 잘 낳는 터인가보다. 동물들이 새끼를 낳았다하면 대여섯마리씩 퍼질러 대니 갸들을 거두기도 힘들다. 허기진 고양이에게 잡혀간 딱새 어미가 안됐지만 내가 중재에 나설수도 없는 상황이라 그냥 웃고 말았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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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6.12 22:11

    첫댓글 그럼 딱새~새끼들은 어떻게 됐어~~

    단비가 와서 한시름 놓았겠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오면 되니까..
    나무님 보고 내감자는 택배에서 빼놓으라고 말해줘...
    안나야....오늘은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살고 싶어했던 내일이란걸 너도 잘~알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오늘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힘내서 즐겁게 살도록 노력하자..
    *연숙님 아자아자 화이팅*

  • 작성자 13.06.13 10:03

    단비였습니다.
    세상이 다 촉촉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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