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만디’에서의 생일파티
최 화 웅
아내의 예순 네 번째 생일을 맞아 딸 내외가 저녁을 초대했다. 사위가 “오늘은 제가 특별한 레스토랑으로 모시겠습니다.”하면서 차를 몰았다. 차는 도심의 근사한 음식점을 마다하고 산복도로로 달려 나갔다. 부산진역 앞에서 비좁고 꼬불꼬불한 수정동 산복도로를 따라 올라서면서 속도를 줄였다. 부산동여중 뒤편에 옛날 같으면 피난민들의 하꼬방이 줄지어 섰던 곳에 지금은 낡은 서민아파트가 즐비한 달동네로 향했다. 길가에 차를 세우면 마을버스가 끙끙거리며 지나야할 길이다. 길은 좁고 집은 낡아도 차창으로 내다보이는 6월의 싱그러운 부산항이 일렁이고 있었다. 산만디는 경상도 사투리로 산꼭대기, 산마루, 산언덕으로 두루 쓰이는 말이다. 통영에는 동피랑 서피랑에서 남망산과 물맑은 다도해를 내려다볼 수 있다면 부산의 산만디에서는 오륙도와 영도를 품은 아름다운 부산항을 마주할 수 있다.
차는 노란색 2층 집 앞에 멈춰 섰다. ‘산만디(Sanmandii)'라는 옥호의 레스토랑이다. 옛 초등학교 친구의 이름표를 보는 것 같았다. 첫 인상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썰렁한 문화공간 같이 보였다. 옛 교회 건물을 고쳐 1층은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와 선거사무실로 썼던 공간이고 2층 40여 평에 정통 이탈리아식 가정요리를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산만디‘가 자리 잡았다. 3층 옥상은 오픈테라스처럼 테이블을 두어 별밤과 밤바다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넉넉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오너세프인 정해리씨는 젊은 날 밀라노에서 성악을 공부한 음악인이다. 후덕한 몸매에 상냥한 서울 말씨의 정세프는 열린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손님이 많으면 서빙도 서슴치 않는 또순이 아줌마다. 한쪽에 주방 그 반대편 끝에 피아노와 기타를 두고 뻥 뚫린 하나의 통짜 공간이다. 창문이 널찍하게 달려 부산항의 끝이 잘리지 않고 보인다. 노란색페인팅에 소품과 테이블의 배치가 마치 오페라 공연을 위한 무대장치 같아 정겹다.
우리 가족이 앉을 테이블은 창가의 널따란 창문 밑에 자리 잡았다. 어둠이 잦아들기 시작하는 해거름, 부두에 막 등불이 켜지는 부산항의 야경이 한 눈에 들어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바다 건너 승두말 오륙도로부터 영도를 품은 부산 앞바다는 한 폭 그림 같다. 산만디의 안내 명함에 새겨진 캣치프레이즈가 “부산항, 제대로 맛보자.”였다. 그 말이 정통으로 명중하는 때다. 초행이지만 모든 게 낯설지 않았다. 먼 길 떠났다 오랜만에 돌아와 저녁나불에 가족의 품에 안긴 푸근함이 이런 것일까? 우리는 한우 스테이크와 로제 스파게티, 피자를 시켜 먹으면서 오랜만에 제대로 만든 소스를 음미하며 여유롭고 행복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었다. 식사가 끝날 무렵 종업원에게 케이크를 잘라 먹겠다고 양해를 구하자 갓 내린 커피까지 내어주며 앞 접시를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케이크 한 조각을 나누며 감사의 눈인사를 나누었다.
작은 케이크에 하나의 촛불을 밝히고 옆 테이블에 소리가 넘어가지 않도록 소리를 죽이는 조용을 떨었는데도 눈치를 채 오너세프가 피아노 옆 자리에 앉은 지인들과 의논을 하더니 여성 한 분이 피아노에 앉고 남녀 여섯 분이 혼성 4부 합창으로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순간 큼직한 체구에서 울려나오는 우렁찬 음성이 홀 안을 가득 메웠다. 정세프는 종종 걸음으로 우리 테이블로 다가와 생일을 맞은 아내의 이름까지 자연스럽게 불러주는 세심함이 맛깔스러웠다. 그리고는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경쾌한 아리아를 불러 즉석에서 멋들어진 하우스콘서트를 열어주었다. 열창을 한 분들은 부산에서 오페라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 차 방문한 연대 음대 강무림 교수 일행과 밀라노에서 음악공부를 같이 했던 지인들이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산만디에서는 그 다음 달부터 매월 마지막 금요일 저녁이면 40명의 테이블을 예약 받아 빠뜨리지 않고 ‘디너 오페라 아리아의 밤'을 연다고 한다.
서울 출신 성악가 정해리씨가 산만디에서 세프로 변신한 것은 부산출신 남편 이해성씨를 만난 인연 때문이었다. 이해성씨는 지난날 MBC의 경제부장과 청와대 홍보수석, 한국조패공사 사장을 거쳐 부산 중동구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에 입후보했다가 고배를 마신 쓰라리고 고달픈 체험을 한 정치인이다. 그는 지금도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산복도로 문화 활성화를 기치로 협동조합 ‘산만디 사람들’ 이사장을 맡아 산동네 지역주민들의 생활 개선을 위해 부지런히 뛰어 다니는 보기 드문 생활정치인이다. 착한 가격으로 이탈리아의 정통요리 맛을 선보이며 지역의 생활문화공간으로써 뚜벅뚜벅 걸어가는 산만디는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문재인 한명숙씨를 비롯한 재야인사들도 이미 다녀갔단다.
아내의 예순 네 번째 생일 덕분에 우리 가족은 부산에서 가장 부산다운 곳, 산만디에서 생일 축하 파티를 가질 수 있었다. 나아가서 밀라노에서 성악공부를 하는 동안 하숙집 할머니로부터 전수받은 이탈리아 정통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더구나 남편을 도와 산복도로 문화 활성화에 힘을 보태는 아름다운 내조의 현장을 함께 할 수 있는 행운도 잡았다. 이 모든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릴 뿐이다. 우리 모두에게 산만디가 훗날 정상에 오르는 베이스캠프였으면 좋겠다. God with Us!!
첫댓글 우~~~와!!
멋있겠다^^
산만디 저도 가보고 싶어요.
자매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선미씨! 감사합니다.^^*
자매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우리동네에도 토요일마다 음악감상실 돌체에서 소규모 연주회가 있는데 부산에도 멋진 곳이 있네요.
마지막 금요일 날 잡아서 한번 다녀와야되겠습니다~
철부지님! 잘 지내시죠?
기회 있으시면 한번 내려오십시오.
사모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오랫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말이었습니다. 멋진 레스토랑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명금당님! 이 여름 잘 보내시나요?
부디 평안하십시오.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세여~~`^^
빈첸리아님! 고맙습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 멋진 곳에서 멋진 시간 보내셨네요^^* 저도 언제 가보고 싶어요~
오드리님! 잘 계시죠?
그곳에도 장마가 시작되었나요?
빗소리에 안부 실어 전합니다.
저도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름답고 멋진 즉석 축하공연도 받으시고...
두 분이서 건강 잘 챙기시고 복된 나날 되시길 기도드려요.
청초이님! 산만디를 소개하겠다는 시도가 마누라 생일이 너무 튀었나 봅니다.
고마운 마음으로 축하인사 간직하겠습니다.
행복한 생일파티 축하합니다.
부산 내려갈 때 꼭 한번 들려야 겠습니다.
레오 자형! 잘 계시죠? 장마 피해 없으시구요?
푸르름이 짙어갈 강화 들녁이 새삼 그립습니다.
산의 꼭대기! 그러나 가장 적나라한 현실이 소금절인 재래시장으로 나타나는 그곳, 그리움님,그곳을 다녀 오셨군요? 감명을 저도 함께 느낍니다. 안젤라가 한번 가고 싶다고 투정 하네요? 두분 벌써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미르님! 저는 75년 봄, 신혼생활을 좌천동 산만디에서 시작했습니다.
그곳에는 지금도 그때의 서민아파트가 저희들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산만디에서의 생일파티~~너무 멋지십니다.
늦게나마 생신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엘리님! 고맙습니다. 이 어려운 시절에 생일을 맞았습니다.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