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자전거 여행(부산~울진 ~ 양양~구룡령~홍천~ 양평 ~서울) 후기
2011년 01월19일 (수요일) 맑음 십일째날
양양 ~갈천리 ~ 구룡령 정상 ~ 홍천군 내면
메서운 바람과 추위를 견디면 북으로 달려온지
10일째다.
길에서 만난 모든이들의 관심과 배려는 나를
이 여행길에서 많은 행복을 주었다
남에서 북으로의길은 양양에서 멈추고
동에서 서로 집으로 가는길이다.
구룡령 1013m 를 넘으면 홍천이 닿는다
돌고돌아 한참을 올라가도 끝이 안보이는 높이에
예전 미시령 ,대관령을 넘던 생각이 난다.
많은 시간을 소비해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힘겨운 사투끝에 구룡령 정상에 발을 땅에
내려놓는 기분은 최고의 행복이 아닐까싶다
발을 땅에 닿기 무섭게 오한이 내몸을 삼킨다
후미에 처진 동지들을 기다리며 어찌나 떨었던지......
잠시후 도착한 대장님과 인증삿을 찍은후
추위를 피해 숨가쁜 하산길을 재촉한다
추위와 어둠과 배고품속의 다운힐은
얼어가는 손가락 마디마디와 온몸을
죄여온다
홍천군 내면에 힘겹게 도착후 행운의
지인을 만나 내고향펜션에서 저녁식사와
황토방에서의 휴식은 나를 행복의 시간으로
보내주었다.....
정명석
아래글은 팀리더 흰늑대님의 후기입니다
110119 水 맑음
양양- 구룡령-명개리 48km
자전거에 트레일러를 끌고 구룡령을 오른다.
오르막하면서 내가 나에게 헌정할 수 있는 건 오직 고통과 성실뿐이다. 이 고통과 성실한 페달링으로 나는 내 영혼에게 자유를 안겨줄 수있을 것이다.
아침 9시에 시작한 오르막이 저녁 5시에 끝났다.
해발 1013m인 구룡령을 여덟 시간만에 올랐다. 장기간의 여행으로 모두 체력이 떨어진 데다 네 번의 자전거 고장이 있었다.
양양을 출발하여 3km 쯤 왔을 때에 인디고뱅크님의 뒷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펑크를 수리하려고 타이어를 살펴보니 어느틈엔가 스포크도 한 개가 절단되어 있었다. 추위 탓이다. 추워진 공기가 쇠를 수축하게 하고 수축의 한계를 이기지 못한 스포크가 끊어진 것이다. 내가 예비 스포크를 준비하긴 하였지만 부러진 스포크가 뒤 카세트기어 쪽이라 공구가 없어 스포크 교환을 할 수 없었다. 임시변통으로 부러진 스포크를 흔들리지 않게 옆 스포크에 테입으로 감았다. 휠은 부러진 부분에서 약간 휘어져 있었지만 휠세팅으로 조정을 하여 운행을 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도록 하였다. 구멍난 튜브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고 출발하였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서 그 타이어가 다시 펑크가 났다. 튜브를 새 것으로 갈고 타이어를 뒤집어 속속들이 살핀 다음 조립을 하였다.
한계령과 갈라지는 곳에서 좌회전하여 우리는 남쪽으로 달렸다. 오르막 몇 구비를 돌아가는데 오이쨈님의 체인이 끊어졌다. 펑크 두 번에 스포크와 체인이 절단 되는 고장이 연달아 일어났다. 연이은 고장으로 시간은 지체되고 불안한 기운이 있었지만 우리는 구룡령을 넘는다는 설렘에 빠져 다른 일은 생각지도 못 했다.
미천골 입구에서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56번국도는 차량통행이 워낙 뜸한 곳인데다 지금은 한파로 차량통행이 더 한가로웠다. 1시간에 한두 대의 차량을 볼 수 있었다.
양양에서 구룡령 꼭대기까지는 32km, 전 구간이 오르막이다. 구룡령은 한계령보다 고도가 100m더 높다.
갈천리에서부터 길은 경사가 급해졌다. 단체일렬 운행을 풀었다. 꼭대기까지 개인의 스타일에 따라 오르기로 한다. 개인마다 신체리듬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오르는 사람이 있고 빠르게 오른 다음 쉬는 사람이 있다. 긴 언덕은 개인의 취향대로 타는 게 좋다. 나는 느리지만 꾸준히 오르는 체질이다. 내가 뒤로 처졌다. 앞으로 산장지기님과 인디고뱅크님이 내뺀다. 막내 자작나무님이 나를 지키느라 후미에 남는다. 앞 사람이 보였다 말았다 하는 구비 길을 하염없이 오른다.
꼭대기에서 약 30분간 체류하였다.
사진을 찍고 우리가 올라온 먼 길을 내려다 보았다. 멀리 설악산이 아직도 눈에서 떠나지 않고 바라 보였다. 내린 눈은 말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날씨도 맑았다. 구룡령에서 최악의 상황을 맞으리라 기대 반 걱정 반을 했었으나 모든 게 기우였다. 그저 페달을 성실하게 밟으면 갈 수 있는 길이었다. 약간의 바람과 추위 그리고 지루한 오르막이 있을 뿐이었다. 등산용 아이젠도 준비했었는데......
발목까지 빠지는 눈도 없었고, 몰아치는 눈보라도 없었다. 어쩜 그렇게도 싱거운 길이었다.
내리막은 지옥보다 더 추웠다.
두툼하게 입은 고산용 다운파카로 몸은 바람을 피했지만 손과 발은 동상초기 상태가 되었다. 날은 어두워졌고 구비 구비에는 얼음판이 있었다. 손끝 발끝이 마비되기 시작한다. 영하 20도에 내리막으로 맞는 바람까지 합하면 체감온도는 30~40도는 될 것이다. 내가 앞장을 서서 달리며 휴게소를 찾는다.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얼음판을 피해가며 30~40분을 내리막하였다. 멀리 불빛이 보인다. 어두워진 겨울 저녁 여섯 시. 삼봉휴게서로 다짜고짜 처 들어가 난로를 에워 쌓다. 주인 아주머니가 놀란다. 따뜻한 쌍화차를 한 잔씩 하고나서야 손끝에 감각이 살아나는 것 같다. 영동에 비하면 영서는 배나 더 추웠다.
영혼은 차가워진 육체를 남겨두고 어디론지 사라졌다.
영혼이 자유로워진 것이다. 아니면 영혼이 내리막하는 육체를 따라오지 못 한 것일까? 아니면 구룡령 정상에서 친구를 만난 것일까?
몸이 난로불에 녹아서 풀리고 배가 고플 즈음에 영혼이 다시 내 몸에 찾아 들었다. 얼이 든 것이다.
얼이 빠졌을 때에 우리는 꾀가 났다.
오늘은 텐트를 치지말고 민박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다들 그러자고 했다. 삼봉휴게서에서 1km도 가지 않아 민박집을 만났다. 산장지기님과 자작나무님이 찾아가 큰방을 하나 구했다. 그 와중에 자작나무님은 처형내외를 민박집에서 겸하고 있는 식당에서 우연히 만났다. 자작나무님의 사촌처형 내외는 반갑다면서 우리의 저녁까지 사 주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주인의 허락을 얻어 마당 한쪽에 모닥불을 피웠다.
마침 오늘이 오이쨈님의 생일이란다. 부인 당근쨈님이 은밀하게 부탁하여 김PD가 축하케익을 준비해 왔다.
구룡령을 넘어선 안도감과 생일 분위로 얼큰해진 모닥불 담론은 오감만족이었다.
양양 버스터미널 부근 식당 ( 1층 식당 2층 모탤)
한계령과 구룡령의 갈림길 (직진~한계령) 우축으로 고가밑 좧회전~구룡령)
조침령 입구
구룡령 오르기전 갈천리
멀~리 구룡령이보입니다
보이는 구룡령을 넘어야 ~~ 홍천 내면입니다
구룡령 정상 1,013m
너무 추워서 서있을수가 없네요
구룡령 정상에서 바라다본 양양쪽 (돌아돌아 올라온길을 바라다보니 감회가~~~ )
홍천 내면 도착 ( 20:00 )
너무 지쳐 오대산 내고향 황토방에서
주인장님의 배려로 40,000원에 따듯한 밤을 보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