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적 사고와 방법적 사고
어떤 일을 마주했을 때,
누구는 도전해보려 하고, 누구는 회피하려 합니다.
도전하는 이는 해볼 만한 틈을 찾고, 회피하려는 이는 하지 못할 흠을 찾습니다.
조건적 사고
윗사람 때문에, 직원들이 따라 주지 않아서, 규정 때문에, 평가 때문에, 예산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서….
이런저런 조건 때문에 안 된다 못한다고 합니다.
윗사람이 잘 이해해 주고 직원들이 잘 따라 주면, 규정이 바뀌고 평가 제도가 달라지면, 예산과 시간이 넉넉하면….
이런저런 조건이면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안 된다 못한다고 합니다.
있는 자원도 활용하지 못하면서 없는 자원을 공상합니다.
자기에게서 해결책을 찾기보다 다른 사람의 변화를 요구합니다.
남 탓이나 핑계, 조건 타령을 늘어놓습니다.
제 두레박줄 짧은 줄은 모르고 우물 깊다 불평합니다.
방법적 사고
다른 사람이나 제도의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우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자기가 해야 하는 일을 찾습니다.
자원이 있으면 선용하고 없으면 변통합니다. 강점과 기회와 가능성을 찾아내고 해결책을 찾는 데 빠릅니다.
악조건 속에서도 어찌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찾아냅니다.
‘이런 게 있었네!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하면서 방법을 찾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우선 자기에게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습니다.
「복지야성」 (한덕연)
사고방식을 가르는 건 이상(vision)이 있고 없고
마주한 일에 관한 두 일의 방식을 조건적 사고와 방법적 사고로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사회사업에 한정하여) 왜 이렇게 각기 다른 사고방식을 갖게 되었을까요?
‘이상(vision)’이 있으면 대체로 방법적 사고를 합니다.
이상(비전)이 있는 사람은 우리 일의 끝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 일의 결과를 예측합니다. 어디를 향할지, 나아갈 길을 아니 방법을 찾습니다.
목적이 있으니 쉬어갈 수는 있어도 멈추지는 않습니다.
반면, ‘이상’이 없으면 대체로 조건적 사고를 합니다.
갈 곳을 모르니 지금 눈앞 현실만 보입니다.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하니 주어진 조건을 탓합니다.
매일을 버티며 지내니 그 일이 지루합니다. 재미와 감동을 다른 곳에서 찾습니다.
이제, 누구나 사회복지사가 되는 시대입니다.
사회복지사 급여나 처우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것에만 지나치게 마음 쓰지 않습니다.
어떤 일이든 어떤 직업이든 스스로 자기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소명’입니다.
소명을 가지고 이상을 향하여 나아가는 사람에게 주어진 조건은 해볼 만한 일들을 시작하기 좋은 상황입니다.
방법을 찾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영화 <무사의 레시피>.
무사들의 요리 보조나 한다면 자기 일을 한심하게 여기는 남편에게 아내가 던진 말.
“한심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한심한 요리만 만드는 거예요!”
후배를 지도한다면 ‘이상’부터 제시
후배를 지도한다면 일에 앞서 이상을 제시합니다. 이상을 보여주고,
그 이상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학습하게 합니다.
우선 일부터 하라고, 시키는 일만 잘하라고 하면 당장은 일을 하는 듯 보이나,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오래 일하더라도 창의적으로 일하기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시키는 일은 잘하지만, 스스로 하기 어렵고, 결국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문제는 사회사업가의 일은 우리가 아닌 당사자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데 있습니다.
도전하는 사회사업가, 방법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당사자를 인격적으로 만나며 어떻게든 함께해보자 할 겁니다.
회피하는 사회사업가, 조건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앞섭니다.
상황을 바꿔낼 지혜와 에너지가 없습니다.
자기 일을 대하는 태도, ‘일 가치감’도
방법적 사고를 가진 사람에게서 더 높게 나타날 겁니다.
‘이상’은 학습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도전하는 사회사업가를 원한다면 ‘학습’에서 시작합니다. 「곡선의 시선」 같은 사례집부터 읽어 나갑시다.
「사회복지사를 소개합니다」를 통해 방법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을 책으로라도 만나면
도전하고 개척하는 사회사업가가 될 겁니다.
이상은 학습에서, 학습은 읽기에서, 읽고 난 뒤에는 쓰기.
읽고 쓰는 사람의 실천은 달라집니다. 달라진 실천은 이상을 이루어 냅니다.
방법적 사고의 좋은 예, 통합사례관리사 오의권 선생님
「사회복지사를 소개합니다」에서 공공현장을 소개한 오의권 선생님.
오의권 선생님은 통합사례관리사로 일하며 당사자를 바르게 돕고 싶었습니다.
공공현장 구조 아래에서는 당사자의 강점으로 일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때를 기다렸습니다.
뜻을 잃지 않고 준비하며 기다리자 좋은 때가 왔습니다.
당사자 강점과 내적 자원을 활용하기
매년 실시하는 보건복지부 지역복지평가 분야에 ‘희망복지지원단 운영’이 있다.
이를 참고하여 각 시·도 및 군·구별 평가지표가 설정된다.
현재는 정도가 줄었지만, 과거에는 건·명으로 대표되는 양적 실적이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어떤 욕구에 대응하는 적절한 자원을 연결할 때, 서비스가 시작되는 1회만 입력하면 되었다.
하지만 실적을 늘리려고 가구원과 서비스를 쪼개는 편법을 남용한 부끄러운 시기가 있었다.
의식하지 못했고, 관행적인 분위기를 따라갔다.
사례관리에 관해 공부하면서 우리 하는 일은 당사자를 돕는 일이지,
당사자를 우리 일감으로 삼는 게 아니라는 걸 더욱 선명하게 했다.
개선이 필요함을 느꼈다.
동 담당 공무원 역시 무의미한 실적 늘리기 경쟁으로 업무 부담이 늘었던 때였다.
어떻게 하면 요구 받는 실적도 챙기면서 사회복지사로서 바르게 일할 수 있을까?
동료 통합사례관리사 선생님과 이 일을 몇 년간 의논했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22년 9월 초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이음)’ 개편 시기에 맞춰서
생각에만 머물렀던 일을 실천으로 옮겼다.
바로 ‘당사자의 강점과 내적 자원’이었다.
당사자 쪽 자원의 활용 근거를 남기고 싶었다.
새로운 전산 시스템에 당사자의 11개 욕구 영역을 분류하여 모두 등록해 놓았다.
그 동안 사회복지사 쪽 자원으로 돕고, 지역사회 자원만 전산에 입력하게 되어있었다.
그러니 당사자가 자기 힘으로,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게 도우면 남는 실적이 없으니
사회복지사가 일방적으로 이뤄가려고 했을 것이다.
현장에서는 당사자 스스로 자기 욕구 해결을 위해 노력한 강점과 내적자원이 많은데도
이를 실적으로 집계하는 방법이 없었다.
이제는 당사자의 어떤 일을 도울 때 전산에 새로운 범주로 넣은
‘당사자의 강점과 내적 자원’을 검색하여 여기에 기록하면 된다.
이런 변화를 시도한 결과 질적 실적을 기초로 양적 실적까지 챙기는 일이 가능해졌다.
조직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바라봐주었다.
도구는 누구에게나 제공되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뜻을 바르게 하고 공부하며 동료와 논의하니 길이 보였다.
어부는 썰물일 때는 어구를 손질하며 때를 기다립니다.
그러다 밀물이 오면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습니다.
썰물일 때 한탄하고, 밀물일 때 부랴부랴 어구를 정비하면 때는 늦었습니다. 실천하기 좋은 때는 따로 없습니다.
상황이 따라주지 않으면 학습하고 준비합니다. 중심을 잃지 않게 나를 다듬습니다.
그러다 때가 오면 조금씩 이뤄갑니다.
방향이 있는 배에게 모든 바람이 태풍일 수 없습니다.
때로는 거센 바람이 순풍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