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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도 쓰지 않고 좌우 시력 1.5, 1.2를 자랑했던 기자는 요즘 들어 눈이 자주 충혈되고 오후가 되면 눈 안쪽이 아프기까지 한다. 업무상 하루 종일 컴퓨터에 눈을 붙이고 사는 탓도 있지만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눈이 충혈됐다는 얘기를 자주 듣다 보니 은근히 신경이 쓰인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휴대폰 문자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벌써 노안인가? 노안은 50대가 넘어서 오는 것 아닌가? 걱정도 되고 우울해지기도 한다. 취재를 겸해 회사 근처에 있는 안과를 찾았다. 의사 앞에 앉아서 눈의 충혈을 호소하고 가까운 것이 예전만큼 안 보인다면서 걱정을 늘어놓았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살펴본 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노안(老眼)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예상은 했지만 ‘노안’이라는 단어가 주는 거부감은 예상외로 컸다. “그럼 노안을 막을 방법은, 아니 늦출 방법은 없나요?” “없습니다.” “그래도 눈에 좋은 비타민을 섭취한다든가, 뭐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별 도움 안됩니다. 비타민도 평소에 부족한 사람이 먹으면 효과가 있겠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사람이 섭취한다고 새삼스럽게 눈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 불편하시면 돋보기를 쓰면 도움이 될 겁니다.” “-.-” 의사의 대답은 야박하다 싶을 만큼 단호했다. 잦은 충혈은 안구건조증이 있는 데다 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의사가 처방해준 두 달분의 ‘인공 눈물’ 두 개를 달랑 들고 마른 눈물을 삼키며 돌아왔다. 40대부터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 눈은 50세를 전후해서 본격적인 이상신호가 온다. 노안이 시작돼 돋보기 신세를 져야 하고 당뇨나 고혈압 등 성인병으로 인한 눈 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시신경이 파괴돼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녹내장도 50세가 넘으면 발병률이 매년 0.1%씩 증가한다. 또 안과의사들은 50세에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백내장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안과 의사들이 50세의 대표적 눈 질환으로 꼽는 ‘5대 불청객’노안, 백내장,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안구건조증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알아본다.
노안은 일반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지고, 수정체를 지지해 주는 근육(모양근)의 움직임이 약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가까운 곳을 볼 땐 수정체가 자동으로 두꺼워지면서 망막 뒤에 맺힌 초점을 앞쪽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수정체가 노화로 굳어 줌인 줌아웃이 잘 안되는 것이다. 최근엔 노화로 수정체가 커지면서 안구 내에서 움직일 공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조절력이 줄어드는 현상이라는 이론도 있다. 노안은 30대부터 조금씩 진행되는데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40대 중반 이후 책을 보는 거리가 30~40㎝를 넘게 되면 비로소 느끼게 된다. 잘 안 보이는 것을 무리하게 보다보면 눈이 침침해지고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또 노안에 대한 오해 중 하나로 노안이 오면 시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노안과 시력은 별개다. 노안이 되어도 대부분 시력에는 변화가 없다. 서울 서초동 강남밝은명안과 송명철 원장은 “노안이 시작되면 70세 정도까지는 점점 나빠져 매년 돋보기를 바꿔줘야 한다. 70세가 되면 더 이상 진행이 되지는 않지만 수정체의 조절력이 대부분 없어져 돋보기 없인 가까운 곳의 물체를 보지 못하게 된다”면서 “자외선 노출 등으로 인한 수정체 변성을 줄여주기 위해 외출할 때 보안경을 쓰거나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되지만 노안을 막을 수는 없다. 노안 교정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돋보기를 쓰는 것이지만 최근엔 노안을 수술로 교정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안을 극복하려면 수정체를 조절해주는 근육(모양근)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젊었을 때와 같이 완벽하게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노안교정수술은 불편함을 얼마나 개선해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며 최근 안과학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다. 노안교정수술은 국내에서는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새로운 수술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엑시머 레이저 모노비전, CK수술, 커스텀뷰, 레스토어렌즈, ASA라섹, 고주파각막성형술 등 수술 방법도 다양하고 효과도 각각 다르다. 노안수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은 이름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도 혼란스럽다. 노안교정수술은 방법에 따라 크게 레이저로 각막을 깎는 수술과 교정용 인공수정체를 넣는 수술, 고주파 성형술 3가지로 나뉜다. 각막을 깎는 수술은 근시가 있으면서 노안이 온 경우에 효과적이다. 다초점 방식과 모노비전(monovision) 방식이 있다. 다초점의 경우는 각막을 깎는 정도를 부분별로 다르게 해서 먼거리, 근거리를 모두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모노비전 방식은 한쪽 눈은 먼 거리가 잘 보이게, 한쪽 눈은 근거리가 잘 보이게 하는 수술이다. 원시성·정상시력 노안의 경우에는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주로 한다. 탄력을 잃은 수정체 대신 다초점 특수 인공수정체로 교환하는 것이다. 인공수정체의 종류도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지만 최근엔 미국 FDA에서 공인한 레스토어(Restor) 렌즈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백내장을 없애주면서 노안까지 잡는 수술로도 이용된다. 정상시력의 노안인 경우에 많이 하는 고주파각막성형술은 고주파로 각막 주변에 열을 가해 각막이 볼록하게 나오게 해서 돋보기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병원마다 자신들이 내세운 수술법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수술이 가장 좋은지 말하기는 힘들다. 눈 상태, 직업, 생활습관에 따라 수술 방법도 달라지고 효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근시와 난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장경화(45)씨는 2년 전부터 노안까지 오면서 안경 맞추기도 힘들고 좋아하는 운동을 할 때도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노안은 놔두고라도 근시·난시 교정을 위한 라섹수술을 해볼까 싶어 작년 12월 안과를 찾았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뜻밖에도 노안 교정도 가능하다고 해서 모노비전 방식의 라섹수술을 받았다. 장씨는 “솔직히 노안 교정은 기대 안했는데 신기하다. 수술을 하고 나니 먼 곳은 물론 가까운 곳도 잘 보인다. 6개월은 돼야 확실한 효과가 나온다는데 4개월 밖에 안됐는데도 잘 보인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백내장 65세 이상 노인 질환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져 40, 50대 환자도 늘고 있다. 자외선·당뇨병·아토피·눈 수술·스테로이드 복용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부옇게 변하는 질환으로 대부분 노화가 원인이다. 수정체는 빛을 모아 망막에 정확히 초점을 맺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눈이 침침해지면서 안개가 낀 것처럼 부옇게 보인다. 노안과 증상이 비슷해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백내장은 가까운 곳만 안 보이는 것이 아니라 멀리 있는 사물도 흐리게 보인다. 특히 밝은 곳에 나가면 시야가 더 흐려지고 눈부심을 호소하기도 한다. 안경을 끼는 사람이 시력 변화가 잦아 안경을 평소보다 자주 바꾸게 되면 백내장을 의심해 봐야 한다. 노안인 사람이 갑자기 돋보기 없이 가까운 것이 잘 보이는 것도 백내장 증상 중 하나다. 안과에 가면 현미경 검사 등을 통해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고 수술을 하면 정상적으로 시력이 회복되지만 계속 방치할 경우엔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 초기에는 안약으로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서울 화곡동의 맑은눈안과 유창열 원장은 “시력이 0.5 미만으로 떨어졌을 때를 수술 적기로 보지만 환자의 나이·취미생활·안질환 여부에 따라 시기는 조정될 수 있다. 시기를 놓쳐 동공이 하얗게 될 때까지 수술을 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염증이 생길 수도 있고 녹내장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수술은 흐려진 수정체를 없애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해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 원장은 “최근의 백내장 수술은 95%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시력을 되찾는 기능뿐 아니라 시력의 질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첨단 인공체 덕분에 백내장 수술과 동시에 난시·노안 교정도 가능해졌다. 특히 비구면 인공수정체의 경우 야간에 빛이 번지는 현상을 많이 개선했고 선명도도 좋아졌다”고 밝혔다. 녹내장 녹내장은 시신경이 파괴되면서 실명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3년 23만5000명이었던 녹내장 환자가 2009년 39만9800명으로 70%가 늘었다. 녹내장은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으로 꼽힌다. 눈 속에는 안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방수(房水)라는 액체가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눈 밖으로 배출되면서 순환하는데 방수배출구가 막히거나, 배출구가 열려있지만 안압이 올라가면 녹내장이 온다. 녹내장에는 급성과 만성이 있다. 급성녹내장은 심한 구토와 함께 머리와 눈이 동시에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불빛이 무지개같이 퍼져 보이기도 한다. 48시간 이내에 안압을 내려주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만성녹내장은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 말기까지 진행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 시신경이 80% 이상 파괴돼야 시야가 좁아지고 시력이 떨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말기가 되면 종이를 동그랗게 말아 눈에 대고 보는 것처럼 주변은 안 보이게 된다. 안압은 정상이라도 시신경이 약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양인에게 많이 나타난다. 한국녹내장협회 조사에 따르면 녹내장은 40세 이상 성인 100명 중 4명꼴(2007~2008년)로 발병하고 이 중 66%가 정상 안압인 경우였다. 유 원장은 “정상안압 녹내장의 경우엔 안압검사만으로는 알 수가 없고 시신경모양·시신경섬유층 검사 등을 해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40세 이상에서는 2년에 한 번씩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는 눈 속 방수의 양을 줄여 안압을 내려주는 것으로 약물요법과 수술이 있다. 수술은 방수가 잘 빠지도록 길을 넓혀주거나 새로운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수술 치료의 성공률은 높으나 치료 전에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원상으로 회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년 전에 녹내장 수술을 받은 최영대(56·서울 강서구 신월동)씨도 발병 초기엔 눈에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최씨는 2006년 종합검진을 받으면서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증상이 거의 없어 무시하고 지냈다. 1년 뒤 충혈 때문에 안과를 찾았더니 이미 양쪽 눈 모두 녹내장이 진행돼 시신경이 50%가 파괴된 뒤였다. 1년쯤 약물치료를 했지만 안압이 떨어지지 않아 2008년 결국 수술을 받았다. 최씨는 “안경 한 번 안 쓸 정도로 시력도 좋았고 가족력·성인병도 없었다. 증상이 없어서 녹내장은 생각도 못했다. 수술 후에도 매달 병원에 가서 진찰 받고 6개월에 한 번은 대학병원 가서 검사 받으면서 평생 관리해야 한다”면서 “처음 진단 받았을 때 치료했으면 이렇게 고생 안했을 텐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당뇨 망막병증 당뇨병은 혈액 속의 포도당을 정상적으로 이용하거나 저장하는 데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당뇨망막병증은 고혈당이 지속되면서 망막의 혈관을 손상시키는 당뇨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망막은 안구 안쪽의 신경층으로, 빛을 감지하여 뇌로 물체의 상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10년 이상된 당뇨 환자의 50%에서 망막병증이 생기며 20년이 넘으면 무려 80%에 이른다. 2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실명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없기 때문에 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1년에 한 번은 꼭 망막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 원장은 “당뇨 환자 중 한쪽 눈의 시력만 떨어지거나, 시력저하가 2~3일 지속되는 경우, 또 혈당치는 일정한데 시력이 떨어질 때는 당뇨망막병증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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