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장 하 빈
섬 여행 떠나면 무슨 큰일 나는 줄 아는 첫사랑이랑, 미지의 섬 욕지도欲知島에 다녀왔다. 그녀와 한 배를 타고, 항구의 조그만 거북섬이 목욕하는 모양새라서 그 이름 붙여진 욕지도浴池島를 찾아 하룻밤 묵고 왔건만, 그녀와 나 사이엔 천지개벽도 천지창조도 일어나지 않았다. 섬이 솟거나 가라앉지도, 섬이 긴 부리를 감추거나 먼 바다로 훨훨 날아가지도 않았다. 섬이 입덧을 하지도, 섬이 배가 불러 오지도, 섬이 아이를 낳지도 않았다. 하수상한 시절에 만난 우리는 반생애 흐른 뒤, 흰작살 모래밭이나 잣밤나무 숲을 거닐다 해후하여 그때 그 푸른 약속의 섬에서 한살림 차리자 했다. 욕지도辱地島에 유배되어 욕된 삶을 욕지거리하며 오래오래 붙어살자 했다.
첫댓글 내가 좋아하는 시인, 낭송가 모두 가셨네요.
물 맑고 공기 맑은 욕지도 저도 여러 번 다녀 왔습니다.
慾知島 - 浴池島 - 辱地島 세 개의 섬 사이로
아른아른 비치는 속살이 간질간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