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에서 쓰는 간증 제2편...
오늘은 주말이다.
주5일 근무가 굳어진 요즘 세상.
금요일이면 직장인들의 표정이 설레는 것은 이 곳에서도 예외가 없다.
단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금요일 점심시간엔 식사를 빨리 하려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든다는 것.
왜냐고?
무슬림들이니까!
금요일엔 본관의 대강당(기도실)을 꽉 채운 이들 무슬림들이 알라를 향해 일제히 경배를 올린다.
금요철야예배가 시들해져 버린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리니 일순 부러운 생각도 든다.
비상인력만 남고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 버린 점심시간에
나홀로 현장과 모니터룸을 부리나케 오가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현장작업 마지막 날인데 계측기 측정값이 원하는 대로 나오질 않으니 조바심이 났다.
현지 매니저에겐 별 문제 없으니 지켜만 보세요 하고 큰소리까지 쳐놓은 터였다.
한 시간 내로 수정된 펌웨어(소프트웨어)를 보내주겠다던 회사 부하직원의 답신이 늦어지자 곧바로 국제전화로 추궁을 했다.
"어이, 여기 사람들 이제 곧 퇴근할 건데 이렇게 대응이 느리면 어쩌자는 거야!"
"네, 이제 하나만 고치면 됩니다. 곧 보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허둥거리는 광경이 수화기 너머로 보였다.
어제까지도 아무 말 없다가 마지막 날에 갑자기 일을 던져주니 신참직원으로써 당황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난들 어쩌랴. 하필 마지막 날에 문제가 발견된 것을...
여기 사람들은 다섯 시면 칼같이 퇴근버스를 탄다.
시각이 세 시에 이르자
계측기가 달린 20미터 상공의 철제 그레이팅 바닥에 털썩~ 하고 무릎이 꿇려졌다.
삼일차까지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안도감이 은연 중에 자만심으로 변질되었음이 느껴졌다.
즉시 입술을 열어 고백하고 주님의 용서와 도우심을 구했다.
도대체 주님 외에 누가 나를 도울 수 있다는 말인가!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모니터룸으로 돌아와서 영아 전도사와 목사님께 기도요청의 카톡도 재빨리 전송했다.
분초를 씨름한 끝에 네 시 사십 분 경에 일단 일을 마무리지었다.
결과는 내일 아침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한숨 돌리고 현장을 정리하면서 오늘 저녁 식사 약속을 떠올렸다.
지난 번 출장 때 접대받은 것도 있고
한 주간 함께 수고해준 현지 직원들과 친목도모도 할겸 아침 출근 때 미리 선언을 해둔 것이었다.
그때 다운타운에서 맛있게 먹었던, 이 곳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씨푸드 레스토랑이었다.
지금은 창업주의 딸이 운영을 하는데 히잡을 두른, 꽤나 미모가 있는 여인이었다.
일곱 시에 시내에서 모이기로 시간을 정했다.가방을 챙겨 나오며 에이전트로 함께 따라온 현지인 엔지니어가 물어왔다.
"그 곳 위치는 아시나요?"
"저도 모르죠. 그런데 명함이 있으니 택시기사에게 보여주면 되겠죠?"
지갑에서 뒤적뒤적 가게명함을 꺼내 들었다.
꽃게 그림이 새겨진 단면인쇄 명함!
현지어로 적힌 안내문구를 훑어보던 내 시선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이건 또 뭐야!!
동그란 마크. 꼬부랑 글씨!
이런! 해산물에도 할랄을 붙이나?
실망한 내 눈이 다시 한 번 커진다.
"100% Halal..."
할 말이 없다.
이건 확인사살이다.
덜컥 하고 겁이 났다.
'어쩌지? 내가 나서서 저녁식사를 예약했는데.
한두 명도 아니고 저쪽 팀원들이 모두 올 텐데.
그냥 눈 딱 감고 먹어 버려?'
하나님께 회개기도한 지 몇 분 지났다고 이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하나님께서 나를 달아보시나?
숙소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아까와는 다른 고민에 잠겼다.
변덕스레 꾸물거리던 하늘이 마침 억수같은 장대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비야. 이대로 계속 와라. 네 핑계라도 대고 약속을 물리게.'
삼십 분 쯤 지나 호텔 앞에 차가 멈출 때에 비는 거의 멎어 있었다.
그리고 번민하던 내 마음도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그래. 이거 하나도 하나님 앞에 바로 서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앙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겠나.'
호텔방에 들어오자마자 상대방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보스 핑계를 댔다.
"아, 미스터 ###!
조금 전 한국 본사에서 긴급전화가 왔어요. 오늘 밤에 중요한 리포트를 써서 보내라고 하는데 어쩌죠?
부득이하게 저녁식사를 취소해야겠어요.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 다음엔 오면 제가 꼭 저녁을 사겠습니다."
알겠다며 다소 맥이 풀린 답변이 돌아온다.
그도 그럴 것이 십여 명의 팀원들에게 일일이 저녁 취소 소식을 알려야 할 것이었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양심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거짓말이었다.
전화를 끊자 홀가분한 해방감이 찾아왔다.
하지만 함께 숙소로 돌아온 일행에겐 작은 접대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시내로 나가는 약속이 사정상 취소됐다고 알리고 대신 호텔식당에 가서 간단한 식사라도 하자고 제안했다.
간단히 씻고 함께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메뉴판을 펴놓고 넷이서 각자 먹을 요리를 고르고 있는데 핸섬한 남자직원이 테이블로 다가오더니 웃는 얼굴로 말한다.
"고객님, 매주 금요일 저녁엔 바베큐 요리가 제공되는데 오늘은 해산물 바베큐입니다. 어떠신가요?"
시내에서 먹기로 했다가 할랄 때문에 포기했던 씨푸드 메뉴가 이 곳에 펼쳐져 있었다.
두 말 없이 바베큐 4인분을 주문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건지 나는 모른다.
할랄로 인해 고민했던 마음에 대한 부끄러움과 함께 감사가 우러나왔다.
하나님, 하나님!
내일도 함께 하옵소서!!
첫댓글 무슨 첩보 소설처럼~~
긴박함을 느끼며 마음 졸이며
읽었네요.
정말 우리 무지개 동산은...
최고의 카페요~사랑 그 자체입니다!
항상 감동으로 도가니를 끓이고
행복의 양념으로 마무리를 톡톡
후추처럼 쳐서~~
뜨끈뜨끈한 국물을 매번 먹을 수
있어~마음마저도 훈훈 하니까요.
속내를 잔잔히 비추고...
오직 하늘 아버지께만 영광 돌리는
이 성스러운 공간을 심히 사랑합니다~♡
그디어..오늘 결정이 나는 군요.
제발~어제의 그 하나님 앞에 결단으로
오늘 좋은 결과가 있어서 무사히 입국
하시길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그 곳의 출장으로~~
주님께서 많은 것을 순종님에게
깨닫게 해주셨음을 알 듯 하네요.
현장 온도가 50도인 곳에서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입국 하셔서 회심의 미소를 짓는
무슬림과 할랄대전 3탄 기대 해
봅니다.
기도 해 주신 우리 목사님과 무지개 식구들
감사드려요~♡♡
아..저 마크 너무 싫어요ㅜㅜ 순종님 평안히 귀국하시길~~!!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만을 바라보시며
(히12:2)
신앙의 중심과 결단을 보여
믿는 자의 본이 되시는
순종님을 응원합니다
그곳은 하늘도 땅도 바다도
온갖 먹고 마시는 것마다
할랄 마크가 범벅되지
않은 것이 없겠지요?
전 인구의 98%가 이슬람을
신봉하는 무슬림 나라이니
바라보는 것마다 온통
할랄이겠지요?
무더위와 모기등 달갑지 않은
해충들과 높은 습도로
비지땀을 흘리실 순종님 정말
애로가 많으시네요
모든 일들이 원만하게
마무리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시어 성전에서 뵐 수
있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여호와 닛~시 ^-^
어려운 결단 하셨네요 응원합니다!!
순종님께서 생생하고 긴박한 현지소식을 들려주셔서 ...우리모두 더더욱 깨닫게하시고 기도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너무도 깊숙히 파고 들어온 할랄!! 사탄종자들!!
순종님 수고많으셨습니다~^^힘내세요!!
현장에서 실감나게 간증을 올려주셔서 읽으면서 긴장이 되었답니다~~어제 기계작동이 안되다해서~긴급기도요청에 기도하고 어떻게 됐을지 궁금했는데~글을 통해 소식을 알수 있어서 감사하네요~^^
할랄마크~~보는것조차도 끔찍하기만 합니다~에휴ㅠㅠ
잘 마무리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시길 기도로 응원합니다~~승리하셔요~홧팅!!!
순종님 50도가 되는 현지 에서 악한 사탄의
세력을 대적 함이 존경
함니다.
출장 일 잘 마무리 하시고
무사히 부천 까지도착.
하시길 기도함니다
닉네임 그대로 순종님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