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0차 경남 통영 천암산(2022.12.29.)
오늘은 성웅 이순신 장군의 얼이 숨 쉬고 있는 경남 통영의 천암산으로 갔습니다. 오늘은 2022년을 마무리하는 산행이기도 했습니다. 두 주 간이나 빠졌던 회장님 내외분이 오셔서 허전하던 버스가 꽉 찬 느낌이 들었습니다.
천암산은 높이 258m인 작은 산이어서 마치 동네 뒷동산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낮은 산이지만 오르며 내리며 멋있는 통영 바다를 마음껏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다도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여러 섬이 그림처럼 흩어져 있고, 수많은 어장이 바다를 뒤덮고 있었습니다. 평야에만 밭이 있는 게 아니라 바다에도 밭이 있었습니다. 육지의 밭을 토전(土田)이라고 한다면 이 바다에 있는 밭을 해전(海田)이라고 해야 할까요, 수전(水田)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 바다의 밭이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구나 하고 생각했지요. 아울러 그 밭을 일구는 어부들의 노고를 나 같은 사람이 상상한다고 어찌 다 상상할 수 있겠습니까?
낮은 산이지만 3시간의 산행이 빠듯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여황산은 생략하고 명정고개에서 권오걸 선생님과 같이 충렬사로 바로 내려와 버렸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덕분에 충렬사를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층렬사 앞에 가니 장군의 영정이 걸려 있고 방문록이 있더군요. 제 나름 기록이라도 남기고 올 요량으로 이름을 적었는데 그다음 칸에 보니 참배 소감을 적게 되어 있더군요. 거창하게 몇 마디 적었지요. 그런데 그다음 칸에 보니 헌금한 액수를 적는 난이 있지 않겠어요. 나는 헌금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거창하게 장군을 추모하는 글을 적고 헌금도 안 하고 나오면 추모의 글이 너무 쪽팔리는 것 같아 헌금을 조금 했습니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이순신 장군 사당에 헌금한 것이 제가 태어나서 처음이었더군요. 좀 부끄럽고 면목이 없었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통영의 어시장에서 남자들 대부분은 회를 먹으러 가고 일부는 시장 구경을 하는데, 저는 속이 좋지 않아 회 먹는 팀에 끼지는 못하고 어시장을 천천히 구경했습니다. 어시장을 다 구경하고 나도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아서 시장 뒤편을 보니 무슨 정자가 있는 것 같아 올라갔습니다. 가는 길이 동피랑 벽화마을이라고 하는 마치 청주의 수암골 같은 관광코스가 있었습니다. 올라가니 카페도 있고, 파리의 몽마르트르처럼 초상화를 그려주는 곳도 있고 꼭대기에 가니 동포루(東鋪樓)라는 멋진 정자가 있더군요. 이 정자에서 보니 통영시가 한눈에 보이는 것이 장관이었습니다. 통영 어시장에 그렇게 여러 번 왔지만, 이 동포루에 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다음에 오면 회 먹는 것보다 이 동피랑길을 따라 걷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은 우리 산악회 2022년 마지막 산행이어서인지 버스 안에서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지난주에 박호서 대원의 손녀 서울대 입학 턱으로 낸 돈으로 오늘 백설기가 나왔는데, 총무님은 앞으로 의대합격, 고시합격, 그리고 무슨 무슨 경사가 있어서 줄줄이 낼 턱이 대기하고 있다면서 좋아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총무가 싱글벙글하면 뭔가 우리 산악회에 좋은 일이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총무님이 버스 뒤로 갔다가 앞으로 오면서 흔들어대는 사임당보다 총무님 웃는 모습이 더 일품입니다. 회장님께서 “총무가 행복하면 우리 산악회가 행복하다.”라든가 뭐라든가 아무튼 그런 말을 한 것 같습니다. 산악회의 행복이 총무의 행복이고 총무의 행복이 산악회의 행복이고, 대원들의 행복이 산악회의 행복이고 뭐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올해 한 해 행복한 목요천봉산악회였습니다. 이 행복이 그냥 온 것은 아니고, 대원들 모두의 협조와 숨은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버스에서 내리며, 한결같이 “내년에 뵙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해서 모두 웃었습니다. 1주일 뒤이지만 내년이라고 하니 올해 마지막 산행과 내년 첫 산행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회원님들, 2022년 한 해 잘 넘겼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산행이 되도록 애쓰신 회장님, 총무님 너무 감사하고, 총무님 얼굴에 그 멋진 웃음꽃이 피게 한 많은 분들 모두 모두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보냅시다.
희망찬 새해에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기원합니다.
목요천봉 화이팅!
첫댓글 지금은그림같이 펼쳐진 섬들인데 그 옛날 장군님은 나라를 지키는 피바다 옜다니 그 영응을 생각하며 시장에 들어 서니 삶의 현장 청주에선 보기도 힘든 커다란 물고기가 사려는사람 봐가면서 값이 달라지고 , 이제 호랑이 는 가고 토끼가 온데요 새해에는 더욱 더 건강하시고 목요천봉에서 만나요
지난 일년이 행복했던 목요천봉 산악회...
회장님 총무님를 비롯해 임원님들
그리고 함께했던
모든 회원님들...
고마움과 감사를 드립니다.
늘 따스함이 가득한 버스안은 서로의 안부들이 기다려지고 반가움이였지요.
우리 산악회는 좋은 기운이 가득해 좋은 소식도 한가득 더불어 기쁨이 넘쳤습니다.
새해에도 모든. 회원님들이 더 건강하시고. 아름다운 전국 산야를 걸으며 복된 날이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총장님.
안좋은 몸상태에서도 세세히 써주신 산행기에 감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새해에도 목요천봉
파이팅~~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자연을 계절과 교감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회원님) 더 좋은 우리 산악회!
보고싶어서 한주간이 이렇게도 길게 느껴지는 우리 산악회! 새해 회원님들 더욱더 건강하시고 토끼 처럼 깡총깡총 뛰면서 미소 가득한 행복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산행에 피곤 하심도 잊으시고 재미 가득한 일지를 써주시는 총장님. 박은옥이사님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