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고택에 목단 12그루를 심었다.
지산동 우리 집은 40년 묵은 자색목단이 매년 5월이면 흐드러지게 피고 각북집도 자색목단이 2그루다.
집근처 목련시장을 가다보면 넓은 단독주택 마당에는 노랑, 분홍, 자색등 색색의 목단꽃이 피어
발길을 멈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어느 때는 일부러 목단꽃 구경을 가서 부러워 하기도 했었는데 구정전 시장가는 길에 다시 또 그 집앞 지나다
깜짝놀랐다. 담장을 허물고 집도 없어지고 포크래인 공사가 한창이었다.
목단꽃은 어쩌나? 하며 보았드니 다행이 목단은 그대로 있었다.
급한 마음에 포크레인 기사에게 주인과 목단에 대해 물었는데
본인은 모른다고 하여 목단가지에 메모를 붙여 두고 왔드니 며칠 뒤 전화가 왔다.
노인 두분이 사셨는데 안노인께서 돌아가셔서 집을 팔아서 공사를 한다고 했다.
꽃구매에 대한 소신을 밝히고 가격도 정했다.
세 밑에 강추위에 옮겨 심을 수도 없고 일단은 구정을 지나고 작업하기로 했는데 잡은 날이 24일 토요일이었다.
화물차 수배를 하고 정국장께 급히 부역을 부탁하여 새벽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작업장에 달려갔다.
목련12그루에 흙 12포대, 덤으로 치자나무까지 얻으니 화물차가 적었다.
나무가 너무 커서 정국장님외 인부가 더 필요했다.
토요일이라 갑자기 누굴 부르나? 전화를 여러 곳에 하다가 몇년전 함께 일하던 황우진 부장과 연락이 닿아
흔쾌히 도와주겠다 하고 가까이 반야월에 거주하는 12기 김타곤회장도 오후에 출동키로 했다.
목단 12그루 이식작업은 아침 8시부터 오후 2시가 지나 마쳤다.
가장 중요한 물주기는 뿌리가 마르지 않도록 물쬐임을 하면서 저녁 7시까지 계속되었다.
화전고택은 본디 자주색 목단 한그루가 있었으나 각북에서 다시 한그루를 더 가져와 2그루가 있었고
종가의 백목단 묘목을 몇그루 심은 것이 전부였다.
오늘 지산동에서 이식한 목단은 꽃이 진 상태여서 목단의 색깔은 상세히 알수 없으나 자색, 백색, 분홍등의 희미한 명찰에서 으름풋으로 색깔을 짐작할 뿐이다.
포크레인 기사의 작업이 거칠어 뿌리가 심히 상한 목단도 있으나 모두가 가지에 새 꽃눈을 달고 있어
심는 것이 아니라 모신다는 표현을 썼다.
며칠전 부터 구덩이를 파놓고 대기한 정국장님께 "국장님 목단님 들어가십니다. 잘 모시세요" 라고 했으니....
ㅋㅋㅋ , 얼마나 좋으면 모신다고 했을까?
5월에 색색의 목단이 예쁘게 필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
오늘 심은 목단이 모두 화사한 자태를 들어낼 때면 옻골엔 새로운 포토죤이 생겨날 것이다.
목단은 모란이라고도 한다.
신라 선덕여왕께서 중국으로 부터 목단 그림을 선물받고 "꽃에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다"라고 전해오지만
알려진 바와 달리 목단꽃 향기는 매우 짙다.
꽃중에 크기도 가장 커서 花中王이라 불리는 목단은 화려한 색깔과 크기로 富貴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름답고 화려함에 비해 개화기가 짧고 꽃이 질 때 후두둑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는 단점도 있다.
목단은 설총의 화왕계, 주돈이의 애련설,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 등 여러 곳에 등장한다.
모란이 피기까지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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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시절에 그린 민화 <궁중모란도>병풍이다. 중국산은 자색, 노랑, 분홍, 붉은색, 흑색 모란이 있다고 한다.

목단과 흙을 실은 화물차

덤으로 얻은 치자나무가 2미터가 넘었다. 현장에서 30센티 정도를 전지해서 작업하기 좋도록 키를 낮추었다.

뿌리에 흙을 많이 묻혀와서 인력으로는 들어 올릴 수가 없어 화물차 적재함으로 바로 내렸다.


목단은 수령이 40년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무게때문에 흙을 많이 털고와서 걱정이다.
나무 성질은 원래있던 흙인 고토(故土)를 좋아하므로 현장에서 흙을 12포 퍼왔다.

수일전 구덩이를 파 놓았으나 뿌리가 깊은 것이 아니고 넓게 퍼진 성질 탓에 더 넓게 파느라 시간 소모가 많았다.

. 목단 식재 작업이 거의 끝날 무렵에 김타곤회장께서 출동했다

잘 활착하여 이쁜 꽃을 피우길 고대해 본다.
첫댓글 원장님 잘 계시지예 옻골은 원장님에 사랑터 입니다 ~^^
부귀영하의 상징인 목단꽃과
향기로운 치자꽃이 활짝 핀 옻골을 떠올려 봅니다.
추운 겨울에
아름다운 봄을 준비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