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사람에게 길을 물다.
매월 3번째 화요일은 더불데이트가 있는 날이어서 산행 도중에 곧잘 다른 모임장소로 달려가곤한다. 모월모일 이날은 하필 이른 오전에 비가 오는 통에 산행미팅시간이 30분 미루어져 10시에사 양재역에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중딩모임은 12시30분 종로설렁탕이었다.
타임상 산행스케줄에 맞출 수 없어서 내려 받은 산행코스를 먼저 가기로 했다. 그래서 산행팀 미팅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9시에 양재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10번출구로 나가려는데 누군가 '선교장님...'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보니 바지런한 박형님이 벌써 일행들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형에게는 .'사정이 있어 먼저 다녀오겠다' 말하고는10번출구로 서둘러서 나갔다.
밖으로 나와서 처음 만난 남자1에게 우면산 가는 길을 물으니 '모른다'했다. 이어서 여자2에게 말죽거리공원을 아는지? 물으니 또 모른단다. '등잔밑이 어둡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스마트폰 길안내에 뜬대로 큰길을 따라가다보니 행정법원에 이어서 앙재고등학교가 오른쪽으로 보였다. 더 걸어가니 말죽거리공원이 나오기는 했는데 정비사업 중이라고 고지되어 있었다. 중간경유지인 말죽거리공원 확인했으니 일단 자신감이 생겼다.
큰길을 따라서 가다보니 남쪽 왼편으로 어렴풋이 산이 보였는데 우면산으로 여기고 싶었다. 그래도 확인하려고 어떤 장년3에게 물으니 '4거리가 나오면 우측2차선 도로로 가시라'고 했다. 그 길을 따라가는데 어인 일인지 내가 알고 있던 길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4거리로 되돌아와서 어떤 다른 젊은이4에게 물으니 스마트폰을 보더니만 신호등을 건너서 큰길로 따라가란다. 그 길로 가다보니 아까 보았던 산봉우리가 더 가까이 보였다.
‘진짜 옳게 가는가? 싶었는데’ 주변건물들이 왠지 낯설었다. 한참을 가니까 다리 위에서 마침 청소를 하고 있는 미화요원5이 있었다. 그에게 '이 길로 가면 우면산으로 갈 수 있어요?'라고 물으니 아니란다. 내가 손가락으로 건너편 산을 가르키며 '저 산이 우면산 아닙니까?'라고 다시 물으니까 아니라면서 '이 길로 가면 구룡산, 대모산으로 갑니다'했다. 그러면서 “우면산을 가시려면 4거리로 가서 신호등을 건너서 왼편 길로 가시라”했다.
공직자의 말이라서 굳게 믿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이 근처에서 한20분은 똥개훈련한 셈이 되었다. 2차선도로를 따라가다가 만난 어떤 할멈6에게 '우면산 가는 길이 맞느냐?'니까 '그런다'고 하면서 '워낙 멀어서 차를 타고 가셔야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한참을 걸어가니 경부고속도로 지하차도가 나오면서 우면동 도로표지판도 보여서 일단 안도하고 그대로 진행했더니 더K호텔이 나오고 그 뒤편으로는 산자락이 이어졌는데 우면산 같았다.
모처럼 승기를 잡은 것처럼 걸어가다가 K호텔 근처에서 얼굴이 달덩이 같은 중년 여자7를 만나서 우면산길을 물으니'오르는 길이 많은데 천문사 거쳐서 많이들 갑니다'했다. 얼마쯤 갔을 때 하늘채 아파트 못 미치는 곳에 정자가 있었고 거기에서 운동하고 있는 노파8에게 우면산 오르는 길을 물으니 '저는 가본 적이 없는데 저 길로 사람들이 다닙디다'했다. 확신을 갖고 얼마쯤 올랐을 때 이정표에 천문사와 우면산둘레길이 적혀있었다.
드디어 '맞게 왔다'는 믿음이 생겨서 그 길로 계속 오르기로 했다. 그 순간 길가에 활짝핀 진달래가 반색을 하며 반겨주는 것 같았다. 첫번째로 만난 인연으로 그 녀를 사진에 담아두었다. 이제 방향이 맞으니 염려할 일은 없어지고 시간만 조절하면 되었다. 한 시간 가량을 걸어가다보니 내 나이로 보이는 맑은 얼굴의 시니어9가 산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에게 남부터미널 가는 길을 물으니 오른쪽으로 난 길만 따라서 가면 된다고 했다.
더 걸어가니 이정표에 남부터미널 가는 길과 사당역 가는 길이 안내되었다. 이제 갈길을 알아두었으니 주변에 피어나는 진달래 무리들이 눈에 한결 더 훤하게 들어왔다. 한참을 더 걸어가자 이정표에 소망탑0.6킬로와 남부터미널1.8킬로가 적혀있었다. 남부터미널길쪽을 쳐다보니 이전에도 더러 걸었던 길이라서 더욱 안심되었다. 시계를 보니 소망탑을 갔다가 되돌아와서 종로3가로 가도 약속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에 일도 보고 소망탑으로 직진했다. 날씨가 궂어서인지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혼자서 탑돌이를 몇 바퀴 하면서 한 가지 소망을 기원했다. 늘 쉬던 쉼터로 가서 매무새도 잡고 간식을 먹고 있을 때 내 나보다 조금 아래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10가 올라왔다. 그이에게 부탁해서 팥배나무 아래서 멀리 시가지가 나오도록 쏠로 인증샷을 남겼다. 여유가 생겨 한 시간 후면 이곳에 올 친구들에게 인증샷을 띄워보냈다.
소망탑에서 사당으로 가는 길은 가끔 내려갔던 길이라서 익숙해서 '그 쪽으로 내릴까 '했는데 현재는 10시40분이고 종로3가 모임은 12시라 아무래도 늦어질까 싶어서 포기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알아두었던 남부터미널쪽으로 방향키를 잡았다. 아는 길이라서 조심스레 걷기만 하면 되었다. 계단을 내릴 때부터는 오른손에는 스틱을 꺼내어 짚고 우산은 말아서 왼손에 들기도 하고 짚으기도 했다.
얼마쯤 왔을 때 예술의 전당이 내려다보이고 주변 시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더 내려오니 이정표에 우면산 둘레길 표시가 있었고 예술의 전당도 적혀있었으나 남부터미널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예술의 전당쪽으로 내려오다보니 50대로 보이는 남자11가 올라오고 있었다. 그이에게 물으니 조금 더 내려가면 갈림길에서 좌로가면 남부터미널 간다고 하면서 인공폭포조형물이 보일거라고 했다.
산친구들과 자주 오른 우면산은 보통 때는 사당역에서 시작하여 사당역으로 되돌아 왔었는데 이날은 혼자서 양재역에서 시작하여 소망탑을 오르고 나서 남부터미널로 내려왔다. 통상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산에 오를 때는 길을 잃은 적이 없었는데 이참에는 혼자 걸으니 사연도 복잡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수많은 사람들(11인)의 도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