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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제7권
四. 세계성취품
2. 세계 성취의 10종사
1) 10종사의 명칭
이시 보현보살마하살 고제대중언 제불자 세계해 유십
爾時에 普賢菩薩摩訶薩이 告諸大衆言하사대 諸佛子야 世界海에 有十
종사 과거현재미래제불 이설현설당설
種事하야 過去現在未來諸佛이 已說現說當說이시니라
그때에 보현보살마하살이 모든 대중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모든 불자들이여, 세계바다에 열 가지 일이 있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부처님이 이미 설하셨으며, 현재에 설하시며, 앞으로도 설할 것이니라.”
세계 성취의 일은 시간적으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 부처님이 이미 설하셨으며, 현재에 설하시며, 앞으로도 설할 것이니라.”라고 하였다. 세계가 그러하므로 세계에 의지해서 존재하는 사람과 일체 생명과 무정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와 같다.
하자 위십 소위세계해기구인연 세계해소의주 세계해형상
何者가 爲十고 所謂世界海起具因緣과 世界海所依住와 世界海形狀과
세계해체성 세계해장엄 세계해청정 세계해불출흥 세계해겁주
世界海體性과 世界海莊嚴과 世界海淸淨과 世界海佛出興과 世界海劫住
세계해겁전변차별 세계해무차별문 제불자 약설세계해
와 世界海劫轉變差別과 世界海無差別門이니라 諸佛子야 略說世界海와
유차십사 약광설자 여세계해미진수 등 과거현재미래
有此十事어니와 若廣說者인댄 與世界海微塵數로 等하니 過去現在未來
제불 이설현설당설
諸佛이 已說現說當說이시니라
“무엇이 열 가지인가. 이른바 세계바다가 일어날 때 갖춘 인연因緣과 세계바다가 의지해서 머무는 것[依住]과 세계바다의 형상形狀과 세계바다의 체성體性과 세계바다의 장엄莊嚴과 세계바다의 청정淸淨과 세계바다의 부처님 출현과 세계바다의 겁주劫住와 세계바다의 겁이 전변轉變하는 차별과 세계바다의 차별 없는 문들이니라.
모든 불자들이여, 간략히 말해서 세계바다에 이러한 열 가지 일이 있으나 만약 널리 말한다면 세계바다 미진수와 같으니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이미 말씀하셨고 현재에 말씀하시고 앞으로 말씀하시니라.”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세계가 성취되는 일과 같이 무수하고 무량하고 무변하다. 또한 사람이 여기에 이와 같이 존재하는 일도 역시 무수하고 무량하고 무변하다. 실은 풀 한 포기나 나무 한 그루, 모래 한 알에 이르기까지 일체 존재가 또한 그와 같아서 무수하고 무량하고 무변한 일이 있어서 이와 같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첫째 그 인연이 그렇고, 의지해서 머무는 것[依住]이 그렇고, 형상이 그렇고, 체성體性이 그렇고, 장엄莊嚴이 그렇다. 밝은 눈으로 깊이 있게 살펴보면 무엇 하나 무량 무수 무변하지 않은 것이 없다.
2) 세계 성취의 인연
가. 10종 인연
제불자 약설이십종인연고 일체세계해 이성현성당성
諸佛子야 略說以十種因緣故로 一切世界海가 已成現成當成호리라
“모든 불자들이여, 간략히 말하면 열 가지 인연으로 말미암아 일체 세계바다가 이미 이루어졌으며, 현재 이루어지고, 앞으로도 이루어질 것이니라.”
불교의 가르침에서 무엇보다 가장 우선하는 것은 인연의 이치다. 세계가 성취되는 일에 어찌 열 가지 인연뿐이겠는가. 그래서 “간략하게 말한 열 가지 인연이지만 만약 널리 말한다면 세계바다 미진수가 있느니라.”라고 하였다. 과거의 세계나 현재의 세계나 미래의 세계 모두가 무량하고 무수하고 무변한 인연이 동원되어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이와 같이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에 의지하여 존재하는 유정무정과 두두물물 하나하나가 모두 그와 같이 무량하고 무수하고 무변한 인연이 동원되어서 그렇게 존재한다.
하자 위십 소위여래신력고 법응여시고 일체중생 행업고
何者가 爲十고 所謂如來神力故며 法應如是故며一切衆生의 行業故며
일체보살 성일체지소득고 일체중생 급제보살 동집선근고 일
一切菩薩이 成一切智所得故며 一切衆生과 及諸菩薩이 同集善根故며 一
체보살 엄정국토원력고 일체보살 성취불퇴행원고 일체보살
切菩薩이 嚴淨國土願力故며 一切菩薩이 成就不退行願故며 一切菩薩의
청정승해 자재고 일체여래 선근소류 급일체제불 성도시자재
淸淨勝解가 自在故며 一切如來의 善根所流와 及一切諸佛의 成道時自在
세력고 보현보살 자재원력고 제불자 시위약설십종인연
勢力故며 普賢菩薩의 自在願力故니라 諸佛子야 是爲略說十種因緣이어
약광설자 유세계해미진수
니와 若廣說者인댄 有世界海微塵數니라
“무엇을 열 가지라 하는가. 이른바 여래의 위신력인 연고며, 법이 응당 이와 같은 연고며, 모든 중생들의 행과 업인 연고며, 일체 보살들이 일체 지혜를 이루어서 얻은 연고며, 일체중생과 모든 보살들이 함께 선근을 모은 연고며, 일체 보살들이 국토를 청정하게 장엄한 원력願力인 연고며, 일체 보살들이 물러가지 않는 행과 원을 성취한 연고며, 일체 보살들의 청정하고 훌륭한 이해가 자재한 연고며, 일체 여래의 선근에서 흘러나온 것과 일체 모든 부처님이 도道를 이룰 때의 자재하신 세력勢力인 연고며, 보현보살의 자재한 원력인 연고니라.
모든 불자들이여, 이것이 간략하게 말한 열 가지 인연이지만 만약 널리 말한다면 세계바다 미진수가 있느니라.”
세계가 이렇게 존재하고, 우리들 자신이 이렇게 존재하고, 우리들 자신이 살아온 역사가 이렇게 존재하고, 우리들의 주변 환경이 이렇게 존재하는 것도 모두 여래의 위신력 때문이다. 세계가 성취된 무수한 인연이 있는 가운데 그중에 대표적인 열 가지 인연, 그 가운데 첫 번째 인연은 여래의 위신력이다. 그렇다면 여래의 위신력이란 무엇인가. 이 모든 사실을 인식하는 능력이다. 인간 여래의 그 능력으로 세계가 이렇게 성취되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치가 응당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가 성취되었다. 법이 응당 이와 같은 까닭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인연이다. 아무래도 세계에는 중생이 가장 많고 또 중생이 주인이다. 그러므로 모든 중생들의 행위와 업이 세계를 성취하게 된 또 하나의 큰 인연이다. 세계가 이와 같이 성취되는 데는 또한 보살들의 지혜를 빠뜨릴수 없다. 그래서 “일체 보살들이 일체 지혜를 이루어서 얻은 연고다.”라고 하였다. 중생과 보살들이 선근을 모은 것도 또한 큰 인연이다. 살기 좋고 바람직한 세계가 성취되려면 모두가 정직하고 선량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선근이란 그런 것이다.
또한 일체 보살들이 국토와 세계를 청정하게 하려는 원력 때문이다. 사람의 몸을 받아 세상에 와서 무엇이든 보탬이 되고 유익해야 세상에 온 의무와 보람을 다하는 것이다. 국토를 청정하게 한다는 것은 곧 세상을 정화하고 사회를 정화하는 일이다. 보살로서 정직하게 살고 선량하게 살로 지혜롭게 살면서 세상에 유익하고 보탬이 되는 삶을 한두 번에 그쳐서는 안 된다. 끊임없이 하여 퇴전하지 않아야 한다. 보살은 청정하고 훌륭한 이해가 있어서 세상 사람들을 바르게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세계가 성취되어 존재하는 이유다.
일체 여래가 여래로서 세상에서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하는 일이 없다면 세계가 성취되었어도 별다른 보람이 없다. 여래가 가진 뛰어난 선근을 마음껏 흘려 보낼 수 있는 것도 세계 성취의 큰 이유다. 궁극적으로는 보현보살의 크나큰 원력이 세계가 성취된 큰 이유다. 세계 성취의 인연은 무량하고 무수하고 무변하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위와 같은 열 가지 이유가 있다. 그래서 “이것이 간략하게 말한 열 가지 인연이지만 만약 널리 말한다면 세계바다 미진수가 있느니라.”라고 하였다.
나. 게송으로 거듭 펴다
이시 보현보살 욕중선기의 승불위력 관찰시방 이설
爾時에 普賢菩薩이 欲重宣其義하사 承佛威力하사 觀察十方하고 而說
송언
頌言하사대
그때에 보현보살이 그 뜻을 거듭 펴려고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시방을 관찰하고 게송을 설하였습니다.
소설무변중찰해 비로자나실엄정
所說無邊衆刹海를 毘盧遮那悉嚴淨하시니
세존경계부사의 지혜신통력여시
世尊境界不思議여 智慧神通力如是로다
말한 바 끝없는 온갖 세계바다를
비로자나 부처님이 다 장엄하사
세존의 경계 부사의함이여
지혜와 신통의 힘이 이와 같도다.
세계 성취의 10종 인연에 대하여 다시 게송으로 거듭 밝힌다. 하늘은 어찌하여 저렇게 드넓은가. 구름은 어찌하여 저렇게 떠가는가. 바람은 또 어찌하여 저렇게 불어오는가. 산천초목은 또 어찌하여 계절을 따라 저렇게 아름답게 변화하는가. 어찌하여 해와 달은 뜨고 지면서 밤과 낮으로 그렇게 달라지는가. 비로자나 부처님이 장엄하신 일을 낱낱이 살펴보면 세세생생 헤아리며 열거해도 끝이 없으리라. 모두가 불가사의한 세존의 지혜와 신통의 힘이로다.
보살수행제원해 보수중생심소욕
菩薩修行諸願海하야 普隨衆生心所欲하나니
중생심행광무변 보살국토변시방
衆生心行廣無邊일새 菩薩國土徧十方이로다
보살이 모든 서원바다를 수행하여
중생들 마음의 욕망을 널리 따르나니
중생들 마음의 흐름[行]이 끝없이 넓어
보살의 국토가 시방에 두루 하도다.
모든 사람은 서원이 있고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그 가운데 그 꿈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고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서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자신만을 위하고 자신의 가족만을 위한 꿈이라면 그것은 그냥 생명들의 본능일 뿐이다. 그것은 다른 동물이나 조류나 어류들도 다 할 줄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살이 수행한 서원은 시방에 두루 한 중생들의 마음을 다 따른다.
보살취어일체지 근수종종자재력
菩薩趣於一切智하야勤修種種自在力일새
무량원해보출행 광대찰토개성취
無量願海普出行하야廣大刹土皆成就로다
보살이 일체 지혜에 나아가서
갖가지 자재한 힘을 부지런히 닦으며
한량없는 서원바다 널리 내어서
광대한 세계를 다 성취하도다.
사홍서원에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라는 말이 있다. 보살은 일체 지혜에 나아가서 가지가지 자재한 힘을 부지런히 닦아서 한량없는 서원을 내어 광대한 국토의 무변한 중생들을 성취시키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수제행해무유변 입불경계역무량
修諸行海無有邊하며 入佛境界亦無量이라
위정시방제국토 일일토경무량겁
爲淨十方諸國土하야 一一土經無量劫이로다
모든 행의 바다를 닦은 것이 끝없으며
부처님의 경계에 들어감도 또한 한량없어서
시방의 모든 국토를 청정하게 하기 위하여
낱낱 국토에서 무량겁을 지내도다.
보살이 오랜 세월 동안 무량한 수행을 닦은 것은 세상을 청정하게 하기 위함이다. 세상이 청정하다는 것은 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고 선량하고 지혜롭고 인정이 넘치는 것이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정직하고 선량하고 지혜롭고 인정이 넘친다면 그와 같은 세상은 참으로 아름답고 청정해서 실로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설사 모든 주거 시설을 황금과 다이아몬드로 지었다 하더라도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만약 사기와 절도와 속임수와 같은 온갖 악행을 저질러서 한숨과 눈물과 원한이 넘쳐난다면 그곳은 그대로가 지옥이리라.
중생번뇌소요탁 분별욕락비일상
衆生煩惱所擾濁으로 分別欲樂非一相이라
수심조업부사의 일체찰해사성립
隨心造業不思議여 一切刹海斯成立이로다
중생들이 번뇌에 흔들리고 혼탁하여
분별심과 욕락이 한 가지가 아니라
마음을 따라 업을 지음이 부사의하여
일체 세계바다가 이렇게 성립되었도다.
업력난사의業力難思議라. 사람의 업으로 지은 세계는 아무리 자세히 알려고 하더라도 다 알 수 없다. 세계는 왜 그렇게 미묘 불가사의한가. 세계는 모두 사람의 업력으로 지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와 같이 사람의 업력도 또한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불자찰해장엄장 이구광명보소성
佛子刹海莊嚴藏이 離垢光明寶所成이라
사유광대신해심 시방소주함여시
斯由廣大信解心이니 十方所住咸如是로다
불자여, 세계바다 장엄 창고는
청정한 광명보석으로 이루어졌도다.
이것은 넓고 큰 신해심信解心 때문이니
시방에 있는 것이 다 이러하도다.
세계의 실상을 바르게 믿고 이해하면 모두가 청정한 광명보석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어느 한 세계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가 다 그와 같다. 화엄경 서두에 “부처님이 처음 정각을 이루시니 그 땅은 견고하여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졌더라.”라고 하였다. 이 말씀은 화엄경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보살능수보현행 유행법계미진도
菩薩能修普賢行하야 遊行法界微塵道하야
진중실현무량찰 청정광대여허공
塵中悉現無量刹하니 淸淨廣大如虛空이로다
보살이 능히 보현행을 닦아서
법계의 미진수와 같은 길에 다니며
티끌 속에서 한량없는 세계를 다 나타내니
청정하고 광대하기 허공과 같도다.
보살이 하는 일이란 보현행원을 닦는 것이다. 닦고 닦은 보현행원을 어느 한 곳에서만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온 법계를 두루 다니면서 곳곳마다 빠짐없이 나타내 보인다. 그래서 세상을 청정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모두 정직하고 선량하고 지혜롭게 가르쳐서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보살의 할 일이다.
등허공계현신통 실예도량제불소
等虛空界現神通하사 悉詣道場諸佛所하야
연화좌상시중상 일일신포일체찰
蓮華座上示衆相하시니 一一身包一切刹이로다
허공과 같은 세계에 신통을 나타내어
도량의 부처님 처소에 다 나아가서
연꽃 자리 위에서 온갖 모습 보이시어
낱낱 몸이 일체 세계를 에워쌌도다.
사람 부처가 있는가 하면 사람 보살도 있어서 궁극의 입장에서는 사람이 곧 부처며 사람이 곧 보살이다. 그 사람 보살이 온 세계에 신통을 나타내어 일체 도량의 부처님 처소에 낱낱이 나아가 연꽃 자리에 앉아 온갖 모습을 다 나타낸다. 그 낱낱 몸으로 또한 일체 세계를 다 에워싼다. “눈가죽은 삼천대천세계를 다 에워싸고 콧구멍을 백억의 몸을 다 담아 감춘다.”라는 선게禪偈의 표현과 같다.
일념보현어삼세 일체찰해개성립
一念普現於三世하사 一切刹海皆成立하고
불이방편실입중 차시비로소엄정
佛以方便悉入中하시니 此時毘盧所嚴淨이로다
한 생각에 삼세를 널리 나타내어
일체 세계바다가 다 성립하고
부처님이 방편으로 그 속에 다 들어가시니
이것은 비로자나가 엄정한 것이로다.
“한 생각에 삼세를 널리 나타내어 일체 세계바다가 다 성립한다.”라는 것은 화엄경의 중심 사상인 무애사상無礙思想을 엿보는 내용이다. 시간과 공간이 모두 걸림이 없음을 표현하였다. 참고로 10종 무애를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이사理事무애, 성괴成壞무애, 광협廣陜무애, 상입相入무애, 상즉相卽무애, 미세微細무애, 은현隱顯무애, 중현重顯무애, 주반主伴무애, 시처時處무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