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이슬람과 여성 인권
"히잡 제대로 안 썼다"고 체포… 폭력까지 휘둘러요
입력 : 2022.11.02 03:30 조선일보
이슬람과 여성 인권
▲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시민들이 반(反)정부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최근 이란 전역에서 광범위한 시위가 연달아 벌어지고 있어요. /AFP 연합뉴스
최근 수도 테헤란 등 이란 전역에서 광범위한 반(反)정부 시위가 연달아 벌어지고 있어요. 지난 9월 22세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혹 행위를 당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죠. 유족은 물론 수많은 국민이 이에 분노하고 있어요. 도대체 히잡을 쓴다는 게 이슬람 문화권에서 무슨 의미길래 이런 비극이 벌어질까요.
이슬람 교도 여성 알리는 상징
히잡(Hijab)은 머리에 쓰는 가리개 천으로, 이슬람 전통 복장 중 하나예요. 머리·귀·목을 가리고 얼굴만 내놓는 것으로 스카프와 비슷해요. 좀 더 많이 가리는 건 '니캅(Niqab)'인데 이건 눈을 제외하고 얼굴을 다 가려요. 몸까지 가리는 외투는 '차도르(Chador)'라 하고, 머리에서 발목까지 전신을 가리는 겉옷 '부르카(Burka)'도 있답니다.
이슬람 경전(經典·종교 교리를 적은 책) 코란에는 '밖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있는데, 이슬람 율법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여성에게 히잡을 쓰라고 강제하기 시작했어요.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슬람 여성들은 외출할 때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하죠. 히잡은 그래서 이슬람 여성이 신체를 가리려 착용하는 모든 형태 의복을 상징하는 말처럼 자리 잡았죠.
히잡을 쓰는 건 자기가 이슬람 교도임을 알리는 셈이에요. 하지만 과거와 달리 여성들 사회 활동이 활발한 오늘날 외부 활동을 할 때 히잡을 꼭 쓰도록 하는 건 불편하기도 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이란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에 대한 반발로 프랑스와 벨기에·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자국에선 부르카와 니캅 등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이집트에서도 그런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세상이 바뀐 거죠.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히잡 강요
이란은 특히 히잡 착용을 엄격하게 유지하는데 외국인 여성도 히잡을 쓰도록 하는 복장 규정이 있을 정도예요. 가끔 방송을 보면 이란에서 외국 기자들이 히잡을 쓰고 출연하는 장면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에요. 그런데 원래는 그러지 않았대요.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 서구와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엔 복장이 비교적 자유로웠죠. 그러나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서 "만 9세 이상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한다"고 정부 정책이 바뀌었어요. 1981년부터는 여성 외부 활동도 제한돼 축구장 출입까지 금지됐고, 지금도 부분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어요.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것은 코란을 근거로 해요. 코란은 이슬람 교도에게 기독교인의 성경과 같은 의미인데 이슬람 교도들은 더 철저하게 그 내용을 지키려 하는 경향이 있어요. 예컨대 코란에는 '남성은 여성의 보호자' '순종치 아니하고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고 생각되는 여성에게 충고하라' 같은 구절이 있는데,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이런 내용을 곧이곧대로 해석하는 거죠.
이슬람 국가라고 다 저렇게 하는 건 아니에요. 정권 성향에 따라 달라지죠.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전에는 남녀 권리가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비교적 평등했다고 해요. 여성은 외출할 때 반드시 차도르(chador)를 착용하도록 하다가 1959년부터는 제한이 없어져 길거리에서 양장 차림 여성을 볼 수 있었다네요. 그런데 내란이 일어나고 1996년 탈레반이 승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어요.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시행할 것을 주장하며 여성들 교육과 직업 기회를 모두 빼앗았고, 공직에서 여성을 다 물러나게 했어요. 그 뒤론 여성은 부르카를 둘러쓰고, 보호자 남성이 있어야 외출할 수 있게 됐죠. 다시 2001년부터 20년간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이어지면서 이런 극단적 정책이 거의 사라졌지만 2021년 8월 미군이 철수하자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장악하면서 여성 니캅 착용을 의무화했어요. 처음엔 "20년 전과 달리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포용적 정책을 펴겠다"고 주장했지만 말뿐이었죠. 여성은 다시 중·고교에 다니지 못하게 됐고, 야외 집회도 금지됐습니다. 72㎞ 이상 이동할 때는 반드시 남성 보호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제한도 부활시켰어요.
하지만 자유를 경험한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탈레반 조치에 저항하고 있어요. 아프가니스탄 카불대 여학생들은 "여성들은 대학 기숙사에서 나가야 한다"는 조치에 항의하며 지난달 18일 카불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고 합니다.
개혁 바람 부는 사우디아라비아
반면 최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국가도 있어요. 사우디아라비아인데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여성들은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받지 못해요. 모든 여성은 법에 따라 남성 보호자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고, 보호자 허락을 받아야만 사회 활동을 할 수 있어요. 여성들은 니캅을 착용해야 하지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1960년대 들어서야 여성 공교육이 시작됐는데, 남녀가 함께한다는 뜻의 '이크탈리트(Ikhtilat)'를 금지하기 때문에 남자와 같은 공간에서 배울 수 없어요. 2005년 처음으로 열린 전국적인 지방선거에서 여성들은 투표권도 없었지요.
그런데 점차 개혁 바람이 불고 있어요. 2015년 열린 지방선거에서는 여성 참정권과 투표권을 허가했고, 여성 의원 선출도 허락됐죠. 이듬해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대규모 국가 개발·경제 개혁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 정책을 발표했는데요. 이에 따라 여성들 지위도 점차 향상되며 여성의 운전과 축구 경기장·영화관 등의 입장이 허용됐어요. 이 정책에 따라 외국 가수 콘서트가 허용되며 2019년에는 킹 파흐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죠.
하지만 지난 8월 소셜미디어에 "남성 후견인 제도를 폐지하자" "여성 인권 운동가 양심수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올린 한 여성이 법원에서 "공공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 등으로 무려 징역 34년을 선고받는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일반적 평가이긴 합니다.
▲ 지난 9월 22세의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사망했는데,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확산하고 있는 거예요. /AFP 연합뉴스
▲ 차도르를 착용한 여성. /위키피디아
▲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위키피디아
▲ 이슬람의 전통 복장인 히잡은 최근 현대화한 모습으로 바뀌며 패션 용도로 쓰이기도 해요. /위키피디아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정세정 장기중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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