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주가등락을 족집게처럼 맞추는 전설적인 고수가 있었다. 그가 오른다고 하면 상승하고 하락한다고 하면 떨어졌다. 그에게 투자를 의뢰한 뒤 ‘족집게효과’로 돈을 번 투자자들의 입을 타고 고수의 명성은 나날이 높아졌다. 그가 세운 투자자문사는 밀려드는 투자자들을 다 받을 수 없어 일정금액 이상의 투자자만 받는다고 했다. 운 좋게 그 자문사에 돈을 맡긴 사람들은 매년 10% 이상의 높은 수익을 배당받았다. 신문과 방송사에서도 될 만한 주식을 귀신처럼 골라내는 선주안(選株眼)을 대서특필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고수의 성공스토리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믿었다. 심지어 그를 신으로 모시는 신자 그룹마저 만들어졌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에게 열광한 것은 아니었다. ‘이 세상에 돈과 권력과 의지를 다 갖고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3가지 있다. 골프와 자녀교육과 주식투자가 그것이다’라고 믿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그 고수의 이면에는 반드시 흑막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흑막이 드러나는 날 고수는 사기꾼으로 밝혀질 것이었다. ‘주식시장에서 선의의 피해자를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타는 한 민완기자가 그 흑막을 밝혀냈다.
◆족집게 도사의 비밀
고수는 투자자문사를 세운 뒤 잠재 고객 1만명을 골랐다. 이중 5000명에게 주가가 오른다는 투자분석보고서를 보냈고, 나머지 5000명에게는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발송했다. 실제 주가는 오르거나 떨어졌다. 올랐을 경우 오른다고 보낸 사람 5000명을 반으로 나눠 2500명에겐 오른다고, 나머지에겐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보냈다. 떨어졌을 경우에도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보낸 사람 중 반에게는 오른다는 보고서를, 나머지 반에게는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보냈다.
이런 식으로 8주 동안 오른다는 보고서와 떨어진다는 보고서를 계속 받은 사람은 20명 남게 된다. 이들은 그 투자자문사의 예측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맹신한다. 8주 동안 한 번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도 족집게라고 나팔수가 된다. 그들이 오로지 확률적으로 우연히 선택된 사람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다. 나머지 9980명은 중간에 틀린 보고서를 받았기 때문에 실망해서 이탈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투자자문사는 이제 2단계 작전에 돌입한다. 최후까지 남은 20명에게 투자를 의뢰받아 최저 연10%의 높은 배당을 해주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강세면 배당률을 좀 높인다. 그렇게 2년 5년 7년 지나면 그 투자자문사의 투자능력은 전설이 된다. 하지만 이 투자자문사가 한 것은 많은 투자자들을 모집해 그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높은 배당을 해주는 ‘금융 다단계 판매’에 지나지 않았다. 돈이 계속 유입되면 족집게 고수익 사기를 계속 할 수 있으나, 자금유입이 끊기면 하루아침에 무너진다. 2008년에 650억달러의 피해를 입힌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 출신의 펀드매니저 버나드 메이도프(Bernard Madoff)가 벌인 사기극이 바로 그런 것이다.
◆“친하니까 알려준다”는 사람이 바로 사기꾼
주식시장에는 이런 사기극이 자주 벌어진다. 1998년에 있었던 급속냉각캔 사건과 2000년의 새롬기술 주가파동이 대표적이었다. 작년에 문제가 됐던 DLS(파생금융상품)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기극들은 높은 수익에만 정신이 쏠리는 투자자들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아편 장사가 많이 남는다’며 ‘리스크를 감수해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high Risk high Return)’고 꼬드긴다. 고수익에는 높은 위험이 항상 함께 한다(high Return high Risk)는 사실을 애써 보지 않으려 하는 사람의 속성을 이용한다.
사기극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정보의 생로병사’를 알아야 한다. 사람이 나서 늙고 병들어 죽는 것처럼, 정보도 그 과정을 거친다. 투자정보가 만들어지는 것은 정부와 회사 등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내부자)만이 안다(生). 다음에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달라 붙여 정보를 가공한다. 이때 큰손들이 주식을 싼 값에 매집한다(老). 정보가 다 만들어지고 매집이 끝나면 언론 보도나 입소문을 통해 정보가 확산되면서 주가가 급등한다. 멋모르는 개미투자자들이 떼 지어 살 때 큰손들은 주식을 팔고 튄다(病). 이때 ‘친하니까 너에게만 따블나는 정보를 알려주겠다’고 접근하는 사람이 바로 사기꾼이다. 친하게 지내는 잘 아는 사람인 경우도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큰손의 매도가 끝나고 개미들의 추가 매입여력이 없으면 급등했던 주가가 급락하고 개미들은 강제로 퇴출당한다(死).
◆공돈효과=쉽게 번 돈 쉽게 나간다
증시에서 사기당하는 사람은 복권의 유혹에도 잘 넘어간다. 복권은 전형적인 돈 놓고 돈 먹기의 확률게임이다. 복권으로 돈 버는 사람은 복권사업자이고 돈 잃는 사람은 복권 사는 사람이다. 매주 로또 1등이 당첨되지만(당첨자가 없으면 다음 주로 이월돼 언젠가는 반드시 당첨자가 나온다), 당첨자가 복권매입자 전체는 아니다. 어떤 복권이든 당첨금이 판매금의 50%를 절대 넘지 않는다. 수십억원 당첨으로 인생역전을 꿈꾼다는 선전은 공인된 사기극이다. 부자들은 복권을 사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공돈효과라는 게 있다. 주운 돈이나 도박으로 딴 돈, 그리고 복권에 당첨돼서 받은 돈처럼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간다. 『대학』에서도 “정당하게 들어오지 않은 돈은 역시 쉽사리 빠져나간다(貨悖而入者亦悖而出)”고 강조했다. 공짜를 좋아하면 반드시 후회하고, 공짜로 얻은 돈은 내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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