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바이올린이 아니라 콘트라베이스,큰북,튜바,하프가 오케스트라의 앞줄을 차지해버린다면,나머지 단원들은 지휘자를 보기조차 힘들 겁니다. 하지만 바이올린이 앞쪽에 배치되는 것은 이런 실제적인 이유만이 아니라 음향미학적인 근거와 역사적인 배경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현악기는 소리가 그다지 크거나 강한 악기가 아니지요. 또 트럼펫처럼 효과적인 음향을 만들어내지도 못합니다. 대신 다른 악기들가 잘 어울리고, 그러면서 오케스트라의 기본 음향을 형성하지요. 바로 이런 이유로 바이올린은 그룹을 지어 앞쪽에 놓이는 겁니다. 한편 현악기의 배치는 다양한 형태를 띱니다.우선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이 오케스트라의 바깥쪽에 서로 마주 보고 앉으며,그 사이에 첼로가 비올라가 놓이고,콘트라베이스가 제1바이올린과 첼로 뒤에 배치된 경우를 보셨을 겁니다.이를 ‘독일식 오케스트라 배치(유럽식 배치)’라고 부릅니다.
아니면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악기부터 차례대로 배치하기도 합니다.즉,지휘대를 중심으로 왼쪽부터 제1바이올린,제2바이올린,비올라,첼로의 순서로 앉는거죠.이 것은‘미국식 오케스트라 배치’입니다. 이 두 가지 방식 말고 달리 변형할 수도 있습니다.지휘자가 음악회 프로그램과 음향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따라 오케스트라를 어떤 식으로 배치할 것인지 결정하죠. 하이든이나 베토벤의 교향곡 같은 고전 레퍼토리를 연주할 때에는 주로‘독일식 오케스트라 배치’를 많이 따릅니다. 오케스트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처음에는 현악4중주(제1,2바이올린,비올라,첼로)에 콘트라베이스가 추가되면서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1바이올린이 리더 역할을 담당했죠. 관악기는 초기만 해도 현악기의 화성을 채워주는 역헐을 합니다. 그러다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오케스트라 내에서 독자적인 그룹으로 자리를 잡아나갑니다. 자금도 관악기가 현악기 뒤에 놓이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오케스트라의 목적은 악기들 간에 조화를 이루어 멋진 협주를 해내는 것입니다.그러러면 현악기가 목관악기,금관악기,타악기보다 앞에 배치되어 조화로운 음향을 만들어내고,악장이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야 하죠.
최근에는 목관악기를 맨 앞에 배치하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이러한 배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에 관한101가지 질문’_0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