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탄광 동바리*/이채율
매장량 그득한 볕살이
광차 한가득 실려드는 탄광촌 단칸방
구공탄에 불 붙이는 아버지 얼굴엔 불꽃 이글거렸다
아버진 평생 석탄밥만 먹은 문경탄광 탄부였고
어깨 튼실한 동바리 가장이었다
세상에 없는 세상을 캐는 아버진 두 겹 하늘 이고 살았다
집달관처럼 진폐가 찾아온 날 석탄 가루 온 집에 뒤덮였고
창고에 쟁인 검은 연탄도 순식간 흰 탄이 되었다
곡괭이 잡던 그 손으로는 어머니 손을 깍지 끼었다
괜찮소 버팀목만 튼실하면
갱도는 쉬이 무너지지 않을 거고
막장 같은 생에서도 벗어날 수 있소
그 후로도 아버진
여전히 채탄 야적장에서 가뭇없이 몸을 뉘며
생의 탄질 첫째 가도록 탄가루 마셔가며 살았다
수 년 허파 앓이 이겨냈을 땐
백화산도 말끔한 숨을 뱉어내었고
아랫목 탄불 또다시 피운 근육도 예전 탄맥같이 튼실해졌다
사는 건 가족탄 캐야 한다는 생각만 꼿꼿하면
무저갱에서도 거뜬 살아남는다며
오늘은 지나온 탄광 길 더듬는다
가은선 폐허 딛고 비탈 철길 따라 달려가듯
알 불 문경 토끼비리* 향해 구불구불 타오른다
아버진 은성갱 처럼 생탄 빛 검버섯 피었지만
오롯이 잡석 없는 다섯 식구 내일을 캔
소백 비알 으뜸 광부다
폐광 없는 뒤안길 액등額燈처럼 빛난다
*갱을 받치는 나무/문경지질공원, 명승 제31호
童發伊동발이
[借(차차어)] 동바리. 툇마루나 좌판 따위의 밑에 괴는 짧은 기둥. 광산이나 탄광, 토목 공사를 위하여 땅속에 뚫어 놓은 길이 무너지지 않도록 받치는 기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