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243
동봉스님 ()()()
제12장. 존중정교분2
이 경전이 읽혀지는 곳이면
일체 세간과 하늘 사람과
아수라가 모두 다 공양하는 곳입니다
단 한 귀절이라 하더라도
너무나 소중하고
참으로 희귀한 말씀이니까요
나는 금강경 존중정교분을 읽다가
개응공양皆應供養
여불탑묘如佛塔廟
즉위유불即爲有佛
존중제자尊重弟子 등을 접할 때
환희로움으로 전율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금강경》은 스펙트럼이다"
"그래, 금강경은 증강현실이다"
"그래, 금강경은 홀로그램이다" 라고요
금강경을 통해 부처님을 만나고
금강경을 통해 바른 가르침을 만나고
금강경을 통해 위대한 고승을 만나고
금강경을 통해 인생의 실상을 알고
금강경을 통해 사물의 실체를 알고
금강경을 통해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스펙트럼Spectrum이 뭡니까
일반적으로 광학에서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을
파장에 따라 배열한 것입니다
기시광선은 무지개 색과 같이
이어지는 띠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무지개 색을 얘기할 때
빨주노초파남보 순으로 외웁니까
아니면 보남파초노주빨로 외웁니까
당연히 빨간색에서 시작하여
보라색에서 끝이 나지요
크고 작고 높고 낮고 길고 짧고 등
그림씨를 표현할 때
대소고저장단이라 하나요
아니면 단장저고소대라 합니까
당연히 다소고저장단이지요
따라서 파장도
길고長 짧고短 순으로 얘기하니까
무지개 스펙트럼을 통과한
가시광선의 파장의 길이도
빨간長ㅡ보라短으로 외면 됩니다
스펙트럼을 국어사전에서 찾으니
복잡하게 짜여진 현상이나 물질을
단순한 성분으로 나누고
각각의 양의 크기에 따라
강도의 분포를 배열한 것입니다
백과사전을 펼치면 뜻이 다양합니다
아이작 뉴튼(1642~1727)을
스펙트럼의 창시자라 보는데
그는 삼각형 프리즘prism을 실험하고
빛의 굴절 현상을 이용하여
하얀 빛白光을 하나하나 나누어서
스펙트럼을 전개했습니다
하얀 빛이 나누어지는分光 이유는
파장 길이의 길고 짧음에 따라
굴절률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파장 길이가 긴 것은 빨간 색이고
파장 길이가 짧은 것은 보라색이지요
또 스펙트럼에는
함수해석학적인 것도 있습니다
함수해석의 입장에서
유계작용소의 스펙트럼은
그 고윳값의 집합을
일반화시킨 개념이라 하겠습니다
또 스펙트럼을 통과함으로 해서
육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던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보입니다
빛의 파장의 길이가
빨강에서 보랏빛으로 가면서 짧아지지요
극락세계 연꽃만 하더라도
파란 연꽃 노란 연꽃 빨간 연꽃
하얀 연꽃이 있는데
그들의 꽃 색깔에서 보았을 때
극락세계에도 태양광선을 받아들여
온갖 꽃 온갖 식물 온갖 동물
온갖 곤충 온갖 사물들이
빛을 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서 극락세계에
사색 연꽃이 아름답게 핀다는 것은
태양광선을 받아 온갖 동식물이
삶에 맞게 적용시킨다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 지구촌에도
빨강에서 보라까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중심으로 하여
왼 쪽 빨간색 바깥으로
파장이 긴 빛Line이 있는데
이를 색깔Color이라 표기하지 않고
붉은 색 바깥 선赤外線이라 하여
선Line이라 표기한 것은
우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른 쪽 보라 바깥으로
파장이 짧은 빛이 있는데
이 또한 색깔로 표기하지 않고
보라색 바깥 선紫外線이라 하여
선이라 표기한 것도 역시
눈으로 볼 수 없는 빛인 까닭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적외선과 자외선은 보이지 않으니까
우선 접어두고라도
가시광선 내에서
빨간 장미 하얀 백합 노란 국화와
붉은 단풍 공작새의 아름다움과
청과물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온갖 채소 온갖 과일 빛깔들이
아름답지 않던가요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에게서
곧 개학을 맞이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가방과 옷과 신발과 마음 색깔에서
젊은 여성들의 패션에서
자연스런 빛깔이 느껴지십니까
이 모든 아름다운 색깔이
다 태양에서 왔는데
그 빛의 근원을 밝혀 준 게
분광기로 알려진 스펙트럼입니다
진리ㅡ올바른 가르침은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습니다
가정에 학교에 사무실에 회사에
산에 들에 길에 호수에 강과 바다에
온 우주에 꽉 차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빛과 같아
공간의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법당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종이로 된 경전에만 머물지 않고
부처님의 인연처인
네팔이나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타일랜드 베트남 티베트
중국 일본 한국에만 있지 않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해인사 팔만대장경각에 소장된
고려대장경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금강경이라 씌여진 책에만도
금강경은 머물지 않습니다
인도의 갠지스강에만
부처님의 가르침은 고집하지 않지요
어디 공간 뿐이겠습니까
시간성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태양의 빛이
시간성에 국한되지 않음과 같습니다
빨주노초파남보의 빛깔이
예전엔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든가
지금은 이렇게 있는데
미래에는 없다든가 하진 않겠지요
그렇다면 부처님 가르침도
시제를 뛰어넘어 영원한 것입니다
우주에 꽉 찬 태양의 빛에서
형형색색 컬러Color 세계를 밝혀 낸
아이작 뉴튼의 스펙트럼처럼
금강경이 읽혀지는 곳이면
그리고 금강경이 설해지는 곳이면
부처님과 부처님의 탑묘가 있는 곳이고
거룩한 수행자가 머무는 곳이라 하신
존중정교분이 중요하다 봅니다
나는 이 존중정교분을 읽을 때
어그멘티드 리얼리티Augmented Reality
곧 증강현실增强現實이나
또는 버츄얼 리얼리티Virtual Reality
곧 가상현실이 떠오르곤 합니다
사실 알고 보면 증강현실은
가상현실의 한 분야일 뿐입니다
증강현실은 실제의 환경 속에서
가상의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하여
원래 현존하는 환경에
존재하고 있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꾸며주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입니다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거의 빠질 수 없는 기법이지요
가령 해인사 팔만대장경각 안에서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은
증강현실 앱을 이용하여
고려대장경판에 얽힌
증강현실기법을 적용하게 되면
디지털 미디어 기법은
스스로 인터넷에 들어가
고려대장경에 깃든 모든 역사를
낱낱이 보여줍니다
나는 존중정교분을 읽을 때
바로 이 스마트폰의 증강현실을 통해
금강경이 설해지는 곳이
금강경이 읽혀지는 곳이
곧 부처님과 부처님의 탑묘가 있고
하늘의 신과 땅의 사람들이
모두들 모여와 공양하고
제자들 마저 존중받을 수 있다는
이 소중한 세계를 느끼곤 합니다
나는 또 느낍니다
이 존중정교분 대목에 이르면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마치 홀로그램Hologram을 통해
하늘의 고귀한 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옴이 느껴집니다
금강경을 읽는 수행자 불자들을
지극정성으로 공경하고
공양하는 모습이 내게는 보입니다
아! 홀로그램이 뭐냐고요?
홀로그램은 두 개의 레이저 빛이
서로 만나 일으키는
빛의 간섭효과를 이용하여
사진용 필름과 흡사한 표면에
3차원(3D) 이미지를 기록함입니다
그래서 홀로그램은 입체적이지요
영국의 물리학자
데니스 가보Dennis Gabor가
이 홀로그램 원리를 발견하여
197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지요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1960년대에 레이저 개발로
본격적 홀로그램 응용기술이 발전합니다
오늘날 영화에서는 거의 필수적이지요
금강경은 홀로그램입니다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서는
이론 홀로그램을 얘기하고 있는데
사람이 생각하고 있는 세계가
현실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논리가
양자역학의 원리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불교의 대승경전,
특히《화엄경》을 이해하고
홀로그래픽Holographic을 연구하면
저절로 이 세계가 보일 것입니다
앞으로는 그래픽 세상입니다
우리가 그래픽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가 결코 아닙니다
현실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수행자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눈높이를 높이거나 낮춤이 아닙니다
이는 높낮이의 세계가 아니라
포용과 이끔의 문제입니다
이토록 멋진 경전
아름다운 경을 어떻게 읽고 있나요
세일즈퍼슨Salesperson이
상품 하나를 팔기 위해
얼마나 다리품 말품을 팔아야 합니까
읽는다讀는 것은 말품言을 팔賣듯
그렇게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읽음이 되지 못하고
개응공양 여불탑묘
즉위유불 존중제자가 되지 못합니다
아으! 존중정교분이여!
할 얘기가 아직 한창 남았는데~
08/31/2015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