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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관전기 내지 시청기는 경기가 끝나고 바로 써서 올려야 '제 맛'이나, 저의 밑도끝도 없는 게으름으로 인해 이제서야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루 혹은 이틀 늦게 글을 쓰는 데에도 장점이 있는데, 그 장점이란 글 대상이 되는 경기를 한 번 혹은 두 번 더 보고, 마음이 다소 흥분되는 경기 직후와는 달리 좀 더 차분하고 정확하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학생 때 같았으면, 이제 12월 중순이라 기말고사도 끝난 시점이라 아마 춘천에서 지하철 혹은 많은 분들의 추억이 담겨있는 경춘선 열차를 타고 부천으로 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덧 사회에 찌들어가는 나이와 위치에 접어든 현재의 저는 학생 때의 직관에 대한 열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조금만 추워도 "아 춥다...귀찮으니 인터넷으로...."라는 식이 되버리니 말이죠. 하지만 춘천 경기 직관에 대해서는 아직 열정을 잃지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 치부해 봅니다.ㅋ
원래 프로 경기를 볼 때는 순위싸움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근래 몇 년간 우리은행의 경기를 보며 저는 순위싸움이라는 것 보다도 팀의 선수들의 성장과, 그 성장이 만들어가는 소중하기 그지없는 일승일승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팬 분들...특히 제 동생같이 남자농구의 치열한 순위싸움에 온 관심이 쏠려 있는 분들은 이를 도저히 이해 못 하겠지만 이런 '별천지'에 빠지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고 장담합니다.
우리은행 선수들의 성장세는 근래의 좋지 않은 일에도 불구하고 상승세의 일로에 있습니다. 물론, 경기 때마다의 조금의 '들쭉날쭉'은 있다 하더라도 주욱 보아왔을 때 경기력이 많이 올라가고 있는 모습입니다. 물론, 승은 올리지 못했지만요.
일단, 가장 쉽게 득점을 할 수 있는 4,5번(파워포워드, 센터) 포지션에서 양지희 - 배혜윤 선수는 이제 우리은행을 지탱하는 두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량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두 선수가 다른 팀 포스트 선수들에 비해 무언가 중량감이 부족하다 생각했는데 이번 시즌 중반에 경기를 볼 때에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말입니다.
이 두 선수에게 있어 가장 고무적인 현상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없앴다는 것입니다. 특히, 가장 어려운 상대인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두 선수는 하은주 - 강영숙 선수라는 리그 일류급 센터 선수들을 놀라게 하는 고득점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의식하지 않고, 연습 때처럼 '백보드를 잘 보며' 착착 득점을 하는 두 선수의 모습은 조 감독대행님 뿐 아니라 저를 비롯한 팬들의 눈과 마음을 흡족케 했습니다.
실력은 연습을 통해서도 향상시킬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연습을 거친 뒤에는 실전을 통해 이를 급상승시킬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출전 시간을 통해 이 두 선수의 실력이 일취월장할 수 있도록 우리은행 팀이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고참 선수들의 솔선수범 정도가 올라가고 있다는 것도 성장세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즌 초반, 이른바 '가비지 타임'에만 출전하여 얼토당토 않은 '퇴출직전설'까지 나돌게 했던 우리은행의 서열 3위 김은경 선수는 차츰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알토란 같은 활약 - 경기당 한 두개씩 터지는 3점슛 - 으로 많은 후배들에게 사기를 북돋아 주고 있습니다. 벤치 안에서도 후배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구요.
올 시즌 들어 김은혜 선수는 자신의 캐릭터인 '3점 슈터'의 모습은 믾이 상실한 모습이지만 그 밖의 부분에 대해서는 팀의 두 번째 고참 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비 부분에서의 플레이가 예전보다 정성스럽습니다. 특히 지난 12월 10일 KDB 생명 전에서 김은혜 선수는 상대하기 버거운 조은주 선수를 최선을 다해 막아냈고, 많은 갯수는 아니지만 팀에 꼭 필요한 수비 리바운드에 열중하는 플레이를 보여 주었는데 많은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될 만한 플레이라 하고 싶습니다.
'왕고' 임영희 선수의 솔선수범한 모습에 대해서는 지금 이야기하면 다소 지겨워 지기 때문에 후에 경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드릴 때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즌 초반 밸런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이정현 선수가 스타팅 맴버로 나섰습니다.
이번 시즌 둘도 없는 친구인 이승아 선수와 함께 우리은행 팀 내에서 기대를 듬뿍 받았던 이정현 선수는 친구의 일취월장하는 플레이를 벤치에서 지켜보며 출전에 대한 열망을 키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코트에 나서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많이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번 경기에서 이정현 선수는 다소 부족했지만 대체적으로 사행일치(思行一致: 생각과 행동이 하나가 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정현 선수의 스피드는 강지숙 선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스피드에 있어서는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좋은 플레이를 몇 개 보여 주었습니다. 좋은 플레이란 바로 리바운드라 할 수 있는데 경기 초반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골밑슛 성공은 다른 팀 팬분들에게는 작은 부분으로 보일 지 몰라도 우리은행 팬 분들에게는 환호성을 일으킬 만한 큰 부분입니다.
수비 리바운드에 있어서도 수치는 적었지만 조혜진 감독대행님의 박수를 받아낼 만큼 팀에서 필요로 하는 플레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다만, 이 선수에게 수비 리바운드 시 문제가 되는 것은 스크린 아웃(리바운드 과정에서 경합을 벌이는 다른 선수들을 몸으로 밀쳐내고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미숙하다는 것인데 이에 양지희 - 배혜윤 선수의 많은 지도가 필요하겠습니다.
공격에 있어서의 보완점을 꼽아 본다면 상황 판단력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이정현 선수같이 큰 신장의 선수들은 턴을 위한 원-드리블시 상황 판단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턴을 위한 원-드리블(One-Dribble)을 할 때 드리블을 하는 지역이 드리블이 높은 자신에게 위험한 밀집 지역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인데 이 부분에 있어 이정현 선수 하나 실패하고 말았네요.
개인적으로 제안하건데 이런 방법을 쓰는 것이 어떨까요? 일단 포스트 공격을 하기 위해 패스를 받는 장소를 되도록이면 밀집 지역이 되버리는 페인트존 부분이 아니라 사이드로 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이드 지역에서 공을 받고, 바로 포스트업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패스-아웃을 하는 척하며 헬프 디펜스를 오려는 상대 선수들의 타이밍을 빼앗은 후 원 드리블을 치면서 턴을 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을 쓰면 순수한 일대일 공격을 할 수 있어 득점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상대의 파울을 쉽게 유도할 수 있어 자유투 획득도 할 수 있습니다.
이정현 선수는 슬램덩크의 산왕공고 신현필처럼 공격 루트가 '드리블 없이 휭~ 돈 다음 슛'으로 한정될 선수가 아닙니다. 신한은행의 강영숙 선수처럼 때로는 하이-포스트에서 정확한 중거리슛을 쏠 수 있는 슈팅 능력을 갖춘 선수이며, 기본적인 터닝 스텝도 갖추어진 선수입니다. 다재다능한 기질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 경기당 10~15분 정도 투입되서 주전인 양지희 - 배혜윤 선수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자신의 기량도 확~ 늘려갔으면 좋겠습니다.
'캡틴' 임영희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마이클 조던을 빙의(憑依)하며 롯데에서의 이대호 선수와 같은 존재감을 증명했습니다.
그야말로 '폭풍 득점'이 따로 없었습니다. 물론, 여러 팬 분들께서 말씀하셨듯이 신세계의 지역 방어의 허술함도 이에 기여를 했지만 31득점은 아무나 올릴 수 있는 득점이 아닙니다. 슛 성공률도 높았고, 영양가도 높았던 득점이었습니다.
오늘 KDB 생명의 신정자 선수에 관한 기사 중에 신정자 선수와 오세근 선수를 거론하며 신정자 선수를 이것저것 다 잘하는 '슈퍼맨'으로 칭찬하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슈퍼맨'이라는 단어는 우리은행 대 신세계 경기에서의 임영희 선수에게도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임영희 선수는 득점 외에도 프론트 코트로 넘어가는 역할, 중요한 시기에서의 리바운드, 김정은 선수 봉쇄, 적절한 파울관리, 코트 위에서의 작전과 위치 지시, 팀 선수들의 파이팅 고양 등 농구 경기에서 선수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이번 경기에서 충실히 해 낸 '슈퍼맨' 이었습니다.
다만, 3쿼터 때 체력 문제로 인해 '헛 슛'을 날린 것을 이번 경기에서의 결점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이는 임영희 선수만의 잘못만이 아닙니다. 경기 후반마다의 우리은행 팀의 고질적인 증세가 나타난 것이 임영희 선수의 결점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를 하다보면, 분명 팀 공격이 정체될 때가 있습니다. 제 아무리 신한은행같은 강팀이라도 고비는 늘 있는 법입니다. 이에 중요한 것은 이 고비를 풀어나가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다양한 팀, '방법'의 성공률이 높은 팀은 고비에서 정상 궤도로 조기에 돌아가 승리를 많이 챙기는 것입니다. 물론, 신한은행에는 하은주 선수라는 '끝판 SKY'가 있긴 하지만 그 외의 선수들도 이 '방법'을 잘 알기 때문에 고비를 잘 딛고 승수를 무지막지하게 챙기는 것입니다.
3쿼터에 신세계에 역전, 리드당할 때의 우리은행 선수들의 움직임은 예전의 '계령바라기' 현상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김계령 선수를 제외한 네 선수가 공격에서의 자기 역할, 자기 플레이를 못하고 김계령 선수만 바라보고 패스하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플레이였는데 이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졌다면 이 글에서 '임 주장 바라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단어가 나왔을 것입니다.
조혜진 감독대행은 매 경기 침착한 게임운영을 하고 계시지만 이번 경기 3쿼터 초반에 위와 같은 극악한 현상이 벌어졌을 때 정규작전 타임을 조기에 쓰는 강수를 취해야 했다 생각합니다. 아니면, 체력 문제로 3쿼터 잠시 허덕였던 임영희 선수를 잠시 벤치로 불러들이는 강수도 취했어야 했습니다. 게임이 안 풀리면 코트 위의 다섯 명이 다같이 움직이며, 머리를 맞대며 풀어가야지 어느 한 선수에게 그 문제를 떠맡기기만 하면 그 게임은 진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우리은행은 다음 주 삼성생명과 두 경기 연속 경기를 가집니다. '리턴 매치'인데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위와 같은, 한 선수에 대한 의존 현상이 심화된다면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마이너스대가 되 버립니다. 이미선 - 박정은 - 김계령 선수는 베테랑 중 베테랑입니다. 그러기에 상대 선수들의 이런 극악 기류를 절대 놓칠 선수들이 아닙니다.
우리은행 선수들은 외박 복귀 후 이틀 동안 삼성생명전을 준비할 때 코트 위에서 어떤 상황에서든지 누구한테 의존하지 않고 연습한 대로 '다같이' 플레이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하겠습니다.
배혜윤 선수의 경기 후반의 활약이 빼앗겼던 게임의 흐름을 다시 우리은행 쪽으로 돌려 놨습니다.
이번 시즌 MIP(기량발전상)의 1순위 후보는 바로 배혜윤 선수입니다. 물론, 배혜윤 선수가 신인 시절 신인상을 받았고, 지난 시즌 우리은행에서 주전 선수로 발탁되며 좋은 활약을 이어왔지만 이번 시즌의 활약도는 그 전과는 무언가 확~ 달라진 것이 사실입니다.
센스가 많이 늘었습니다. 예전에는 득점 하나만을 바라보고 게임의 흐름을 상대 팀에게 넘겨 주는 플레이를 가끔 보여주어 팬 분들의 탄식을 낳곤 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몇 번을 제외하고는 게임의 여러 군데를 훤히 바라보고 게임의 흐름을 상대 팀에서 우리 팀으로 가져오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 이를 잘 증명해주는 장면은 단연 3쿼터 종료 직전의 속공 돌파 후 바스켓 굿 유도였습니다. 이 득점이 아니었다면 우리은행이 경기 흐름을 가져오기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다만 배혜윤 선수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슛 레인지를 조금 늘릴 것과 하이-로우(High-Low) 게임에 신경을 좀 더 써달라는 것입니다.
배혜윤 선수의 로우 포스트에서의 공격력은 나무랄 때가 없습니다. 파워와 스텝을 적절히 사용하여 백보드를 잘 이용하는 공격에서는 리그에서 수준급입니다. 하지만, 로우 포스트를 벗어났을 때의 미들 슛 능력에서는 아직 의문 부호를 붙일 수 있습니다. 이에 배혜윤 선수가 룰 모델로 삼을 선수는 신정자 선수나, 김수연 선수입니다. 이 두 선수는 로우 포스트에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겼을 때 미들 슛을 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성공률도 매우 높습니다. 특히, 12월 10일 KDB 생명이 우리은행에 38분동안 지고서도 승수를 챙겨갈 수 있었던 이유는 신정자 선수의 높은 중거리 슛률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는 것이 방지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시즌 제 개인적으로 배혜윤 선수의 미들 득점은 '가뭄에 콩 나듯' 보았던 것 같습니다. WKBL 블로그에서 임영희 선수를 단독 인터뷰할 때 장위동 체육관의 선수 개개인 슈팅 연습 갯수를 보여주는 화이트 보드를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배혜윤 선수 분명 슛 연습을 지독히 많이 하는 부지런한 선수입니다. 이런 슛 연습에서 배혜윤 선수는 미들 슛 연습도 100에 35 내지 40은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배혜윤 선수의 공격 루트는 훨씬 다양하게 되어 팀의 득점이 더욱 원할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배혜윤 선수는 양지희 선수와 더불어 하이-로우 게임을 활발히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두 선수가 4,5번(파워포워드 - 센터)이라고 하지만 이것이 두 선수가 로우 포스트에서 제한된 포스트 업 공격만 하라는 '족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두 선수가 우리은행 공격의 기둥인 만큼 공격 루트가 더욱 늘어나야 하는데 이에 대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플레이가 지난 시즌 KDB 생명에서 신정자 - 홍현희 선수가 펼쳤던, 또는 정선민 선수가 자기 팀의 다른 선수와 잘 하는 하이-로우 게임입니다.
이번 경기 중에 인터넷 중계를 해설하신 신혜인 위원님이 우리은행 공격이 잘 안 풀릴 때 하시는 말씀이 "배혜윤 선수, 하이로 올라와야죠~"였습니다. 배혜윤 선수가 하이 포스트로 올라와 패스를 한 번 받아주고 백 도어 혹은 일대일 미스매치가 된 선수에게, 아니면 외곽 찬스가 난 선수에게 센스있게 패스를 하는 횟수가 늘어나야 합니다. 이런 플레이가 앞으로 잘 이루어진다면 우리은행의 평균 득점은 지금보다 상승할 것이고 더불어 거둘 수 있는 승수도 늘어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번에 조금 개편된 우리은행 홈페이지에 이승아 선수는 임영희 선수와 더불어 홈페이지의 대문에 '대문짝'만하게 얼굴이 실리며 홈페이지를 찾는 팬들에게 자신이 우리은행의 중심 선수라는 것을 알리게 되었는데 이번 경기 4쿼터에서 이를 잘 증명해 냈습니다.
분명 이승아 선수는 현재 이번 시즌 1라운드 때의 폭발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매 경기 꾸준히 출전해 주며 우리은행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공격 시의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의 부지런한 움직임은 팀 내의 다른 선수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팀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한 후의 컷-인해 가는 움직임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왼쪽 45도에서 공을 잡고 있는 이승아 선수가 다른 선수에게 패스합니다. 그 직후에 골밑을 지나쳐 반대 사이로 달리는 컷-인을 합니다. 백도어 플레이를 많이 노리는데 문제는 이 좋은 움직임에 패스가 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플레이가 상대의 눈을 현혹케 하는 '함정 플레이'인 줄은 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러던 것이 이번 경기 4쿼터에서는 제대로 빚났습니다. 임영희 선수에게 패스한 다음의 왼쪽 사이드로의 컷-인 후의 득점과 사이드에서의 패스를 노린 정면 컷-인에 이은 득점은 이 선수가 빈 곳에 대한 센스와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의 좋은 움직임을 가진 선수라는 것을 짧은 순간이었지만 잘 증명시키는 장면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우리은행의 21경기에서 우리은행은 이승아 선수의 좋은 움직임을 십분 활용하는 플레이를 많이 보여주어야 합니다.
물론, 임영희 선수의 조던식 득점 플레이도 좋고, 양지희 - 배혜윤 선수의 포스트 플레이도 좋습니다. 하지만 공격 루트 다양화라는 장기적인 과제에서 보았을 때 상대에게 잘 알려진 위와 같은 공격 루트 말고도 다른 루트, 즉 허를 찌르는 공격 루트가 필요한데 이에 가장 좋은 것이 이승아 선수를 활용한 공격 루트입니다.
앞으로의 우리은행 경기에서 이런 모습 기대합니다.
리그에서 혼자 플레이해도 욕을 먹지 않는 선수인 김지윤 선수의 막판 부상이 신세계로서는 뼈 아팠습니다.
김지윤 선수는 누가 뭐라고 해도 1번 포인트 가드 포지션입니다. 김지윤 선수의 리딩과 패스가 없는 신세계를 신세계 팬 분들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신세계의 대부분의 공격은 김지윤 선수의 손에서 시작되고 조절됩니다.
동시에 김지윤 선수는 김정은 선수와 더불어 신세계에서 가장 믿을 만한 해결사입니다. 우리은행에서 그렇게도 갈망하던 베테랑 해결사입니다. 리그에서 일대일로 김지윤 선수를 제대로 막을 만한 선수는 세 손가락에 뽑기도 힘듭니다. 공격에서 파워와 스피드를 수반한 정확도를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고로, 리그 최고의 공격형 포인트가드는 단연 김지윤 선수입니다.
정인교 감독님의 말씀대로 이번 경기에서 김지윤 선수는 김정은 선수와 더불어 '열망'을 다소 잃은 모습을 보였지만 코트 곳곳에서의 탄성을 자아내는 픽앤롤 플레이와 노도(怒濤)와 같은 돌파는 잃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3~5점 차이를 왔다갔다했던 이번 경기 4쿼터 막판의 상황에서 정 감독님이 가장 믿는 해결사의 모습을 보여 줄 채비도 되어 있었습니다. 그 채비에 발동이 걸리는 순간 김지윤 선수는 김은혜 선수의 발을 밞고 오른 발목을 접질러 버렸습니다.
만약 김지윤 선수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신세계가 4쿼터 막바지에 김정은 선수에 한정된 공격 패턴으로 무리수 플레이를 펼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단적으로 이야기드리면 4쿼터 막상막하의 승부처에서 김지윤 선수를 잃는다는 것은 팀의 확실한 공격 루트 중 하나를 날려버리는 것입니다.
이는 김지윤 선수의 득점 개인기에 국한해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김지윤 선수가 있어야 김정은 선수를 제외한 허윤자, 강지숙, 박하나 선수 등에게 확실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김정은 루트'를 제외한 이 루트들을 신세계가 이번 경기 막판에 쓸 수 있었다면? 이번 경기의 승패는 모르는 것입니다.
신세계가 KB 국민은행을 제치고 4강에 들기 위해서는 이런 김지윤 선수가 꼭 필요합니다. 개인적으로 노장 선수 중 가장 존경하는 김지윤 선수의 빠른 완쾌를 기원합니다.
박하나 선수의 활발한 움직임이 돋보였습니다.
뛰어난 외모로 '자칭' 신세계의 얼굴 마담이기도 한 박하나 선수는 실력에 있어서도 미래의 신세계의 얼굴로 점찍기에 전혀 손색없는 선수로 신세계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는 긴긴 시간은 아니지만 코트 위에서 활발한 모습을 여러 번 보여주며 정 감독님을 내심 흡족케 했습니다.
박하나 선수는 신한은행의 김연주 선수와 비슷한 스타일로 보여지기는 하나, 김연주 선수보다 다소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 주는 선수입니다. 그 단적인 예가 이번 경기 1쿼터에서 보여준 컷-인 플레이였습니다. 다만, 장기인 3점포가 경기 내내 터지지 않아서 속상했겠지만요.
박세미 선수를 KB 국민은행으로 보낸 신세계로서는 현재 2번 선수로 박하나 선수에게 거는 기대가 클 것입니다. 김지현 선수는 부상으로 시즌-아웃 상태이며, 김나연 선수는 간간히 알토란 같은 활약은 보여주나 기량이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박하나 선수 앞으로도 많은 시간 코트에서 뛰며 인기와 스탯을 올리고, 더불어 팀의 승수 쌓기에도 많이 기여했으면 좋겠습니다.
강지숙, 아니 강지우 선수(개명했으나 이번 시즌까지는 '강지숙'이라는 옛 이름으로 출전한다고 했나요?)에게 신세계는 항상 예전 금호생명에서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번 경기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구리시체육관에서 저는 강지우선수의 고감도 중거리슛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강지우 선수는 신세계로 이적 후 여러 팬 분들에게 갖은 질타를 받을 정도로 이런 모습을 신세계에서 많이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지윤 선수의 패스도 좋고, 허윤자 선수의 패스도 좋아 빈 공간이 생기는 횟수가 그리 적지는 않을텐데요?
저번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선수에게 있어 '관성'이라는 것은 정말 극복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신세계 팬 분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습 중 하나는, 강지우 선수가 198센티의 큰 신장으로 골밑을 장악해 많은 득점을 올려주는 것인데 선수 생활동안 주로 미들 슛 플레이로 득점을 올려왔던 강지우 선수에게 로우 포스트를 장악하라고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리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지우 선수는 자신의 장점인 정확한 미들 슛을 많이 시도하기 위해 하이 포스트에서 지금보다는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쉽게 이야기 드리자면, 공을 가만 기다리지 말고 공을 받으로 가는 움직임을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강지우 선수 스스로가 움직임을 지금보다 많이 가져가야 슛 기회가 늘어나 지금보다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습니다. 정인교 감독님이나 강지우 선수가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니 앞으로의 경기에서 잘 지시, 실천해 주었으면 합니다.
이것으로 우리은행은 3연패 끝에 어렵사리 승리를 거두며 3승의 고지를 밟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2시간 뒤인가요? WKBL TV에 '락커룸 인터뷰'가 업데이트 되더군요. 요즘 WKBL TV 해설진에는 차양숙 - 신혜인 위원님, 그리고 김동훈 기자님이 계시는데, 남자인 김동훈 기자님이 해설을 하실 때에는 락커룸 인터뷰가 없습니다. 하지만 여자인 차양숙 - 신혜인 해설위원님이 해설을 하실 때에는 으레 승리팀 락커룸 인터뷰를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두 여자 위원님이 해설을 하는 경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김동훈 기자님의 자상한 해설도 유익하지만요.
이번 경기에서는 신혜인 해설위원님이 우리은행 락커룸에서 캠코더를 잡게 되었습니다. 인터뷰 대상은 임영희 선수와 이승아 선수였는데 이에 아쉬운 부분은 신 위원님이 이승아 선수에게 너무 '교과서적'인 질문만을 던졌던 것입니다.
물론, 이승아 선수가 아직 신 위원님의 말씀대로 '애기같은' 신인이다 보니 인터뷰에서 코트 위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인 '소녀'스러운 모습으로 조신히 답변할 수 밖에 없지만서도, 신 위원님의 질문 내용이 좀 더 '교과서 외적인' 것이었다면 좀 더 재밌는 답변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예를 들어 "외박인데 인천에서 뭐하실 건가요?"라던지, "동기 친구 중 가장 재밌는 동기 친구는요?","방장 언니는 누구이고, 어떻게 대해 주나요?" 말이죠.
락커룸 인터뷰의 취지는 공식 인터뷰 때와는 다른, 선수들의 진솔한 대답을 듣는 것입니다. 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이런 진솔한 대답을 유도해 내는 질문입니다. 차양숙 위원님은 관록이 있으셔서 나무랄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신혜인 위원님은 이 부분에 있어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질문자부터 '뻘줌'해 버리면, 질문의 내용도 '뻘줌'해 버리는 법이니까요.
앞으로 신 위원님의 일취월장한 질문과, 다음 인터뷰 때의 이승아 선수의 좀 더 자신있는 대답 기대합니다~^^
솜씨 서툰 잡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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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보너스로 배혜윤 선수의 마지막 블로킹 정말 멋있었습니다~ 그리고......신세계 입장에서 정인교 감독님이 4쿼터 후반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셨을 때 좀 더 참고 후의 다른 상황에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셨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저도 그 다음 상황에서 비디오 판독을 사용했으면 좋았을 걸 이라나느 생각을 했어요. 관전평 잘 봤어요. 고맙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막 쓴 글인데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칼럼을 써 놓으시고, 막 글이라고 하시면 곤란하죠..ㅎㅎ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