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30(월) 저녁기도회 설교
(신09_01) 자격 없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신명기 9장 1~8절
요즘 젊은이들이 쓰는 말 중에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둘리는 1988년에 나온 만화제목인데 거기에 등장하는 아기 공룡 둘리가 할 줄 아는 말이 ‘호이, 호이’뿐입니다. 호이(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권리)인 줄 안다는 말은 여기서 나온 word play입니다.
사람이 어떤 호의를 계속 입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자기의 당연한 권리인 줄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식당에서 주인과 싸움이 붙은 고객을 경찰이 순찰차로 태워서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줬더니 자기 집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하며 순찰차 유리를 부수어 체포되었다. 이게 바로 호의를 권리로 착각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는 우리에게 자격도 없고 감당하기도 어려운 과분한 은혜입니다. 그런데 사람이 그 은혜를 입은 후에는 그것이 은혜인 줄 모르고 자기가 잘나고 자기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 줄로 착각합니다. 자기는 원래부터 당연히 그것을 누릴 권리가 있는 줄 압니다. 그래서 모세는 그러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40년 전에 정탐하면서 보았던 크고 높은 성과 거대한 아낙 자손이 버티고 있을 것입니다. 40년 전에 메뚜기 콤플렉스가 걸렸던 그 문제가 여전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여호와 하나님이 그들을 물리치고 그 땅을 차지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그럴 때에 이스라엘은 자기들에게 그런 능력이 있거나 남달리 지혜롭거나 민족성이 뛰어나서 그 땅을 차지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은 원래 자격이 없을 뿐 아니라 여러 번 하나님을 격노케 했던 민족임을 모세가 상기시켜 줍니다.
특별히 금송아지 사건을 자세히 설명해 줍니다. 그때는 모세도 참 황당했을 것입니다. 모세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언약을 체결하고 십계명 돌판을 받고 있는 사이에 백성들은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모세는 그 백성들을 진멸해버리겠다는 하나님을 막아섰고 그래서 이렇게 살아남아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브롯 핫다아와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백성과 한국교회 성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50~60년 전에 우리는 국제거지였지만 하나님은 우리 민족을 불쌍히 여겨 주셔서 교회 부흥과 국가의 발전을 동시에 허락해 주셨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벌어져서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이런 말을 아무리 해도 이해를 하지 못합니다.
젊은이뿐만 아니라 그 시대를 함께 겪어왔던 기성세대들조차 마치 처음부터 우리가 이렇게 살았던 것처럼 착각에 빠져있습니다. 교회 성도들도 우리가 옛날에 어떻게 간절히 기도했고 그 결과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떤 은혜를 주셨는지 망각하는 병에 걸렸습니다. 그리고는 하나님께 내 권리를 왜 더 누리게 해주지 않는지 불만만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하나님이 나에게 이 정도의 복밖에 안 주시느냐고 기도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게는 현재 누리는 복도 과분합니다. 내게는 이럴 권리나 자격이 없습니다. 오로지 하나님의 은혜로 지금과 같은 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목사가 되어 목회도 하게 해 주시고 가족도 주시고 집도 주셨습니다.
이런 과분한 은혜를 고백하고 겸손한 자에게 우리 하나님은 지속적으로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기도할 때에 내가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끝까지 잊지 말고 꼭 기억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