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이겨라! 한국 이겨라!
조 수 민 (조태현의 2남)
“대만 이겨라! 한국 이겨라!”
밤낮으로 집안 가득 환호와 탄식이 들려온다. 오늘은 아주 특별한 경기가 있는 날이다.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단체 결승전에 한국과 대만이 올랐다. 나도 38년간 살면서 여러 대회와 경기를 보았지만 올림픽에서 이런 시합도 흔하지 않은 경우였다.
우리 가족은 한국과 대만의 다문화가정이다. 한국국적인 나와 대만국적인 아내, 초등학교 3학년 아들, 1학년 딸 이렇게 네 식구가 지내고 있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과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딸에게도 이번 올림픽은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 4년마다 열리는 온 세계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즐기는 축제인 올림픽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중계도 방송사와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다른 나라 경기도 방송이 되고 있었다. 같은 날 경기가 있을 땐 TV, 태블릿, 휴대폰 등 가전기기가 총동원 되어 동시에 응원전이 벌어진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중계는 한국선수들의 경기가 주로 방송되기 때문에 모든경기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아내의 나라인 대만선수 경기는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평소 운동경기에 관심이 많은 아내덕분에 대만의 올림픽 소식을 실시간 중계로 듣을 수 있었다. 아내 또한 대만경기를 보기 위해 인터넷, TV, 휴대폰 등을 통해 여러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내는 한국에 거주하는 대만며느리 커뮤니티를 통해 대만 경기일정 및 방송일정, 시청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렇게 한 집에서 서로의 나라 선수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코로나19만 아니었다면 일본에 가서 올림픽을 직접 보려고까지 계획했던 아내였다.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인 양궁은 특히 여자양궁이 매우 강하다. 한국은 먼저 열린 남녀혼성 경기에서 김재덕, 안산 두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였다. 직접 경기를 보며 응원한 아이들은 양궁과 올림픽에 대한 재미와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남녀혼식에서 금메달을 따는 기쁨을 느낀 가족들은 양궁 남자단체에 한국과 대만이 결승전에 올라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들은 엄마편에 딸은 아빠편에서 응원이 시작된다. 두 나라를 모두 응원하지만 아이들도 엄마, 아빠가 신경쓰이는 눈치다. 나도 대만아내의 눈치가 보이지만 마음은 어쩔 수 없는지 아이들을 내편으로 부른다.
TV 속 한국의 김재덕선수의 파이팅 소리에 집에서는 더 큰 응원소리로 “한국 파이팅”을 외친다. 아내가 김재덕선수의 팬이 되었지만 결승전에 대만이 올라온 상황에서 응원소리가 줄어든다.
“대만 파이팅! 대만 이겨라!”
아내의 목소리에 아이들도 소리를 높인다.
“대만 이겨라, 한국이겨라”
온 가족이 양쪽 선수의 활쏘기에 모두 집중해야 하는 긴장감 속에 매우 힘든 응원전이었다. 마침내 마지막 화살의 시위가 당겨졌고 오진혁선수의 “끝”이라는 소리와 함께 결과는 한국 남자단체의 우승이었다. 한국은 금메달, 대만은 은메달을 따게 되었다.
더 큰 감동은 이후에 몰려온다. 기쁨을 뒤로 하고 아쉬워하는 아내를 위로하던 중에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은메달인 대만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고 금메달인 한국선수들이 시상대에 오르며 애국가가 울린다. 아내는 대만의 금메달 시상식을 보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박수를 보냈다. 세계대회인 올림픽인 만큼 금메달의 의미와 시상식 모습을 자주 접하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우리 가족의 감동은 지금부터였다. 시상이 끝나자 한국의 오진혁선수는 선수들을 부른다. 대만선수들도 같이 오라고 손짓했다. 오진혁선수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들고 단체 셀카를 찍었다. 한구선수단과 대만선수단의 단체 셀카사진이라니,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었다.
1등, 2등도 금메달, 은메달도 없는 순간이었다. 중계카메라에 잡힌 모습에 우리 가족사이에도 잠깐 정적이 흘렀고 이내 아내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너무나 감동적인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올림픽이 단지 다른 나라와의 경쟁으로 메달과 승리를 위함이 아닌 전 세계의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어울려 화합할 수 있는 모습을 배우고 느낄 수 있게 되는 장면이 되었다. ‘양궁셀카사진’은 대만은 물론 해외에서 이슈가 되었고 뉴스와 SNS를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사진 속의 선수들이 모두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후 우리 가족은 다른 여러 종목의 경기들도 긴장보다는 여러 선수와 나라를 응원하며 즐겁게 관람하였다. 이렇게 17일 간의 도쿄올림픽이 끝나며 아쉬움을 뒤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참가국들이 입장할 때는 생소한 나라들이 정말 많았다. 아이들도 신기해하며 다양한 나라와 인종에 놀라는 모습들이었다. 자신들도 한국과 대만의 이중국적으로 지내며 혼란스러운 점도 있었겠지만, 나 또한 부모로서 이제는 올림픽을 통해 언어가 아닌 마음으로 화합할 수 있다는 올바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느끼기를 바라고 그런 부모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겠다고 마음 먹는다.
아울러 이번 올림픽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어떤 어려움도 함께 이겨내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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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조수민(조태현의 2남)이 대구 매일신문사 주최 <2021 전국 다문화 가족 생활수기 공모>에서 입선한 작품임)
첫댓글 혹 몰라 2장을 올렸으니 잘 알아서 실어 줌 좋겄네.
수고에 감사하며~ 가촌 조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