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손흥민의 부상 소식을 아침 뉴스로 보게 됐다 월드컵 출전에 문제가 될거라는 축구광인 남편의 설명과 함께 벌써 20여년전, 잊고있던 아들의 사고가 겹쳐졌다
유독 눈이 많이오는 강원도 춘천에 살 때 일이다 중3인 큰아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어서 집에 있고, 중1인 작은애만 봄방학하는 날이라 학교에 갔다 그날은 아침부터 제법 많은 눈이 내리며 온세상이 하얗게 덮이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아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데, 집 전화벨이 울렸다 빨리 학교로 와 달라는 담임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이한테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함박눈은 세상을 하얗게 덮고, 방학한다고 신이 난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삼삼오오 모여 눈싸움하며 장난치다가 미끄러진 친구의 운동화에 아들은 오른쪽 얼굴을 심하게 맞은거였다 선생님은 아들이 엄살을 피운다고 생각하며 친구끼리 그럴수도 있지하며 가벼운 타박상으로 알고 양호실로 보냈는데 , 아들이 얼굴을 감싸쥐고 어지럽다는 말에 놀라서 연락을 한거였다 급히 학교로 달려온 남편과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당장 X-ray를 찍고 입원을 했지만, 눈 주위가 너무 부어 있어서 어떤조치도 할 수 없다며 일단은 지켜보자고 했다
며칠 후, 부기가 가라앉고 안와골절이란 진단이 내려졌다 눈을 감싸고 있는 일명 광대뼈가 깨지면서 눈알이 함몰된거였다 연계된 서울이대학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된다고 하며 나중에 후유증도 걱정하는 주치의의 소견에 더 심란해졌다 더구나 아들을 다치게 한 친구네 가정형편은,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삼남매를 엄마 혼자 키우는 딱한 처지였다 일부러 그런것도 아니니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답답했지만, 수술이 잘 되기만을 빌었다 되레 내가 괜찮을거라고 친구엄마를 안심시켰다 치료비조차 받을 수 없는 상태지만 운이 나쁜 탓이려니 했다 꺼진 눈밑으로 깨진 광대뼈에 의료용 티타늄을 넣어서 뼈를 올려야되는 세밀한 수술이었다 다행히 시신경은 손상되지 않았다니 천만다행이었다 수술후 회복실에서 나오는 아들이 한쪽 얼굴은 붕대로 덮여있고 한쪽 눈으로 "엄마 미안해 내가 장난치다가 다쳐서 속상하지?" 오히려 날 위로해줬다
봄방학내내, 병원신세를 지다가 안대를 한 채로 새학년이 되었다 학교에선 체육시간은 아예 교실에서 쉬게 해주고, 한학기내내 여러모로 신경을 써줬다 한창 크는 아이니까 차차 회복될거라고 위로하며 지켜보는데, 다친 눈은 시력도 반으로 뚝 떨어졌다 덥거나 추운 날씨면, 다친 뺨은 벌겋고 감각이 없다면서도 속깊은 아들은 속상하지만 잘 참아냈다 눈과 뺨, 그리고 코뼈까지 휘어져 비염증세까지 사고 후유증은 두고두고 아들을 힘들게 했다 몇년후, 대학생이 될 때쯤 다시 입원해서 코뼈 시술도 했다 생각지못한 사고로 불편했던 아들은, 국립재활복지대학을 지원해서 사회복지사가 되어 병원에서 첫 직장생활을 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서 엄마인 나조차 무심해질 무렵, 입영통지서가 왔다 신체검사에서 복시현상이 문제가 되어, 지정된서울아산병원에서 두세번 더 검사를 받게됐다 일부러? 아들이 계속 겹쳐보인다고 했으면 공익요원이 됐을건데, 다행인지 현역으로 입대를 했다 분명히 훈련소에서는, 5주내내 교관들이 아들한테 의무병으로 알려줬는데, 소대장의 실수인지 아들의 병과란이 비어있었다고 한다 보병에서 공병으로 바뀌어서, 강원도 화천에 배치된 아들을 면회 가서 더 속상해졌다 매일 지겹도록 눈 치우는 일을 한다는 소리에 아직도 비리가 만연한 세상이 미워졌다 그때의 후유증으로 이젠 매일 렌즈를 껴야 되고, 청소년기에 약을 많이 먹어선지 간수치가 일반인들이 보름정도 폭음을 한 상태라고 하니 아들의 건강이 늘 걱정이다 무사히 제대후 이젠 어엿한 사회인이 됐지만, 그날 이후로 많은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눈이 온 날은, 여기저기 교통사고 소식에 또 눈 온 뒤 길거리는 엉망진창이 된다 이래저래 난 비오는 날이 훨씬 더좋다
첫댓글 오랜만에 올리신 글 잘 읽었습니다. 1단락은 빼시기 바랍니다. 눈 얘기를 바로 하면 됩니다. 그런데 수필(서사)에서 중요한 건 어떤 사건을 통해 우리가 새롭게 인식할 부분이 뭐냐는 것입니다. 그게 다만 눈 오는 날에 사고가 났으니 나는 눈이 오는 것보단 비가 오는 날이 훨씬 좋다는 것만 있으면 너무 단순하게 되어버립니다. 그 사건을 통해 우리가 삶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인식을 얻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걸 의미화라고 합니다. 그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