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프랑스 유학을 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해 떠난 유학은 아니었다. 옥수수 꽃을 따고, 감자를 캐고,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어야 했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절, 수업을 마치고 나서 친구와 어울려 자주 갔던 유명한 빵집이 있었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 맞은편의 '제라르 뮐로'라는 가게였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제라르 뮐로는 그 자리에 있다. 당시 한국은 빵이라면 단팥빵과 도넛이 제일 맛있던 시절이었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빵이 좋았기에
23년 교수 생활 그만두고
오십 넘어 빵 배우러 다시 프랑스로…
조카 3명도 빵·초콜릿 배워 와 의기투합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건
좋은 재료로 몸에 좋은 빵 만드는 일
이 집의 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었다. 이때부터 프랑스 빵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생겼는지 모르겠다.
대학 교수직을 맡아 부산에 내려온 지는 20년이 되었다. 언젠가 내 손으로 빵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10년 정도가 되었다. 사업계획서부터 만들었다. 실행에 옮기기까지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전문서적을 읽고 틈만 나면 제과기능장이나 전공 교수를 만났다. 그렇게 제과 제빵을 파고들었다.
진로를 고민하는 조카들이 삼촌인 나의 뜻에 합세해 같이 준비를 하게 되었다. 현재 빵다무르에는 조카 3명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이 중 2명은 형제로 프랑스 제빵학교에 같이 유학을 다녀왔다. 나머지 1명인 여자 조카는 초콜릿을 배우고 왔다. 돈이 많아서 한 일은 아니었고,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빵다무르를 구상하며 떠나지 않는 고민이 있었다. "빵 가게를 운영하려면 나도 빵에 대해서 알아야 하는데…"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결심을 했다. 23년간의 교수 생활을 그만두고 오십이 넘은 나이에 프랑스행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실었다.
사람들은 "중년의 나이에 이게 무슨 광기냐"라고 핀잔을 했다. 그래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 빵이 좋았고, 하고 싶은 일을 꼭 해보고 싶었다. 프랑스 명문 제과제빵 학교인 루앙국립제과제빵학교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1년 동안 빵에 관한 기본을 공부했다. 남들은 이제 안정된 삶을 누려야 할 때 말 그대로 프랑스 빵에 빠져서 유학까지 떠났으니 주변에서는 다들 미쳤다고 했다.
같이 계획을 세웠던 조카들이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고 내 공부도 끝이 났다. 제대로 된 프랑스 빵을 선보이겠다는 꿈은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2014년 2월에 '빵다무르'를 열었다. 개업날 많은 사람을 불렀다. 초대한 손님에게 대접할 빵을 만들었는데 실패였다. 그날 제대로 나온 빵이 몇개 되지 않았다. 레시피는 틀리지 않았고 공부한 대로 자신 있게 만들었는데…. 부끄러웠다. 그대로 손님에게 빵을 팔 수 없어 한 달 넘도록 가게 문을 닫았다.
조카들과 문제점을 찾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를 하는 동안은 빵을 만들어서 팔 수도 없으니 직원들의 월급을 줄 돈도 없었다. 예상했던 상황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준비했기에 더 당황스러웠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장사를 안 한다고 직원들을 쉬게 할 수도, 월급을 안 줄 수도 없었다. 다 같이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나라별 밀가루, 기온, 작업장의 환경에 따라 빵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가게 문을 열고 나서 알았다. 공부해온 레시피대로만 만들었더니 빵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었다. 매시간 온도와 습도가 다르고 그에 따라 빵이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빵을 만드는 일은 장시간 저임금 노동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의 생각만으로 빵을 만들 수는 없었다. 빵을 살 손님의 마음에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좋은 재료로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일만이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빵은 12~24시간 정도 저온 또는 상온에서 충분히 발효된 반죽을 사용한다. 방부제, 유화제, 합성첨가물은 넣지 않는다. 하루 2번 빵을 구워내며,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팔고 남은 빵은 근처의 장산노인복지회관에 기탁하고 있다.
주재료가 되는 밀가루, 이스트부터 작은 부재료까지 직접 관리하고 있다. 직접 만들 수 있는 것들은 직접 만든다. 수입하는 재료는 믿고 쓸 수 있도록 아예 직접 현지 제품을 가져온다.
오랫동안 계획을 세우고 시작했지만 매순간 어려운 문제들이 생기고 해결하느라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많겠지만 빵을 좋아했던 만큼 더 열심히 연구하고 해결해 보려고 한다. 가게 문을 연지 일년정도 지나면서 레시피와 실전 사이에서의 문제점을 찾고 보완할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열심히 노력해보는 중이다.
수익금의 10%는 기부를 한다. 돈이 많아서도, 대박이 나서도 아니다. 사업을 계획 할때부터 나에게 했던 약속이었고 그것을 지키고 싶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떡과 접목시켜 새로운 빵을 만들어보려고 연구 중이다. 준비 없이는 100% 망하는 것이 창업이다. 자본, 기술, 사람. 운도 있어야 한다. 경기도 중요하다. 10년을 설레면서 준비해 가게를 열었으니 적어도 10년 동안은 열심히 운영해볼 생각이다.
이상우 대표는 2014년 프랑스 빵을 만드는 '빵다무르'를 열었다. 문의 전화 : 051-744-0882
첫댓글 사장님 외국어도 넘넘 능통하시구요
무엇보다 친절과 겸손..겸양을 지닌 그 자체이셔요. 그런 분이 만든 빵이니 더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사장님이 친절과겸손을 지니신분이시더군요
무엇 보다 빵이 정말 맛있어요~~!!
멋져요~
빵이 맛있죠
최고의 빵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