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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한민국 시간강사의 노동권과 교원지위
전국 8만에 달하는 대한민국 시간강사는 유령과 같은 존재이다. 전임교수와 똑같이 수업준비를 하고 연구를 해도 600만원에 불과한 연봉을 받고, 그마저도 방학 중에는 받을 수 없다. 학생들의 수업권에 대한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교원 아닌 교원’, ‘선생님 아닌 선생님’이다. 학생들은 ‘교수님’이라고 부르지만 ‘교수’로서의 권리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것이 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에 공감하며 모인 학생이다.
시간강사는 이중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 첫 번째로 시간강사는 연구노동자이다. 학내 미화/시설/경비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불안한 고용조건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계약직노동자이다. 강사가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쟁취하는 것은 노동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다. 두 번째로 시간강사는 교원이다. 교육자로서의 품위성실과 인격을 요구받으며 전임교원과 똑같이 수업준비와 연구에 매진하는 이상, 강사는 학생의 수업권과 자신의 연구지도의 방식에 있어서 전임교원과 똑같이 목소리를 내고 똑같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노동자로서의 권리’와 ‘교원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 오늘날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지름길이라고 우리들은 선언한다. 강사들이 교원지위를 회복할 때 학부생들은 절대평가제를 확충하고, 대형강의를 없애고, 질 좋은 수업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대학원생은 노예적인 신분에서 해방될 수 있다.
2010년 조선대 고 서정민 열사는 교수자리를 미끼로 10여년 동안 50편 넘는 논문을 대필해온 것을 유서로 폭로하며 자살했다. 이를 계기로 2011년 제정된 ‘강사법’에서는 강사의 ‘교원지위’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공무원법, 사학연금법, 사립학교법에서는 강사로 보지 아니한다는 독소조항을 명기함으로써 강사는 무늬만의 교원 지나지 않는다. 시간강사는 명목상의 교원이지만, 대학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별도의 절차 없이 해고될 수 있고, 수업준비에 매진하는 방학 중에는 임금을 받을 수 없고, 무엇보다 대형강의와 일률적인 상대평가 등 부실한 수업환경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낼 수 없다.
최근 법원은 시간강사의 지위와 처우에 대해 잇달아 전향적인 판결을 내기 시작했다. 2014년 광주지법에서는 자살한 고 서정민 열사의 퇴직금 청구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내며 “고인의 업무가 정규교원과 동등하다”는 것을 명시했다. 또한 “지속적인 계약관계가 성립된다”는 점과 퇴직금을 산정할 때 강의 외 수업준비시간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무엇보다 삼성자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성균관대에서 해고당한 류승완 강사의 소송에서도 법원은 강사의 편을 들었다. 계약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자의적으로 해고해서는 안 된다는 점과 비판의 자유를 인정한 것이다. 강사의 노동권과 교원지위를 인정하는 것은 이제 사회적 상식과 정의감에 부합한다. 하지만 오늘날 사학자본은 이 같은 상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2. 이화여대 남봉순 강사
2013년 6월, 이화여대에서 11년 넘게 프랑스어 강사로 일한 남봉순 강사는 부당해고를 당했다. 프랑스어 기말고사에서 외국인 학생에게만 지급하는 영어 시험지를 달라는 한국인 특례입학생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제자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나쁜 강사’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강단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 남봉순 강사는 지난 11년간 강의 평가에서 늘 1, 2위를 차지했으며 한 번 받기도 힘든 우수 강사상을 이대에서만 두 번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에서는 남봉순 강사에게 많은 수업 시수를 할당해주지 않았다. 남봉순 강사가 늘 학교 당국에 외국어 수업 분반 확충이나 대형 강의 축소 등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학교는 학생들이 제공받는 교육의 질에 따라 시수를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입맛에 맞는 강사에게 시수를 몰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남봉순 강사는 교원으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보장받지 못했음은 물론 저임금 고강도의 노동으로 착취당하며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남봉순 강사가 지난 11년간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받은 임금의 총액은 약 7000만원 정도로 이는 전임교수 평균 연봉에도 못 미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고무효소송 1차공판에서 이화여대측 변호사는 학교가 강사들에게 근로계약서를 배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로써 강사들은 사대보험이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이고 해고에 대한 사유를 알 권리도 없었던 것이다. 물론 이는 남봉순 강사만의 현실은 아니다. 이화여대에서 50%가 넘는 강의를 책임지고 있는 비정규 강사 모두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한 채 강의실을 전전하고 있다. 남봉순 강사의 투쟁은 그간 지속되어온 침묵과 굴종의 고리를 끊어내고 강단의 화려함 속에 감춰진 비정규 강사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폭로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3. 고려대 김영곤 강사
김영곤 시간강사는 8년간 세종캠퍼스에서 경영학 수업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를 강의하며 강의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는 등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이처럼 교육에 헌신하는 강사들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고려대의 경우 김영곤 강사의 경우 시급 5만 천원, 40만원의 월급을 받는 처지였다. 이러한 잘못된 현실에 문제인식을 느낀 김영곤 강사는 2007년 국회 앞에 교원지위의 회복을 요구하는 텐트농성을 시작했다. 그의 주장에 학교와 교육당국 그리고 정부에서 책임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자 2012년 2월 15일에 시간강사 시급 인상 △방학 중 강사료 지급 △수강인원 줄이기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며 고려대 본관 앞에도 농성텐트를 쳤다.
누구보다 수업과 학생에 헌신적이었던 그에게 고려대학교는 2013년 1학기에 돌연 ‘비박사 강사’라는 이유를 들며 (수십명의 강사들과 함께) ‘해고’로 응답했다. 8년 동안의 강의가 무위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수강신청 대란을 겪어야만 했다. 대학 측이 말한 ‘전문성의 부족’은 핑계이다. 김영곤 강사를 해고한 이후 그가 담당했던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는 ‘전문성 있는’ 강사를 찾지 못해 수업개설을 하지 못하고 있다. 2차 공판에서 김영곤 강사를 추천했던 경영대 강수돌 교수는 교수회의에서도 강사로서의 우수성을 인정하며 지속적으로 강사로 추천해왔지만 교무처에서 일방적으로 비박사 해고통보가 내려왔음을 증언했다. 결국 해고의 본질은 학생들의 수업권과 강사들의 교원지위를 주장하는 강사에 대한 탄압이다.
고려대 학생들 역시 김영곤 강사에 대한 해고조치가 부당해고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이미 2012년에도 1500여명의 학생들이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을 했지만 올해 4·18 행사에서 시작된 서명운동에서도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김영곤 해고강사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복직을 요구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늘고 있으며 강사투쟁에 호응하는 강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김영곤 강사는 해고무효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언론보도를 통해 김영곤 강사를 지지하게 되었다!
4. 성균관대 류승완 강사
류승완 박사는 성균관대에서 2011년 7월 22일 강의를 배정받았다가 삼성자본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불과 3일 후에 강의를 박탈당했다. 이에 류 박사님은 1년 11개월간의 1인시위를 통해 부당한 학교의 행위에 대해서 규탄하였다. 학교에서는 타협책으로 동양철학문화연구소의 연구원 임용계약을 하며 추후 강의 배정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2달도 채 되지 않아 학교 측에서는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 학교 측에서는 해고의 사유를 “연구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및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라고 표현했지만 실상은 류승완 박사님이 연구원으로 임용된 이후에 했던 언론 인터뷰에서 학교 측의 부당한 행위들에 대해서 폭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학교 측에서는 특정기업에 대한 비판으로 인해 동양철학문화연구소와 성균관대학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불의에 맞서고 정당한 비판을 하는 것이 대학의 역할임을 감안한다면, 불합리에 대한 침묵을 강요하는 대학은 교육기관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아울러 학교의 기사 정정 요구에 기자가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업에 대한 비판이 정당한 것이었음을 입증한다. 결국 이러한 사태에 대해서 류승완 박사님께서는 법적 대응을 결정하였고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했다. 5번에 이르는 공판동안 학교는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사법부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었고 위증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행히 공정한 사법부에 의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학교 측에서는 다시 항소를 제기하였다. 법정에서 시간을 끌어 박사님과 한 임용 계약의 기한을 끝낼 계획이라는 뻔히 보이는 술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5. 강사, 학생, 노동자 3주체가 연대하여 학내민주화를 이룩하자!
해방 후 대학자본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집단이 되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 상당수 사학은 소수 사학족벌 친인척의 독점적인 소유물인지 오래되었고, 성균관대 및 중앙대와 같은 사학은 노골적인 기업 소유물로 전락했다. 대학은 ‘과거의’ 봉건제와 신자유주의 이윤논리에 기반한 ‘오늘날의’ 자본주의 양자가 보여줄 수 있는 ‘최악의’ 모습을 모두 다 보여주고 있다. 대학은 막대한 적립금을 쌓아두고 등록금 및 임대료 장사를 하며 치부행위를 일삼았다. 어디에서나 대형강의와 연구공간 부족 문제가 지속되는 등 교육에는 제대로 투자하지 않고 있다. 대학은 또한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권언유착, 정관유착의 결절점이다. 대학을 민주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신자유주의 광풍을 멈출 수도 없고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도래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이것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2010년 홍익대학교에서 불붙은 청소노동자 투쟁을 기점으로 대학 내 노동자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오늘날 대학은 더 이상 미화/시설/경비 노동자들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미화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조금의 움직임만으로도 대학들은 노동자들을 어떻게든 회유하고자 안달을 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한 2011년 반값등록금 시위를 기점으로 많은 학생들이 살인적인 등록금에 항의하며 연행을 불사했다. 이로써 대학은 예전처럼 마음대로 대학 등록금을 인상할 수 없게 되었다. 박근혜조차 반값등록금 이행을 약속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학은 여전히 대학원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강사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다. 예산을 뻥튀기하고 막대한 임대료 수익을 학생 몰래 챙길 수 있다. 부정한 돈을 대가로 부정입학과 부정임용을 일삼을 수 있다. 그들은 앞에서 손해 본만큼 여전히 뒷구멍에서 돈과 권력을 챙길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올해 실제로 일어났다. 마지못해 등록금을 동결한 많은 대학들이 강사를 부당해고 했다. 대학원의 등록금을 올렸다. 대학공간의 상업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강사문제 해결은 학내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마지막 고리이다. 강사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노동자와 교원으로서의 권리를 되찾아야만 대학자본과 사학족벌이 돈과 권력을 학내구성원에게 내놓을 수 있다. 노동자, 학생, 강사 3주체의 연대를 통해 대학자본을 포위해야만 학내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대학자본이 축적한 돈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대학사회의 구성원에게 돌려줄 수 있다. 이에 오늘날 이 자리에서 이화여대, 고려대, 성균관대, 홍익대 등 여러 학교의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은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이화여대 남봉순 강사의 부당해고 사건은 대한민국 전체 대학의 문제이다! 학생들은 강사의 노동권과 교원지위 회복을 위해 싸우는 강사들과 어디서든 끝까지 연대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대한민국 국회는 전국의 부당해고 강사에 대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라!
하나, 전국대학 및 교육부는 시간강사의 실질적인 교원지위를 보장하라!
하나, 전국대학은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보장하라!
하나, 이화여대는 남봉순 강사를 즉각 복직하라!
하나, 이화여대는 특례입학생 성적조작 의혹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
남봉순 선생님을 지지하는 이화여대 학생모임 │ 이화여대 동아리연합회
이화여대 사범대 학생회 │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학생위 이대분회
이화여대 학생 행진 │ 성균관대 프로젝트 류
고려대 시간강사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대책회의 │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학생 일동
민족고대 총학생회 │ 고려대 동아리연합회 │ 고려대 학생행진 │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
고려대 사범대 학생회 │ 고려대 문대 학생회 │ 고려대 생활도서관
고대문화 │ 고려대 중앙동아리 한국사회연구회
고려대 세종캠퍼스 중앙동아리 정치경제학연구회 │ 창원 안녕들하십니까
고려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 박원익
1. 고려대학교 강사투쟁 현황
김영곤 시간강사는 8년간 세종캠퍼스에서 경영학 수업을 강의하며 강의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고 우사강사 표창을 받는 등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현실은 이처럼 교육에 헌신하는 강사들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고려대의 경우 김영곤 강사의 시급 5만1800원(국공립대 기준 7~8만원), 40만원 남짓한 월급을 받는 처지였다. 이마저도 방학 중에는 지급받지 못한다. 이러한 잘못된 현실에 문제인식을 느낀 김영곤 강사는 2007년 국회 앞에 교원지위의 회복을 요구하는 텐트농성을 시작했다. 현재도 7년째 국회 앞 텐트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목소리에 학교와 교육당국 그리고 정부에서 책임 있는 대답을 내놓지 못하자 2012년 전국대학강사노조 고려대 분회를 결성하고 뒤이어 2013년 2월 15일에 시간강사 시급 인상 △방학 중 강사료 지급 △수강인원 줄이기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며 고려대 본관 앞에도 농성텐트를 쳤다.
학교는 우선 노조설립 신고취소 청구를 제기했고 텐트농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다행히 학교의 시도는 무산으로 돌아갔다. 농성금지 가처분 소송에서도 법원은 본관 앞에서의 텐트농성 금지만을 받아들였을 뿐 텐트농성과 현수막 설치 옥외집회 허용에 있어서 김영곤 강사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는 2013년 1학기 직전에 ‘비박사 강사’라는 이유를 들며 (수십명의 강사들과 함께) 김영곤 강사의 투쟁에 ‘해고’로 응답했다. 8년 동안의 강의가 무위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학생들은 학생대로 수강신청 대란을 겪어야만 했다. 물론 대학 측이 말한 ‘전문성의 부족’은 해고의 진짜가 아니다. 김영곤 강사를 해고한 이후 그가 담당했던 <노동의 역사>, <노동의 미래>는 ‘전문성 있는’ 강사를 찾지 못해 수업개설을 하지 못하고 있다. 2차 공판에서 김영곤 강사를 임용추천했던 경영대 강수돌 교수는 교수회의에서도 강사로서의 우수성을 인정하며 지속적으로 강사로 추천해왔지만 교무처에서 일방적으로 해고통보가 내려왔음을 행정소송 2차공판에서 증언했다. 결국 해고의 본질은 학생들의 수업권과 강사들의 교원지위를 주장하는 강사에 대한 탄압이었다.
한편 2013년 겨울 이래로 진행된 법적 투쟁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3년 5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패소)
2013년 8월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패소)
2014년 5월 서울행정법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진행중)
법리적으로 다투는 쟁점은 다음과 같다. (1) 15학기 동안 연속적으로 강의를 해온 김영곤 강사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였으며 (2) 설사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라 하여도 그 동안의 위촉 관행으로 인해 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데 (3) 단지 ‘비박사’라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해고이자 부당노동행위이다. 현재 학교측은 6개월마다 위촉계약을 갱신하는 기간제 근로자이므로 해고가 아니라 위촉계약을 하지 않았을 뿐이며, (당초 입장을 번복하여) 위촉계약을 하지 않은 것은 ‘비박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학과교수들이 임용추천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는 2012년 겨울 비박사 임용제한 지침공문을 통해 김영곤 강사를 비롯한 비박사 강사들에게 해고압력을 넣은 정황에 대해서는 제대로 해명하고 있지 않다.
한편 고려대는 김영곤 강사가 소속된 전국대학강사노조 고려대 분회와의 교섭도 끊임없이 지연하거나 거부해왔다. 2014년 1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교섭재개 명령이 떨어지자 다시 교섭이 재개되었지만 김영곤 강사의 ‘해고자 신분’을 빌미로 김영곤 강사가 적법한 교섭대상인지의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고용노동부에 신청해놓고 답변이 올 때까지 교섭을 다시 중단한 상태이다. 한편 김영곤 강사는 강사료 인상, 절대평가 확충, 강사의 학생상담실 설치 및 오피스아워제 실시, 대학평의원회의 참여 등을 교섭을 통해 주장해왔다.
2. 시간강사 대책회의의 활동 및 한계점
고려대 학생들 역시 김영곤 강사에 대한 해고조치가 부당해고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2012년 김영곤 강사의 해고 이래로 고려대 학생들은 “고려대 시간강사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 대책회의”를 결성하여 강사투쟁에 연대해왔다. 이미 2013년에 1500여명의 학생들이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을 하고 교무처와의 면담을 통해 김영곤 강사의 복직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뒤이어 2014년 올해 고려대 4·18 행사에서 시작된 2주간의 서명운동에서도 1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김영곤 해고강사의 복직을 요구하는 서명에 동참했고 이를 서울행정법원에 제출했다. 여전히 시간강사 문제가 주목을 받고 일정한 호응을 얻고 있는 셈이다. 현재도 대책위에는 학부총, 원총, 동아리연합회 등 대표자단위와 학내정치조직 및 동아리/특별기구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2년 동안의 연대활동은 크게 다음과 같은 한계를 노정했다.
(1) 법적쟁점과 동정론에 매몰되어 사안의 본질이 가려졌다.
현재 강사에 대한 부당해고 소송에서 법원의 전향적인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간강사들이 ‘지속적인 계약을 맺은 근로자’라는 점을 인정받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이다. 서정민 열사 등 시간강사들의 각종 퇴직금 소송에서 이와 같은 점이 인정받았지만, 해고무효소송에서는 아직 계약의 지속성과 그에 따른 노동권을 인정받기 쉽지 않다. 다만 최근 성균관대 류승완 박사의 승소판결에서처럼 강사의 비판의 자유 등 강사의 권리가 점점 사법적 차원에서 폭넓게 인정받고 있는 추세에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 또한 입법적인 차원에서 사립학교법,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연금법에서 보장된 교원지위를 강사에게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강사투쟁에 있어서 법적인 쟁점에 매몰되다보면 점차 법정에서의 투쟁이 대중적 참여와 투쟁을 대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게 된다. 이에 따라 대책위 차원에서의 투쟁동력이 유실되는 경향이 점차 나타나게 되었다. 법적 쟁점과 별개로 강사투쟁의 대중적 의제를 설정하고 이를 확산시키는 자구책이 필요하다. 또한 강사투쟁이 입법/법정투쟁의 외연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에 학내구성원들의 시각이 저임금 노동자로서의 강사에 대한 학부생 측의 동정론에 머무르게 되는 것도 문제이다. 강사문제에 대한 연대주체들의 시각이 동정론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왜 강사들이 부당한 관행에 맞서 싸워야 하며, 왜 학내주체들이 연대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역시 대학은 썩었어’라든가 ‘강사는 할 짓이 아니야’라는 식의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냉소와 자조는 투쟁당사자들의 기력을 소진시키고, 연대주체들을 방관자적 입장에 머무르게 한 채 현실에 관해서는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한다.
(2) 교섭 과정에서 강사와 대학원생을 조직하지 못했다.
(학생정치조직을 제외하면) 학부생이야 대학교육의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에 더 가까우므로 강사투쟁에 있어서 동정론적인 접근 이상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강사문제와 자기의제와의 거리가 가장 가깝고 향후 대학학문발전의 담당자가 될, 그러므로 강사투쟁에서 조직화되어야 할 표적집단은 대학원생 및 시간강사 본인이다. 예컨대 고려대 대학원의 경우 박사수료 이후에 시간강사로 출강하는 경우가 많다. 그 동안의 강사투쟁에 이들의 참여가 지지부진했던 것은 학교측의 의도적인 교섭의 지연도 하나의 이유이지만 교섭의 초기부터 강사료 10만원 인상과 같은 비현실적인 요구안에서부터 시작한 것도 한 가지 요인이다. 입법적/사법적 차원에서 강사투쟁의 원칙을 견지하는 것과 별개로 교섭에서는 단계적으로라도 자그마한 성과라도 얻어내서, 참여구성원들의 효능감을 기반으로 대학원/강사를 조직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적 기반이 없는 운동은 오래 갈 수 없다. 홀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한 김영곤 강사의 투쟁은 모두가 ‘존경’할 수는 있어도 ‘동참’하기는 어려운 투쟁의 방식이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김영곤 강사가 쓰러진다면 전국 8만 강사와 전국 30만 대학원생의 희망도 끝나게 된다.
(3) 교원지위 회복이라는 쟁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김영곤 강사가 소속되어 있는 전국대학강사노조(이하 전강노)는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방안에 관해서 여타 강사 및 교원단체들과 뚜렷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강사의 교원지위를 명시한 2011년 제정된 강사법에서 ‘단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학연금법에서는 강사를 교원으로 보지 아니 한다’는 독소조항을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 독소조항이 있는 한 강사는 무늬만 교원인 현대판 노예에 불과하다. 김영곤 강사가 소속된 전강노는 해당 독소조항을 없애고 교원으로서의 강사의 권리(시급제가 아닌 호봉제, 교수회의에의 참여 등 학사참정권 보장, 자의가 아닌 절차에 따른 임용 및 해임) 보장 및 법정정규교수 100% 충원을 실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총 산하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한교조) 등의 교원단체에서는 형식상으로나마 강사의 교원지위를 인정한 기존 강사법마저 폐지하고 대체입법을 마련하자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강사 및 초빙교수, 겸임교수 등 다양한 비전임 교수직을 ‘연구강의교수제’로 통합해서 2년의 계약기간 보장과 생활임금을 국가적으로 보장하자는 입장이다. 언뜻 보면 이것은 방법론의 차이에 불과해 보인다. 비정규교수노조 역시 '궁극적으로는' 법정정규교수를 100% 충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견 원칙에서는 이견이 없는 방법론의 차이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사실 차이는 중대하다.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당장의 강사시급인상뿐만이 아니라 학문연구에 있어서 각종 권력관계 및 신분격차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은 대학원 내의 권력관계와 신분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예컨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 없이는 임용비리와 논문대필관행 그리고 연구성과의 불평등한 분배도 해결될 수 없다. 자칫 자그마한 임금인상을 대가로 이 모든 관행을 용인하고 비정규직 교수직을 확대재생산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반면 대학원생의 입장에서는 노예적 신분으로부터의 해방이야말로 당면한 ‘현실적’ 문제이며 이에 따라 교원지위 회복은 먼 미래의 ‘이상’이 아니다. 하지만 대책위 차원에서, 원총 차원에서 교원지위 회복 방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에 따라 학내단위들이 강사문제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와 결이 다른 지점들을 포착하지 못한 채 협소한 ‘노학연대’의 관점을 벗어나 강사문제의 특수성을 예민하게 사고하지 못했다.
3.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제언
(1) 교원지위 회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하자
교원지위 회복의 중요성을 온전하게 인식한다는 것은 결국 대학문제에 관하여 단순히 등록금을 인하하고, 임금을 올리는 등의 분배투쟁의 관점을 벗어나 대학을 강사/학생/노동자가 공적으로 점유하고 사회적으로 통제한다는 사고로 나아가기 위한 징검다리이다. 가령 대학이라는 공간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결여되어 있을 때 등록금을 내리고 누군가의 임금을 올린다면 반드시 다른 구성원의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구성원이 강사와 대학원생이었던 것이다. 대학원생은 지난 몇 년 간 학부등록금 동결 및 인하를 대가로 지속적인 등록금 인상을 감수해야 했고 또한 많은 강사들이 해고되었다. 결국 강사뿐만 아니라 노동자 학생들이 민주적으로 학사행정에 참여하고, 대학운영에 있어서 통제력을 가져야 하며, 그것을 획득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과 투쟁이 연계되어야 한다. 이처럼 교원지위 회복은 대학의 사회적 통제를 위한 하나의 고리이다. 또한 입법적인 차원에서 전임교원에 준하는 교원지위를 강사에게 부여하는 방법도 있고, 법정투쟁의 판례를 통해 교원지위를 회복하는 방안이 있지만 이는 시일이 오래 걸리며, 그 법리적 쟁점을 구성원들에게 인지시키는 것도 지난하다. 하지만 교원지위 회복이라는 것을 ‘방학 중 불불노동에 대한 임금지급’, ‘시급제가 아닌 호봉제’, ‘정당한 절차에 따른 임용 및 해고’, ‘교수회의와 대학평의원회의 참여’ 등의 요지로 놓고 본다면, (설사 전임교원과의 연봉격차 등이 있다 해도) 상식적인 견지에서 납득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주장이라 할 수 있다. 대중에게 교원지위 회복을 홍보할 때 법리적 맥락을 넘어 이 같은 일상의 사례를 통해 기대효과를 홍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2) 전국 대학원총학생회가 강사투쟁의 당사자로 나서자
결국 강사문제의 연대주체 중에서 당사자에 가까운 것은 대학원생이다. 현재 많은 대학에서 대학원총학생회가 존재하지만 강사문제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공동행동이 존재하지 않았다. 우선 이공계 대학원생 연구노동자만 해도 초과근무에 불불노동 그리고 인건비의 불평등한 지급관행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대해서도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공동행동이 없었다. 대학원 총학생회가 나서 연구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더 나아가 강사노조와 연대하며 강사료 및 인건비 문제, 연구환경 문제, 대형강의 문제 및 절대평가 확충문제와 같은 수업환경에 대해서 적극적인 요구를 개진해야 한다. 강사노조 차원에서도 대학원총학생회와의 연계지점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가령 오늘과 같은 대중강연회 등 강사/대학원생과 시민대중 사이의 접점을 만들고, 대학문제와 자신의 연구진로에 관해 고민하는 대학원생 및 강사들을 강사노조의 조합원으로 조직하며, 더 나아가 여건이 허락한다면 이를 토대로 분회를 결성하여 교섭을 제기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강사노조 차원에서 보다 폭넓은 구성원을 수용하고 활동영역의 다양화와 의사결정의 분권화를 꾀해야 한다.
(3) 대학을 압박할 구체적인 행동을 감행하자
한편 강사문제에 관해서 동정론 이상의 대중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대학문제와 학문문제에 대한 관념론적 고민 이상으로, 대학을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행동들이 필요하다. 오늘과 같이 학내 대중집회를 개최하며 학교측의 과민반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좋다. 전혀 강사문제가 이슈화되지 않거나 조직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 작은 홍보활동만으로도 큰 파급력을 얻을 수 있다. 강사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1인시위, 자보작성, 기자회견 개최, 유인물 배포 등의 일상활동에서 시작하여 강사료의 지급관행, 연구노동자 인건비 지급관행에 관한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특례입학생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인단을 조직하여 제기할 수 있다. 고려대의 경우 강사와의 법정소송에 든 비용의 규모와 출처에 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 강사 대학원생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폭로들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부정적인 사례들을 언급하는 것을 넘어서, 강사문제에 관해서 (그나마) 모범적인 관행이 확립되어 있는 대학의 사례들을 홍보하고 그와 같은 선례를 따르도록 압박하는 방법도 모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전국대학의 총장의 모임인 ‘대교협’이나 ‘전국 처장단 회의’와 같이 전국적인 레벨에서 대학자본을 향해 피케팅, 항의방문, 집회 및 기자회견을 감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4) 국회차원의 압력을 넣고 입법적인 조치를 요구하자
현재 대학교육을 개혁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여럿이 국회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고등교육법 개정 방향에 관해 많은 단체들의 논의가 있지만 대학원 차원에서의 입법요구는 아직 미약한 실정이다. 대학원 차원의 입법요구안에 관한 기자회견, 의원면담을 진행하고 더 나아가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에 관한 요구를 이에 포함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국회 교문위 차원의 조사위원회를 결성하여 전국의 부당해고 강사문제에 대한 입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구해야 한다.
(5) 강사, 학생, 노동자가 대학문제에 관한 공동행동을 모색하자
오늘과 같은 릴레이 강연회와 대중집회의 의의는 대학문제에 관해서 강사, 학생, 노동자 3주체가 연대했다는 데 있다. 한편 그 동안 강사들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해 왔고, 다른 한편 노조는 노조대로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개선을 위한 파업과 투쟁, 총학은 총학대로 교육환경개선투쟁, 정치조직은 정치조직대로 조직사업을 진행하며 사안별로 연대를 했을 뿐, 대학공공성 문제에 관해서 유기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교원지위 회복을 포함하여 향후 강사, 학생, 노동자가 공동으로 제기할 수 있는 대학의제 및 투쟁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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