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거리를 가면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고 스치듯 이별한다.
그들이 가슴에 무엇을 품고 사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마주치는 의미와 스치는 의미를 골돌히 생각하면서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무엇이었으며 그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생각은 들지만,
시간에 쫓겨 뜨다만 수저를 놓고 지하철을 타기위해 많은 사람과 어께를 부딪치다 보면,
무표정한 그들의 얼굴에서 의미보다는 스치는 그림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루는 그렇게 반복되고 무료하게 사는 것이 우리의 자화상일 수밖에 없기에 의미자체가 무의미 할 것이다.
누구는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만나고 사는 사람들,
그 인연 중에 어떤 사람은 사랑을 쌓고 화려한 조명을 받아 사랑의 노래를 부를 것이며
반대로 상처를 내며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회색 빛 하늘을 보며 고독한 노래를 부를 것이다.
그것을 보면 사는 것은 에메랄드의 행복만 있는 것은 아니며 관객이 떠난 무대에 홀로 남은 고독한 연기자 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고독을 안고 사는 우리들이지만 넋 나간 사람들처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다.
어쩌면 하루라는 시간 속에 내가 끼워져 목적지도 없이 떠내려가는 부수물처럼 망망대해로 흘러 무관심하고 이기에 가득찬 이세상을 마감할지도 모를 것이다.
하루를 산다는 것이 그렇게 무관심과 불신, 이기, 편견만으로 방황하다 버려지고 저물어 가는 인생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허무해진다.
이 밤이 지나면 또 하루가 온다.
아침이면 어제처럼 아파트 현관을 나와 버스정류장을 지나 술취한 사람들이 토해낸 배설물의 냄새를 맡으며 지하도로 내려 갈 것이다.
어께를 밀치며 들어선 지하철 안, 오늘도 이렇게 무료하게 하루가 가고 있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생략)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어느 가수는 시간의 흐름을 윗 가사처럼 노래 불렀다.
우리에게도 늦도록 소주잔을 들며 우정을 이야기하던 푸르른 젊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의 흐름이 두려운 나이가 되고 보니 스치는 그림자에 불과하던 사람들이 소중한 의미로 남고 그런 의미 있는 사람들과의 이별이 이젠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