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최민수의 팬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그가 나오는 프로그램은 별로 보고 싶지 않다. 그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스캔들을 일으킨 인물이어서가 아니다. 목에 기브스를 한 것처럼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 자체가 싫다. ‘폼생폼사’도 어느 정도여야 하지, 모든 언행에서 폼을 의식하니 자연스럽지가 못하다.
최민수가 한 방송사의 드라마 ‘해피엔딩’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크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 그의 모습을 브라운관에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우 최불암 선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해피엔딩’을 눈여겨보게 됐다.
‘어제 해피엔딩 방송 혹시…. 최민수, 심혜진, 이승연의 성숙된 연기…특히 최민수의 심연의 투혼에 감동했습니다.’
극중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배우의 혼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최민수는 드라마, 영화에서는 언제나 극중 인물과 혼연일체가 되는 모습이었다. 극 밖에서는 폼에의 강박에 사로잡힌 어설픈 ‘마초’의 모습이 더 부각됐지만, 극 안에서는 진정성을 갖춘 연기자로서 보는 이를 감동시켜왔다. 어머니, 아버지를 배우로 둔 사람의 DNA가 그로 하여금 연기의 투혼을 불사르게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최민수는 ‘해피엔딩’에서 방송사 보도국 사회부 차장인 김두수 역할을 맡았다. 그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지 못해서 동기들보다 승진은 늦었지만, 기자로서 소명 의식이 강하고 후배들을 두루 잘 챙기는 성품이다.
일이 바빠서 가족들을 알뜰히 살피지는 못했으나, 스무 살에 만나 일찍 결혼한 아내를 한결같이 사랑해왔고 슬하의 2녀 1남을 잘 키워보겠다는 책임감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가슴을 콕콕 찌르는 통증 때문에 친구 병원에 갔다가 다발성 골수종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다발성 골수종이 뭔지 모르는 두수는 친구인 의사 재호에게 “그게 뭐냐”고 묻는다.
재호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해 준다. “다발성 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암세포가 뼈에 침투해 뼈를 녹여서 부러트리는 병이야. 적혈구와 백혈구를 만드는 골수의 기능을 감소시켜. 정상인들의 적혈구 수치가 12~13인데 너는 현재 8.5정도밖에 안 돼.”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하게 있는 두수를 향해 재호는 친구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 준다. “일반 암은 1기부터 4기까지 나누는데 다발성 골수종은 3기까지 있어. 두수야, 너는 뼈에 구멍이 나 있는 상태여서 3기야.”
두수는 애써 정신을 차리고 묻는다. “최악의 경우에 얼마까지 살 수 있냐?”, “6개월 전후야. 신약이 나와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면 연장할 수도 있어.”
그 과정에서 두수는 고향의 아버지(최불암)를 만나는데, 역시 자신의 병을 알리지 못하고 속으로만 울음을 삼킨다. 평생 어부로 살면서 아들이 잘 되기만을 바라온 아버지는 새벽에 일을 나가며 아들에게 편지를 써두고 나간다. 거기에는 아들이 건강하기를 소망하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상경할 때 차비로 쓰라며 담은 돈 몇 만원이 함께 들어있다.
이런 내용의 ‘해피엔딩’을 보면서 수차례 눈물이 났다. 드라마를 권해준 최불암 선생께 문자 메시지를 드렸다.
최 선생은 이렇게 답을 줬다.
전문의에 따르면, 1기인 경우에는 별다른 치료 없이 3~6개월 간격으로 주기적인 관찰을 하고, 병이 진행할 경우에 적극적인 치료를 한다. 증상이 있는 2기 이상에서는 항암 화학요법 치료를 하게 되며, 경우에 따라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또는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을 하게 된다.
두수처럼 3기의 경우엔 생존율이 대단히 낮지만, 신약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 치료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도 치료제 ‘레블리미드(Revlimid/ lenalidomide)’가 효과가 있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는 외신이 눈길을 끌었다.
두수의 증세는 시간이 흐를수록 악화하고 있으나 아내 선아는 남편이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두수는 아내가 주는 녹즙을 기꺼이 마시며 희망을 함께 지켜가려 한다.
스스로 그토록 좋아하던 술 담배를 끊고, 가능하면 웃으며 지내려고 애쓴다. 이는 암을 이기는 방법이지만, 암 예방 수칙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의 암 예방 수칙 첫번째가 금연, 두번째는 채소와 과일 먹기, 네번째가 절주다.) 과연 두수에게 기적이 찾아올 수 있을까.
‘해피엔딩’이라는 제목은 두수에게 일어나는 기적을 암시하는 것일까, 아니면 인생에서의 긍정적 자세를 강조하는 상징인 것일까. ‘해피엔딩’을 사랑하게 된 팬으로서 끝까지 두수를 응원하며 해피엔딩을 절실하게 소망한다.
글 /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사진출처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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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국민건강보험 블로그「건강천사」 원문보기 글쓴이: 건강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