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30.
몇 주에 걸쳐 짬짬히 보던 <셀러브리티>를 드디어 오늘 다 봤다. 처음엔 그저 그런 내용이려니 해서 볼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남편이 제안을 해서 마지 못해 시청하기 시작했다. 셀럽의 화려함과 엄청난 소비를 강조하는 내용인 줄 알았는데 이야기가 전개될 수록 그리 단순한 내용이 아님을 깨달았다. 소위 말하는 셀럽이 자신의 능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셀럽을 통해 혹은 기획사를 통해 얼마든지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SNS와 유튜브가 셀럽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라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라디오 방송을 통해 누군가를 셀럽으로 만들 수도 있고 셀럽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음을 보며 다음 학기부터 강의할 <디지털 교육> 수업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익명 뒤에 숨어서 잘 모르는 타인을 인터넷 상에서 무차별로 공격하는 일이 지금도 비일비재하다. SNS에 보여지는 모습이 진솔하다기보다 가식적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부러워하거나 시기질투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들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으며 어디를 다니는지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비슷한 경험을 해야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다고 많이들 생각하나보다.
SNS를 없애지 않는 한, 이제 우리 사회에서 SNS는 개인의 삶의 일부이다.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2030 세대는 SNS를 사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터넷 포털이나 유튜브를 통해 요즘 젊은층의 유행을 접하고 SNS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다.
매학기마다 강의실에서 만난 20대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SNS를 아예 안하는 사람도 의외로 꽤 있었는데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SNS 사용자 중 거의 대부분이 인스타그램 이용자였다. 까페나 음식점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흔한 것도 인스타그램 때문이리라.
나도 인스타그램을 작년부터 조금씩 이용하고 있다. 처음엔 일상생활 사진을 찍어서 올리며 짧은 글을 썼는데 언제부턴가 사회와 교육에 대한 신문 기사 내용을 캡처해서 공유하는 일이 훨씬 많아졌다. 누군가 내 인스타계정을 보면 "이 사람 뭐야?"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나는 일상생활 사진이 넘쳐나는 인스타그램 속에서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일을 소개하고 비판적 시각으로 고민해보길 제안하는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있다. 일상생활 사진이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목적이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음을 소개하고 싶을 따름이다.
비판적 사고가 일상에서 익숙할수록 타인의 삶에 쉽게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비판적 사고와 디지털 문해력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데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셀러브리티> 마지막회까지 다보고나니 이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공교육 12년동안의 성적과 대학 입학이 아니라 성인이 된 이후부터 평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도록 힘을 키우는 것이다. 타인과 사회가 정한 기준이나 시선에 자신을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를 갖고 자신의 삶의 뿌리를 단단히 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식을 아무리 많이 배우면 무엇하는가? 친구를 부러워하고 인터넷에서 익명 뒤에 숨어 악플을 다는 시민을 양성하는 사회가 과연 건강한 사회일까? 익명이 아니라하더라도 카톡방에서 친구를 욕하고 왕따 시키는 일이 빈번하다면 지식에 매몰된 우리 교육에 문제가 심각함을 되짚어보아야한다.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교육이란 무엇일까? 지식 습득을 위해, 혹은 대학 진학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디지털 교육은 사실 건강한 시민을 키우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학교 교육의 목적은 민주시민 양성이지 대학 진학이 아니지 않는가? 비판적 사고와 그에 기초한 디지털 문해력에 초점을 둔 디지털 교육을 다음 학기에 예비 교사들에게 제공하게 되어 다행이다. 벌써부터 수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