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드로스>>
인간은 이데아의 세계에 살고 있던 영혼이 추락하여 육체에 갇힌 것이다. 영혼은 추락하는 동안 망각의 물을 마시고 이데아의 세계를 잊는다. 그러나 영혼의 고향은 진리의 세계이고 진리의 세계에서만 참된 삶을 살 수 있다. 따라서 영혼은 이데아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영혼을 끊임없이 진리의 세계, 이데아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힘이 바로 사랑이다. 진리는 또한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진리의 세계는 아름다운 세계이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도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욕구에서 아름다움 자체에 대한 욕구로 상승한다.
2) <<향연>>
<<향연>>에서는 세속의 에로스와 천상의 에로스라는 두 종류의 에로스가 구분된다. 세속의 에로스는 제우스와 디오네의 딸인 나이 어린 아프로디테의 자식이다. 세속의 에로스는 사랑의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즉 세속의 에로스는 남성도 사랑하고 여성도 사랑한다. 또한 세속의 에로스는 영혼보다 육체를 사랑한다. 그런데 육체는 소멸하기 때문에 세속적 사랑은 지속적이지 않다. 그리고 세속의 에로스는 가능한 한 가장 우둔한 사람을 사랑한다. 천상의 에로스는 우라노스가 어미 없이 낳은 나이 많은 아프로디테의 자식이다. 천상의 에로스는 세속의 에로스와 달리 육체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고 보다 더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사랑한다. 특히 천상의 에로스는 성인 남성과 어린 소년 사이에 성립할 수 있다. 성인 남성은 어린 소년을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어린 소년은 성인 남성에게서 덕을 훈련받을 수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또다른 두 에로스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태초의 카오스 상태를 정돈하는 힘이었던 에로스이고 나머지 하나는 앞에서 언급한 포로스와 페니아 사에서 태어난 에로스이다. 그래서 에로스는 신들 중에서 가장 늙은 신이면서 가장 젊은 신이다. 그리고 두 에로스 이외에 <<향연>>에서 등장하는 에로스의 아버지가 누군인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아프로디테의 남편이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에로스의 아버지가 헤파이스토스가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어떤 문헌에서는 에로스의 아버지가 제우스라고 기록되어 있고, 어떤 문헌에서는 군신 아레스라고 기록되어 있다.
3) 사랑의 특징
플라톤에 따르면 사랑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사랑은 언제나 어떤 것에 대한 사랑이다. 아무 것도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사랑할 때 언제나 어떤 대상을 사랑한다. 또한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을 소유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욕구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이 플라톤적 사랑을 이기적 사랑이 되도록 한다. 그리고 사랑이 욕구하는 것은 자신에게 없는 것이다. 즉 사랑은 자신이 결여한 것을 욕구한다.
4) 하늘로 올라가는 사다리: 네 단계로 구성된 진리에 이르는 길
플라톤에 있어서 사랑은 영혼이 승천하는 데 필요한 원동력이다. 즉 인간은 사랑의 힘에 의해 진리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다. 인간이 진리에 도달하기까지는 네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육체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영혼은 다른 사람의 육체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여러 사람의 육체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이 모두 같은 종류의 아름다움임을 알게 된다. 다음 단계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단계이다. 영혼은 육체의 아름다움보다는 영혼의 아름다움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영혼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영혼은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혼은 모든 종류의 아름다움이 서로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다음 단계인 학문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단계로 상승하게 된다. 영혼이 학문의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되면 개별적인 아름다운 것들을 넘어서서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이 무엇인지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영혼은 마침내 아름다움 자체를 사랑하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아름다움 자체는 아름다운 것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아름다움 자체는 영원불변하고 완전한 것이다. 플라톤은 이러한 아름다움 자체가 진리라고 생각했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진정한 사랑은 지혜에 대한 사랑이고 따라서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