但 問 蓮 花 不 問 牛
단 문 연 화 불 문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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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에 대해선 묻지 않고 연꽃만 물으시네
이제 이 시의 마지막 구절입니다.
소에 대해서는 질문이 없으시고 연꽃에 관한 일만 묻고
나무라십니다.
좀 길게 해석하면 바로 위와 같다.
소에 대한 글자 '牛'를 세번째 운자로 부르니, 어린 시인이
소와 얽힌 고사를 인용해 시를 마칩니다.
이 소에 얽힌 고사(故事)는 중국 漢나라의 선제(宣帝) 때의
재상이었던 '병길(丙吉)'에 관한 일화입니다.
재상(宰相) 병길이 길을 가다가 사람의 시체를 보고는 별
관심이 없다는 듯 지나칩니다.
그런데, 길을 더 가다가 길에서 소가 쓰러져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고는, 이에 대해 관계자들을 불러 깊은 관심을 보이며
자세히 물어봅니다.
이에 수행하던 관원이 묻습니다.
"대감께서는 전에 사람이 죽은 것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지나치시더니 소에 대해서는 이것 저것을 묻고서 확인하
시니 이해가 잘 안됩니다."
이에 재상 丙吉이 대답하기를,
"길에서 사람이 죽은 것은 지방 고을 수령이 알아서 조치할
일이지만, 소가 갑작스럽게 죽는 일은 기후 이변과 관계
되어 앞으로 나라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니 이는 재상으로
마땅히 직접 챙겨야 할 일이다." 라고 하였다는 일화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어린 시인은
"일국의 정승께서 나라일에나 신경쓰시지 어찌 하찮은 연꽃
일로 저를 질책하십니까?" 라는 의미를 담아 오히려 대감께
항변을 하는 것이었다.
이를 잘 아는 백사 대감께서는 어린 시인이 당돌하기도 하고,
이미 증국의 고사를 알고서 이를 인용하여 자신에게 도리어
넌지시 반격을 하니 조금 전 노기(怒氣)는 봄눈 녹듯 사라지고
이 꼬마 시인을 칭찬하고 격려해서 돌려보냈다는 스토리이다.
이 사건 후에 어린 시인은 13세에 당대의 名 시인 石洲(석주)
權韠(권필) 선생에게 시를 더 배우고, 인조 임금 때에 문과 과거
시험을 거쳐 조정에 나가 중앙에서 여러 벼슬을 역임하고,
또한 전라, 경상, 평안도의 관찰사를 역임하며 나라 일에 헌신
하시다가 평안감사 재임 중에 향년 49세로 별세하셨다.
이 시의 全文을 한번 더 옮겨본다.
童 子 招 朋 月 下 遊 (동자초붕월하유)
相 公 池 館 冷 如 秋 (상공지관냉여추)
昇 平 事 業 知 何 事 (승평사업지하사)
但 問 蓮 花 不 問 牛 (단문연화불문우)
4구의 첫 글자 但을 只로 소개한 문헌들도 있음을 참고로 말씀
드린다. 뜻은 두 글자가 서로 같은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