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잘 봐주면 졸업생들 로펌 취업시켜 줄게” 다른 학교 로스쿨 교수 통해 우회 청탁도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의 ‘부정 입학’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주간조선이 로스쿨 입학 청탁 사례 하나를 확인했다. 기자는 한 대학 로스쿨의 A교수로부터 “자신에게 로스쿨 입학 청탁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 로스쿨 입시를 둘러싼 입학 청탁을 증언한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취재에 응했다. A교수는 기자에게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것”임을 수차례 밝혔다.
A교수에게 특정 학생의 로스쿨 입학 청탁이 들어온 것은 2013년이다. A교수는 “2014년도 B대학 로스쿨 입학전형을 앞둔 2013년에 벌어진 일”로 구체적인 시점을 밝혔다. 당시 B대학의 로스쿨 입학전형을 앞두고 “특정 학생이 지원했으니 이 학생을 잘 봐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A교수에 따르면 B대학 로스쿨 입학전형에 지원한 특정 학생을 잘 봐달라는 입학 청탁성 전화가 총 두 차례에 걸쳐 걸려 왔다. 이 두 차례 모두 B대학 로스쿨에 지원한 특정 학생 한 명에 대해 “잘 봐달라”는 청탁성 전화였다. 당시 A교수에게 입학 청탁성 전화를 한 사람은 총 두 명이다. A교수는 이들에 대해 한 명은 B대학 로스쿨에 지원한 학생의 부모로 ‘유명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였고, 또 한 명은 ‘서울 모대학 로스쿨 교수’라고 했다. A교수는 청탁 전화를 한 이 두 사람이 동기라고 했다.
“잘 부탁합니다” 두 차례 입학 청탁 전화
A교수는 “먼저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서울 모대학 로스쿨 교수였다”며 “당시 ‘(특정 학생이 B대학 로스쿨에 지원했으니) 잘 부탁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서울 모대학 로스쿨 교수의 청탁성 전화가 있은 지 얼마 후, 이번에는 B대학 로스쿨에 지원했던 특정 학생의 부모인 유명 로펌 대표 변호사가 직접 A교수에게 전화를 해왔다고 한다. A교수는 “(유명 로펌 대표 변호사가) 부모로서 걱정이 되고 하니, 자식 가진 입장에서 전화를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이 유명 대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A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과연 “잘 부탁한다”는 말만 했을까. 놀랍게도 A교수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A교수는 당시 자신에게 전화를 해온 유명 로펌의 대표 변호사가 “아이가 이번에 (B대학 로스쿨에) 지원했는데…”라며 “(로스쿨 졸업생도) 졸업하고 취업하는 게 쉽지 않은데, (B대학 로스쿨) 졸업생들이 졸업하고 여기(자신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로펌)에 취업하면 B대학 로스쿨로 봐서는 유리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했음을 밝혔다.
A교수에게 “B대학 로스쿨 지원 학생의 부모인 대형 로펌 대표 변호사가 ‘입학하게 해주면 졸업 한 후 (B대학 로스쿨) 졸업생 몇 명을 같이 취업시키겠다’고 말했다는 게 사실인지”를 재차 물었다. 그는 “사실은 사실”이라고 했다. 기자는 A교수에게 자녀의 로스쿨 입학 청탁성 전화를 한 유명 로펌 대표 변호사가 “B대학 로스쿨 재학생의 취업에 대해 언급한 것이 분명한지”를 거듭해 다시 물었고, A교수는 “분명히 언급했다”고 확인해 줬다. A교수는 당시 청탁성 전화에 대해 “자식 일 걱정에 부모가 나선 것에 대해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기도 뭐했다”고 말했다.
A교수가 한 이 말이 사실이라면, 해당 학생의 합격·불합격 여부를 떠나 청탁성 전화를 한 유명 로펌 대표 변호사와 서울 모대학 로스쿨 교수의 행위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위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서울 모대학 로스쿨 교수는 B대학 로스쿨에 지원한 학생 부모와의 친분으로 인해 부탁을 받고, 이들을 대신해 다른 대학 로스쿨 교수에게 먼저 청탁성 전화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행위는 일반인의 합리적이고 건전한 상식상 ‘입시 브로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A교수가 유명 로펌의 대표 변호사라고 밝힌, B대학 로스쿨 지원 학생의 부모가 보인 행태는 더욱 심각한 것이다. 자녀의 입학을 위해 자녀가 지원한 로스쿨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잘 부탁한다”는 언사를 한 것 자체가 공정해야 할 로스쿨 입시를 방해할 수 있는 심각한 부정행위다. 그런데 입학 청탁성 전화 통화 과정에서 심지어 ‘해당 로스쿨 재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 연계’까지 거론했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단순 청탁을 넘어 ‘부당한 거래’를 제안했던 것이 아닌지에 대해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교육부가 키우는 불투명성
로스쿨에 입학한 학생 절대 다수가 실력을 바탕으로 공정한 경쟁을 거쳐 힘든 입시 관문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부 로스쿨 입학자 중에는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 면접 등에서 유력 법조인·정치인인 부모와 친인척을 버젓이 공개하는 식의 불공정 행위를 벌여온 사실이 확인됐다. 더구나 일부 사례이긴 하지만 이들보다 더 심각한 부정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는 ‘입학 청탁’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다.
지난 5월 2일 교육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국 25개 로스쿨의 2014~2016년, 3년간의 입학실태를 조사했다며 그 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교육부의 발표는 로스쿨 입시에서 벌어진 불공정 행위와 부정행위, 나아가 위법성이 의심되는 행위 등에 대해 제대로 조사했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품게 만들고 있다.
교육부가 고작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 등에 지원자가 부모·친인척 등의 이름과 직위, 직장명을 기재한 것 정도를 발견했다’고 조사 결과를 발표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과정에서 자신의 배경을 버젓이 드러낸 ‘유력 법조인과 정치인·공무원 자제들’에 대해 ‘(입학)전형요강을 위반한 점이 인정되고, 부정행위로 인정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는 이들에 대해 제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육부 스스로 로스쿨의 입학전형에 대한 불투명성을 더 키우고 있는 꼴이다.
첫댓글 사시 없애지 말고 로스쿨이나 관리 철저히
명예를 돈주고 사는 불쌍한 사람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