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사내가 산수유 꽃망울이 맺혔네라고 중얼거린다
생명은 아름답다
아름다움이 제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난다
아름다움이 걸어나와 지나가는 모두에게 말을 건다
사내는 알아들을 듯 말 듯 모호하다
사내는 밀린 업무를 생각하며 옅은 한숨을 쉰다
펴지 않은 우산을 들고 가는 이들이 분주하다
사내는 우산이 없다
가방 안에 넣어 두었을까
가방을 뒤집어 흔들어 본다 한들
나오는 것은 정체뿐일 것이다
시내를 흐르는 물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체가 없다
바다에 도달하는 시간은 언제나
동일하다
후두둑
카페 차양 아래에서 비를 그으며
봄비가 여름비처럼 오네 중얼거리는 사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가방 안에서 우산을 꺼내 차양을 나선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라고 혼잣말을 한다
첫댓글 제목이 낯설음을 줍니다.
이미 봄이 왔씀을 애써 상투적인 표현 방식으로 나열되는 중년 사내의 일상이 버겁게 다가오기도 하구요.
봄을 향유할 수 없도록 숨가뿐 현실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