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4세트는 한국팀의 분위기였습니다.
20:17까지 가기 전에 이미 고비 한번을 넘겼기에 더욱 그러했죠.
그러나 발목을 접질린 중국팀의 주팅은 발목아대를 하고 절뚝거리며 코트로 재등장합니다.
국내리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녀는 절뚝거리며 점프를 하고, 스파이크를 때립니다. 공격성공도 하죠.
한국팀은 이내 기가 죽어버립니다.
결국 23:25로 멍하니 당하고만 4세트.
막판 어이없는 리시브 실수들도 분위기를 압도당했기에 나오는 플레이입니다.
저는 주팅이 잘했다고 말하려고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또 우리나라 선수들이 잘못했다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잘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흐름의 경기, 리듬의 경기, 그리고 기싸움이 매우 심한 종목인 배구에서
상대팀에 예상밖의 기운이 흐르면 당황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는 아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주팅은 왜? 그런 무리한 행보를 한 걸까요?
혹자는 중국팀의 1, 2위를 위해서다. 라고 말을 하지만, 중국팀이 올림픽 티켓 하나 못 딸까봐 그런 무리수를 둘까요?
또 주팅 같은 세계적인 선수가 스스로 무리하면서까지 그런 행보를 할까요?
저는 중국인들의 부상 회복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봅니다.
뭐 특별한 체질을 가진 것도 아니고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라 별 다를 바가 없지요.
그러나 의학체계는 많이 다릅니다. 성형이나 암수술에 있어서는 한국이 세계적이겠지만,
발목을 접질리거나 무릎 인대 손상이 왔다거나 어깨에 이상이 왔다거나...등등
이런 배구선수와 관련된 부상, 질병등은 그 어느 나라도 따라가지 못할 의학체계가 있죠.
주팅은 바로 그걸 믿는 겁니다.
그게 딱히 침이다 뜸이다, 한약이다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내 인식으로는 자칫 선수생명이 위태할 수도 있는 무리한 행보를
아무렇지도 않게 인상 좀 찌푸리고 강행하는 저들이 무식한 걸까요?
우리나라 선수들도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어깨에 부항뜨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좀... 이도 저도 아닌 땜질식 처방인 거죠.
물론 효과는 약간 있습니다만 그냥저냥 임시방편인 것이 참 아쉽죠.
부항도 제대로라면 사혈을 해서 죽은피(氣가 死한 피)를 빼줘야 하죠. 그렇다고 매번 사혈부항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잘 먹고 운동 잘하고 피 생산에 문제가 없을 때 그리 하는 것이죠.
이다영 선수가 허리디스크라는 소식이 들렸을 때,
배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선수생명을 운운했었지요.
물론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만 하지요.
그러나 디스크는... 완치가 얼마든지 가능한 질병입니다.
사람들은 소우주 자체인 인체를 믿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면역력을 무시하고, 제 자리를 찾아가려는
인체 본연의 재생을 무시하죠. 특히나 운동계에선 이런 인식이 더 심합니다. 그러니 먼길을 돌아가는 것이죠.
오늘 주팅의 발목 염좌 같은 건 3~4일이면 오히려 더 좋아지고 단단해집니다. 물론 한방 치료를 했을 경우죠.
(국내 상당수 한의원의 주먹구구식 한방치료를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때론 돌팔이라고 하는 분들이 더 나을때도 있죠.)
저는 중국 의료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만약 주팅 선수가 며칠 안에 회복되서 멀쩡히 경기에 임한다면, 제가 한 말이 맞을 겁니다.
그런 의료진을 믿고 주팅이 어제 그리 패기넘치는 행보를 한 것일테죠.
제가 부러운건, 중국인들 뿌리깊이 박혀있는 의학의 기초입니다.
일반인들도 그쯤은 별거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거든요. 한국은 무늬만 한의학을 하고 있고,
생활속에선 발목 다치면 몇개월, 무릎 인대 손상은 반년, 디스크는 영구적 문제... 이렇게들 인식하고 있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이거 저같은 일반인이 떠들어봐야 아무 소용 없겠죠.
그냥 운동선수 개개인이 현명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좀 많이 좋아하는 문정원 선수가 부상을 당했다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적어봅니다.
첫댓글 흥미로운 관점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