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1. 민주주의의 핵심요소 중 하나는 ‘법치’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법은 반드시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가 ‘다수’의 선택이라면, ‘법치’는 법을 통한 규정의 준수라는 당위적 성격이 강하다. 다만 민주주의의 제대로 된 작동을 위하여 법과 제도를 통한 상호견제와 균형을 구성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 통치자의 자의적 권력독점을 견제하기 위해, 몇 가지 책임성을 부여한다. 먼저 ‘수평적 책임성’으로 권력 기관들 사이의 상호견제를 통해 하나의 기관이 권력을 장악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선거를 통한 ‘수직적 책임성’으로 통치자들은 정치적 행위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선거)에 종속될 수밖에 없게 구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성만으로는 부족하다. 통치자들의 결탁과 음모를 통해 특정 집단이 권력을 독점할 수 있는 위험은 언제든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제대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시민단체나 언론 등에서 제기하는 사회적 책임성이 중요하다. 이렇게 법의 제정과 법의 운용 그리고 평결이 얼마나 사회적 힘의 관계를 공정하게 반영하는 가를 통해 ‘법의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통치자들은 언제나 권력을 독점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권력의 독점은 민주적 제도 속에서 언제든지 가능하다. 특정 집단에게 이익을 부여하거나 집단적 동맹을 통해 권력 독점을 시도할 수 있는 것이다. 20세기 유럽을 장악했던 파시스트 정당은 바로 민주적 제도 속에서 대중들을 선동하여 권력을 독점한 사례이다. 이들은 입법기관에서 법을 제정하여 형식적으로 ‘법치’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특정 집단의 욕구만을 반영하고 다른 집단의 희생을 통한 법의 남용이었다. 이렇듯 법이 사회집단의 힘의 관계를 파괴할 때 그것은 ‘법의 지배’가 아닌 ‘법을 통한 지배’에 불과한 것이다.
3. ‘법을 통한 지배’는 언제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 중 하나가 ‘헌법’이다. 헌법은 국가의 통치와 관련된 기본적 방향을 제시한다. 한 정치이론가는 “헌법의 본질은 통치자가 스스로 권력에 도취되어 비합리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예상하고 스스로를 법에 구속되도록 속박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사전구속행위”라고 정의했다. 헌법은 통치자의 자의적 통치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제한요소를 담고 있으며, 통치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이다. 이러한 헌법을 통하여 시민들은 무엇이 위법행위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언제 정부에 맞서 행위 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일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헌법에 의한 정치적 행위 및 법령에 대한 판단 및 심사, 이것은 국가별로 정치적 혼란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작용한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헌법재판소’를 설치하여 재판관들로 하여금 중요한 헌법적 판단을 하도록 제도화하고 있는 것이다. 법의 적용과 평결은 재판관들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요소가 중요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① 재판관들의 외부압력에 대한 자율성 ② 재판관들의 이념적 가치 정향 ③ 판사(재판관)들이 얼마나 사회와 시민에 대해 그들에게 부여된 책임을 다하는 가의 문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분명 인간적 한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헌법재판소는 재판관들이 공적인 재판관으로 활동할 때에는 그들에게 요구되는 자연법적인 도덕적 원칙과 실정법의 법적 원칙을 준수하고 그러한 원칙에 의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약속에 의해 지탱될 수 있는 것이다. 분명 한계 속에서도 최선의 방법을 추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5. 정치적, 법적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최종적 판단 기관으로 만든 것이 바로 ‘헌법제판소’인 것이다. 이것은 ‘헌법’의 준수를 통해, 법을 오남용하는 ‘법을 통한 지배’가 아닌 진정한 ‘법의 지배’가 되도록 만든 민주적 제도이다. 그런 이유로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반드시 구체적인 판결에 참여했던 판사들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헌법의 취지와 민주주의 핵심 원리 이해라는 근본적 원칙을 통해 평가하고 판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민주주의의 견제와 균형을 무시하고 비상계엄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 한 통치자에 대한 ‘위헌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핵심 상황은 헌법에 규정된 통치자에 대한 제한요소를 어기고 권력을 장악하려는 시도가 있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치자의 변호인 및 옹호자들은 개인에게 적용되는 사적인 방식을 끊임없이 법정으로 끌어들이면서 ‘위헌판결’의 핵심적 판단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탄핵심판’의 핵심은 심판 시작 때 재판관들이 밝혔듯이, 대통령이 헌법의 균형원리를 파괴하고 반헌법적인 행위를 시도했는가에 대한 판단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가 나왔는가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반헌법적인 시도가 있었는가에 대한 판단만으로도 평결은 명확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첫댓글 - 도덕과 상식이 인간 사회의 기본이다. 이것이 서로 충돌하여 지켜지지 않을 때 법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 함께 사는 공동체를 위하여 인류 역사가 만들어 낸 삼권분립의 정치 형태가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입법 행정 사법의 공정한 힘의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합의한 체재가 민주공화국이다. 삼권을 한 손에 움켜 쥐고 싶어하는 독재자를 용납해서는 안된다. 독재자는 우리 사회에서 추방되어야 한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