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춘천에 가면 좀 더 구체적으로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자. 춘천으로 가자.
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이 간다고 했다. 필요가 절실하면 찾아 나서야 하고 궁금하면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색소폰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끝이 없으려니...그저 쇠를 두들겨 만든 피리라고 한번 쯤 속 편하게 생각해 두자.
고창에서 사무실 일을 대강 마무리하고 일찍 서울행 버스를 탔다. 서울 집에 도착했더니 마침 춘천에 볼 일이 있다는 큰애가 기다리고 있어서 함께 차를 타고 춘천으로 향했다. 태릉의 담터를 지나니 곧바로 경춘 가도였다.
춘천시 동내면 동내로는 춘천을 한참 비켜 나 있었다.
그런데, 소실점 보기가 어려운 곡선 도로가 많아서인지 친절하게도 이 지역의 경찰서장은 운전자들이 곡선 도로를 재촉해 달리다 이승의 끈을 놓칠까봐 군데군데 많은 카메라를 설치해 덧없는 욕망의 절제를 충실히 감독하고 있었다.
하명수님의 집 근처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40분 쯤.
전화를 드렸다.
"마당에 소나무가 있는 집으로 들어 오세요."
한적한 시골. 공기가 맑은 동네였다.
현관에 마중을 나온 하명수님과 악수를 나누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 가 커피를 마셨다.
하명수님은 유투브 화면 속에서 본 모습 그대로였다. 집념처럼 솟은 약간의 까칠한 수염과 약간의 장발. DAUM 카페 배경 화면 앞에서 연주하던 모습 그대로와 정말로 조금도 가감이 없었다.
음향시설이 갖춰진 작업실 겸 색소폰 동호회 사무실에서 별다르게 긴 수인사나 특별한 대화의 섞임 없이 커피를 마시면서 곧바로 자연스럽게 앙부셔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졌다. 마침내 내가 그토록 궁금해 하던 유동적 앙부셔의 실체를 접하게 된 시간이었다.
열정과 과학.
한마디로 하명수님의 앙부셔 설명 내용을 규정한다면 그렇다.
철저하게 물리학의 바탕 위에서 출발한 앙부셔의 분석과 해부는 그동안 유투브를 통해 그저 단순하게 영상에서 보고 듣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구체성을 띠면서 실감나게 다가 왔다.
헬기 조종 이력 때문인지 베르누이 정리에서부터 시작하여 앙부셔의 다이아그램을 완성하기까지 동원된 지식과 뒷받침 된 이론은 웬만한 학자의 영역을 뛰어 넘어, 색소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꼭 직접 들어야 할 복음이자 <색소폰 보감>이었다.
특히 J8로 강조 되는 앙부셔는 볼륨의 강약과 음고의 높낮이, 호흡을 조절하는데 탁월한 순발력과 탄력성을 갖게 되는 기준점이 되어, 마우스 피스와 리드를 조종하고 공략함에 있어 연주의 수월성을 돋보이게 했고, 목에 핏대를 세우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여유로운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체험하게 한 순간이었다.
실제로 하명수님의 연주 모습을 보면 이 논리가 증명이 된다. 부드럽게 연결 되는 서브톤은 말 할 것도 없거니와 고음 연주시에도 다른 프로급 연주자들처럼 호흡이 딸려 숨찬 모습을 보이거나 목에 핏대를 세워 힘 들어 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잠수함처럼 밖으로 드러나 보이지는 않지만, 색소폰을 연주하는 동안 입 속에서는 쉴 새 없이 한 음, 한 음에 맞는 최적화 작업을 위해 변화무쌍한 앙부셔 다이아그램이 아주 치밀하고 숨가쁘게 작동 되고 있는 것이다.
(계속)
첫댓글 작가분이신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