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대통령 / 이훈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8일(현지시각) 윤석열 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진행한 대통령 단독 인터뷰 전문을 자사 누리집에 공개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16일 서울에서 70분간 진행됐다. 인터뷰에서 기자는 “김건희 여사가 여러 혐의를 받고 있는데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이러한 논란이 현재 추진 중인 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의 영부인도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은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할 때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 논란이 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도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야당의 지나친 정쟁화 시도로 인해 제 아내를 둘러싼 논란이 부풀려진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이 연금·의료 개혁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예 답변하지 않았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66709.html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아무 기대도 걸지 않는다. 그래서 그가 아무리 못난이 짓을 해도 화나지 않게끔 단련됐을 뿐만 아니라 웃으려고까지 한다. 무감각해서가 아니라 쓸데없이 저런 감정에 휘둘리면 괜히 내 속만 아프지 대통령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많은데 그대로 해 주지 않아서 불편해하면 나만 손해다.
저 회견의 내용도 내 짐작을 벗어나지 않는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잘못된 일이 생기면 늘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나 정부 탓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아내 김건희의 국정 농단에 전임 대통령 부인들을 끌어들여 물을 탄다. 외국 언론에다 대고 할 짓인가? 우리 대통령의 수준을 전세계에 알리는 꼴이다(저 기사를 본 외국 독자는 우리 국민까지 덩달아서 얕잡아 볼 것이다.). 백 번 양보해서 윤 대통령의 저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곳곳에서 드러나는 김건희의 대통령질과 같이 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양과 질에서 하늘과 땅의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아무튼, 좀스럽게, 애먼 사람 걸고넘어지는 것보다는 ‘아내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억지를 부리는 게 훨씬 낫다.
이런 것과 함께 그의 됨됨이를 잘 드러내는 것은 자신의 잘못을 아랫사람에게 돌리는 짓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에, 김영선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해 줬다고 명태균과 통화한 녹음이 방송에 나오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도 그와 통화했다(이 녹음이 나오기 전에는 명태균과 두 차례밖에 만난 일이 없다고 거짓말한 것이 이미 들통난 바 있다.)고 비서들에게 얘기했는데도 그들이 그대로 전하지 않았다고 기자 회견에서 말했다. 이렇게 부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서야 그들이 일할 맛이 나겠는가. 아내를 감싸는 정성의 만 분의 일만 들여도 저런 부끄러운 짓을 차마 하지는 못할 것이다. 말이 나온 김에, 비서실이 대통령 부부의 잘못과 거짓말을 변명하는 데 골몰한다는 건 인력과 세금의 낭비라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여러모로 못난이 대통령이다. 여기서 ‘대통령’은 사전의 뜻과 함께 ‘대표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무능하고 무식한 거야 이제 와서 어쩔 수 없지만 사람됨의 밑바닥까지는 보여 주지 말았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아니라 나와 같은 사람에게 안타까움을 담아 건네는 말이다. 맨 앞에서 한 말과는 달리, 그래도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못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