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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군부대 사격장 근처. (아침)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워커를 신은 퇴역 김중사가 무엇인가를 음미하듯,
눈을 감고 서 있다.
어디선가 돼지가 꿀꿀대는 소리만 신경을 거슬릴 뿐 조용하다.
갑자기 푸른 하늘을 뒤흔드는 총소리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하나 둘, 터지다가 한꺼번에 콩볶아대듯이 하늘을 뒤흔든다.
인근 군부대의 사격 연습장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다.
김중사는 기다렸던 것이 만족스럽다는 듯 입가에 미소를 짓는다.
절름발이 사내(전도사)가 해철의 유골함이 들어있는 가방을 안고 서 있다.
전도사: (소리) 얌마! 그깟 총소리가 그렇게 좋으냐?
김중사는 아쉽다는 듯 총소리가 들렸던 산너머를 힐끗 보고는 절름발이 사내(전도사)에게서
해식의 가방을 받아들고는 가방 안의 내용물을 훌훌 털어 버린다.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해철의 유골함과 약봉지들이 땅에 떨어진다.
중사: (엄청난 양의 약봉지를 보고) 뭐야? 이거
전도사: 이거 어디서 주워 왔어? 자살하려던 사람 거 아냐?
중사: 창회형이 버릴 거라 그래서 가져왔는데, 에라 모르겠다.
해석의 잡동사니와 유골함을 발로 차서 수풀 속으로 밀어 넣는 김중사
가방을 들고 수풀 속으로 간다.
구덩이 속에 기름 종이로 싼 물건들이 비닐 봉지에 담겨 있다.
전도사: (이게 뭐냐는) -
김중사: 내 보물이다!
옛날 수색대 시절에 한 건 올린 거 아니냐- 너 드보크라고 알아?
전도사: 몰라? 그게 뭔데
김중사: 니가 예수 말고 아는 게 뭐가 있냐?
김중사는 콧방귀를 뀌며 기름종이에 싼 물건을 해식의 가방에 쓸어 담는다.
분해 된 시꺼먼 총신과 나무 개머리판이 기름종이 사이로 슬쩍 보인다.
전도사: 너 죽을 라고 환장했어?
김중사: 입닥쳐. 너 입다물지 않으면 주둥이를 도려낸다.
씨발. 내가 강제로 전역 당하면서, 하도 억울해서 꼬불친 거다.
이게 얼마나 하는지 아냐?
48. 할머니 집 방안. (오전)
아랫목 이불 속에 정물처럼 누워 있는 할머니
까맣게 염색을 한 머리에 곱게 쪽진 머리가 반듯하게 베게 위에 올려져 있다.
누워 있는 할머니 곁에 해식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할머니는 눈을 살짝 뜨고 해식을 곁눈질하고는 가늘게 숨을 내쉬며 해식에게 앙상한 손을 내민다.
할머니의 손을 잡는 해식.
순진한 동물의 눈처럼 물길을 잔뜩 머금은 눈으로 해식을 바라다보는 할머니.
할머니 해철이 왔냐?
해식 아니오. 해식이예요.
할머니 해철아. 니형은 잘 있지? 이 할미가 죽을 때가 다 된 모양이다.
해식은 할머니가 혼자 중얼거리게 두고 담배를 피워 문다.
콜록거리는 할머니, 힐끔 보고도 계속 피우는 해식
해식: 할머니, 어머니 산소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할머니가 못 알아듣자 큰소리로) 할머니. 내말 못 알아들어요?
할머니에게서 반응이 없자, 방에서 나와 툇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해식
아줌마가 부엌에서 싸구려 티가 나는 찻잔에 커피를 들고 나온다.
그녀는 해식의 모든 행동이 못마땅한 듯 하다.
아줌마: (커피를 해식 옆에 놓으며) 여기 오래 계실거유?
해식: 뭐 봐서 --
아줌마: 생활비를 지난달부터 안 보내셨던데--
(담장 쪽, 소리나는 곳을 보고는) 에그머니나.
담장 너머로 사람의 머리가 빠꼼하게 나온다. 번개다.
손을 들어 나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담장 아래로 사라져버리는 번개의 머리.
해식이 일어서서 대문을 열고 나간다.
49. 해변도로 (오전)
해식이 대문을 열고 나오면 푸른 하늘과 검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하얀 백사장이 눈부시다.
백사장 끄트머리 도로에 낡은 겔로퍼가 한 대 서 있고,
워커에 군복바지를 입고 검은 가죽 쟈켓을 걸친 사내가 겔로퍼의 지붕 위에 올라앉아
똥누는 자세로 담배를 피우고 있다.
도로에는 양복에 바바리 코트의 사내 창회
그리고 그들 보다 두어 걸음 앞 선 곳에 번개가 고개를 외로 꼬고 해식을 보며
웃고 서 있다가는 해식을 자기 품에 안을 듯 양팔을 번쩍 벌린다.
번개: 해철아
갤로퍼 위에서 똥폼을 잡고 있던 사내가 뛰어내려와 해식에게로 다가온다.
번개: 인사해라. 여기는 그 옛날 이개철이라고 날리던 이해철. 내 친구다.
여기 이 친구는 김혁수인데 퇴역중사야. 인사해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는 퇴역중사 김혁수와 중사를 소개하는 번개를 무시하고 곧바로
창회를 향해 다가가는 해식. 중사는 인상이 구겨지며 손을 거둬들인다.
바바리 차림의 사내 창회가 해식이 앞으로 다가서자,
해식과 자기사장과의 싸움을 본 후라, 아는 체를 해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번개가 막아선다.
해식: (창회에게 눈을 부라리며) 니들 사장 잘 있냐?
번개: (해식을 막으며) 이쪽은 알아봐야 민폐만 늘고 --
조창회: (해식 눈치를 보며 번개에게)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번개: 이게 어딜 기어오를라구? 종두 밑에 있다고 양아치새끼가 봉 된 줄 아냐?
조창회: 일이나 잘해서 빚 같아. 우리 오야지 앞에선 오줌을 질질 싸는 게--
번개: 뭐? 오야지? 그 앤 옛날에 내 꼬마였다. 임마
김중사: (둘 사이를 막으며) 아이-- 형님들 왜 이러십니까.
만나기만 하면 싸워요. 우린 한편이예요. 한편
번개: 해철아 내가 이렇게 산다.
천하의 번개가 촌구석에서 양아치 새끼들하고 어울리기나 하고. 해철아. 가자
해식은 계속 자기 눈치를 보는 창회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하게 걷기 시작한다.
해식: 내 가방 안 가져 올 꺼야?
창회: (중사를 가리키며) 제가 가방이 필요하다고 해서 줬어 --
해식, 창회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살벌하게 웃어 보이며
아무 말 말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댄다.
얼어붙은 창회 고개를 끄덕이자, 갑자기 다리 걸어 넘어뜨리고는 번개 옆에 서서 간다.
졸지에 당한 창회, 모래를 털고 투덜거리며 일어나 뒤따라간다.
50. 차안 (오전)
차창을 바라보는 해식
앞자리에서 번개가 지껄이는 소리가 들린다.
번개: (소리) 해철이가 이 바닥에서 뭐로 통했는지 아냐?
움직이면 쏜다야. 그게 뭔 줄 알아? 저보다 높은 놈이 까불면 그대로 받아버려
옛날에 경상도 애들이 여길 먹겠다고 왔을 때. 부산 딱부리라나 뭐라나
해철이가 옥수수를 쏙 뽑아 버렸지. 해철아 생각나냐?
해식은 고개를 돌리고 창밖만 본다. 창회는 뭔가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다가
자기를 노려보는 해식의 무서운 얼굴을 보고는 창밖으로 고개를 쳐박는다.
번개는 해식을 돌아보다가 반응이 없자, 억지로 호탕하게 웃는다.
번개: 저 새끼 저거, 누가 지 말만하면 수줍어해요. 짜식
중사: 번개 형님은 그때 어땠어요?
번개: 나? 내 예긴 책 한 권이다. 야, 해철아 말해 줘라.
해식은 고개를 돌리고 꿈쩍도 안 한다.
단세포인 창회가 그새 킬킬거리며 비웃는다.
번개: (무안함을 감추려고) 젠 원래 말이 없어.
여전히 창밖만 쳐다보는 해식을 아니꼽다는 듯 백미러로 보는 중사
51. 밭 사이 도로. (낮)
밭 사이로 난, 경운기가 한 대 겨우 다닐만한 도로
할머니들이 추위 속에서 쇠스랑과 삽을 든 손을 호호 불며 쪼그려 앉아 있다.
어쩌다 할아버지가 한 둘 있고 모두 할머니들이다.
할머니들 앞쪽으로 카메라가 움직이면, 번개와 중사, 조창회가 “기도원 설립 결사반대” 피켓을 들고
할머니들 앞에서 서서 도로의 반대쪽을 주시하고 있다.
해식은 번개에게서 떨어진, 할머니들 뒤쪽에 서 있다.
번개: 야 전도사, 너 거기 왜 있어? 너 우리편 아니냐?
도로의 반대편.
열댓 명의 양복을 입은 교인 남자들과 여인들이 “오직 예수” “축복 기도원 설립”
“사탄아 물러가라”라 적힌 피켓을 들고 있고, 목사가 그들 앞에 뒤돌아 서서
두팔을 하늘을 향해 들고 기도를 올리고 있다.
목사 옆에 바바리 코트의 “오직 예수” 띠를 두른 전도사가 얼굴이 씨뻘개져서
번개 쪽을 향해 그만 하라는 손짓을 한다.
번개: (킬킬거리며) 얌마! 술처먹고, 노름하는 놈이 무슨 예수쟁이냐!
넌 원래 우리편이다. 이쪽으로 와라!
전도사에게 눈치를 주는 교인들. 전도사는 더욱 안절부절이다.
전도사: (질겁을 하며 큰 소리로) 사탄아 물러가라.
번개: 뭐라고? 안 들려. 크게 말해 임마
전도사: (헛기침하는 목사의 눈치를 보고 더 크게) 사탄아 물러가라!
번개: 얌마. 마을에 노인네뿐이라서 돈 받고 왔다. 너 배신 때리냐?
전도사: (교인들의 눈치를 보며) 배신이라니?
직업상 서로 적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번개는 전도사에게 주먹밥을 먹이고 킬킬거린다.
창회와 중사도 따라서 킬킬대고, 전도사는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다.
뒤에 서 있던 해식은 애들 장난 같은 번개들의 짓거리에 어이가 없는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고는 아예 멀찍이 떨어져서 담배를 피워 물고 먼 산을 바라본다.
전도사: (해식을 발견하고) 해철이형!
해식: (그래 알았다. 나 해철이다 라는 표정으로 건성의 손짓) -
장난을 치는 번개의 뒤에서 요란한 경운기 소리가 다가온다.
번개들 옆으로서는 경운기
허리가 잔뜩 꼬부리진 할머니가 힘들게 한숨을 몰아쉬며 경운기에서 내린다.
번개: 할머니 그러나 다쳐. 우리가 알아서 해결 할 게
할머니: (번개를 무시하며) 깡패새끼들 --
할머니는 번개에게 작대기를 휘두른다. 똥을 푸는 똥바가지다.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서면서 욕을 하는 번개
경운기 뒤에는 빠께스에 죽처럼 멀건 똥물이 가득 담겨 있다.
할머니는 끙끙거리며 장대에 하이바를 단 작대기로 똥물을 가득 퍼낸다.
번개: (피하며) 어-어, 할망구야, 우린 같은 편이잖아.
할머니는 번개 일행을 무시하고 교인들 쪽으로 달려간다.
순간, 교인들이 술렁이고, 교인들 쪽을 향해 두눈을 감고 순교자처럼 처연하게
두 손을 올리고 기도를 올리는 목사는 아무 것도 모르고 기도에만 열중한다.
종종걸음으로 달려오는 할머니가 점점 가까워지고, 교인들이 뒷걸음질을 하며 피하는데,
등뒤가 이상해진 목사가 뒤돌아보는 순간.
할머니는 있는 힘을 다해 목사를 향해 똥물을 뿌린다.
똥물을 그대로 맞는 목사
52. 밭길 (오후)
이랑 사이에 눈이 새하얗게 뒤덮힌 밭
멀리 밭 둔턱 끝에 서 있는 낡은 겔로퍼를 향해 밭이랑 사이를 달려가는 중사와 전도사.
중사가 전도사의 발등을 밟는다. 그러자 전도사도 지지 않고 중사에게 달려들어
중사의 눈치를 봐가며 살짝 발등을 밟는다.
중사가 다시 전도사의 발등을 세게 밟고 킬킬거리자
전도사가 중사의 발등을 밟았는데, 너무 세게 밟았다.
중사가 험악한 얼굴을 하고 전도사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 버린다.
전도사는 맞은 곳이 아프기도 하고 중사가 화를 내니 겁이 나기도 한,
종잡을 수 없는 비굴한 웃음으로 중사에게 사과 비슷한 것을 한다.
그러자 중사가 그 틈을 타서 전도사의 발등을 세게 밟고 달아나 버린다.
고함을 지르며 중사의 뒤를 쫓아가는 전도사
그들 뒤에서 번개와 나란히 걷던 해식이 어린애 장난 같은 그들의 모습에 쓴웃음을 짓는다.
해식: 낸 몸값 때문에 이런 일 하는 거요?
번개: 내가 누구냐? 그 따위 새끼 신경이나 쓰겠냐? 다 재미로 하는 거야.
이 나이 되니까 평화로운 일만 하고 싶다. 그나저나 너 그 동안 어떻게 살았냐?
해식: --
번개: 말하기 싫으냐? 넌 내가 왜 안 떠나고 여기 있는지 안 궁금하냐?
(댓구를 안 하는 해식) 그래-- 어차피, 우린 약한 놈들이야-- 저능아들이라고
종두처럼 못 살어. 그 새끼 출소 한지 세 달만에 회센타를 먹었어.
말이야 그 양아치 새끼라고 욕하지만, 사실 우리가 양아치들이잖아.
뒤에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창회
창회: (돈 다발을 높이 치켜들면서) 일당 받아라.
장난을 치던 중사와 전도사가 돈을 보고 달려오고
번개: (창회에게) 이리줘봐
창회: 왜? 내가 나눠 줄 꺼야.
번개: 알았어. 잠깐만 줘봐.
조창회가 마지못해 번개에게 돈을 건네준다. 번개는 기다렸다는 듯 돈을 세어 자기 주머니에 넣고,
해식에게, 중사에게 나눠준다.
조창회: 내 그럴 줄 알았어. 하여튼 상종하면 안 되는데 또 속았어.
종두 사장님이 나한테 일임한 알이고, 돈을 주는 것도 종두 형님이니까
돈을 내가 나눠줘야지. 왜 니가 나눠 줘. 니가 우리 오야붕이냐
해식: (돈을 조창회에게 던지며) 그 새끼 되게 짹짹거리네. 알았어 니가 나눠!
창회의 얼굴에 돈이 뿌려진다. 창회, 해식과 종두의 사이가 어떻다는 것을 알고
해식의 행동이 자기 머리로는 이해가 안 되자 당황하여 말을 못한다.
그 때 번개도 창회의 얼굴에 돈을 던져 버린다.
번개: 좇같은 새끼. 너 내 앞에 나타나지마
창회: (해식에게) 왜들이래?
해식: 니가 나눠준다며? 빨리 나눠
번개: 잔챙이 새끼. 더러워서 안 가져
번개가 실실 웃으며 해식을 끌어당겨 가고, 전도사도 뒤를 쫓는다.
그 자리에서 씩씩거리며 서 있는 조창회. 중사가 조창회의 발아래 떨어진 돈들을 줍는다.
번개: 야! 김중사 빨리 차 시동 걸어!
중사는 돈을 주워서 조창회의 호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어주고는 번개 쪽으로 달려간다.
밭이랑 끝에 서 있는 겔로퍼로 가는 번개와 해식, 전도가.
조창회를 두고 번개들 뒤를 따라는 중사
53. 차안 (오후)
번개, 기분이 좋은지, 엉덩이를 들썩이며 해식을 돌아보면서 킬킬거린다.
번개: 아, 지금 나 건드리지마. 내 기분 하이다. 하이1
중사: 형 왜 오버 해?
번개: 시팔년아. 해철이가 왔잖냐! (중사의 머리를 때리며) 너 돈 챙겨 왔어?
중사: 아- 머리 때리지마. 뚜껑 열린다. 받지 말라며?
번개: (다시 머리를 때리며) 이런 좇만세가. 지금까지 공짜로 일 했단 말이야?
중사: 아, 미치겠네. 더럽다고 받지 말라며!
번개: 넌 그 눈치로 큰일하겠냐? 다 필요 없어. 해철이만 있으면 돼!
중사는 삐져서 씩씩거리고 해식은 뒷자리에 앉아 번개가 하는 꼴을 보는데,
갑자기 번개가 중사의 머리에 대고 총쏘는 시늉을 하고 창문을 급하게 연다.
그러자 모두들 코를 틀어막으면서 창문을 여는데, 해식만 무슨 짓들을 하는지 몰라서 멀뚱거리다가,
방귀 냄새에 코를 싸쥔다.
해식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전도사
전도사: 해철이형 맞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변했어 -- 좀 싸나워졌어.
해식: (전도사를 무시하고 중사의 머리를 때리며) 너 가방 하나 주웠지?
끽! 열받은 중사 차를 급정거시키자,
번개가 앞으로 쏠리며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치며 비명을 지른다.
54. 사격장 근처의 숲 속. (오후)
번개와 중사가 수풀 더미를 헤치면서 무엇인가를 찾는다.
중사: 없네. 없어. 어디다 버렸지? (혼잣말로) 창회 씨팔, 좇같은 가방 줘 갖고
이 고생하게 만들어 --- 번개 형. 없어. 어떻하지?
번개: 춥다. 빨리 찾아라.
해철이한테 죽기 전에 나한테 죽는다. 잔말 말고 찾아.
중사는 멀찍이 떨어져서 수풀 사이를 뒤지는 번개에게 주먹밥을 먹이고는 다시 뒤지기 시작한다.
번개: 이게 뭐냐?
수풀 사이에 널려 있는 해식의 옷가지들과 해철의 유골함이다.
번개: 야, 해철아 이거 아냐?
번개는 상자를 열어 본다. 유골함이 들어 있다.
번개: (중사의 뒷통수를 때리며) 임마. 이렇게 중요한 걸 --
중사: (피식거리며 작은 소리로) 머리 좀 때리지 말라니까! 잘도 찾네 --
수풀 속에서 전도사와 함께 나오는 해식. 번개는 해식에게 유골함을 건네준다.
번개: 뭐냐?
해식: (젖어 있는 약봉지를 줍다 혼자 피식 웃으며) 알거 없어.
중사: (수풀 속에서 해식의 가방을 가지고 나오며) 형, 이리와봐. 뭐 하나 보여줄게. 내 보물들이야.
번개: (총을 보고) 미친 새끼. 이게 뭐야! 재수 없는 거 아냐?
중사: 재수? 보물한테 무슨 말이야. 듣는 보물 기분 나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