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림동 하면 사람들은 5번 종점과 방림파출소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것이 방림다방이다. 방림동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온 방림다방은 동네 주민들의 휴식공간과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특히 일일 노동자들이 많았던 방림동 사람들에게는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30여 년 동안 문을 열어 온 방림다방은 옛 방림파출소 바로 맞은편에 있다. 방림 파출소 부근 삼거리는 최근에 오방로(五放路) 길이 나 옛 명성이 사라졌지만 옛날 방림동의 유안, 불로, 조봉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할 교통의 중심지였다. 방림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올라가면 라인 효친이 나오고 우측은 대남로(大南路)로 빠지는 길이다. 삼거리 분기점 정 중앙에 샘신협 건물이 있는데 지하에 방림다방이 있다. 말하자면 샘신협 건물은 위치상 방림동의 배꼽에 해당 된다. 방림삼거리 주위는 60년도 말까지만 해도 민가나 상가가 띄엄띄엄 있었을 뿐 황량한 구릉지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인구가 늘어나고 시내버스와 파출소가 들어서면서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인력대기소가 생기고 선술집이 영업을 개시하자 방림다방도 완연히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당시에 방림다방의 주 고객은 일용노동자들이었다. 커피 값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차 한 잔 값이 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70년도 초의 커피 값을 어림짐작 할 수 있다. 커피 값이 싸자, 방림다방은 매일 아침이면 노동자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일감을 얻지 못한 노동자들이 방림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내일의 운을 기약하기도 하고 일부 사람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방림다방은 파출소의 합의장소로도 이용 됐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파출소에서 티격태격 싸우다가 코앞에 있는 방림다방에서 합의를 보고 다시 파출소에 가서 문제를 해결했다. 혹은 파출소에 출두하기 전에 방림다방에서 한쪽은 언성을 높이고 다른 쪽은 사정을 하면서도 나중에는 서로 합의를 보고 파출소에 가는 사람들로 방림다방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지금의 지산동 법원 부근에 있는 다방의 모습과 흡사하다.
요즈음에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옛 다방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아침에 계란노른자가 둥둥 떠 있는 모닝커피를 마실 수 있는 전통 다방은 아예 없어졌다. 대신 유명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인테리어와 실내 장식은 훌륭하지만 50대 이후 세대에게는 낯설게 느껴진다. 젊은이가 많고 가격도 비싸 이용하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방림다방은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광주에서 몇 안 되는 다방이다. 우선 커피 값이 싸다. 12년 전 부터 가격을 한 번도 올린 적이 없다. 그동안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너무나 저렴한 가격이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고려한 김성숙(56세) 방림다방 주인의 배려 덕분이다. 김성숙씨가 방림다방의 새 주인이 된 날은 2000년 3월 21일이다. 방림 11통 통장이기도 한 김성숙씨의 친정은 불로동이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지금의 양림휴먼사아 자리인 원방림에 월세 방을 얻었다. 주위사람의 도움으로 방림다방을 인계받은 김성숙씨는 부지런히 일해 빚도 갚고 아파트를 사서 지금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다. 방림동 주민의 도움을 받은 김성숙씨는 커피 값을 올리는 대신 박리다매(薄利多賣)로 수익을 내고 있다. 방림다방이 커피 값을 1.000원으로 유지 할 수 있었던 것은 샘신협의 도움이 컸다. 월세를 올리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샘신협에서 대출을 받아 장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성숙씨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방림동에 들어왔는데 샘 신협에서 대출받아 커피를 팔아 빚도 갚고 아이를 대학까지 보내게 돼서 샘신협뿐만 아니라 방림동 사람에게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습니다. 다방에 오신 동네 분들이 처음에는 서로 모르고 서먹서먹하다가 3~4개월 정도 지나면 정답게 지내면서 계모임도 하고 산에 가서 고사리, 죽순도 끊으러 다닐 때 보람을 느낍니다. 애경사 있으면 위로하고 축하하고 그러시더라고요. 1000원짜리 커피를 팔아도 여기가 만남의 장소가 되니까 가끔 다방 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자주 오시던 어르신들이 보이지 않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으면 굉장히 슬프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방림다방은 70년대의 정이 흐르는 골목문화를 갖고 있다. 이 점을 감안, 방림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지방자치 관련 부서는 방림다방을 방림동의 역사를 알리는 문화공간으로 재창조 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커피 값은 1.000원으로 유지 하면서 과거 방림동의 사진과 생활도구를 전시함으로써 동네사람에게 애향심을 고취 시키자는 취지이다. 예산이 확보돼 계획이 실행되면 행복발전소와 더불어 방림다방은 또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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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야기 저 이야기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은 좋은 것 같습니다. 남자들은 이야기를 주로 술 마시면서 해왔지만 앞으로는 차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