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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아 동 문 학 사 [4]
남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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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절 강릉아동문학 이해의 관점
1. 시대 구분 및 인물, 작품의 등재 범위
1)시대 구분
2)인물과 작품의 등재 범위
2. 역사적 배경과 강릉아동문학
1)아동문학의 개념
2)강릉아동문학의 역사적 배경
3)일제암흑기에 민속적 질감을 형상화한 작품
제2절 강릉아동문학의 변전(變轉) 과정
1. 조약돌아동문학회와 솔바람동요문학회
2. 1960년대, 아동문학의 개화
3. 1970년대 1980년대, 발아와 성숙
4. 1990년대 2000년대, 변환과 확장
5. 2010년대, 전환과 회귀
6. 미래, 기술 융합과 강릉아동문학의 아이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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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등단하여 주목받는 또 한 사람의 동화작가는 함영연(1964 - )이다. 동화작가 함영연은 1964년 3월 15일(음력 2월 2일) 강릉시 구정면 어단리에서 부친 함종호와 모친 이길자 사이에서 3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녀는 1983년 강릉여고를 졸업하고 1991년 숭의여자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2008년엔 추계예술대학교 대학원 영상시나리오학과를 졸업하였다. 그녀의 작가적 기질은 학창시절에 학교 대표로 율곡 백일장에 참가하면서 예견되어 있었다. 문창과를 졸업한 후 동화작가 정채봉이 운영하는 문학아카데미에서 본격적으로 동화쓰기를 했다. 마침내 1998년 단편동화「아기 도깨비와 밀 곡령」이 제17회 계몽사아동문학상에 뽑히면서 등단하였다.
저작물은 우수출판콘텐츠도서로 선정되었고 환경우수도서상, 방정환문학상, 한정동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작품집으로는『로봇선생님 아미』,『가자, 고구려로』,『돌아온 독도 대왕』,『함영연 동화선집』,『꿈을 향해 스타오디션』,『효자 효녀 요양원 느바』, 『채소할아버지의 끝나지 않은 전쟁』,『헤겔 아저씨네 희망복지관』등이 있다. 대학에서 아동문학 강의, 동화창작 스토리텔링 강의를 하였다. 강원아동문학회 회원이다.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실은 치열한 불꽃이다. 함영연 작가가 소유한 불꽃은 밖으로 표출되는 불꽃이 아니라 안으로 타들어가는 불꽃이다. 그것은 함영연 작가가 작가이기 때문에 어김없이 작품으로 환치되어 탄생한다. 단편동화책인 『걸레물방울』에 실린 단편 동화 네 편의 면면에서 느낄 수 있는 현실 정체의 숙성된 감성들이 그 좋은 본보기다. 소외된 것들에 대한 섣부른 분노가 아니라 작가 자신이 그물이 된다. 그물이 되어 1차로 걸러내고 체가 되어 2차로 걸러낸다. 제일 마지막 3차에서는 스스로 거름종이가 되어 글의 정수를 뽑아내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땅의 아동들에게 선물하는 아동문학가의 양심인 것이다.
「채소 아저씨의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는 6.25전쟁의 재조명으로 민족의 화해를 이끌어내고자 했고「돌아온 독도 대왕」에서는 독도문제를 국민적인 관심과 애정을 동화적인 시각에서 풀어 놓았다. 「가자, 고구려로」에서는 설화적, 판타지 기법을 동원하여 역사의식을 세우려는 노력을 하였다.
김영관 문학평론가는 「동화작가 함영연의 문학세계」에서 함영연의 작품 세계에 대해 말한다.
- 함영연 작가의 작품 속에는 작가가 살던 마을의 모습과 사람들의 진지한 삶의 모습이 가득가득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작가는 순수한 어린이 마음을 찾는데 온갖 정성을 들이고 있다. 요즘 많은 작가들이 거짓된 동심을 꾸며 쓰거나 만들어 내는 경우가 아주 많다. 그리고 장삿속에 빠져 있는 출판사나 작가들에 의해 동심(어린이 마음)을 팔아먹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가슴 아픈 우리 현실이다. 그러나 함영연 작가는 서민들의 삶과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이는 솔직함이요.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삶의 가치이자 철학임을 알 수 있다. -
꿈꾸는 남색 보자기
함영연
남색 보자기는 생선가게 간이의자 귀퉁이에 며칠째 놓여 있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가 도시락을 싸와서는 던져놓은 것입니다. 남색 보자기는 할 일 없이 지내는 게 무료해 의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렇게 지내서 속상해. 난 귀하게 쓰이고 싶었는데.”
남색 보자기는 세상에 나오던 날, 공장 벽에 걸려 있는 ‘귀하게 쓰이게 하소서!’란 글귀를 보았습니다. 마치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아 꼭꼭 새겨 두었던 터였습니다.
“귀하게?”
세월이 흐른 흔적이 보이는 낡은 의자가 말했습니다.
“응, 흔한 일 말고 중요한 일을 하는 것, 특별하게 쓰이는 것 말이 야.”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정성껏 하는 게 중요한 일이 아닐까? 넌 물건을 싸고 난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게 하고, 지나고 보니 그래.”
의자가 추억에 잠기며 말했습니다.
“아휴,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지.”
남색 보자기는 의자에게 퉁바리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귀하게 쓰이겠다는 소망을 키웠습니다.
생선 가게 맞은편은 건강식품 가게였습니다. 그 가게 손님들은 보자기로 곱게 싼 물건을 들고 나왔습니다.
“난 저런 모습이 아름답더라.”
의자의 말에 보자기는 수긍을 할 수 없었습니다.
“저건 보자기면 누구나 할 수 있잖아. 난 특별한 일을 하고 싶어. 아주 귀하게 쓰이는 일.”
남색 보자기는 꿈을 더욱 다졌습니다.
“어서 오세요. 할머니, 뭘 드릴까요?”
건강식품 가게 아저씨가 할머니 손님을 반겼습니다. 잠시 후에 할머니는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 들고 나왔습니다.
“할머니, 죄송해요. 보자기가 다 떨어져서. 다음에 오시면 예쁜 보자기로 싸드릴게요.”
"괜찮대도 그러네."
할머니가 배웅하는 가게 아저씨에게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할머니 나오셨어요? 좋은 거 사셨나 봐요."
주인 아주머니는 아는 할머니인지 인사를 건넸습니다.
"몸이 부실한 우리 딸 먹이려고 건강식품 샀수."
할머니가 비닐봉지를 들어보였습니다. 그리 무겁게 보이지 않지만 손에 뼈가 더 앙상해 보였습니다. 그때 주인 아주머니가 남색 보자기를 기억해 냈는지 다가왔습니다.
"할머니, 여기 보자기 하나 있는데 이걸로 싸세요. 도시락 싸온 건데 깨끗해요.”
"그럴까? 들고 가는 건 괜찮은데 늙은이라 손가락 마디가 아프네."
할머니 말에 주인 아주머니는 얼른 물건을 받아 남색 보자기에 쌌습니다.
‘ 이건 아닌데, 특별하게 쓰이고 싶었는데…….’
남색 보자기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보기도 좋구랴.”
할머니는 물건을 싼 남색 보자기를 쓰다듬었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의 투박한 손길이 느껴져 움찔거렸습니다.
할머니는 물건을 소중히 안고 한참을 갔습니다. 그리고 어느 건물의 7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철문이 열리고 면회실이 나왔습니다. 철창으로 되어 있는 안쪽은 무척 소란스러웠습니다.
“히이, 엄마 왔어? 먹을 거 갖고 왔어?”
할머니 딸은 몸집은 어른인데 행동은 다섯 살 정도 아이 같았습니다.
“인숙아, 몸은 어떠냐? 어디 아픈 데는 없어?”
“응, 없어. 좋아, 아주 좋아.”
할머니가 남색 보자기를 풀고 상자에서 건강 젤리를 몇 개 꺼냈습니다.
"이게 몸에 좋다더라. 간호실에 맡겨놓을 테니 날마다 조금씩 나눠 먹도록 해.”
“에게, 이게 뭐야?”
그러면서 할머니 딸은 싱글벙글하였습니다.
“이것아, 얼른 정신 차려라. 어서 나아서 집에 가야지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야?”
할머니는 돌아서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할머니 딸이 입은 환자복에는 푸른병원이라고 씌어 있었습니다. 그곳은 정신 병동이었습니다.
‘아휴, 정신없어! 이런 분위기 별로야.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닌데…….’
남색 보자기는 자신의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간호사 양반, 이거 여기다 맡길 테니 날마다 좀 챙겨 주시우.”
할머니는 건강식품 상자를 간호사에게 내밀었습니다.
“할머니, 환자들에게 먹을 걸 가져오면 안 된다는 설명 들으셨죠? 왜 자꾸 가져오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이런 걸 가져오면 안 돼요.”
간호사가 할머니에게 다시 확인을 시켰습니다.
“알어, 알고말고. 그렇지만 에미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여.”
할머니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할머니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는지 펼쳐진 남색 보자기를 돌돌 말아들었습니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굽은 허리로 몇 번이나 인사를 하고는 병원을 나왔습니다.
“에고, 내 팔자야. 저거 제 정신 돌아올 때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르것어.”
할머니는 힘에 부치는지 걷다가 쉬고를 반복했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 말이 무슨 뜻이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할머니의 울적한 분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한여름인데도 겨울코트를 걸치고 산발해서 대문 앞에 서 있다니! 에구, 내게 무슨 업이 있어 험한 일을 겪어야 하는지 몰러.”
할머니는 마치 옆 사람에게 말하듯이 했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외로워서인지 혼잣말을 습관처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우울한 분위기 정말 싫어요. 저는 귀하게, 그러니까 특별하게 쓰이고 싶었거든요."
남색 보자기는 짜증이 나서 빨리 할머니 손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시집 간 딸이 그러고 나타난 걸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 죽을 것만 같어.”
할머니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습니다. 마침 할머니 손에 힘이 빠졌는지 남색보자기가 툭 떨어졌습니다. 바람에 돌돌 말린 남색 보자기가 풀렸습니다. 할머니는 얼른 남색보자기를 주워들었습니다.
“저런 극성맞은 바람 같으니라구.”
할머니는 보자기를 다시 돌돌 말아 쥐고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서랍장 위에 놓여졌습니다.
며칠 뒤, 할머니는 남색 보자기를 바닥에 펴더니 속옷 몇 가지를 쌌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갔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소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꿈과는 점점 멀어졌습니다.
“엄마, 뭐 가져왔어?”
“이것아, 정신 좀 차려라. 그렇게 정신 놓지 말고.”
할머니는 딸의 손을 부여잡았습니다.
“엄마, 나 차 안 탈거야. 절대로 안 탈 거야.”
딸이 손을 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래, 그래. 어서 나아서 집으로 가자.”
할머니는 속옷을 사물함에 정리해 주고는 남색 보자기를 들고 서둘러 나왔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정신병동에 남아 있는 것도 싫지만, 할머니가 꼭 자신을 챙겨서 나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할머니한테 묻어나는 슬픔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할머니 손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때 무언가 툭 떨어졌습니다. 바로 할머니의 눈물이었습니다.
‘내 팔자도 참…….’
남색 보자기는 저도 모르게 할머니 말을 따라 하고 있었습니다.
“쯧쯧, 차 사고만 안 당했더라도 저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불쌍해서 어쩌누.”
할머니는 딸이 빨리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 정성을 다 하였습니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건데 입맛이 안 변했을라나.”
이번에는 따끈한 호박죽을 담아서 남색 보자기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병원에서도 할머니 정성에 더는 뭐라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와, 맛있겠다.”
“성질 급하기도 해라. 달작하게 했는데 어여 먹어봐.”
할머니가 호박죽을 먹을 수 있도록 해 주었습니다. 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남색 보자기는 또 할머니 신세타령을 고스란히 들어야 했습니다.
“며칠 야근한 사람을 보채서 휴가를 떠날게 뭐람. 다음날 여유 있게 떠나면 좀 좋아.”
할머니의 몸이 휘청거렸습니다. 걷는 게 힘이 부치는지 겨우 걸음을 옮겼습니다. 집에 도착한 할머니는 남색 보자기를 머리맡에 놓고는 자리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몇날 며칠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몹시 아픈지 끙끙 신음소리를 냈습니다.
“아이고, 불쌍한 것. 불쌍한 것. 밤에 휴가만 안 떠나도 교통사고를 안 당했잖어. 유치원 다니는 딸애와 남편을 한꺼번에 잃지 않았을 텐데.”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 슬픔이 스며들어 덩달아 울적해졌습니다. 할머니는 끝내 자리를 털고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더 이상 할머니와 외출을 못하게 된 것입니다.
할머니가 그토록 건강해지기를 고대하던 딸이 장례를 치르기 위해 집으로 왔습니다.
“엄마, 일어나. 빨리 일어나! 엄마랑 살려고 약도 잘 먹었는데……. 엄마도 차에 부딪친 거야? 나도 엄마한테 갈래.”
할머니 딸이 몸부림치며 통곡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먹지도 않고 울었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 딸이 너무나 애처로웠습니다. 할머니 딸의 사연을 알고 있는 터라 병이 더 악화될까 봐 걱정되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를 만나 푸념을 들으며 지내는 게 별로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리 싫지만은 않았어요.’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 딸을 위해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만 꼬물거릴 뿐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어.’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새로운 소망이 자리 잡았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 딸이 정신을 놓지 않기를 소망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소망을 키울 여유도 없이 남색 보자기는 할머니 옷가지들과 함께 태워질 처지가 되었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마당 한 모퉁이에 놓였습니다.
“제발 정신 놓지 마세요. 할머니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할머니는 어서 병이 나아 함께 살 날을 기다렸어요. 할머니가 얼마나 사랑을 쏟았는지, 그걸 기억하고 제발 넋 놓으면 안 돼요.”
남색 보자기는 마지막 심정으로 할머니 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간절히 할머니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할머니 딸이 남색 보자기를 보는가 싶더니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습니다.
“엄마, 엄마 보자기다! 맛있는 거 싸다 주던 엄마 보자기!”
할머니 딸이 남색 보자기를 들더니 가슴에 꼬옥 품었습니다.
“엄마, 엄마아!”
마치 하늘나라로 간 할머니라도 되는 듯 남색 보자기를 안고는 애절하게 불렀습니다. 남색 보자기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쩔쩔 맸습니다. 다만 할머니 딸에게 의미가 담긴 소중한 보자기라는 게 선명하게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 맡겨진 일을 정성껏 하는 게 귀하게 쓰이는 거라던 생선가게 의자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맞아요, 제가 그 보자기예요. 그러니 얼른 정신 차리세요. 그래서 할머니 산소 갈 때 맛있는 것 싸서 같이 가요. 네?’
남색 보자기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동화작가로 또 이정순(1968 - )이 있다. 이정순은 2003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동화가 당선됨으로 아동문학의 동화문단에 등장하였다. 경상북도 상주 출신으로 강릉에서 거주하며 교육에 힘쓰고 작품 활동에도 힘을 기울인다. 호남대학교 대학원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관동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과를 졸업하였다. 2003년 대한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5년엔 『아동문예』에서 〈아동문예 문학상〉 동시 부문에 당선하였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강원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한다.
이정순은 2017년엔 제28회 찬불가 가사 현상공모에서 불교 동요 당선을 하는 가 하면 솔바람동요문학회에서도 활동하며 동요 창작도 활발하다.
2016년엔 동화부문에서 강원아동문학회 〈좋은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2017년 강원아동문학에 발표한 동화 「로봇아 안녕」은 기계와 사물의 만남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제4차 산업시대에 인간의 역할과 기계의 역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시대의식이 있는 작품이었다.
- 앞부분 줄임 -
정우는 얼떨떨했습니다.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몹시 궁금하기도 했고 이무런 말씀도 없이 나가신게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정우야, 너 지금 엄마가 어디 가셨는지 궁금한 거지?”
로봇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정우를 바라보았습니다. 정우는 자신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로봇을 보며 또 놀랬습니다.
“너는 어떻게 내 마음을 알지?”
“난 너의 눈빛을 바라보아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지. 음, 너의 엄마는 새벽에 허리가 아파서 아빠와 함께 급하게 병원에 가셨어. 그래서 나는 너를 도우러 온 거야.”
“뭐? 엄마가 아프다고?”
정우는 숟가락을 들다 말고 울상이 되었습니다.
“엄마가 갑자기 왜 아프신 거야? 어젯밤까지도 괜찮았는데.”
정우는 금방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그러자 로봇은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엄마들은 자기 몸이 아파도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꾹 참을 때가 많아. 그 동안 너의 엄마가 회사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살림 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르지? 넌 지금까지 네가 할 수 있는 일도 엄마에게 늘 부탁을 했잖아.”
정우는 로봇의 말을 듣자 밥이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에 밥맛이 싹 달아났습니다.
“정우야, 엄마는 당분간 쉬어야 할 거야. 허리 아픈 것이 잘 안 낫거든.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나랑 잘 지내도록 해. 다릉 따릉.”
“그래도 난 빨리 엄마가 오셨으면 좋겠어. 난 엄마 없이는 못 살아. 지금까지 난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며 지냈는데 왜 아픈 거지?”
정우는 목이 메었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숙제도 꼬박꼬박 다 해놓고 문제집도 풀어 보고 했는데 뭘 잘못해서 엄마가 아픈지 얼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정우야, 너는 지금까지 엄마에게 옷 골라 달라 준비물 챙겨 달라 이것 저것 심부름이나 부탁을 했잖아.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더 많았는데 너무 엄마에게 의지를 한 것 같아.”
로봇은 그 동안 정우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정우의 잘잘못을 끄집어냈습니다.
( 아랫 부분 줄임)
- 「로봇아 안녕」중에서, 강원아동문학 42집,2017. -
이정순의 동화, 「로봇아 안녕」에서 정우는 엄마에게 의존적인 인물이고 나약한 인물로 나온다. 엄마 대신 정우를 돕는 것이 로봇이다. 그러나 로봇은 무작정 돕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할 수 있는 인간이 되라고 타이른다. 이제 로봇은 사람들이 의지해야 할 파트너이다. 로봇을 어떻게 이용하며 인간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지가 과제이다. 제4차 산업시대에 들어선 지금, 이정순은 인간과 로봇을 작중인물로 설정하여 앞으로의 사회에 대비해야 할 단초를 미리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대 또 한사람 기대를 모으는 젊은 동화작가는 김효정이다.
김효정(본명:김옥주 1967 - )은 2004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태풍속의 아이들」이 당선되었다. 주요작품으로,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는「백련사 낙숫물소리」,「해당화」등의 작품이 있다.
아래 제시한 동화는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품이다.
이 작품에 나오는 마을 이름과 사람들의 이름을 고기 이름으로 지은 것이 특이하다. 이 동화는 바닷가 마을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힘든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 자식에 대한 부모의 정이 그려져 있다. 어부들의 힘든 삶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생명의 위협, 아이들의 심리를 그려낸 점도 공감을 준다.
사건의 진행이 리드미컬하여 흥미를 더하고 있어 잘 읽히는 동화이다. 지역적인 특징을 살려 바다를 소재로 써낸 동화라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태풍 속의 아이들
김효정
“동희야, 별들이 참 많다.” “응!” 동희와 명태는 서낭당이 세워진 절벽 위에 나란히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은빛 불가사리들이 까만 하늘에서 반짝거렸다.
“와아! 저기 남쪽 하늘에 전갈자리가 보이네.” 동희가 손가락으로 남쪽 하늘을 가리켰다. “전갈자리?” “그래, 열대 사막에 사는 전갈을 닮았다고 그렇게 불러.” “내가 보기에는 파도의 물결처럼 보이는데.”
밤하늘을 쳐다보는 명태의 얼굴이 달빛에 창백하다.
“동희야, 요즈음에는 내 동생 명식이가 자꾸 생각나. 그 애가 바다에 빠져 죽은 지 이 년이 다 되어가잖아.” “벌써?” “이 맘 때였어, 그 이후로 아버지는 바다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해. 아직도 명식이의 죽음이 내 탓이라고 생각하시나 봐.” “왜, 그 일이 너 탓이야! 수영도 잘 못하면서 깊은 곳으로 들어간 너 동생이 잘못했지.”
동희가 소리쳤다. “내가 형이었어. 잘 보고 지켜 줬어야 했는데 물 속으로 곤두박질하는 것에 미쳐서......”
명태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넌 동생 잃고 난 다음에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했잖아.” “동희야,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배 타고 바다 멀리 나갈 수 있잖아.”
절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에 잠이 들었을까, 명태가 조용해졌다.
“앗! 따가워. 명태야, 모기하고 전쟁하게 생겼다. 그만 돌아가자.”
그제야 부스스 일어나는 명태와 어깨동무를 한 동희는 가파른 절벽계단을 익숙한 발걸음으로 내려갔다. 서낭당 당산나무에 걸린 달이 그 길을 환히 비추었다. 명태가 집으로 돌아오자, 방문 밖으로 고개도 내밀지 않는 채 아버지가 야단부터 쳤다.
“밖에서 노닥거릴 시간이 있으면 글자 하나라도 더 봐라.” “오늘 할 것 다......”
명태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아버지는 혀를 쯧쯧 찼다.
“우리 집에 자식이라고는 이제 너 뿐이 아니냐. 도시 아이들 따라가기도 힘들 판국인데, 방학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공부해야지.”
명태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방으로 들어온 명태는 책꽂이에서 문제집을 꺼내 펼쳤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오며 까만 글자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당장이라도 아버지에게 달려가서 소리치고 싶었다. ‘난, 공부만 하고 싶지 않아요! 친구들과 어울려서 마음껏 놀고도 싶단 말이에요.’ 그러나 명태의 외침은 마음속에서만 크게 울릴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부터 동희가 찾아왔다. 헤벌쭉 웃으며 옷 속에서 무엇인가를 슬그머니 꺼냈다.
“그동안 몰래몰래 모은 돈으로 별에 관한 책을 주문했는데 어제야 왔어!”
밤하늘에 별들처럼 동희의 얼굴이 반짝거렸다.
“아버지는 이 다음에 큰 배를 모는 선장이 되라 하지만 난 싫어! 많이 공부해서 은하계의 별들을 연구하는 사람이 될 거야.”
새로운 별이 막 탄생하는 사진에 코를 박은 동희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너하고 바꿨으면 좋겠다. 난 멋진 뱃사람이 되어 바다에서 살고, 넌 별을 연구하는 사람이 되게.”
명태는 책에 푹 빠져있는 동희를 바라보며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 있다가 집으로 가서 떨어진 어망을 꿰매 놓아야 해, 오늘 저녁에 아버지가 바다로 나가시거든.”
자식들이 넷이나 되는 동희네 집은 고래마을에서도 아주 가난했다. 더구나 자꾸만 줄어드는 물고기들 때문에 생활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책갈피를 몇 번이고 넘겼다 다시 보기를 반복하던 동희가 아쉬운 듯이 책장을 탁 닫더니 가슴에 꼭 안아들었다.
“너, 오늘 뭘 할 거야?” 동희가 기대감을 안고 명태에게 말을 건넸다. “공부해야 돼. 일 학기말 고사 성적이 떨어져서 아버지께 혼났거든.” “오늘 늦게라도 곰치하고 만나 바다에서 곤두박질하려고 했는데, 넌 역시 안 되겠구나.” “매 번 나만 빠져서 미안해.”
명태는 터덜터덜 걸어 나가는 동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쳐다보다 마루에 누워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침나절까지 맑았던 하늘에 시커멓게 비구름이 몰려 있었다.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명태의 팔에서 으스스 소름이 돋아났다.
먹구름이 어느새 굵은 빗방울이 되더니 땅으로 바다로 후두두 떨어지기 시작했다.
“아버지, 날씨가 좋지 않는데 오늘 하루는 바다로 나가지 마세요.”
“이 녀석아, 하루 쉬면 돈이 얼마인데. 얼른 나가서 그물에 걸린 것만 거둬오면 될 거야.”
어제 묻은 검은 장화의 생선비늘을 걸레로 쓱쓱 닦는 아버지의 모습을 어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웬만하면 오늘은 나가지 말지요.”
“이런, 답답한 사람 보게. 이 정도 날씨에 나가지 못할 정도면 우리식구는 벌써 굶어 죽었어. 동희야, 쓸데없이 이상한 책이나 보지 말고, 바닷가로 놀러나간 동생들이나 어서 불러들여, 비가 세 질 것 같아.”
점차 빗줄기가 거세어져 갔다. 창문이 덜커덩거리며 흔들거렸다. 명태는 책가방에다 주섬주섬 문제집을 집어넣고 어깨에 둘렀다. 하얀 얼굴이 어둡다. 현관문을 드르륵 여는 데,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우산을 접고 있는 어머니가 보였다.
“이렇게 비가 오는 데, 오늘은 그만 쉬어라. 아무리 공부가 중요하더라도 이 비를 뚫고 어떻게 갈 것이야.”
어머니가 명태의 어깨를 안으로 밀었다.
“어서 들어가 좀 쉬어.”
자꾸만 방으로 들어가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명태가 돌아서는데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내 녀석이 이 정도 날씨에 발길을 돌리면 써! 오늘도 공부하려고 나오는 아이들이 있을 텐데, 안 가면 너만 손해 아니냐!”
“당신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애가 지금 사람 몰골로 보여요?”
“공부만 하라는 것도 못 마땅해서 그래? 내가 힘든 일을 시켜, 그저 책상에 앉아서 제 공부나 하라는 데, 뭘?”
명태는 말다툼하는 부모님을 피해 도망치듯 뛰쳐나왔다. 장대처럼 굵고 세차게 내리는 비에 명태의 옷이 금방 젖어들었다. 빗물이 눈물과 섞여 얼굴에서 마구 흘러내렸다. 명태가 홀랑 젖은 모습으로 학원에 도착하니 선생님이 놀란 표정으로 황급히 다가왔다.
“명태야, 어떻게 왔어? 지금 선생님이 집집마다 전화하고 있었는데, 남쪽에서 태풍이 온다는 구나. 날씨가 심해지기 전에 빨리 돌아가야겠어.” “태풍이 온데요?”
명태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그 사이 학원선생님은 텔레비전을 틀어 뉴스속보를 들었다.
‘오늘 밤, 우리나라 남해안에 상륙한 태풍은 북동진하여 내일 새벽에 울진 부근 동해상으로 빠져 나갈 것으로 예상되며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하고 있으니 철저히 대비.......’
조바심이 나는 목소리로 선생님이 명태를 불렀다.
“명태야, 아직은 갈 수 있을 거야. 어서, 돌아가”
명태는 학원에서 서둘러 나와 무작정 집으로 향해 걸어갔다.
발목까지 물이 친친 휘감겨 왔다. 읍내와 고래마을을 연결해주는 용두다리를 막 지나려는데 흙탕물이 쿨렁쿨렁 넘어왔다.몇 걸음정도 걸었을까, 거센 바람이 나뭇가지들을 흔들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부두의 불빛 사이로 허옇게 거품을 물은 파도가 큰 물결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부들의 비명과 배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명태의 새까만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휘둥그레졌다. 강한 바람에 부러져 나뒹굴던 나뭇가지들이 명태의 앞을 가로막았다. 무거워진 발로 간신히 타 넘었다 생각했는데, 털썩 넘어졌다. 입 안으로 싸한 흙 맛이 느껴졌다. 명태는 벌떡 일어나 부모님이 계시는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억센 나뭇가지들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온 몸을 비틀며 버둥거리는 사이 거센 물살이 눈앞으로 차올랐다. 명태는 바르르 떨려오는 두 눈을 꼭 감으며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고래마을을 삼킬 것 같은 커다란 파도가 방파제 둑을 넘어 밀려오기 시작했다.
동희는 웅성거리는 뱃사람들과 섞여 부두에서 아버지를 기다렸다.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만 거둬 빨리 오겠다는 아버지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동희야, 여기 있으면 위험해! 얼른 엄마를 따라 안전한 곳으로 어서 가거라.” “아저씨, 우리 아버지가 저 바다에 있다고요.” “살아서 돌아 올 거야. 그러니 너라도 어서 피해!”
동희는 울면서 잡아끄는 어머니를 따라 높은 곳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다.
고래마을 사람들 하나, 둘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어디에도 갈 수 없는 명태 어머니는 늦게까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렸다. 명태 아버지는 집안으로 밀려들어 오는 흙탕물을 연신 퍼내고 있었다.
한 밤중이 되자, 전기가 뚝 끊긴 고래마을은 컴컴한 동굴 속으로 변해갔다. 손전등을 꼭 쥔 명태 아버지가 검은 얼굴빛으로 집을 나섰다.
무릎까지 오는 장화가 웅덩이에 푹푹 빠졌다.
“명태야, 명태야! 어디 있니?”
얼마나 오랫동안 불렀을까, 쉰 목소리가 갈라져 나왔다. 명태 아버지는 누가 대롱대롱 매달려 붙잡기라도 하는 듯 엉금엉금 기어 용두다리까지 왔다. 무너진 다리에는 나뭇가지와 흙더미가 여기저기 뒤엉켜 있었다. 그 틈새로 흙탕물이 쿨렁거리며 넘쳐흘렀다.
명태 아버지는 희미하게 보이는 곳마다 철벅철벅 걸어가서 손전등으로 샅샅이 비쳤다. 바로 그때, 공중에서 마구 휘몰아치던 비바람이 용두다리 근처의 큰 나무들을 세차게 흔들었다. 와지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꼭 쥐고 있던 손전등이 휙 날아가더니 명태 아버지가 앞으로 나동그라졌다. 밤새도록 천둥 번개와 함께 폭풍우가 몰아쳤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급작스레 뚝 멎었다. 어른 허리까지 오던 흙탕물이 바다로 조금씩 빠져나가면서 바닥이 드러날 즈음이었다. 명태아버지가 비뚝비뚝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왔다. 황급히 명태 어머니가 맨 발로 뛰어나갔다.
“명태는 어떻게 하고 혼자 왔어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
명태 어머니는 강하게 도리질을 하다가 진흙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우리 명태 찾아내요, 찾아 내!”
명태 아버지는 맑게 갠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동희의 눈길은 흙탕물에 덮여 있는 살림도구를 꺼내어 씻으면서도 바다로 향해져 있었다. 갈매기들이 끼룩끼룩 울부짖으며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런 동희를 바라보다 한 숨을 짓더니 일어섰다.
“동희야, 안되겠다. 부두로 가 보자!”
어머니는 벌떡 일어서서 다가오는 동희를 앞장세워 부두로 향했다.
부두에는 와글와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동희가 애타게 찾던 아버지의 작은 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낯선 큰 배 한 척이 눈에 띌 뿐이다. 동희와 어머니가 할말을 잃고 서 있는데, 누군가 큰 소리로 동희를 불렀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 나는 쪽으로 급히 돌아보았다.
“아, 아저씨.” “마침, 잘 되었구나. 너희 집에 가려고 나서는 중이었어. 다치기는 했지만 너희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왔단다.” “지금, 어디에 계세요?”
아저씨는 굵은 손가락을 뻗어 낯선 큰 배를 가리켰다.
“저 배에 있단다. 태풍을 피해 돌아오다 위험에 처한 너의 아버지를 구출 했다는구나. 곧 병원으로 후송되기 위해 응급조치를 하는 중이야. 어서 가 보렴.”
어머니보다 발걸음이 빠른 동희가 후다닥 뛰어 뱃전으로 올라갔다. 배 갑판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 한 가운데에 아버지가 어깨와 목에 흰 붕대를 감고 누워 계셨다.
“아버지.......”
동희의 목소리가 들렸는지 아버지는 힘겹게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내 아들을 보니 내가 진짜로 살긴 살았나 보네.”
아버지의 말에 큰 배에 탄 사람들이 껄껄껄 웃어댔다.
며칠이 지난 후, 아버지는 여전히 붕대를 감은 모습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동희야, 이리 와 봐라.”
아버지는 보라 빛으로 변한 손을 들어 동희의 어깨에 가만히 얹었다.
“동희야, 명태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예, 실종신고를 하셨어요.” “저런, 명태 부모님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겠구나.”
아버지의 말에 동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동희야, 깊은 바닷물 속으로 배가 점점 가라앉을 때 아버지가 무슨 생각했는지 아니? 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절대로 너 좋아하는 일은 말리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단다.”
아버지가 따뜻한 시선으로 동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 저녁, 동희와 곰치는 절벽 위 풀밭에 누워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동희야, 명태가 살아 있기는 한 걸까?”
곰치가 앵앵거리는 모기를 쫓아 부지런히 손을 놀리다가 불쑥 물었다.
“그럼! 어딘가에 분명히 살아 있을 거야. 이 고래마을 아이들 중에서 명태보다 헤엄 잘 치는 아이는 없을 걸.”
“맞아, 그건 그래.”
곰치는 동희의 말을 듣더니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곰치야, 저기 저 남쪽 하늘에 전갈자리가 보이지?”
“응? 어, 어디에.”
곰치가 아무리 눈을 비벼 봐도 깜깜한 하늘에는 전갈은 없고 어지러운 별들만 보였다.
“야! 전갈이 사막에 있지 하늘에 있는 것 봤냐.”
곰치가 투덜거렸다. 동희가 서낭당 풀밭 위에서 몸을 일으켜 절벽 끝으로 걸어갔다. 아침 햇살 같은 물거품들이 서로 모여 들쭉날쭉한 바위들을 휘감고 있었다. 어느새 동희의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곰치야, 여기에서 외치면 명태가 들을 수 있을까?” “어쩌면.......”
곰치가 망설이듯 대답하는 순간, 동희가 목청껏 외쳐댔다.
“명태야! 놀자. 명태야! 바다가자.”
태풍이 사라진 여름날의 밤이었다. 친구를 찾아 울부짖은 소리가 바다 위로 퍼져나가자, 파도의 물결처럼 생긴 전갈자리에서 별 하나가 붉게 반짝거렸다.
2000년 대, 동시작가로 주목받는 아동문학가로는 2000년에 〈아동문예문학상〉으로 등단한 배정순을 들 수 있다. 배정순은 동시로 신선한 채소 같은 소통의 마음길을 열었다.
배정순(1963 - )은 강원도 강릉에서 출생하였다. 새벗문학상, 강원아동문학상, 강원여성문학 우수상, 강릉문학 작가상(2017) 등을 받았다. 한국동시문학회,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솔바람동요문학회 총무, 강릉문인협회 사무국장, 강원아동문학회 사무국장을 지내고 2018년 강릉여성문인회 회장에 선임되었다. 지은책으로는 동시집『연두색 느낌표』, 『들어가도 되겠니?』가 있고 2015년엔 『호기심 스위치』(가문비어린이)를 상재하였다.
배정순의 동시는 사물과 대화하는 법이 독특하다. 이 말은 사물을 들여다보는 방식이 남다르다는 뜻이다. 똑 같은 사물을 볼 때에도 개성적인 눈, 새로움의 방식을 택한다. 이렇게 하여 써 모은 동시집이 『들어가도 되겠니?』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정순의 동시들을 읽으면 남다른 재미와 독특한 충격을 받는다.
동시의 기술 중의 하나인 동화적 기법으로 ‘반전’의 방법을 택하여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가 하면, 일상적인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의 눈으로 들여다보며 소통의 마음 길을 열어간다.
꽃씨도 한 알
배정순
교복 구겨졌다고 짜증
수학 문제 안 풀린다고 짜증
아침밥 먹기 싫다고 짜증
짜증대장 언니가
약을 먹고 있어요
머리 아프대요
배 아프대요
저 알약 속에다
꽃씨 한 알 살짝 넣을까 봐요
언니 가슴속에서
활짝 웃는 꽃 피우게요.
짜증내는 언니가 배 아프고 머리 아프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데 언니가 먹는 그 약에 꽃씨 한 알 넣고 싶다고 한다. 엉뚱하기도 하다. 그런데 결말에서 ‘아하!’ 하고 느끼며 웃을 수 있다. 반전의 묘미이다. 이런 반전의 작품은 다른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동화 같은 동시이기 때문에 더 재미가 있다.
물의 알
배정순
강가에
강물 속에
동글동글 저 조약돌들
물이 낳은 알이다
물은 부드러운 손길로
때로는 어르고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휘몰며
오래오래 품고 다듬어
단단하고 매끄러운 알들을
참 많이도 낳았다.
이 동시에서는 사물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가나 물 속의 조약돌을 물이 낳은 알이라고 하였다. 얼마나 신선한 느낌의 글인지 알 수 있다. ‘부드러운 조약돌!’ 어르고 달래기도 하며 긴 진통 끝에 단단하고 매끄러운 조약돌의 탄생은 사람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깊은 삶의 의미를 동시라는 그릇 속에서 신선한 감각으로 탄생시켜 놓았다. 사물에 대한 새로움의 눈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호기심 스위치
배정순
수업시간 엉뚱한 질문 하다
자꾸만 혼나는 너
현장학습 가서는 사라져버려
모두를 놀라게 하는 너
선생님은 이거 하라했는데
꼭 다른 거 하다가 야단맞는 너
하루에도 몇 번씩 혼나는
널 보다가 알았어
너무 여러 개의 호기심이
네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는 걸
아무 때나 반짝반짝 켜지는
네 머릿속의 호기심들
이제부터 다 켜놓지 말고
하나씩만 켜 둘래?
- 동시집 『호기심 스위치』,2015. -
박두순은 이 시집의 평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시의 맛을 내려고 상상을 시에다 버무려두었다. 재미있고 맛나지 않은가. 읽기에도 부드럽다. 설명이 상상을 만나 시의 맛을 더 내었다.
이뿐만 아니라, 배정순의 동시들은 다의성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갖가지 목소리를 들려준다. 자연을 아끼면, 그 보답으로 자연은 우리에게 행복과 기쁨을 준다는 행복순환의 논리를 이미지로 성공해놓은 「마법 걸린 장미」,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진실한 모습으로 맞서며 약한 것들의 위대함을 드러내는 「칭찬」 등 많은 작품에서 신선하고 풋풋한 진실의 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채정미(1967 - ) 역시 주목받는 2000년대의 아동문학의 주자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채정미는 결혼 후 강릉에 정착하여 살며 강릉여성문화센터에서 남진원이 지도하는 ≪문예창작반≫에서 문학수업을 받으면서, 2003년 아동문예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아동문학 창작에 힘썼다. 그 후 서울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에 동시가 당선한 이래, 2005년에 동서커피 맥심상 수상, 강원여성백일장 수필부문 장원을 하였다.
2006년 KBS창작동요제에서 ‘노랫말 우수상’, 2007년 울산 MBC 서덕출 창작동요제에서 「댕글댕글 삐둘삐뚤」로 ‘고운 노랫말상’ 및 대상을 수상하였다. 2007년에는 국악창작동요제 우수상을 받았다. 2009년은 KBS 창작동요제 노랫말이 선정되었다. 같은 해에 박태현 창작동요제에서 「황금빛 나무비」로 동상을 수상하였다. 2010년에는 경기도 이천, 병아리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수상, 2011년 성남 박태현창작동요제에서 대상 수상. 2014년 KBS창작동요제에서 우수상, 2014년엔 아르코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2010년 동시집『아함 잠깨고 나온 씨앗들』(아동문예사), 2014년 동시집『엄마라서 그렇단다』(북인bookin)를 상재하였다. 동시집 『아함 잠깨고 나온 씨앗들』에는 한글 동시와 영역 동시를 함께 수록한 동시집이다. 한국 동시의 세계화를 위해 진일보한 동시집이라 할 수 있다.
남진원은 채정미의 품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채정미 시인은 자신을 ‘풀꽃대장’이라 칭한다. 참 귀여운 애칭이다. 풀꽃은 언제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면서도 귀엽고 앙증맞다. 또한 다른 꽃의 시샘을 받지 않으니 편한 꽃이다. 아무리 강한 바람 앞에서도 풀꽃은 흔들릴망정 뽑히지 않는다. 추운 겨울이 와도 풀꽃은 뿌리를 땅에 굳건히 박고 이듬해 봄이 되면 제일 먼저 고개를 들고 올라온다. 채정미 시인이 동요를 쓰고 있는 한, 아마 할머니가 되어도 삶의 싱싱함을 잃지 않고 아동문학의 큰 일꾼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남진원, 채정미 동시집 『엄마라서 그렇단다』 뒷표지 글 -
참 이상합니다
채정미
6학년 현주를
어른들은 5살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현주보고 바보라고 하고
같이 놀지 말라고도 하고
잘 웃고 키도 크고 마음도 착한 현주
어른들은 항상 어려운 사람들은 도와줘야 한다고 하면서도
친구하는 건 싫은가 봅니다
참 이상합니다.
바보가 옮는 것도 아닌데
- 동시집 『엄마라서 그렇단다』,2014. -
채정미는 동시적 특성이 대체로 짧은 글귀에 큰 뜻과 이미지를 담는 것이었다. 법구경 같은 경구 같으면서도 놀라운 직관의 세계가 담겨있다. 또한 웃음을 준다. 위의 동시는 그런 측면에서 멀찍이 있지만 웃음을 주는 것은 여전하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나가다 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는 동시이다. 새로운 시 세계를 탐색해 나가며 사고의 창조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앞으로 동시단에 큰 작가로 주목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
전병호는 체정미의 동시 세계를 동시집 발문에서 몇 가지로 나누었다.
채정미 시인의 동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눕니다. 첫째,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노래한 시, 둘째 동요가 되고 싶어하는 시, 셋째 생활체험을 진솔하게 나타낸 시입니다. 또한 아이가 세상에 처음으로 나온 듯 신기한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시도 많습니다. 맑고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는 시들은 어린이들이 자연의 비밀이나 세상의 이치를 하나씩 깨달으면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 전병호, 채정미 동시집 『엄마라서 그렇단다』 뒷표지 글
김옥순(1962 - )은 강릉에서 출생하여 춘천교육대학을 졸업하였다. 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서 동요와 동시를 쓰고 있다. 2003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당선하였으며 강원아동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저서로는 노랫말 동요곡집 『기차를 타고』(드림엔앤지, 2016)가 있다. 솔바람동요문학회, 강원아동문학회 회원이다. 2009년 개정교육과정에도 실렸던 노랫말 「기차를 타고」와 「아침의 노래」는 2014년 개정교육과정에서도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었다.
김태호 작곡, 김옥순 작사인 「기차를 타고」가 초등 5학년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었고, 임수연 작곡, 김옥순 작사인 「아침의 노래」가 중등 1학년 음악교과서에 수록되었다.
기차를 타고
김옥순
기차 타고 신나게 달려가 보자
높은 산도 지나고 넓은 들도 지나고
푸른 산을 지날 땐 산새를 찾고
설레임을 가득 안고 달려가 보자
새로운 세상이 자꾸자꾸 보인다
기차타고 신나게 달려가 보자
높은 산도 지나고 넓은 들도 지나고
따뜻한 마음 서로 나누면
처음 만난 옆 사람도 정다운 이웃
즐거움을 가득 안고 달려가 보자
아름다운 세상이 자꾸자꾸 보인다
동요 「기차를 타고」의 노래는 흥겨움이 절로 나타난다. 새로움과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려는 어린이의 꿈을 신나는 노래로 불러 본다는 것은 기막히도록 설레는 일이다. 노래의 내용도 좋지만 곡도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부를 수 있어서 더욱 알려진 동요이다.
2004년 등단한 동시 작가로 진혜숙이 있다.
진혜숙은 2004년 9월『아동문학연구』신인상에 당선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한 때, 한울림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나비들의 비행연습
진혜숙
이른 봄날
나풀나풀나풀 나아풀
“꼬옥 잡으렴
바람이 밀어 버릴지도 몰라”
기우뚱거리다 발끝만 살짝
“안되겠는걸!”
나풀나풀나풀나풀
“다시 용기를 내어 해보렴”
꽃들의 응원소리에
폴짝폴짝
징검다리 건너는 아기 나비들
지금 꽃밭은 비행연습 중
이 작품의 제목은 2007년 『한울림문학』7집 표지의 문집 제목으로 쓰였다.
아기 나비가 이제 막 날아오르려는 모습을 긴장감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작품을 읽으면 나비에 대한 작자의 사랑이 감지된다. 진혜숙 시인은 작품 전편에 따뜻한 인류애 같은 사랑이 흐르고 있다. 프랑스 시인 뷔퐁이 이야기하였듯이 ‘시는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가을 잠자리
진혜숙
자리 자리 잠자리야
잘 보고 앉으렴
가을 바람 살랑 불어 간지러운 꽃잎들
여기 저기 빙빙 돌며 물어보다가
앉을까 말까, 앉을까 말까
발끝만 사알짝
자리 자리 잠자리야
노래도 불러보렴
가을 바람 손잡고 남실남실 춤추다
내 손 끝에 살짝 앉아
두 눈만 동글동글
날아갈까, 말까 날아갈까 말까
고개만 갸우뚱
- 『한울림 문학』제7집, 2007 -
재미있는 말놀이로 동시의 흥미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말놀이나 유희는 어린이들에게 근접할 수 있는 좋은 표현의 방법이다. 가을 잠자리가 간지러운 꽃잎에 앉으려다가 작자의 손끝에 살짝 앉았다. 두 눈을 굴리는 잠자리의 모습에서 작은 긴장감과 동심의 천진스러움이 배어나온다.
2006년『아동문학세상』에서 동시작품 신인상 수상으로 문단에 나온 조옥수 역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조옥수(1960 - )는 ≪바다시 낭송회≫ 회장을 지내고 강호시조문학회 회장으로 회를 이끌고 있다. 솔바람동요문학회 사무국장을 맡아 일하는 등 역량이 뛰어나다.
조옥수 시인의 작품 「나팔꽃 사랑법」이나 「할아버지 무릎 체중계」에서 보듯, 그의 동시에는 아늑한 엄마의 품 같은 사랑이 담겨 있다.
나팔꽃 사랑법
조옥수
함께 놀고 싶어서
귓속말 하고 싶어서
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누가 눈치 챌까 봐
살금살금 기어가서
안아주었는데
그만 쓰러지고 말았구나
코스모스야 미안해
대신 분홍 나팔을 불어줄게
한편의 작은 동화를 읽는 듯한 작품이다. 나팔꽃이 코스모스 대궁을 잡고 올라가서 안아주고 싶었는데 코스모스가 쓰러진 것이다. 대신 분홍 나팔을 불며 코스모스를 위로하겠다는 내용이다. 나팔꽃과 코스모스를 통해 생명 존중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할아버지 무릎 체중계
조옥수
밥 많이 막은 날 할아버지 무릎에 앉으면
많이 컸구나 무릎 눈금 쑥 올라가고
할아버지 기쁨 눈금도 쑤욱 올라가지요
감기로 밥 못 먹은 날 살짝 무릎에 앉으면
많이 아팠구나 무릎 눈금 쏙 내려가고
할아버지 입가 웃음 눈금도 쏘옥 내려가지요
우리들 건강과 행복이 쑥쑥 자라나면
할아버지 즐거워 사랑 눈금도 쑥쑥 올라가지요
조옥수의 작품은 늘 따스하다. 평화로움이 있고 상처를 보듬는 사랑이 있다. 할아버지의 무릎을 손자 손녀의 체중계라고 한 발상도 신선하고 재미있다. 동시 속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 차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시인으로 활동하는 정민시, 김남권 등도 솔바람동요문학회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동요 짓기에 힘쓰고 있다.
정민시(1951 - )는 1999년 『한맥문학』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호는 정명(正明). 제4회 한국농촌문학상 공모전 시부문 우수상에 당선하였다. 톨스토이 탄생 180주년 기념 공모전 시부문 최우수상에 당선하였다. 청송문학회 회원, 강릉문인협회 사무국장을 지냈고 이어 부지부장, 주문진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저서에 『변하지 않는 풍경』이 있다.
달팽이
정민시
집 한 채 지고 가는 달팽이 가족
비가 와도 걱정 없이 여행을 간다
가다가다 해가 지면 집속에 쉬고
어디든지 떠나가는 달팽이 가족
비오는 날 달팽이가 여행을 간다
더듬이가 이리저리 지팡이 되어
몇 발짝을 더듬다가 돌부리 만나
이리저리 더듬다가 해가 저문다.
- 솔바람동요문학회보 298호. 2015.4.-
1연은 달팽이 가족이 여행을 가지만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2연은 달팽이 가족이 여행을 가지만 이리저리 더듬다가 해가 저물고 만다는 내용이다. 달팽이의 모습을 보고 ‘달팽이와 여행’이라는 재미있는 상상력이 한 편의 동요를 탄생하게 하였다.
비구름
정민시
뭉게구름 둥실둥실 어디로 가나
갈증에 시달린 꽃밭 친구들에게
모두모두 씩씩하게 자라나라고
바쁘게 바쁘게 달려가고 있지요.
뭉게구름 덩실덩실 어디로 가나
들녘에 곡식들 주렁주렁 열려서
마을마다 풍년노래 울려 퍼지게
바쁘게 바쁘게 달려가고 있지요.
- 솔바람동요문학회보 324호, 2017.6. -
뭉게구름이 갈증에 시달리는 식물들에게는 달려가 물을 뿌려주고 곡식이 익은 가을에는 마을마다 풍년노래 울려퍼지게 달려간다고 하였다. 구름과 한가로운 농촌 풍경이 풍경처럼 다가온다.
김남권은 시문학에 추천을 받은 시인으로 평창에서 생활하는 시인이다. 2000년대 후반 솔바람동요문학회 회원으로 모임 때에는 평창에서 직접 강릉에 내려와 작품 토론을 하며 동요를 쓰고 있다.
방아깨비
김남권
아침 먹고 콩닥콩닥 점심 먹고 콩닥콩닥
하루 종일 방아만 찧는
외로운 방아깨비
하늘에서 내려와 하늘보고 꾸벅꾸벅
하루종일 방아만 찧는
풀여치 방아깨비
내가 한 말 알아들었니?
이제는 그만 쉬래도
아침 먹고 콩닥콩닥 저녁 먹고 콩닥콩닥
우리 동네 방앗간 쉬는 날이 없어요.
- 솔바람동요문학회보 제305호, 2015.11 -
같은 일을 반복하면 얼마나 힘이 들까. 나중엔 싫증이 나기도 할 것이다. 방아깨비가 그렇다. 그래서 같은 일만 되풀이하는 방아깨비가 측은한 것이다. 사람들도 방아깨비처럼 반복하는 일만 하면 얼마나 지겨울까? 이 동요를 읽고 있으면 창조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라는 주문을 우리들에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낙엽 편지를 써요
김남권
작년 가을 주워온 빨간 단풍잎, 노란 은행잎
책갈피에 곱게곱게 끼워두었다가
하얀 눈 내린 새해 첫날 아침
보고 싶은 사람을 손꼽아가며
단풍잎 은행잎 편지를 쓰지요.
작년 여름 꺾어온 하얀 민들레, 노란 달맞이꽃
책갈피에 고이고이 숨겨두었다가
연분홍 진달래 피는 봄날 아침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민들레꽃 달맞이꽃 편지를 쓰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따라 피고 지는
꽃 이파리 풀 이파리 몰래 따다가
책갈피 속 보물로 숨겨 놓으면
글씨가 갉아먹고 그림이 갉아먹고
배부른 글씨와 그림, 손에 손에 손잡고 소풍가지요.
- 솔바람동요문학회보 제308호, 2016.2. -
낙엽에 편지를 쓰면 참 멋지고 예쁠 것이다. 이런 편지를 써서 보고 싶은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자고 한다. 낭만적인 생각이다. 그것도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낙엽 편지를 써 보자고 권유한다. 아름다운 시심이 담긴 동요이다.
5. 2010년대, 전환과 회귀
2010년대는 눈에 띄는 젊은 신인들의 출현은 적은 반면 기존에 시를 쓰던 작가들이 아동문학에 재 등단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문학의 측면에서 또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는 면이 있다. 2010년대에는 1960년대의 원로아동문학가에서부터 2000년대의 시인이나 아동문학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문학 창작활동을 왕성하게 함으로써 강릉아동문단은 원숙하고 풍성한 작품, 신선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다양한 아동문학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성인문학에서 회귀한 아동문학 등단 작가들과 신인 등단 작가들이 많이 참여하여 강릉 문단을 풍성하게 하였다.
홍문식(洪文植 1950 - ) 은 2005년 『생활문학』에 시로 등단하였는데, 2010년 『아동문학세상』에 동시가 당선하여 아동문학문단에도 얼굴을 들이밀었다. 홍문식은 강원도 동해시에서 출생하였다. 춘천고등학교, 강릉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방송통신대 경영학과, 관동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초등학교 교사, 교감으로 지내다가 태백 태서, 강릉 구정, 율곡초등학교 교장과 한국해양소년단 강원연맹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이사부정신문화연구소장으로, ‘웰다잉’에 대한 전문강사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홍문식은 동시집 『까르르』를 낸 이후 제2동시집 『알을 낳는 바다』를 2015년 도서출판 ≪성원출판사≫에서 상재하였다.
구정초등학교, 율곡초등학교 교장등을 지낸 홍문식은 한국생활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시인, 아동문학가로 활동하면서 이사부정신문화연구소를 운영하기도 한다.
2016년에는 66가지 야생화와 들꽃들을 소재로하여 네번째 시집 『산과 들의 속삭임』을 펴내었다.
홍문식 동시에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 힘찬 바다의 힘, 어린이에 대한 사랑, 꿈과 희망이 담겨 있고 가족들의 생활이 숨쉰다.
알을 낳는 바다
홍문식
바다가
밤새 품었던
빠알간 알을
하얀 솜 배 위에
살포시 낳아 놓으면
까마귀가 물고 중천으로
날아가 환한 행복을 비춰줘요.
바다가
낮 동안 품었던
노오란 알을
까만 솜 배 위에
조심조심 낳아 놓으면
옥토끼가 도닥도닥
가로등 달아줘
아빠 퇴근 길 밝혀 줘요.
- 동시집 『알을 낳는 바다』 -
바다는 알을 낳는다고 하였다. 밤에는 빠알간 알을 품었다가 아침에 알을 낳는다. 낮에는 노오란 알을 품었다가 밤에 낳는다. 빠알간 알은 무엇일까? 태양이라고 생각된다. 고대 신화에 보면 태양 속에는 삼족오(三足烏: 발이 세 개인 새로 까마귀를 말함)가 산다고 하였다. 삼족오는 태양 속에 살기 때문에 태양을 물고 하늘로 날아가게 된다. 아침에 낳은 알은 까마귀가 물고 하늘로 날아가 행복을 비춰준다.
노오란 알은 달님일 것이다. 달 속에는 항아라는 선녀가 살고 그 옆에는 약을 찧는 옥토끼가 있다고 한다. 바다는 둥글고 환한 달을 낳으면 옥토끼는 가로등을 달아주어 아빠의 퇴근길을 비추어준다고 하였다.
해와 달이 바다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은 놀라움이다. 그 놀라움은, 바다가 해와 달이라는 알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설화를 배경으로 시를 써서 재미있게 상상하며 읽을 수 있게 하였다.
홍문식의 동시에는 재미있는 상상력이 바탕이 된 글이 많다.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한 동시들이 있다.
갈매기
홍문식
바다에서 파도들과
춤추며 놀던 갈매기
파란 조가비 물고 와
모래밭에 둘러 앉아
구구구 이야기해요.
물고기가 들려준
바다 속 이야기를
날개깃에 하나 둘
달고 나와서
옹기종기 모여서
조잘대다가
모래밭에 묻어놓고
날아가지요.
- 동시집 『알을 낳는 바다』 -
바다에서 파도와 놀던 갈매기들이 모래밭에 앉아 이야기를 하며 논다. 그 이야기는 물고기가 들려준 바다 속 이야기들이다. 갈매기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만 있다면, 용궁과 용왕님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갈매기들은 모래밭에 모여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를 하다가 수많은 이야기를 모래밭에 묻어놓고 간다고 하였다. 매우 동화적인 내용들이고 어린이들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조숙자(1947 - )는 강릉에서 출생하였다. 2011년 월간 『모던포엠』에서 시로 등단한 조숙자 역시 동요에 주력하고 있다. 2014년에는 공무원연금공단 주최 〈제13회 연금 수필문학상 공모〉에 동상으로 입상하기도 하였다. 솔바람동요문학회에서 활동하며 동요를 발표하고 있다. 강릉문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아래의 두 동요는 소재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이다. 소외되기 쉬운 노인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자체가 소중한 작업이라 여겨진다.
할아버지 이마
조숙자
할아버지 이마에 바다가 있어요.
보이지 않았지만 파도 소리 들려와요
슬슬슬 철썩 철썩 스르르
할아버지 이마에다 금을 그어 놓았지요.
할아버지 보고 싶어 바닷가에 가 보면
파도가 그려 놓은 모래바닥에
할아버지 이마가 거기 있지요.
하늘 한번 쳐다보고 바다 한번 보면
나는 나는 잊지 않고 할아버지 생각
할아버지 큰 눈에 고였던 눈물이
매일 매일 바다에 고이나 봐요.
- 솔바람 10집, 2015. -
할아버지 이마에 생긴 주름살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젖는 마음이 스며있다. 할아버지 이마의 주름살을 바다의 파도로 연상하고, 바다의 파도소리를 들으며 할아버지를 연상한다. 할아버지의 주름살과 바다의 주름살이 매우 인상적이다.
호호 할머니
조숙자
우리 할머니 엄마는 호호할머니
웃으면 합죽이 하회탈이 되지요
입안에는 아무것도 없는데도
오물오물 하루 종일 씹고 있어요
할머니 엄마는 구십 세 살 어린애
사각사각 사과도 잇몸으로 자르고
호물호물 입안에서 잘도 씹어요
우리가 말하면 입만 보고 웃어요
- 솔바람 10집, 2015. -
이번에는 주름살 대신 이 빠진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동요로 형상화하였다. 이 없이 잇몸만으로 음식을 먹는 할머니의 모습을 그려놓음으로써 할머니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동요이다.
같은 해인 2011년에는 유금옥이 동시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였다. 유금옥(1953 - )은 강릉 출생으로 2004년 『현대시학』에 시가 추천되고 2009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한 적이 있다. 문교부장관상,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하고 〈아르코문학상〉에 선정되어 동시집 『전교생이 열 명』을 내었다.
초승달
유금옥
저녁 하늘에
작은 배 한 척 떠 있네
아기별들이 타고 와서
아장아장 내리네
- 동시집 『전교생이 열명』에서 -
상상력은 일반적으로 이미지들을 산출해내는 심적 능력을 가진 기능으로 본다. 이미지의 인식에서 의미를 가지게 됨에 따라 그 이미지는 예술로 표현되게 된다. 상상력이 베르그송 철학에서 나타나는 것은 유사한 형태하에서다. 기억과 이미지의 유사성은 지각이 순간적으로 활기를 띠게 하는 잠재적인 상태들이다. 기억의 이미지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의식적인 적응의 보조 역할을 하면서 되살아난다. 이와 같은 점에서 유금옥의 동시 「초승달」은 달과 별의 이미지가 상상적 활동의 순수함이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벌레 놀이
유금옥
아장아장 애벌레
까딱까딱 딱정벌레
얼씨구나! 무당벌레
풀쩍풀쩍 풀벌레
채소밭 다 망친다, 배추벌레
벌벌벌벌 레레레레
벌레들! 벌설래?
- 동시집 『전교생이 열명』에서 -
‘농(弄)’이라는 말은 ‘즐기다’는 뜻이다. 달을 즐길 때엔 ‘농월(弄月)’이라 한다. 유금옥의 동시 「벌레 놀이」는 벌레를 통한 놀이의 즐거움이 그려져 있다. 서정시에서 일탈하여 ‘언어의 유희’가 동시의 효용적인 측면에서 귀중한 가치를 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작품이다. 현대 동시의 한 흐름을 모색하였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월간 『모던포엠』으로 등단한 이연희 역시 2015년부터 『강원아동문학』에 동시를 발표하며 동시 창작에 힘을 쏟았다.
이연희(1958 - )는 시인이며 시낭송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 ≪모던포엠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달빛문학 동인, 세계모던포엠작가회 강원지회 회원, 강릉문인협회 회원, 쌍마시낭송회, 바다시낭송회 회원으로 강릉에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고마운 비
이연희
하늘에서 내려오는
맑은 요술 연필
그림 그린다
멀리 푸석한 산
건강한 푸르름으로
하늘에서 내려오는
힘찬 영양제
주사놓은 걸까
힘없이 누워있던 풀잎
푸른 힘줄 반짝이며
쭈욱 쭈욱
기지개 켜네
- 강원아동문학 42집, 2017. -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를 ‘요술 연필’이라 하고 ‘영양제’라고 한 착상이 매우 새롭다. 새로움은 사고를 키우고 전환하는데 가장 큰 에너지가 된다. 시적 영감은 지극한 무심의 상태에서 얻어지는 결과의 한 부분일 수도 있다. 또는 감정의 단순성에서 체득되는 것일 수도 있다. 비가 연필이 되어 그림을 그려주고 영양제가 되어 산천초목을 살찌우는, 자연에 대한 확인은 맑은 시적 영감의 결과이기도하다.
창밖 풍경
이연희
멀리
하늘과 만난 산꼭대기
제일
긴 손가락으로
콕 찌르면
파란 하늘
하얀 구름
빛나는 햇살 부어주고
찌푸린 하늘
회색 구름
맑은 빗물 내려주어
눈부신 햇살에
색색꽃 방긋방긋
시원한 빗물에
푸른 나무들
쑥쑥
자랄 것 같아요.
- 강원아동문학 42집, 2017. -
동시 「창밖 풍경」역시 같은 흐름에서 창작된 작품이지만 상상의 깊이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긴 손가락으로 콕 찌르면 빛나는 햇살 부어줄 것 같다는 감각적 이미지는 단순한 감정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사물을 대하는 눈이 새롭고 신선함을 의미한다. 시적 발상으로 동시적(童詩的) 효과를 보게 되는 작품이다.
2015년엔 김수임, 박미선이 『현대시조』가을호를 통해 등단한다. 박미선은 시조 작품으로 등단하여 이후 시조와 동시조, 동요 작품을 발표하였다. 김수임은 동시조 작품으로 등단하였고 이후 『현대시조』에서 동시조를 발표하였다.
김수임(1961 - )은 강릉에서 출생하였으며 2015년 『현대시조』가을호에 작품 동시조 「작은 농장」이 당선하여 등단하였다. 바다시낭송회 총무를 맡아 일하며 강호시조문학회 총무도 지냈다. 강호시조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름도 쉬어가는 집
김수임
덕우봉 능선 아래 동그마니 잡은 터에
햇살이 뜰에 내려 오수를 즐길 때면
구름도 잠시 머물러 쉬었다가 갑니다.
달콤한 꽃 내음에 벌 나비 날아들고
차 향에 취한 새는 흥에 겨워 재잘대니
은은한 풍경소리에 실바람도 춤춰요
- 현대시조 2016 여름호 -
시인이 살고 있는 집의 택호가 ‘휴운당’이다. 자연의 숲속에 자리 잡은 휴운당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구름이 쉬고 간다는 집에 햇살도 내려 앉아 오수를 즐기고 있으니 정겨움이 묻어난다.
뒷동산의 달
김수임
뒷동산 굽은 등에 초생달이 걸려 있어
살찌길 기도하니 열 밤도 넘나봐요
그래도 계속한 끝에 통통하게 됐어요.
별님이 심심할까 옥토끼 불러내어
방아소리 리듬 맞춰 체조를 하다 보니
모두들 다이어트해 기분좋게 됐지요.
- 현대시조 2016 여름호 -
동시조 「뒷동산의 달」은 달이 커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달이 커지기를 바라며 기도를 하였더니 통통하게 달이 살쪘다고 하였다. 동심을 잘 살린 동시조이다. 둘째 수에서는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재미를 더하였다.
박미선 역시 2015년 『현대시조』가을호에 시조로 당선하여 등단하였다. 박미선은 동요와 동시조에도 눈을 돌려 아동문학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호박순 넝쿨
박미선
두툼한 돌담벼락 그리운 장단소리
파릇한 줄기타고 틈 속에 숨바꼭질
정다운 호박순 넝쿨 하하 호호 웃음꽃
아침 해 앞산위에 둥글게 떠오르면
깨어서 눈 비비며 참새가 아침인사
정겨운 노래소리에 경주하며 오르네
저녁해 서산 속에 어둑어둑 사라지면
풀벌레 장단 소리 꿀잠에 깨어나서
달밤에 쉿 비밀이야 살금살금 영근다.
- 강원아동문학 42집, 2017. -
호박넝쿨이 감겨 올라가는 모습이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참새들의 정겨운 인사 소리에 즐겁다. 저녁이면 풀벌레 장단소리에 살금살금 영글어간다고 하였다. 농촌 마을의 정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봄내음
박미선
귓가에 나지막하게 부르는 소리에
살금살금 숨죽이며 다가서 보았더니
여우비 지나간 모퉁이 화단 속에서
용수철 슛 튕겨져서 고개를 내밀고는
해님에게 방긋방긋 인사를 하네요
감격에 한 발짝 씩 다가서서
숨죽였던 마음을 풀어서 열어보니
예쁜 봄 파릇파릇 향을 품기며
춘분의 전령인냥 꽃망울 머금고
콩닥콩닥 고운 옷들로 바꾸고 있네요
- 솔바람 제10집, 2015. -
박미선은 일련의 작품들이 자연물을 중심소재로 하고 있다. 위의 작품도 봄이 부르는 소리에 귀를 열고 자연과의 소통을 즐기고 있다. 화
단 속의 새잎들이 해님을 보고 방긋거린다. 예쁜 봄은 향기를 풍기며 새싹들에게 고운 옷으로 갈아입힌다. 동시의 전경에서 풋풋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시인 장병훈(張秉勳 1948- )은 1974년 〈강원일보신춘문예〉에 시 「탄생」이 당선하여 시 문단에 나왔다. 1980년엔 『현대시학』에 「성당 주변」,「사랑의 인식」등이 추천되었다. 방송통신대학신문사에서 주관하던 〈제2회 방통문학상〉에 시가 당선하고 〈제8회 방송문학상〉에는 희곡이 가작으로 입선하였다. 한국생활문학상, 옥포문화상, 강원문학상, 강원도문화상, 강원교원작가상 등을 받았다. 1995년엔 『한맥』으로 문학평론을 추천 받아 문학평론가로도 활동한다.
주요 문학 활동으로는 강릉에서 활동하던「암호」라는 시 동인에 활동하였다. 1980년대 신승근과 함께 활동한「바다시낭송회」상임시인이었고 해안문학회 회원, 관동문학회 총무, 회장을 지냈고 한국문인협회 강릉지부장을 지냈다. 조약돌 아동문학회, 솔바람동요문학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정년퇴직하였다. 강릉고등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관동대학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어 강릉원주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여 강원대학교 등에 출강하기도 하였다. 한국생활문학회 부회장, 강원문인협회 부지회장, 강릉문인협회 지부장, 관동문학회장을 지냈다.
장병훈은 1970년대 시로 등단 이후 줄곧 시를 창작하여왔다.『님의 나라에서 바람이』,『나귀에게 길을 묻다』,『우주의 한 켠을 떠 흐르며』등의 시집이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새롭게 아동문학 창작에도 힘쓰고 있다. 2016년, 제270회 〈아동문예문학상〉에 동시「제비」,「꿈」, 「아기별가 초롱꽃.1」, 「불꽃놀이」,「솜사탕 할아버지.1」 등이 당선되었다. 같은 해인 2016년에 『아동문학세상』겨울호에 동화 「 눈사람」으로 신인상을 받아 등단하였다. 2014년 발행, 초등학교 음악 3-4학년용 교과서에 동요 ‘북소리’가 게재되었다.
이슬
장병훈
하늘이 준 선물
새벽 숲속
풀잎에 맺힌 이슬 방울
그 이슬은 참 맑다
속이 비었다
참 가볍다
꽃이 보이고 꽃색 따라 진하다
구슬 목걸이로 엮고 싶다.
우리 엄마
뽀얀 목에 초롱초롱 매달고 싶다.
- 강원아동문학 42집, 2017. -
아동문학의 속성은 ‘순수함’, ‘맑음’, ‘단순함’ 등이다. 어른들 또한 살아가면서, 삶이 힘들수록 이러한 ‘순수’와 ‘맑음’에 대한 동경이 더욱 강해진다. 동심의 언어들은 삶을 즐겁게 한다. 장병훈의 동시 「이슬」은 맑음과 순수의 세계를 이미지화하여 제시하였다. 한 편의 동시가 영혼을 정화시키는 단약(丹藥) 같은 것임을 알게 해 준다.
별똥별
장병훈
어느 날
하늘에서 휘익
별똥별이
1자를 쓰고 사라진다.
검은 칠판에다가
노랑분필로 쓴 1자
나도 내 동생에게
공부 가르쳐 줘야겠다.
- 강원아동문학 42집 -
동시 「별똥별」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되고 감상할 수 있는 글이다. 직관의 세계가 매우 아름답다. 그리고 별똥별에서의 사고 작용은 동생과의 관계로 연결되고 있다. 거기엔 사랑이 깔려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작품은 아동문학이 특히 ‘사랑의 문학’이라는 속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2016년 11,12월호 〈아동문예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된 함경순은 이후 『문학세계』에도 시로 등단하여 시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강릉원주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시 창작교실 과정을 수료하였다. 강원아동문학회, 한울림문학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함경순 동시의 세계는 ‘보살핌’에서 시작된다.
분꽃
함경순
해님을 보면
수줍어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면서
해넘이가 다가오면
갑자기 화들짝 일어나
웃음보 쉴새 없이 터트려놓고
대문 앞 전등은 졸고 있는데
밤새 아우성 아우성치는
낮과 밤이 다르듯이
달라도 너무 다른 예쁜 친구들
동시 「분꽃」에서 작자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낮에는 졌다가 저녁이 되면 꽃을 피우는 분꽃을 보며 서로 다른 꽃의 세계를 생각하고 있다. 마치 우리들의 삶이 각각 다르듯이 …
함경순의 꽃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삶에 대한 보살핌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불협화음
함경순
우리 집 옆 언덕 위
새로 생긴 작은 교회에서
들려오는 색소폰 소리
누군가 꾸준히 연습하나 봅니다
그곳을 지나칠 때면
멈칫 멈칫대는 나의 발걸음
더 어긋나면 어쩌나 불안불안
언젠가는 익숙한 멜로디에
내 발걸음 사뿐사뿐
리듬이 들어가겠지요.
동시 「불협화음」 역시 걱정과 배려가 담겨 있다. 좀 더 세게 색소폰 소리가 들리면 어쩌나? 작자는 마을에 소음 공해로 인해, 사람들끼리의 시비로 시끄러워질까 하는 불안스러운 마음을 시로 나타내었다. 아름다운 소리나 노래도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는 불협화음을 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일련의 작품은 휴머니즘이 그 바탕에 깔려 있음을 본다.
이상일(1946 - )은 서울 출생으로 강릉에서 생활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명예교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지냈다. 2016년 『아동문학세상』으로 등단하여 동시와 동요, 동화 창작에 힘쓰고 있다. 솔바람동요문학회, 강원아동문학회, 한국아동문학연구회 회원이다.
( 윗 부분 내용 줄임 )
“며칠 전, 시장님께서 우리 학교엘 오셨어.”
“시장님께서요?”
“그래, 교무실까지 오셔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단다.”
“왜 오셨대요”
“시장님께서 등교 시간에 학교 앞을 지나시다가 너희들이 들고 있는 피켓 내용을 보셨나 봐.”
“피켓 중에, ‘자가용을 타고 등교하지 맙시다’라고 쓰여진 피켓이 특히 마음에 걸리셨대요.”
“자가용 때문인가요?”
“그것보다는 ‘무엇을 하지 맙시다.’라고 하는 부정적인 글을 지적하셨어. 너희들에게는 부정적인 글보다는 긍정적인 글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하셨어.”
“그래서요?”
“선생님들은 모두 한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단다.”
“너희들에겐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면서도, 너희들이 아침마다 보며 등교하는 피켓에 부정적인 글을 썼으니 말이다.”
“선생님들 모두 크게 뉘우쳤단다. 그리고 피켓 내용을 바꾸기로 했지.”
“자가용을 타고 등교하지 맙시다 대신, 걸어서 학교에 오세요. 라고 고쳤단다.”
“아 ~ 그랬군요.”
“내친 김에 다른 피켓 내용도 고쳤지. 불량식품을 먹지 맙시다 대신, 학교 주변 음식점 주인아저씨, 아주머니께 부탁을 드리는 내용으로 바꾸었어.”
“우리에게 좋은 음식을 마련해 주세요! 라고 말이야.”
이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등굣길에 자가용 차를 피해 조심스레 등교하던 친구들이 손잡고, 어깨동무도 하며, 왁자지껄 떠들며, 웃으며, 서로 손 흔들어 아침 인사를 나누며, 등교를 합니다.
( 아래 내용 줄임 )
- 강원아동문학 42집「넙죽 코, 우리 시장님」일부 -
2017년 강원아동문학 42집에 발표한 이상일의 동화 「넙죽 코, 우리 시장님」 작품의 일부이다.
시민들에게 인사를 너무 잘 하여 별명이 붙은 ‘넙죽 코 시장님’이다. 우리 사회에서 상위 직위를 이용하여 아랫사람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행동하는 행위들, 일명 ‘갑질’이라는 행위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동화이다. 도덕성을 잃어가는 사회에 경종을 울려준다. 점점 평온한 서술로 시작되는 글이지만 따뜻한 감성이 내포되어 있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2010년에 『문학마을』 봄호로 유지숙은 시 당선을 하여 시작활동을 하면서도 아동문학이 좋아 동시로 등단하였다.
유지숙(1957 - )은 2017년 『아동문예』5.6월호에 동시 「은하수 융단」외 3편으로 〈아동문예 문학상〉을 받으며 동시 쓰기에 주력한다. 강릉여성문학인회, 강릉문인협회 회원이며 바다시낭송회 회장, 한울림문학회 회장으로 회를 이끌면서 솔바람동요문학회에서도 많은 동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유지숙의 동시는 신선한 채소 같은 풋풋함이 묻어난다. 또한 「연두 밥상」같은 동시는 생태문학의 한 가지(枝)로 이어질 수 있다.
연두 밥상
유지숙
텃밭의 흙을 주무르는 햇살이
바퀴살 같이 까르르
햇살 웃는 오후
텃밭의 흙
주무르더니
간지럼 타는 흙
연두 빛 야채들
얼굴 내밀어 올린다.
물을 뿌려 준 엄마 따라
싱싱하게 걸어서
우리 집 밥상까지 온다.
- 강원아동문학 2015. 40집 -
햇살이 텃밭의 흙을 주무르면 간지럼 타는 흙 사이로 야채들이 얼굴을 내민다. 야채들이 엄마를 따라 밥상까지 따라온다는 싱싱한 봄냄새가 나는 동시이다. 시적 패턴이 햇살, 흙, 채소로 이어지는 자연의 흐름으로 동시의 건강성이 엿보인다.
동시 「봄눈」은 짧은 시이면서도 사물에 대한 애정이 따스하게 스며든다. 겨우 눈을 뜬 매화꽃이다. 감기 걸릴까 봐 봄눈이 내려 솜이불을 덮어준다는 시심은 맑은 동심을 바탕으로 한 순수한 사랑의 발현이다.
봄눈
유지숙
겨우 눈 뜬
매화꽃
감기 걸릴라
꽃잎에
솜이불 덮어 준다.
- 강원아동문학 2015. 40집 -
이종완은 경기도 포천 출생으로 강릉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솔바람』12집(2017)에 의하면, 『스토리문학』동시, 『생활문학』시조 당선, 『한맥문학』시조부문, 『한국문인』시 등단으로 기재되어 있다. 2010년엔 생활문학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2017 KBS 창작동요제에서 「섬돌 밑에」로 최우수 작사상을 수상하였다. 시, 동시, 시조에 많은 저작 활동을 하지만 동요 부문에 특히 열정을 쏟고 있다. 이종완은 동요를 통해 새로운 판타지를 조형하고 있다.
바다는
이종완
바다는 파란 우체통 바다는 파란 우체통
둥글둥글 둥글어 지구는 너무너무 둥글어
밤과 낮이 바뀌어가며 둥글둥글 지구촌
밤의 이야기를 적어서 파도 위에 띄우면
낮의 아이들이 보면서 즐거워해요.
바다는 파란 우체통 바다는 파란 우체통
둥글둥글 둥글어 지구는 너무너무 둥글어
달님 해님 바뀌어가며 둥글둥글 하늘길
해님 이야기를 적어서 파도 위에 띄우면
달나라 친구들 보면서 즐거워해요.
- 솔바람 324호 -
이 동요는 바다를 파란 우체통으로 하여 노랫말을 지었다. 둥근 지구촌의 밤의 이야기를 적어서 바다에 띄우면 낮의 아이들이 보고 즐거워한다는 재미있는 내용이다. 동요는 이처럼 어린이들이 즐겁게 노래로 부를 수 있는 작품이다. 2연에서는 해님이야기를 적어 보내면 달나라 친구들이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바다에 대한 소재가 강릉이란 로컬리티의 확장을 동요로 그려낸 점이 돋보인다.
은방울새
이종완
자그마한 날갯짓에
방울방울 물방울이
바람 따라 날아올라
저 푸르른 바다 위에
그리운 은빛 물들이며
포르르르 날아요.
반짝이는 새 한 마리
짹짹짹짹 지저귀면
숲길 속에 푸르게 난
빛의 통로 따라가며
놀라운 세상의 하늘을
너울너울 날아요.
- 솔바람 323호 -
은방울새는 작가의 상상속의 새이다. 새들이 나래 짓하고 짹짹짹 지저귀면 빛의 통로를 따라 날아다니는 새가 은방울 새이다. 아름다운 물방울을 상상력으로 빚어낸 새가 ‘물방울 새’인 것 같다. 환상과 상상이 빚어내는 신비감 깃든 꿈의 세계를 그린 동요이다.
6. 미래, 기술 융합과 강릉아동문학의 아이콘
강릉아동문학의 어제와 현재는, 시간과 공간속의 역사이다.
강릉아동문학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볼 때, 강릉은 뛰어난 작가들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었고 그 조짐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남구만이 쓴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는 시조로만 볼 것인가 동시조에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으로 논의의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색에 기반을 둔 염근수의 동요는 앞으로 좀 더 다각적인 검토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여지고 심연수 작품 중 ‘소년아, 봄은 오려니’ 작품의 동시에 대한 의견은 더 많은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강릉아동문학의 변전과정을 살펴볼 때에 많은 시사점이 있었다.
초창기 아동문학은 교훈성과 사실성, 전통적 서정성에 머물러 있었다. 또한 동시에 비해 동화 문학은 빈약하였고 동극은 더욱 취약한 장르였다. 동요부문에서는 김완기의 ‘봄오는 소리’가 전국에 TV 매체를 타고 불길처럼 번져 가히 동요의 황금시기였다 할 정도였다. 이후 김종영, 김옥순 등의 동요가 전국적인 매체를 타고 불 붓듯이 번져나가 강릉 동요문학의 위상을 높였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강릉의 아동문학은 화려한 발아와 성숙의 시기였다. 60년대의 김원기, 엄기원, 김완기 등을 지나 70, 80년대 작가인 엄성기, 김종영, 남진원, 김진광, 김지도, 권영상, 김교현 등은 국어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되는 등 개성적인 작품성으로 활동이 두드러졌다. 고성주는 불모지인 동극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새로운 영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90년대와 2000년대는 전환과 확장의 아동문학시대라 할 수 있다. 이 무렵에는 동시 부문에 김교현, 이복자, 배정순, 채정미 등의 신선함을 동반한 동시 작품들과 동화부문에서 김백신의 활약은 빈약한 동화문학을 튼실하게 하였고 이정순, 이상일 등의 신인작가는 동화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동요 부문에서는 김종영, 김옥순, 장병훈, 박성규 등 다수의 강릉 동요작가들의 동요가 음악교과서에 실려 큰 반향(反響)을 불러일으키며 동요의 전성시대를 보여주었다.
강릉아동문학은 1960년대 등단한 작가부터 2010년대 등단한 작가들까지 모두 한국아동문학 문단에서 신선함과 새로움으로 창작 의욕을 앞세우고 힘차게 앞으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조약돌아동문학회≫와 ≪솔바람동요문학회≫는 강릉의 아동문학을 지키는 양대 산맥이었다. ≪조약동아동문학회≫는 엄성기의 사망으로 더 이상 활동이 중단되었지만 ≪솔바람동요문학회≫는 김종영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전국적인 문학회가 되었고 아주 활발하다.
강릉의 아동문학은 동요와 동시 부문은 전국적으로 강세에 있지만 동화와 동극 아동문학평론은 이에 비하면 미약하다. 그 점은 강릉아동문학이 극복해야 할 문학의 한계이기도하다.
강릉아동문학은 삶의 터전을 강릉을 중심으로 하였으나 이중에는 강릉을 떠나 서울이나 다른 지방에서 문학 활동을 한 사람들도 있다. 오히려 출향 문인이 있었기에 문화교류나 정보교류가 쉬워져서 강릉문학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강릉아동문학은 1970, 1980년대를 지나 2000년대를 오면서도 자연친화 내지 서경적, 서정적 이미지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서 급속한 정보통신의 발달과 지식 혁명으로, 일군의 작가들인, 예를 들면 원로작가인 권영상, 김진광 등은 자연친화와 동심천사주의 등에서 벗어나 휴머니즘과 생태주의, 기능주의 등 인간과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시적 변모를 시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중앙집권적인 문학형태에서 지방분권적 형태로의 이행을 자연스럽게 하였고 문학이 지역이란 로컬리티 보다는 보편적이면서도 특수적인 문학의 이행으로 나가고 있음을 감지하기도 한다.
현재는 사물에 대한 전통적 서정성에서 지적 이미지의 변형도 다양화되고 더욱 전문화되었다. 이런 부분은 작가의 사물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되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동시, 동화가 감성과 지성이 결합된 융합적인 아동문학을 요구하는 시대에 왔음을 의미한다.
한편으로는 김효정이나 함영연의 동화에서 보듯, 동화가 지역색이나 역사의식을 살려서 창작한 작품이 등장했다는 것은 새로운 희망의 메시지가 되고 있다.
강릉아동문학은 바닷가의 도시에서 생성된 문학이다. 많은 작가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문학 창작에 힘쓰고 있고 이에 대한 성과도 적지 않다. 앞으로 이러한 지역 기반을 잘 활용하여 역동적이고 거대한 해양아동문학이 태어나리라고 기대해 볼만 하다.
강릉아동문학의 또 하나의 특징은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많은 기성 시인 군(群)들이 아동문학을 선호하여 창작에 임하는 것이다. 성인문학의 작가들이 아동문학을 선호하는 것은 매우 희망적이다. 2000년대 이후의 신인 아동문학가와 아동문학으로 회귀한 작가들의 문학이 어떤 방향성으로 작품이 이루어질지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또한 불안하기도 하다. 미래, 기술융합이라는 새로운 시대 앞에서 강릉아동문학의 아이콘이 어떻게 자리 잡을지 아직은 혼돈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