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호기심을 위한 뇌과학 만화
- 이즐라 -
- 우리 각자의 절반은 타인들이다 - P249
뇌를 알면 나를 알까? -p13-
로저 스페리의 신비로운 발견은 지나친 도식화의 이분법적 편견으로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이라는 상품으로 포장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과학적인 상식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뇌는 좌뇌와 우뇌가 통합된 하나로서 가능하지 각각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좌뇌를 더 쓰거나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우뇌를 더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 p39 -
우주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구에서 뇌보다 놀라운 것은 없다. 이 세상에 인간이 만든 아름답고도 추한 모든 것이 뇌라고 하는 작고 기묘한 덩어리에서 비롯되었으니 말이다. - p42 -
인간 뇌는 아기 때 폭팔적으로 시냅스를 만들었다가 절정에 이르면 잘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를 삭제한다. 그리고 사춘기 직전에 다시 한번 시냅스를 팍 늘렸다가 픽 줄여나간다. - p 58
10대의 전두엽은 미숙하다. 하지만 쾌락과 관련된 뇌 영역은 조숙해서 쾌감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활화산처럼 분출한다. 이것이 10대에게 더 격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면서 위험한 상황에서 충동을 통제하기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다.
- P62 잃어버린 중2병의 미스터리를 찾아서 -
놀라운 것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외국어를 공부한 사람 뇌에서도 대조군에 비해 뚜렷한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1년 뒤 다시 조사 했을때 꾸준히 공부한 사람 뇌는 관련 부위 회백질 밀도가 두드러지게 증가했지만 그만둔 사람 뇌는 학습 이전으로 되돌아갔다고 한다. - p72 -
더 놀라운 일은 뇌는 생각만으로 학습이나 기술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어떤 행동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우리 뇌는 그 행동을 실제로 할 때와 거의 동일하게 작동한다. -
- p 74 -
나는 누구일까, 아니 나는 뭘까?
가소성의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것 같다.
나는 과거
내 선택과
경험으로 새겨진
신경학적 패턴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
나누웠던 대화,
다녀온 여행,
하나하나가
지금의 나를 조직하는
촘촘한 구성 요소 이다.
아무튼 뇌가 평생에 걸쳐 끊임없이 변하는 건 틀림없다.
- P81 -
따라서 유전자들은 호기심이 많은 뇌를 발명해 냈을 것이다. 당장 생리적인 욕구를 만족시키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환경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의 지식이라면 언젠가는 유전자의 자기 복제에 큰 공헌을 할수 있기 때문이다. - p87 -
뇌 친화적 학습은 입력되는 지식의 양을 늘리는 것이 아닌, 적은 지식으로 아는 힘을 키우는 데 있다. - p91 -
새로운 지식의 습득은 코카인을 흡입할 때와 비슷한 도파민의 증가를 가져온다는 신경촬영학의 새로운 논문을 읽으면서 그 결론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P 92 뇌과학 박사이자 인지심리학자인 개리 마커스-
인간의 뇌는 언어의 내용만큼이나 언어의 전달 방식에 주의를 기울인다. 어쩌면 내용보다 전달 방식이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마침 요즘 읽고 있는 소설<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다.
“말의 의미 그 자체보다도 소리로서의 목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p107-
기억은 뇌 속에서 조각조각 흩어져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먼지가 쌓인다.
바틀릿은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기억해서 설명할 때마다 반드시 줄거리를 바꾼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틀릿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바꾸게되는 이유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틀’에 맞춰 이야기를 재구성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기억의 적은 시간이 아니라 다른 기억들이다.
- P119 -
뇌과학자들은 건강한 사람들 뇌를 스캔해 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과거 기억을 떠올릴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와 미래 경험을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는 거의 일치했다.
인간은 기억의 조각들을 조립해서 과거를 구축하기도 하지만, 같은 방법으로 미래 사건을 예측하고 가정하기도 한다. 그렇긴 때문에 어떤 뇌과학자들은 기억이란 미래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p130-
뇌는 결코 나에게 있는 그대로의 객관적 세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본다는 것은 주어진 감각 신호를 바탕으로 자기 경험과 믿음에 꿰맞춘 뇌의 주관적 해석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세계와 너의 세계의 다름은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일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 p147 -
자유의지 문제는 함부로 속단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지금까지도 매듭을 짓지 못한 논란거리이다. 모든 뇌과학자가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뇌과학자들이 자유의지란 매우 제한되어 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p159 -
자유의지는 정말 환상이며 허구에 불과한 걸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 이렇게 적었다. -p161-
자유의지는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 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자유의지를 가졌다는 의식적인 감각만큼은 또렷하게 존재하는 것 같다. 이 감각이 착각일까?
만약 그렇다면 내 인생은 무엇일까? -p161-
삶에서 통증만큼 괴로운 것도 없다. 어떤 통증은 세계가 사라지는 경험이다. 어디가 아프면 이 세상에 오직 통증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플 때만큼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실감하는 순간도 드물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아픔도 느낄수 없기 때문이다. 통증은 아픔을 느끼는 주체인 나 자신을 뚜렷하게 의식하게 만든다. -p164-
우리는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면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감정이 사라지면 뇌는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고 통상적인 판단력을 상실한다. 감정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고 먹는 모든 대상에 평가를 내리고 신호를 보냄으로써 무엇인가 선택하도록 유도한다. -p185-
뇌는 기본적으로 예측의 세계에서 에너지 효율을 추구하지만 한편으론 낯설고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사람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할때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피험자의 뇌를 찍어보았다. 그랬더니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반짝하고 빛나는 순간 의사 결정, 감정, 행동을 조절하는 다양한 뇌 부위가 동시에 활성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p196-
해마는 깨어있는 동안 습득한 사실 기반 정보를 임시로 저장해 두었다가 이를 잠을 잘 때 대뇌피질로 보내 장기 기억으로 만든다. 이 때문에 잠을 통해 해마의 저장 공간을 비우지 않으며, 새로운 정보 학습이 어려워진다. -p209-
그런데 긴 수면 시간을 가진 피험자 꿈 내용은 조금 달랐다. 수면 시간이 길어지자 뇌는 새로 받아들인 정보와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p211-
잠은 기억력 강화와 창의력 증진 뿐만 아니라 그 밖에도 많은 일을 한다. 짧게 요약하면 …..만병통치약. -p212-
그런데 우리는 홀로 살 수 없는 존재이며, 인간은 더불어 살도록 진화해왔다. 게다가 나를 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뇌과학이 귀뜸해 준 가장 인상적인 힌트는 이것이었다.
“우리 각자의 절반은 타인들이다.”
-p249-
인간에게는 타인의 관점이나 생각, 감정을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마음이론”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대략 네 살때부터 타인의 마음을 시뮬레이션해서 상대의 생각을 추론할 수 있다고 한다.
-p254-
뇌는 타인과 이어져 있다고 느낄 때 가장 건강하며, 사회적 상호작용은 인간이 생존과 안녕에 많은 이점을 선물한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뇌 배선과 신경전달물질의 활동에 영향을 끼친다. 어느 연구에 따르면 내가 아플 때 사랑하는 사람이 그저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통증이 경감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모르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p255-
그동안 나는 내가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과 타인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시큰둥했다. 개체 각각의 안녕, 복지 발전 행복을 위해서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각자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뇌과학을 읽으며 간곡하게 깨달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가 서로의 환경이라는 진실이다. -p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