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 기사 8인이 벌이는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에서 랭킹 6위 김지석 9단(왼쪽)이 4위 변상일 9단을 꺾고 4승1패를 마크했다. 변상일은 2승4패.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제19국
김지석, 변상일 꺾고 공동선두 나서
수읽기 싸움의 연속. 치열함의 강도는 어떤 판보다 더했다. 초반 상변의 날일자부터 시작된 전투가 끝났을 때 바둑도 끝났다. 그 끝은 착각.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착각이었다.
31일 오후 K바둑 스튜디오에서 열린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 제19국에서 김지석 9단이 변상일 9단을 꺾었다. 최종수는 128수. 4시간 12분간을 불사른 것치고는 단명국이 됐다.
▲ 4승1패로 공동 선두에 나선 김지석 9단. 실수를 알아차린 후 몇 차례 웃음기를 띠었지만 최후 승리한 후의 웃음과는 색깔이 달랐다.
마지막 승부처는 중앙의 수읽기 공방. 변상일의 착각이 종국 수수를 크게 앞당겼다. 5대5 싸움에서 시간적으로 우위에 있던 변상일로서는 아쉬움이 더할 수밖에 없었다. 착각한 후 13분여를 고민했으나 방책이 없자 12분가량을 남기고 패배를 시인했다.
"결과를 떠나 내용이 상당히 안 좋았다. 초반부터 불리하게 출발했고, 상대의 무리로 찾아온 기회도 어이없는 실수로 역전을 허용했다. 마지막에 상대 착각으로 운 좋게 이기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부끄러운 내용이었다"는 김지석의 국후 감상. "상대 착각이 없었다면 타협이 되더라도 흑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 <왼쪽> 백1로 움직여 승부로 나간 김지석. 변상일의 흑4가 최종 패착이 됐다. A에 두어야 했던 것. <오른쪽> 백11로 막는 수가 성립하는 것에서 흑의 잘못이 드러난다. ▲가 A의 곳이 아닌 잘못이다.
김지석 9단은 리그 전적 4승1패를 마크했다. 4승의 신진서 9단과 다시 공동 선두(본선리그 순위 결정은 다승→승자승→동률재대국 순). 신진서가 달아나면 김지석이 따라붙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그 뒤로 3승2패의 박정환 9단. 한 판 남은 변상일 9단은 2승4패로 5위까지 차지하는 차기 시드도 불안한 입장이다.
김지석의 승리는 상대전적 3연패를 끊은 첫승이기도 했다. 변상일의 3승은 김지석의 랭킹보다 낮았을 때 거둔 것이다. 결승 진출을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선 김지석 9단은 다음 판에서 신진서 9단과 마주한다. 이어 박영훈 9단과의 최종전을 남겨두고 있다.
▲ 상대가 초읽기에 들어갔을 때 50분을 남겨놓았던 변상일 9단. 마지막 남은 한 판에서 시드 잔류에 전력을 쏟아야 하는 입장이다.
"결승에서 만나려면 다른 선수들을 이기고 올라와야 할 것 같다"고 선전포고를 보내온 신진서의 인터뷰를 보았다는 김지석은 "자신감을 드러낸 이야기일 것이고, 저 역시 신진서 선수를 이겨야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서로 잘해서 좋은 내용의 바둑을 두자"는 평범한 한마디로 응수했다.
쏘팔코사놀 최고기사결정전은 국내 랭킹 1~8위가 풀리그를 벌여 성적 상위 1ㆍ2위가 결승5번기로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상금은 우승 7000만원, 준우승 2000만원. 상금과는 별도로 본선리그의 매판 승자는 200만원, 패자는 100만원을 받는다.
▲ 김지석 9단은 앞으로 신진서 9단, 박영훈 9단과의 대결을 차례로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