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할머니> -김용화 시인 화답시
째보선창 할매별곡
목포 온금동 째보선창 뒤켠
바다를 목숨처럼 끌어안고
깡다리젓* 밴댕이젓 송어젓 육젓파는
붙박이 언청이 뻘둥할매
굵은 철사 동여맨 항아리 속에는 지금
마파람이 아우성이다
어쩌자고 먹어 줄 사람 하나 없는
저들만의 잔칫상을 차리는 것일까
테 맨 항아리 수북이 움트는 소금꽃 위로
갯바람 버무린 주름살이 덩달아 피어난다
소금 맺힌 할매 등짝 짓누르는 햇살
계절의 절반은 언뜻언뜻 갯살이 따뜻하고
뒤로 오는 사람의 절반은 그림자가 차갑다
젓갈보다 짭짤하게 뒤엉킨 삶의 건더기들
펼쳐진 방파제를 타고 꿈틀꿈틀 기어 나간다
갯골 뻘밭 발반죽하는 사람도 없는데
할매가 옮겨 담은 간간하게 젖은 꿈들
손쇠스랑 젓갈 긁는 금속성만
바다광야를 쟁기질한다.
*황석어젓을 일컫는 전라도 서남해안지방 토속어
덧붙임:뻘둥할매는 평생 젓갈을 팔아 모은 전재산 20억 원을 목포시의 형편이 어려운 중/고등학생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독신으로 지구라는 이 별에 잠시 머물다 간 뻘둥할매의 무연고 묘소를 동향 출신 시인의 사명감으로 돌보고 있다.
늦가을 밤바다는 깊고 넓어서 파도밭 이랑에 바닷물 염도 묽어지는 소리가 철썩철썩 가부좌 튼다. 등댓불 깐닥깐닥 저 홀로 불태워 바위섬 잠들지 못하고 바다를 맴돈다.
첫댓글 흑산도 할머니 김 용 화
목포행 훼리를 기다리는 흑산도 여객터미널,
홍도에서 만난 일행 중 하나가
완두콩 파는 노파한테 말을 걸었다
-할머니, 흑산도엔 별것이 없네요
담배 한 개피 꼬나물며 노파는
-나도 콩콩하고 방콩하고 다 댕겨봤는디
사람 사능 게 다 그게 그거여
그저 그러려니 하면 되능 겨……
말을 마치며 담배 연기 깊숙이 빨아들였다 내뱉는
고실고실 해풍에 완두콩처럼 고시라진
흑산도 할머니,
일행은 아무 말이 없고
‘그저 그러려니 하면 되능 겨……’
방파제를 때리는 파도 소리만 철썩이고 있었다
ㅎㅎ
화답시 이제서 봤네요. 이렇게 치밀하게(?) 쓰기 힘드셨을 텐데. . .
밴데이젖깔, 황세기젖(우리 고향 예산, 홍성 말) 냄새 물씬 나는 시
잘 읽었습니다. 가까이 사시는데. . .
보내드린 책은 잘 받으셨는지요. 건필, 건강하소서!